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에 물려간 공주- 숭문사 한국전래동화 100선 (1959) 설화 야담 지괴류

옛날에 임금님에게는 공주가 세 사람 있었읍니다.
세 공주는 모두 다 착하고 아름답게 생겼읍니다만, 그중에서도 끝에 동생 공주가 제일로 더 아름다웠읍니다. 어느날 달이 밝은 밤이었읍니다. 공주들은 뒷동산에 올라서, 달구경을 하고 있었읍니다. 그런데 그곳에 난데 없는 독수리가 한 마리 날아오더니만, 앗 소리칠 사이, 그만 세 공주를 물고 어디로인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읍니다.

궁성 안과 밖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읍니다. 활과 총이 비오듯 날았읍니다만, 벌써 그 때에는 독수리의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았읍니다. 세 공주를 단번에 읽어버리신, 임금님의 슬픔은 대단하셨읍니다. 누구 한 사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아니 흘리는 사람이 없었읍니다. 당장, 신하들에게 명령하시어, 나라 안에 방을 돌리셨읍니다. "세 공주를 구해 오는 사람에게는 나라땅의 반을 준다. 그 뿐만 아니라 막내딸의 사위를 삼는다." 이러한 방을 붙이게 하셨읍니다.

독수리에게 물려간 공주들을 대체 누가 구해 낼가요. 그런데, 나라 안에서, 단 한 사람, 종주들이 간 곳을 아는 사람이 있었읍니다. 그 사람은 임금님 계신 궁성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에 사는 한 젊은 무사였읍니다. 무사는 도술을 공부하려고 일부러 이곳 사람이 드문 산골에 와 있게 되었읍니다. 그래서 밤이며는, 혼자서 말을 타고 창이나 활 쏘는 법을 배우고 있었읍니다.

어느날 밤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데, 큰 독수리가 세 처녀를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았읍니다. 젋은 무사는 달빛을 따라 어디까지이고, 독수리 뒤를 쫓아갔읍니다. 날이 샐 무렵 독수리는 어느 산 모퉁이 큰 바위 밑에 내려 앉더니만, 그만 보이지 않게 되었읍니다. 말을 달리어 무사는 그 바위 있는 데까지 달려왔읍니다.

틀림 없이 독수리가 내려 앉았으리라고 짐작되는 근처에 구멍이 한 군데 뚤려 있었읍니다. 이것이 바로 소문르로 듣고 있던, 땅속 나라 입구가 분명하구나, 하고 무사는 구멍 속 일을 생각하였읍니다. 이 땅속 나라에는 한번 잠이 들면 석달열흘 동안 잠을 자는 무서운 도적이 살고 있었읍니다. 때때로, 땅 위의 나라에 나타나서는 보물이나 사람들을 훔쳐 갔읍니다.

무사는 그 땅속 나라 입구를 잘 알아 놓고, 그날은 그냥 돌아왔읍니다. 그랬는데 그 이튿날에는 벌써 공주를 잊어버렸다는 소문이 이 산골까지 쫙퍼지고 말았읍니다. 젊은 무사는 즉시에 궁성으로 들어갔읍니다. "세 공주님은 제가 꼭 구해내 오겠읍니다." 무사가 이렇게 나서니까, 임금님께서는 기뻐하시며 "잘 부탁 하네." 하시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래서 무사는 임금님한테 신하를 다섯 명 조수로 얻어가지고 땅속 나라로 들어갈 차비를 차렸읍니다. 우선 백리길이나 되는 삼마로 꼰 밧줄하고, 사람이 혼자 앉을 만한 광주리를 준비하였읍니다. 그뿐 아니라 당그랑 방울도 한 개 준비하였읍니다. 그리고는, 임금님의 신하들과 함께 보아두었던 구멍 있는 곳으로 뛰어왔읍니다.

