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미국인으로 사는 세계...

미국인으로 산다는 것...(2세나 이민자가 아닌 원래 국민들) 느낌이 어떨까?
가끔 미국 젊은이들이나 어른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꽤 많은데, 미국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보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일반인으로 산다는 것이 그다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부럽지 않다. 그닥 재밌어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미국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

세계를 주무른지 어언 100년, 미국인은 시야가 넓고 사고의 스케일이 크고, 포용력이 강하리라 보통 생각된다. 하지만, 그건 정책입안자들, 연구자들, 학교행정가들등 소수이고, 오히려 일반인들의 사고는 더 좁아 보일때가 많다. '미국최고' '어느누구에게도 전쟁으로 나라가 먹힐 염려는 제로'등, 우리 한국인들이 갖지 못하는 자부심이나 무걱정은 물론 부럽다. 다만, 그외의 여러 모습, 다양한 문화생활의 부족 (인종이 많다고 문화가 다양한게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한국-일본-중국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는 가뭄에 콩나듯 하다- 유럽영화도 마찬가지), 스포츠에서도 미국스포츠만 보는 모습들 (월드컵도 잘 모르는 사람이 진짜 많다), 뉴욕등 일부 대도시의 시민을 제외한 음식문화의 편협함, 그리고 당연히 그런 부분에서 생겨나는 사고의 편협함 (이런 사고가 이어져서 세계는 월마트와 스타벅스, 맥도날드밖에 없는 줄 아는 일반인이 많다). 미드-일드-한드를 모두 즐기는, 양식-한식-일식-중식-동남아식을 모두 (가끔 재밌는 경험으로써가 아닌, 일상적으로 어디까지나 '일상적'으로) 즐기는 한국인들과는 (혹은 일본인들과, 또다른 비슷한 국가구성원들과) 다르다.

이런 모습은 '알아서 뭐해' 라는 미국문화로 충분한 그들의 선택일 가능성이 많다. 즉, 세계를 주물러온 국가 구성원들로써 당연히 할수 밖에 없는/ 할수 있는 자연스런 사고의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마도) 70년대정도까지는 '그래도 별 많은 것을 놓치지 않는' 생각이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20-30년간 세계는 바뀌었다. 그런 편협한 사고/태도로는 수많은 멋진 것들을 놓치는 세계가 되었다. 오히려 미국의 많은 부분이 '촌스럽게' 변하는 세계로조차 세상은 바뀌고 있는(아니 이미 바뀐) 것이다.

수도 없는 경험이 있지만, 그중 가장 최근 예 하나-그저께 이야기한 내 친구 흑인아저씨도 Cubs의 광팬인데 'WBC가 뭐야?" 라는 질문을 해서 놀랐다. 관심사는 컵스가 속한 NL처럼 지명타자가 없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지 (WBC규정이)에 몰려있었다. 축구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길래 이런 저런 이야길 해주었는데 월드컵이 2년마다 하냐, 우승한 국가에서만 열리냐, 몇팀가냐, 미국은 우승했냐 등등의 질문을 던져주셔서 본의아니게 월드컵 전문가가 되었다; 그 흑인아저씨가 말씀하길 '좀 창피하지만, 미국사람들은 내가 보기에도 편협해. 우리가 만든 스포츠가 아니면 안보거든- 야구 농구 미식축구- 그런 면에서 중화주의보다 더해 (중화주의는 내가 설명해 주었다). 그건 유럽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라고 했다. 어렴풋하게 왜 축구가 미국에서만큼은 인기가 별로인지 생각해보곤 했지만 (광고때문이라는 둥 토론하는 사람이 많지만), 직접 명쾌하게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 또다른 미국 친구(여성)는 미국-영국 (브릿팝)의 락팬인데, 한국-일본 음악을 들려줄까? 라고 물어보기라도 할치라면 웃으며 (정중히) '아니 됐어' 라고 한다. 오리엔탈리즘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자국문화외엔 관심이 없다. (물론 한류나 동아시아 영화등을 보는 소수의 매니아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다. 만약 일반적으로 관심이 많다면, 당연히 영화관에서 그해의 동아시아 히트작들이 소개되겠지).

이는 수많은 예들중 두가지일 뿐이다.

한국인으로써의 나를 살펴보자면 (혹은 일반 한국인들), 우선 영화-음악-문학 등에서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의 여러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산다. 영화도 음악도 소설도 애니메이션도 공연도 모든 세계의 것들이 좋으면 들어오고 즐긴다. '사대'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화제작은 우리에게도 화제작일 가능성이 커진다.

참으로 재밌는 현상인데, 폐쇄적인 사회라는 한국에서 사는 구성원들은 적어도 문화나 사고에 관한한 개방성 최고국가라는 미국사회의 구성원들보다 대중문화, 음식문화, 의복문화, 혹은 역사에 대한 지식, 사상/사고의 틀조차도 일생동안 (평균적으로) 훨씬 다양하고 깊은 세계를 만나고 살 가능성이 높다 (더 넓게 보면 서양인 동양인의 비교에서도 마찬가지).
극단적으로 말해 어쩌면 선택할수 있느냐의 여부만 다를뿐, 고대 로마인의 세계나 미국인의 세계나 별반 차이는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단상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사고의 틀등을 말한 것으로, 어느 사회가 더 '살기 좋으냐'라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합리성, 여유, 혹은 스케일 같은 토픽을 끌어들인 글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재한 미국인들, 그리고 LA에 사는 가끔 한국TV에서 인터뷰가는 동아시아문화를 잘 아는 소수의 미국시민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 보통의 여러 주에 사는- 보통 태어난 그 주를 벗어나지 않고 죽는 (평생 다른 주 몇개 안가보는 미국인이 더 많다고 들었다) 수많은 보통 일반미국인들의 이야기이다.

무슨 뜻인지 미국에서 오래 살아본 이들은 조금이나마 공감할수 있지 않을까.
빌보드 40위 안에만 들면 세계적인 팝송이 되던-그리고 그것이 세계유행의 잣대가 되던- 시대가 저문 것이다.

그래서
세상= 미국 인 사람들...그래서 수많은 재밌는 것을 놓치고 사는 모습. 그닥 부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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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수시렁이 2012/05/30 07:49 #

    재미있게 읽고가요
  • 역사관심 2012/05/30 07:54 #

    혼자 생각이라 정리된것도 아니고 해서 고민하다가 그냥 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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