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 삼도부 중 서경(평양, 고려13세기초) 역사

정형한옥?-최자의 삼도부중 동경(경주)(고려,13c초)

지난 포스팅(위)에 이어 삼도부중 서경(평양)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13세기초의 평양의 흥미로운 풍경입니다.

사실 경주부가 시작이 아니라, 평양이 시의 시작부분입니다. 경주만큼 흥미로운 생활상이나 전통문화를 묘사한 부분은 작지만, 몇몇 흥미로운 기록을 찾아볼수 있었습니다 (특히 평양의 절경과 건축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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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의 변생(말 잘하는 청년)과 북경의 담수(이야기 잘하는 노인)가/ 西都辨生與北京談叟

강도에 놀러 와서(강화천도를 빗댐) / 來遊江都

한 사람의 정의대부(바른말하는 대장부)를 우연히 만났겠다. / 遇一正議大夫


대부가 말하되 / 大夫曰


꿈결에 두 나라(주: 평양과 개경)의 이름을 들었는데 / 蒙聞二國之名

그 제도를 아직 못 봤다. / 未覩其制

이제 다행히 두 분을 만났으니 / 幸今邂逅

두 객에 청하여 예로부터 품은 뜻을 풀었겠다.(주: 곧 평양과 개경에 대한 이야기)/ 二客請攄懷舊之情

두 서울로 이끌어주오. /弘我以兩京


변생(서경-평양사람) 왈 그리하오리다. / 辨生曰唯唯


서도(즉 서경/평양)가 처음 이룩될 제 / 西都之創先也

동명(東明)이란 제왕께서 (동명성왕이죠) / 帝號東明

아홉 하늘로부터 홀연 내려와서 / 降自九玄 (구천이라함은 도교사상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구천을 떠돌다'에서 볼수 있는).

아래의 땅을 돌아보다 / 乃眷下土


이곳으로 정하였소. / 此維宅焉

터 안 닦고 성 안 쌓아도 / 匪基匪築

산이 우뚝 솟아 성(城)이 되었네./ 化城屹然 (주: 고구려의 개국도성은 오녀산성인데, 평양성천도가 장수왕때이니 어디를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아래 주석에 단 제 예전 포스팅글 "동명왕의 기린굴발견"에 밝혔듯, 평양천도 이후 동명성왕을 받든 전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를 묘사한 것인듯 합니다).

오룡(다섯용이 이끈다는 수레)거로 다니며 / 乘五龍車

하늘로 오르락내리락 / 上天下天


온갖 신이 인도하고 / 導以百神

뭇 신선이 뒤 쫓았네 / 從以列仙

곰연못(熊淵)에서 여인 만나 / 熊然遇女

펄펄 날듯이 오고 갔소. / 來往翩翩


강 가운데에 돌 있으니 / 江心有石 (주: 대동강에 맞닿아 우뚝 솟은 모란봉을 뜻하는 것입니다. 아래해석에 의거한다면).

조천대(처음 하늘을 모신 곳)로다. / 曰朝天臺 (주: 고려시대에 중국에 공물을 보내던 인천의 용유도 조천대와 다릅니다. 아마도 기린굴(麒麟窟)에 관한 평양의 전승설화에 나오는 '조천석'이 있는 곳인듯 합니다- 천손(天孫) 주몽이 이 동굴에서 기린을 길렀으며, 죽을 때에는 기린을 타고 조천석(朝天石)을 밟고 하늘로 올라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승됩니다- "아래 북한 동명왕의 기린굴발견"에서 언급했습니다. 이 시조를 통해 조천석뿐 아니라, 사당같은 형태가 존재햇을 가능성을 발견해서 흥미로왔습니다.)

얼핏 보면 비탈진 곳인데 / 怳兮盤陁

홀연 솟아 산이 되었네. / 忽焉崍嵦 (주: 대성산이 아닐까 막연하게 추측했다가, 조천대를 해석하고 금수산 ' 모란봉 청류벽 일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천석이 조천대라면 이 산은 당연히 모란봉이 있는 금수산이 됩니다. 금수산은 높이가 고작 95미터 밖에 안되니 '얼핏 보면 비탈진 곳'이란 표현도 맞아떨어집니다. 모란봉은 평양 팔경의 하나로 대단히 유려한 경치를 자랑합니다. 이곳이 경주의 남산같은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보입니다.)