밧줄에다 광주리를 달고 한 편에는 방울을 달았읍니다. 방울소리가 나며는 구멍 위에서 줄을 끌어 당길 약속을 하였읍니다. 임금님의 신하들을 한 사람씩 광주리에 태우고 구멍속으로 내려보냈읍니다. 제일 먼저 타고 내려간 신하는 한 십리나 갔을가 했을 때, 벌써 밧줄 끈을 잡아 당기었읍니다. 댕그렁 댕그렁 방울 소리가 들려서 광주리는 땅 위로 끌어올렸읍니다. 둘째번 신하는 한 오십리쯤 내려갔을 때, 벌써 무서워졌읍니다. 역시 끈을 잡아당기어 위로 올라왔읍니다. 세째번, 네째번, 신하들도 모두들 한번씩은 땅속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도중에서 참지를 못하고, 되돌아 왔읍니다.

제일 강하다는 신하도, 오십리 길을 넘지못하고 말았읍니다. 제일 마지막 차례로, "그러면 내가 가지"하고 젊은 무사가 탔읍니다. 밧줄은 어디까지나 자꾸 내려갔읍니다. 그래, 백리 길이나 되는 밧줄이 다 내려갈 때 쯤해서야, 겨우 땅속 나라에 다을 수가 있었읍니다. 큰 집들, 작은 집들이 몇 천이나 넘게 늘어서 있었읍니다. 그 중에서도 지붕이 높은 것이 도적의 두목이 사는 집인줄 알았읍니다.

젊은 무사는 어떻게 해서 두목의 집으로 들어갈 재주가 없을가 하고 곰곰히 생각하였읍니다. 그럴 때, 그 근반에, 우물이 있는 걸 보게 되었읍니다. 우물 옆에는, 큰 버드나무가 하나 있었읍니다. 무사는 그 버드나무로 올라가서 가지에 몸을 숨기고, 동정을 살피었읍니다. 얼마 동안 이렇게 있으려니까, 젊은 색시가 물을 길으러 나왔읍니다. 그래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붓고는, 두손으로 들어 머리에 이려하였읍니다.

그때 젊은 무사는 버들잎을 몇장 따서는 그걸 흩뜨려 떨어뜨렸읍니다. 버들잎은 애써 떠담은 물에 떨어졌읍니다. 색시는 그 물을 버리고 다시 세번째 물을 떴읍니다. 그 때에도 또 한번 버들잎을 떨어뜨렸읍니다. "왠 바람이 불어오나." 이렇게 말을 하며 색시는 세번째는 위를 쳐다보았읍니다. 위를 쳐다보던 색시는 젊은 무사를 보자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읍니다. "당신은 땅위에 사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어떻게 이곳에 오셨읍니까." 그래서 젊은 무사는, 공주를 잃어버린 말과 자기가 공주를 구하려고 왔다는 말을 죄다 하였읍니다.

"사실은 제가 그 공주중에 막내입니다. 언니와 같이 이 땅속으로 끌려와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반가울데가 없읍니다. 도적의 두목은 지금 막 밖에 나가고 없읍니다. 한번 나가면, 석달 열흘동안은 돌아오지 않읍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도망을 하면 도적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몇 차례씩이라도 또 다시 물어오는 것입니다. 당신은 도적의 두목이 돌아올 때를 기다려서 승부를 가리지 않으면 아니됩니다. 그걸 당신이 하실 수 있겠읍니까?"

"할 수 있고 말고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게 아니겠읍니까." "그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그러면 두목의 집으로 모시고 가겠읍니다." 막내공주는 무사를 도적의 집으로 데리고 갔읍니다. 그리고는, 광속에도 무사를 감쳐 두었읍니다. 광속에는 쇳덩이 큰 것이 하나 있었읍니다. 막내공주는 그 쇳덩이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얼마나 힘이 센지, 저걸 들어 보세요." 하고 말하였읍니다. 무사는 두 손으로, 그 쇳덩이를 들으려 하였읍니다. 그러나 그 쇳덩이는 조금도 움직여 지지 아니 하였읍니다.

