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오디션 프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1人 음악

워낙에 화제가 되었던 지라 (허각시절) 슈퍼스타 K나 내가 좋아하는 윤상/이승환때문에 위대한 탄생2도 한두번 보았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온지 오랜 시간이 되었지만, 이러한 오디션프로그램은 역시 내겐 와닿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쟁구도나 시험보는 느낌을 싫어하는 성격탓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싫은 이유 하나를 꼽으라면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이유일것 같다. 미리 말해두자면 물론 이것은 주관적인 견해일뿐이다.

그건 다름아닌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를 뽑는데 '오디션프로'라는 형식자체가 기본적으로 태생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슈퍼스타K(2)의 성공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타분야의 오디션은 시청할때는 아무런 호불호가 없다 (처음말한 경쟁하는것을 싫어한다는 것빼곤). 그 분야들(예를 들어 아나운서나 글로벌 인재 (뭔지이건))은 오히려 '객관성'을 지니는 테스트 형식을 거쳐서 가장 객관적으로 옳은 실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맞는 분야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보기에 별 느낌이 없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분야는 '예술'이고, 예술은 '주관적인 미'가 근본을 이루는 분야이다. 그렇기에 (미술도 그렇듯) 당대에는 인정을 못받았고 인기도 없었어도, 후일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이도 부지기수이고, 대중들에게 광범위한 사랑을 받지는 않아도, 골수 매니아 팬들이 버티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예술분야가 아닌 위에 언급한 분야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함을 알수 있다).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노래실력을 인정받고 (즉 객관적으로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춤실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대중가수'만을 뽑는다는 한계선을 분명히 한다면 이러한 음악 오디션 프로는 존재이유가 분명 있다. 어차피 대규모 기획사에서 행해오던 오디션을 방송으로 살린것 뿐, 차이가 없으니까. 그리고 진정한 국민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발탁될수 있어 의미도 크다. 그럼에도 공중파방송으로 나가는 오디션프로그램은 기획사의 몇몇 전문가의 눈에 발탁되면 되는 원래 오디션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이 뽑지만 결국 수많은 시청자들이 골고루 '인정'할수 있어야 되므로 (실제로 참여하고), 대중적으로 객관적이지 못한 참가자는 탈락해버린다. '객관적'이란 것은 비록 그것이 대중문화라 해도 예술에선 양날의 칼이다. 시청자들이 직접 인정했으므로 사랑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수를 찍어내는 정형화된 '공장제'의 역할을 오디션프로그램들이 할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뮤지션을 뽑을때, 그것을 지켜보고 뽑아주는 '눈'이 많으면 많을수록 '객관적'이 된다 (예로 공중파(전국민) > 대형기획사(형식화된 전문가집단) > 예전의 1:1 스카웃이나 데모테잎형식의 발탁 (극소수)). 거꾸로 말하면 눈이 적어질수록 '주관적'인 발탁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논점이 나온다- '음악은 애초부터 극히 주관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주관적인 발탁이 (극히)객관적인 발탁보다 자연스러운 그리고 자연스러울수 있는 곳이 바로 음악계이다 (미술이 그렇듯). 예를 들어 초창기시절의 너바나같은 아티스트가 현재의 오디션에 나왔을때 과연 발탁될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노'라는 생각이 든다 (서태지의 첫 TV출현때 전문가가 말했던 그게 노래인가식의 발언이 생각난다). 그것이 보컬의 실력이든, 밴드전체에게서 느껴지는 감/아우라이건, 실력이 없음에도 뭔가 그룹의 씨앗이 보인다든가 하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이 어떤 인연으로 힘을 줄수 있는 위치의 '개인'의 눈에 띄었을때, 그 뮤지션은 발탁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대가가 된 세계의 수많은 뮤지션들은 그러한 식으로 (전설같은 수많은 다양한 일화들로) 성장해왔다. 핑크 플로이드조차 (아니 비틀스조차) 그랬다- 당시엔 물론 대규모 오디션형식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1985년- 사운드 가든의 데모테잎- Recorded in our basement (지하실에서 녹음)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러한 식으로 제작자에게 우연히 (공연을 보고) 발탁되거나 스스로 자작곡을 데모로 만들어 기획사를 찾아가 발탁되는 형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눈에 의해 찍어내는 듯한 현재의 대규모 오디션에서 느낄수 없는 극히 (그것이 초기에는 매우 미미한 美일지라도) 주관적인 미적평가가 개입될수 있는 가능성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예를 들자면, 언니네 이발관 같은, 혹은 루시드폴을 배출한 미선이밴드같은 초창기엔 연주조차 미숙하던 밴드가 이렇게까지 성장할수 있는 환경이 있으면 한다는 것이다 (언니네의 경우, 석기시대레코드사라는 영세회사에서 1집이 나왔었다). 물론 발탁한 사람의 눈이 적은 만큼 성공하는 확률도 지금보다 훨씬 낮다. 10명 뽑으면 1명 성공하면 다행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명은 '확실한 색깔의 아티스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말했듯, 모두가 좋아할수 있는 '대중가수'를 뽑자는 취지라면 현재의 프로그램은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  다만,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색깔있는 아티스트'를 뽑으려 든다면 애초에 태생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러한 아티스트가 배출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거꾸로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경우 직접발탁으로 국민가수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글의 요지는 그러한 시장이나 Activity는 (대규모 오디션과 별개로) 그것대로 남아 있어서 탈출구가 많은 것이 건강한 음악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소멸은, 대형마트에 밀려서 사라지는 동네가게와 다르게, '규모'만의 문제가 아닌 '음악의 근본적 색깔과 미'라는 기둥자체가 흔들릴수 있는 큰 문제가 될수 있다. 자칫 아티스트가 될 씨앗까지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껌처럼 버려져서 (혹은 다른 길은 아예 길자체가 없어져버리는) 좌절해버리고 발탁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헛소리일수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흐름 (규모의 시스템과 무한경쟁의 추구, 그 결과는 '획일성')이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입맛이 쓸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모두들 좋아하는 국민가수보다, 팬층이 확실한 아티스트들을 훨씬 더 좋아하는 내 취향이 이러한 글을 쓰게했음도 인정한다. 너바나의 초창기 기록필름을 보고 있자면, 박진영에 의해 커온 뮤지션들과는 완연히 다른 감동을 받곤 한다. '입구'와 '출구'가 완전히 다른 두 부류. 한쪽의 '입구'가 폐쇄되지 않고, 두 부류가 어느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존하는 건강한 한국음악계가 되길 바란다 (그런면에서 몇 되지 않던 무대인 '라라라'같은 프로가 폐지됨은 정말 답답하다).

