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나 노인을 대신해 호랑이와 싸우거나 물려간 조선여인들 (실록중) 역사

실록중 호랑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어 나눕니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물려가던 남자나 노인을 대신하거나 구해내는 용감한 조선의 어머니, 아내, 딸들의 이야기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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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25권, 13년(1413 계사 / 명 영락(永樂) 11년) 2월 7일(병진)
충청도, 경상도 도관찰사의 보고에 따라 효자·절부등 정표를 명하다
경상도 도관찰사가 보고하였다.
“안동(安東) 사람 전 산원(散員) 유천계(兪天桂)의 처 김씨(金氏)는 신사년에 나이가 38세였는데, 유천계가 진(鎭)으로 나아가게 되어 그 처에게 이르기를, ‘오늘은 길진(吉辰)2443) 이니 내 문밖에 나가서 자려고 하오.’ 하므로, 그 처도 말하기를 ‘나도 나가서 자겠습니다.’하고, 드디어 입실(入室)하여 후량(餱糧)을 준비하니 밤은 이미 자정이 되었습니다. 졸지에 누가 놀라서 부르짖는 소리에 노비들이 모두 두려워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김씨가 홀로 나가니 호랑이가 남편을 잡아가므로, 김씨는 남편의 목궁(木弓)을 들고 소리치며 뒤쫓아 따라갔습니다. 손으로 남편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호랑이를 때리며 거의 60보(步)나 가니, 호랑이가 남편을 버리고 우뚝 섰습니다.(어마어마하군요...) 김씨가 말하기를, ‘너는 내 남편을 잡고 나까지 잡아 가려 하느냐?’ 하자, 호랑이는 곧 가버리고 남편은 이미 죽었습니다. 시체를 안고 돌아오니, 날이 샐 무렵에야 남편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튿날 밤 호랑이가 와서 크게 울므로 김씨가 또 문을 열고 지팡이를 짚고 서서 말하기를, ‘너도 천성이 있는 동물인데, 어찌 이같이 심히 구느냐?’하니, 호랑이가 마당가의 배나무를 물어뜯고 달아났는데, 나무가 곧 말라 죽었습니다.
앞뒤중략.

세종 85권, 21년(1439 기미 / 명 정통(正統) 4년) 5월 22일(경오)
이지의 처 한덕에게 정려문을 내려주고 복호하게 하다
의정부에서 예조의 정문에 의하여 아뢰기를,
“경상도 안동(安東)에서 장교(將校) 이지(李之)의 아내 한덕(閑德)이, 그 어머니와 더불어 이웃집에 쌀을 팔기[糶]를 청하고 밤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큰 호랑이를 만나서 그 어머니를 호랑이가 물고 가니, 한덕이 어머니의 치마를 붙들고 울면서 소리를 치고 호랑이를 꾸짖으매, 호랑이가 그제야 버리고 갔사옵니다. 한덕이 어머니의 시체를 가지고 와서 예절대로 장사하였사옵니다. 사나운 호랑이를 두려워 아니하고, 몸을 잊고 어머니를 구(救)하였음은 지극한 정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문과 복호하기를 청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순조 27권, 24년(1824 갑신 / 청 도광(道光) 4년) 6월 9일(신축)
남편을 대신하여 호랑이에게 물려간 안변 장교 김광재의 처를 정려하다
함경 감사가 아뢰기를,
안변 장교(安邊將校) 김광재(金光才)의 집에 사나운 호랑이가 밤에 집안으로 들어와 김광재를 물고 나가자, 그 아내 조성(趙姓)이 나이 60이 지났는데도 그 남편의 몸을 붙잡고 문밖으로 나가 연달아 대신 물고 가라고 외치면서 호랑이 주둥이에 몸을 던졌는데, 호랑이가 남편을 버리고 아내를 물고 갔습니다.” (거의 일어나기 힘든일...남편에 대한 애정을 알수 있습니다) 하니, 예조에서, 옛날 열부(烈婦)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으로 특별히 정려(旌閭)하기를 계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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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이야기는 호랑이를 '기'로 눌러버린 여인들의 이야기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바로 순조 24년의 기록으로 김광재라는 군관의 아내가 물려가던 남편대신 호랑이에게 대들어 대신 잡아먹히고 남편은 살아난 놀라운 이야기로, 열녀문이 세워지기도 합니다.

사실 말이 호통을 쳐서 좇아버린다고 하지,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를 한번 가까이서 보면 오줌쌉니다...; 예전에 두마리가 맞붙어 싸우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아가리하며 소리가 진짜 서울대공원 전체를 울리더군요. 맞닥뜨리면 그냥 그 기에 '얼어붙겠구나' 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해 본 경험이 그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들은 대단하군요. 진심.


덧글

  • 솔까역사 2013/04/01 09:54 #

    살아남은 사람의 왜곡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냥 저 이야기대로 믿고 감동하고 싶군요.
  • 역사관심 2013/04/01 09:55 #

    믿고 감동하는 쪽에 한표.
  • 노아히 2013/04/01 13:48 #

    고양이과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사소한 부상도 입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냥감의 동료가 대들면서 사냥감을 구하려고 들면 놓고 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편이니, 저 일화가 왜곡이 아닐 가능성도 꽤 높죠.
  • 아르니엘 2013/04/01 13:55 #

    어제 TV에서 최종병기 활을 봤는데 거기서 호랑이가 갑툭튀해서 주인공을 쫓던 만주병사들을 학살하더군요. 이건 뭐 한번 툭 건드리면 한명씩 죽어나가는데, 진짜 눈앞에 저런게 나오면 서있지도 못할듯.
  • 역사관심 2013/04/01 21:42 #

    실감났죠.. 그 씬. ^^
  • 비도승우 2015/05/16 15:50 # 삭제

    호랑이가 아니라 삵으로 볼수도 있겠어요. 생김이 호랑이와 비슷하여 어두운밤에는 충분히 착각가능할수있지요. 아니면 덜자란 호랑이 일듯.. 다큰 성인호랑이 앞발후릴때 순간무게가 800키로그람대인데 저건 가능할수없다고 봅니다. 단 실록여기저기에 보면 도성에도 출몰하는걸보면 삵이던범이던 호환의 피해는 심각했죠.
  • 역사관심 2015/05/18 02:41 #

    그러게요. 더군다나 에피소드 주인공이 여자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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