" 그 힘 가지곤 도둑의 두목을 당해내지 못합니다."하면서, 공주는 도적의 집에 간직해 둔 산삼 짠 물을 가지고와서 무사에게 먹였읍니다. 그것을 한모금 마시고, 또다시 그 쇳덩이를 들려고 하니 이번에는 조금 움직여졌읍니다. 젊은 무사는 광속에 숨어서 날마나 인삼국물을 마시고는 쇳덩이를 움직이었읍니다. 몇 차례고, 몇 차례고, 자꾸자꾸 하는 동안 겨우 움직이게 되어 이제는 손쉽게 한 손으로 쇳덩어리를 집어들게 되었읍니다. 무사는 그리고도 계속해서 산삼을 먹었읍니다. 그리고 도적의 두목이 돌아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읍니다.

어느날, 큰 소리가 나고, 지진이 터지는 것같이 집이 흔들리나 했더니만, 도적의 두목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돌아왔읍니다. 그래서 산같이 훔쳐온 보물들을 안으로 끌어 드리더니, 그날 밤은 산덤이같은 음식을 차려 놓고 술잔치가 벌어졌읍니다. 마시고 노래부르자 하고 떠들면서 놀더니만, 부하놈들은 술에 취하여 쿨쿨 잠들이 들어버렸읍니다. 도적의 두목도 술이 몹시 취해 쓰러져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았읍니다.

바로 이때다 하고선, 젊은 무사는 칼을 빼어 들고 두목이 잠들고 있는 옆으로 가까이 갔읍니다. 두목은 코를 골면서도, 큰 눈은, 무섭게 부릅뜨고 있었읍니다. 무사는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읍니다. 그랬더니만 옆에 있던 막내공주는 작은 목소리로 "걱정마세요, 잠이 들었어도 눈만은 언제나 뜨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듣자 젊은 무사는 두말 않고 "예잇-"하며 두목놈의 목에 힘껏 칼을 내리쳤읍니다. 두목은 놀라깨어 일어나면서 식칼을 집어들고 무사의 칼을 막어내려고 하였읍니다.

그러나 칼이 부러지면서 자루만 남고 쓰러졌읍니다. 어지러워 쓰러진 것을, 무사는 말을 탄 것처럼 올라 타고, 기어코 두목의 목을 찔르고야 말았읍니다. 한번, 잘라진 목은 혼자 뛰면서 다시 목에 가 붙으려 하였읍니다. 그때에 공주는 날쌔게도 옷소매 속에 감춰 두었던 재를 뿌렸읍니다. 그랬더니만 짤라진 목은 다시 붙을 수 없게 되어, 한 마디 비명을 가늘게 지르더니만, 천정을 박차고 어디인지 날라가 버리고 말았읍니다.

두목의 부하들은 두목이 죽은 줄을 알자 항복들을 하고 말았읍니다. 무사는 도적의 집에 있는 많은 보물을 광속에서 꺼내서 부하놈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읍니다. 그리고는, 세 공주를 데리고 밧줄이 늘어진 구멍 밑으로 또 다시 돌아왔읍니다. 밧줄을 끌어당기라는 신호를 하니까, 기다리며 지쳐있던 임금님 신하들은 바삐 밧줄을 끌어 올리었읍니다. 차례차례, 한사람씩 공주를 끌어올리니 네번 째로는 젊은 무사도 무사히 땅 위에 올라왔읍니다.

X X X

임금님 계신 궁성에서는, 스무하루 동안이나 큰 잔치가 벌어졌읍니다. 젊은 무사는 약속한대로 막내공주하고 혼인을 하고, 임금님 한테서 나누어 가진 땅을 받아가지고 잘 살았읍니다.

