불씨- 숭문사 한국전래동화 100선 (1959) 설화 야담 지괴류

옛날 어느 깊은 산속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늙은 호랑이는 토끼, 노루 ,여우 너구리같은 힘이 약한 짐승들만 마음대로 잡아먹으며, 고약스런 장난만 함부로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일이었습니다. 늙은 호랑이가 낮잠을 자다가 깨어보니까, 큰 소나무 위에서 황새가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황새를 쳐다보면서, "얘, 황새야, 너 알하나만 날 주렴.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어......" 하고 얼러댔읍니다. 황새는 하는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할 수 없이 알 하나를 던져 주니까, 호랑이는 널름 집어 삼키고 나서 또, "황새야, 네 알은 맛이 참 좋구나. 꼭 하나만 더 주렴. 아주 감질이나서 죽겠다......" 하고 졸랐읍니다.

황새는 새끼가 깨나올 알을 자꾸만 줄 수도 없고, 사나운 호랑이의 마음을 거스를수도 없으니, 아니 줄 수도 없어서 걱정이 되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산너머서 토끼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오면서, "황새 아주머니, 왜 그렇게 울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쭈그리고 앉아서 황새를 쳐다보던, 늙은 호랑이는 토끼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요놈 출출한 판에 잘 만났다. 어흥-." 하면서, 토끼에게 덤벼 들었습니다. 호랑이의 어흥 소리에 놀란 토끼는 새빨간 눈이 더욱 새빨게 지면서, 발발 떨고 있다가 한 꾀를 생각했습니다.
"호랑 할아버지. 시장하시면 맛있는 고기를 많이 드릴가요?" 하고 말을 하였읍니다.

호랑이는 맛있는 고기를 많이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네깐 놈이 웬 고기가 있단 말이냐."하며 "어흥!"하고 또 덤벼 들었습니다. 토끼는 앞발로 싹싹 빌면서, "잠간 제 말씀을 들어보세요. 쇠고기 열근을 주어도 안 바꾼다는 참새 고기를 아시지요? 자 저만 따라 오세요. 맛좋은 참새 고기를 얼마든지 드릴게요." 하고 말하니까, 호랑이는 맛좋은 고기를 많이 준다는 바람에 입이 떡 벌어지고 침이 꿀꺽 넘어갔습니다. 토끼가 "어서 저만 따라오세요......" 하고 앞장을 서서 깡충깡충 뛰어갔습니다. 늙은 호랑이는 기뻐서 토끼의 뒤를 어슬렁 어슬렁 따라갔읍니다.

토끼는 억새가 잔뜩 우거진 숲속으로 호랑이를 끌고 들어가서는, "자 여기 앉아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참새 떼를 몰아올게요. "우우"소리가 나면 꼼짝 말고 계서야 합니다." 하고는 억새 밭에다 불을 놓았습니다. 사방에서 억새가 트들어 가느라고 "우우"소리가 났읍니다. 호랑이는 시키는 대로 꼼짝도 못하고, 참새 떼가 모려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읍니다.

그러면 호랑이는 어찌 되었을까요? 늙은 호랑이는 토끼의 꾀에 속아서 타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호랑이가 불을 아주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밤에 길을 걷거나, 낮이라도 깊은 산길을 지나 가려면, 언제든지 불씨를 장만해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주: 역시 옛날 서적인지라 재미있는 차이점들이 있군요. 우선 눈에 띄는 문법차는 사라진 "읍니다"체, "잠간", 그리고 "깡충깡충 (깡총깡총 혹은 껑충껑충이 아닌)", "드릴가요?" 정도가 있습니다. 동물로는 현재 남한에서 사라진 '황새'가 얼마나 친근한 새였는지 보여줍니다. 호랑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덧글

  • blood orange 2011/03/07 11:51 #

    포스팅 감사합니다.!
  • 역사관심 2011/03/07 13:01 #

    틈틈이 올려볼 참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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