*방송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블로그 글이란 어차피 자신의 감상을 적는 곳이니 이해해주시길. 개인적으로는 보지 않아도 대세인 지금 많은 멋진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그 프로그램들을 통해 발탁되길 바란다.*


덧글

  • 부산촌놈 2011/09/29 23:36 #

    저도 공감합니다.

    말씀대로 음악은 예술이라서 전문가 몇 명의 잣대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일반인들도 이미 그런 편견에 많이 사로잡혀 있어서 문제죠.

    독특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진정한 오디션이지 그들을 좌절로 몰아넣는 행태는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다를 바가 별로 없는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1/09/30 03:44 #

    몇명의 전문가가 뽑는것을 넘어서 모든 시청자가 뽑는 것이 현재의 공중파오디션이기에 더욱더 규모의 오디션이 되고 있지요. 말씀드린대로 국민가수를 뽑는 취지에만 그치는 것이라면 괜찮습니다만, 뮤지션을 이런 프로를 통해 뽑으려 든다면 (그 결과, 뮤지션들이 이런 프로가 아니면 뜨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면) 문제라 생각합니다.
  • LeMinette 2011/09/29 23:39 #

    동감합니다. 저는 저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뮤지션'을 발굴한다기 보다는 '보컬리스트' 를 뽑는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우리나라 뮤지션들을 살펴보면 해외뮤지션들 처럼 스토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때문에 다양성이나 노래의 진정성도 많이 줄어든다는 느낌도 들고요.

    해외처럼 '스카웃'하는 방식이 한국에서 갖춰질수는 없는걸까요...
  • 역사관심 2011/09/30 03:46 #

    그렇습니다 '보컬리스트'뽑기 대회지요. 나가수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스카웃'하는 형식이 8-90년대만 해도 대세였지요 우리나라도. 신승훈같은 가수도 자신이 상경해서 데모테잎 돌리면서 다녔고, 김현철도 그랬구요. 다양한 루트가 존재해야 건강한 음악계가 될것같습니다. 대규모 시스템만 횡행하면 남는건 아무런 재미없는 '획일화'된 결과만 낳는 거지요 (각종 재래시장, 중소규모 서점, 동네문화 (문방구등)의 소멸처럼).
  • piece 2011/10/05 21:46 #

    오디션프로그램은 후폭풍 때문에도 시끄럽고 머리 아파서 싫어해요ㅜㅜ
    윤상 검색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저도 윤상/이승환/박정현 순전히 이 분들 때문에 이 프로 보고 있는데 후폭풍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 역사관심 2011/10/05 23:13 #

    후폭풍이라 함은 언론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아예 안봅니다 언론이나 여론따위. 이런 프로에 붙어서 떠들어대는 쓰잘데기없는 분석질에 싸움에. 싹 무시해버리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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