덧글

  • 파김치 2011/03/10 15:29 #

    와, 이런 버전도 있군요.
    제가 알고 있던 버전은 잡혀간 게 시녀와 부인이고, 남편이 찾으러 갔지만 부인은 이미 괴물 도적에게 아양을 떨며 도망치자는 남편을 도적에게 알려주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거기다 싸우는 데, 팔다리가 떨어지면 밀가루풀로 척척 붙여서, 남편을 도우려는 시녀가 밀가루풀이 아니라 잿가루를 뿌려 던졌더니 팔이 붙지 않아 져서 죽었다고까지.
    동삼을 먹은 것도 그렇고, 버드나무에서 물을 뜨러온 사람에게 나뭇잎을 자꾸 떨어뜨려 알린 것도, 잿가루가 나온 것도 비슷한데 상당히 다르네요.
  • 역사관심 2011/03/10 17:16 #

    파김치님> 혹 아시는 버젼이 있으시면 간략하게 소개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출처도 아시면 금상첨화 ^^
  • 파김치 2011/03/10 20:51 #

    대충 이런 내용이에요.

    사이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출귀몰한 도적이 남편이 나간 때 쳐들어와서 부인과 그 시녀를 잡아갔습니다. 남편은 칼을 갈면서 여행을 떠났고,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도적떼들이 출입하는 것을 보고 동굴을 알았습니다.
    동굴로 들어가려고 하자 왠 할머니가 나타나서 정 들어가겠다면 사람 크기만한 바위를 가리켜보이며 들어보라고 시켰습니다. 남편은 바위를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조금도 못 들어올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동삼을 하나 주고 먹으라고 했고, 남편은 그것을 먹고 나서 기운이 세져 바위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또다시 동삼 하나를 주고 먹으라고 했고, 남편은 바위를 무릎까지 들어올렸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아직 안된다며 남편이 마침내 바위를 번쩍 들어올려 휘휘 던질 때까지 동삼을 계속 주었습니다.

    그 후에 들어간 남편은 우물 위의 버드나무에 숨어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같이 끌려간 시녀가 물동이를 들고 물을 길러 오자, 남편은 소리내지 않게 시녀가 스스로 위를 볼 때까지 버들잎을 떨어뜨렸습니다.
    남편이 부인의 안부를 묻자 시녀는 울면서 도적은 지금 없고, 아씨는 도적과 같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부인에게로 갔습니다. 부인은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곧 다정하게 남편을 맞아주었습니다.
    도적 두목이 10리 안으로 가까이 들어오면서 우르릉 하는 무서운 소리가 들리자 부인은 남편을 광에 숨겨두었습니다. 도적이 돌아오자 부인은 도적에게 찰싹 붙어서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남편이 날 구하러 왔답니다. 본 때를 보여주세요."
    남편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칼을 들고 숨고 있던 광에서 나와 마당으로 나왔고, 도적과 싸우게 되었습니다.

    둘은 몸을 높게 뛰어올려 하늘에서 싸웠는데, 너무 높이 올라가 아래에서 지켜보는 부인과 시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줄은 모르고 챙챙 칼소리만 들렸으므로 부인은 도적을, 시녀는 남편을 각각 응원하며 애를 태웠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도적의 팔이 뚝 떨어졌습니다. 부인은 재빨리 부엌에서 풀을 가지고 팔에 발라서 위로 던졌습니다. 이번에는 남편의 팔이 떨어졌습니다. 시녀도 똑같이 풀을 발라서 위로 던졌습니다. 몇 번 이런 공방이 계속되고, 도적의 목이 떨어져 오자 부인이 또 풀을 발라서 던지려고 했으나 시녀가 잿가루를 뿌리고 위로 던졌습니다. 잿가루로는 붙지 않아서 결국 도적의 몸뚱이마저 뚝 떨어져 내리고 남편도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부인은 벌벌 떨면서 자비를 구했지만 남편은 베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광을 열어보자 그동안 도적이 잡아와 가둬놨던 사람들과 보화들이 잔뜩 나와, 사람들에게 보화를 나눠주고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시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출처는...어렸을 때 읽은 웅진 전래동화 쪽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이런 이야기는 안나오네요.;
  • 역사관심 2011/03/11 00:52 #

    파김치님> 이것참 흥미롭습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비슷한데, 세세한 부분들은 몽땅 다르군요. 이 이야기의 근원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진심 감사드립니다.
  • 소리쟁이 2011/05/14 16:44 #

    역시,

    딸은 항상 막내딸이 가장 예쁘군요.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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