생각해보니 제왕이 주역을 꾈 때 / 惟帝時升

신선이 말을 부리어 노니는 곳 / 神馭徘徊

평양의 사당은 하늘을 공경한 곳이로고. / 平壞其祠靈祗所宅

풍백(바람의 신)을 부르시고 / 呼叱風伯

우사(비의 신)를 지휘하시니 / 指揮雨師 (주: 환인이 데리고 온 그 천인들을 뜻하는 것이겠지요, 윗구절인 평양사당의 천제와 함께, 이 구절이 고려중기 평양에서 동명성왕과 더불어 단군을 받든 흔적인지 모르겠습니다)

노하시면 대낮에 번개와 우박 / 怒則白日霰雷

나무와 돌이 섞여 날리네 / 木石交飛


또 목멱이 있는데 / 又有木覓 (주: 木覓은 남산의 옛이름이기도 했지요. 목멱이 어디인지는 아직도 모르는 듯합니다)

농사를 관장하는 곳이라. / 稼穡是司

애써 갈지 않아도 / 不耕而禾

풍년 들어 볏가리가 산더미 같다. / 積如京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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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는 / 壯麗之觀

용언궐과 (주:1081년 예종이 지은 고려행궁) 구제궁 / 則有龍堰闕九梯宮 (주: 구제궁은 필자가 지난달 다룬바가 있는 평양의 명소입니다. 13세기 고려때도 (지어진지 200년이 지난)용언궁, 고구려때 지어진 구제궁과 영명사, 부벽루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규모도 웅장하게 존재하던, 평양의 대표명소였음을 알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듯 합니다. 링크: 북한, 동명왕의 기린굴 발견 (기사 그리고 구제궁 & 영명사에 대해))

넓고도 높으며 칡 넝굴로 감싸 안은 듯한데. / 膠葛廣敞

밝고도 드높음이 다함이 없어 / 高明窮崇

우주를 여닫는 듯 / 翕闢宇宙

서쪽과 동쪽이 아득하니 / 冥迷西東


하늘도 능히 그곳을 빼앗지 못하리라. / 天不能奪其

귀신도 다투어 그 공력을 얻지 못했음이라 / 鬼不得爭其功.


유람할 곳은 / 遊觀之所

창해를 걸터앉은 다경루가 있고 / 則多景跨蒼海 (주: 다경루는 평양부 서쪽 9리 양명포(揚命浦) 위에 있는데, 대안(對岸)에 돌을 쌓고 그 위에 다락을 지었는데, 여러 경치가 한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이제현(14세기 고려성리학자)이 남긴 유명한 한시 다경루설후가 지금도 전래되고 있습니다- 포스팅 말미에 소개. 14세기에 다경루가 존재했다는 뜻입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반공(반 하늘, 허공)에 우뚝 솟은 청원루가 있으며 / 淸遠撑半空 (주: 조선중기에 건립된 경북 안동, 청원루와는 다릅니다)

부벽루는 크게 흘러내리는 강에 임해있고 / 浮碧臨浩蕩

영명사가 걸쳐 있네 / 永明架 (주: 역시 위의 포스팅에서 다룬 고구려사찰입니다)


많은 물들이 모였으니 / 衆水所匯

강 이름이 대동(주: 크게 하나로 합한다는 뜻, 곧 패수)이라 / 名爲大同


해맑고 굼실굼실 번쩍여 출렁출렁 / 皛溔晃漾

호경(鎬-鎬京, 원래는 주나라 무왕이 처음 도읍한 곳)을 안고, 풍수(灃水,-섬서성에서 발원하여 서안을 거쳐 지금의 위수(渭水)로 흐르는 강)를 끌어오고자 하여 / 抱鎬欲灃


깨끗하게 펼쳐 놓은 것이 흰 명주를 깐 듯 / 淨鋪素練

달빛은 푸른 구리 같은데 / 皎若青銅

양편 언덕에 드리워진 수양버들은 / 兩岸垂楊 (주: 지금도 대동강변의 수양버들나무들은 최고의 절경이라고 합니다. 유래가 매우 깊은 대동강의 전통경치임을 알수 있습니다. 포스팅말미의 시는 재일동포가 지은 현재의 대동강에 대한 시입니다).

온종일 바람 따라 춤을 추며 / 終日舞風


평평한 모래와 넓은 들에 / 沙平野闊

날아 우는 기러기들 / 落鴈鳴鴻

푸른 산이 성곽을 둘러 / 靑山繞郭

사면이 가파르고 산이 우뚝한데 / 四面巃嵸


굽어보면 가랑비에 도롱이 입은 늙은 어부들 / 細雨披蓑俯見於漁翁 (주: 고려시대의 우비에 관한 기록)

석양에 피리 부니/ 夕陽吹笛

멀리 들리는 목동소리들 / 遠聞於牧童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고 / 盡圖難髣

노래로도 다할 수 없네 / 賦詠未窮 (주: 고려시대의 평양의 저녁무렵 '운치'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묘사입니다)


어사와, 비단 닻줄을 풀고 둥실 난초 배를 띄워 / 爾乃解錦纜浮蘭舟 (
주: 蘭舟- 난초배라는 단어는 한시에 자주 등장합니다. 조선의 허난설헌의 시조에도 " 蓮花深處繫蘭舟(연꽃 피는 깊은 곳에 난초 배를 매놓고서) 란 구절이 있습니다. 당나라때 시인인 장적의 기원곡을 살펴보면 " 蘭舟桂楫常渡江(난초 배 계수 노로 늘 강을 건너도)란 구절이 나옵니다. 난초배가 실제로 '타고 건너는'배였음을 알수 있습니다. 형태가 궁금합니다. 적어도 고려중기까지 이런 배가 대동강에 흔했슴을 알수 있습니다).

중류에서 머리를 돌려 보면 / 中流回首

황홀히 거울 같은 병풍 속에 놓여 있는 듯 / 怳然如在鏡屛中也


이런즉 우리 서경의 형승이 / 則吾都形勝

천하제일 아닌가. / 誠天下之所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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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위에서 언급한 14세기 이제현의 <다경루설후(多景樓雪後)>입니다 (다경루에 올라 쓴 시).

누가 높으니 눈보라 볼만하고/樓高正喜雪漫空
눈이 갠 뒤 온갖 경치 더욱 좋구나/時後奇觀更不同
몇만 리 하늘은 은빛으로 에워쌌고/萬里天圍銀色界
육조 시대 산천은 수정궁으로 변해졌네/六朝山擁水精宮
떠오르는 햇살에 술취한 눈 어찔해지고/光搖醉眼滄溟日
쌀쌀한 바람 따라 깨끗한 시상도 더해지는데/淸透詩腸草木風
아아 떠도는 이 나그네 무슨 일 이루었나/却笑區區何事業
십 년 동안 번화가에서 땀만 흘렸지/十年揮汗九街中


마지막으로, 대동강변의 버들나무가 얼마나 유명한 경치인지 보여주는 시 두개입니다.
대동강반에서 (오홍심- 재일동포)

<한폭의 그림>

어쩌면 한폭의 그림이런듯

평양려관 내 방의 창문에 비낀

이 나라 수도의 풍경

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림이라네

 

오른편엔 우아한 평양대극장

왼편엔 휘휘 늘어진 대동강 수양버들 (수양버들이 지금도 명물임을 보여줍니다)

그가운데 저 멀리

흰 안개속에 솟은 량각도호텔

 

이리 보면 이리 다르고

저리 보면 저리 다르네

창틀을 액틀삼아 바라보는 평양풍경

그야말로 천하절승 명작품일세


<이런 시도 있습니다 (이것 북한시인듯)>

대동강에 꽃배타고 릉라도 찾아오니
수양버들 춤을추고 온갖새 날아드네

수령님 타령하는 중간부분은 삭제.

아름다운 노래소리 대동강에 실려가네

중략.

대동강 전경- 강변에 좌악 늘어선것이 버들나무군입니다. 적어도 고려중기부터 수백년동안 자리잡은 풍경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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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구둥지 : 최자- 삼도부 중 북경(개경/개성, 13세기초)- 삼한일통의식 2011-10-28 04:35:23 #

    ... 입니다. 다만, '삼한일통'의식을 명백히 보여주는 한 줄만으로도 이 북경(개성)편은 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다음에는 마지막으로 '강화'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최자- 삼도부 중 서경(평양, 13세기초) 정형한옥?-최자의 삼도부중 동경(경주)(고려,13c초) ... more

  • 까마구둥지 : 고려시대(12세기)-최자의 삼도부 강도(강화)편 2013-06-18 07:59:30 #

    ... )편을 무려 2년만에 포스팅하는군요. 삼도부중 앞의 세도시 (개경(개성), 서경(평양), 동경(경주))을 2011년에 다룬 바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개경편서경편동경편 강도는 사실 고려의 삼경에는 ( ① 중경·서경·남경 ② 중경·서경·동경 ③ 서경·남경·동경) 들어가지 않았던 임시수도인 '강화도'를 뜻 ... more

덧글

  • 바람불어 2011/10/01 14:21 #

    재미있네요. 리플 쓰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 호경은 주나라의 수도이기도 하지만 평양도 998년에 이름을 서경에서 호경으로 바꿉니다. 한자 똑같고요.
  • 역사관심 2011/10/01 14:38 #

    바람불어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평양을 이야기한 것으로 일단 수정해보겠습니다. 그편이 더 맞는 해석같습니다) ^^
  • 바람불어 2011/10/01 15:25 #

    제가 정확하게 못적은것같네요.
    다시 읽어보니 호경과 풍수는 도읍과 도읍의 큰 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게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예를 들어 장안이'서울'의 뜻으로 쓰이듯이 말입니다. 전주객사에 '풍패지관' 현판이 걸려있는데 풍패는 유방의 고향이죠. 한고조의 고향 풍패-조선태조의 본관 전주라는 듯으로 풍패지향이라 한건데 위의 호경과 풍수도 그런 의도로 쓴것같습니다.

    짧은 지식으로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역사관심 2011/10/01 15:38 #

    ㅎㅎ 괜찮습니다. 저도 확실하지 않아서 헤맸습니다. 확실한 정보 고맙습니다.
  • 2011/10/01 15: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역사관심 2011/10/01 15:41 #

    힘이 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가끔이라도 들러주세요 ^^.
  • 부산촌놈 2011/10/01 20:42 #

    이야... 정말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분단돼서 못 가보는 게 한입니다.

    아마 통일이 되면 평양이 수학여행 코스로 인기가 많을 듯합니다.
  • 역사관심 2011/10/01 23:59 #

    통일되면 아마 당장 서울같은 도시로 발돋움하겠죠. 적어도 부산급.
    그리고 개성도 수학여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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