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선험과 몸틀, 그리고 생각 (철학라이더를 위한 개념어사전 중) 독서

역시 철학라이더(조광제, 2012)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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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는 실질적 선험을 달리 '감각 운동적 선험'이라고도 한다. 몸은 항상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면서 항상 감각한다. 운동을 하면서 항상 감각한다. 살아있는 몸은 운동과 감각을 동시에 이미 늘 수행한다. 몸의 활동에 있어서 운동없는 감각은 없고, 감각없는 운동은 없다. 항상 동시적이다. 보기 위해서는 고개와 눈동자를 돌려야 하고, 고개와 눈동자를 돌릴 때 그 돌림에 대한 감각이 주어진다. 이는 말초신경이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으로 나뉘어 있지만 신경 활동이란 항상 동시적으로,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몸의 운동과 감각은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몸의 운동과 감각은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최대한 적절하게 적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몸과 운동과 감각이 그 나름으로 일정한 구조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말이다. 몸이 그 구조적인 형태를 경험을 통해 익힌다는 것이고, 메를로퐁티는 이를 몸이 구조화된다고도 하고 형태화된다고도 한다. 이를 가장 정교하게 만든 개념이 앞서 '습관'을 살펴볼 때 잠시 이야기했던 몸틀이다. 예컨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몸틀도 있고 말을 잘할 수 있는 몸틀도 있는 셈이다. 인간이 활용하는 모든 도구마다 그에 상응하는 몸틀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몸틀은 종류가 많다.

결국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실절적 선험은 몸틀로 귀착된다. 몸틀이 어떤가에 따라 사람마다 상황에 대해 적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매일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도심을 걸어가면서 경험하는 것과 등산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도심을 걸어가면서 경험하는 것은 사뭇 다를 것이다.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한 가지 덧붙이면 '실질적 선험으로서의 몸틀'은 인식이 존재에서부터 발원해서 존재로 회귀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삶은 몸틀이 어느정도로 다양하게 그리고 어느 정도로 깊이 숙달해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알아서 저절로 그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모든 도구의 숙달된 사용을 생각하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생각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앞으로 더 이상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인간은 알게 모르게 매 순간 생각을 한다. 매 순간 닥치는 상황들이 그동안 획득해온 몸틀만으로는 100퍼센트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상황이 복잡한 것은 인간 존재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자체가 복잡하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몸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몸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틈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틈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메우기 위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생에서 틈이 생기는 만큼 생각을 해야하고, 또 틈이 메워지는 만큼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새로운 틈을 메우면 그만큼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얻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한편으로는 틈이 없는 상황을 찾아 안정을 취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틈이 제공되는 상황을 찾아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와의 관계에서 틈이 많은 상황을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없다. 그렇기 때무에 '인생은 도전"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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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의 몸틀구조 역시 문화재나 전통미에 대한 우리의 몸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전통문화에 자주 노출되어 자라나는 국가의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었을때 가지게 되는 몸틀과 우리의 몸틀은 완전히 다를수 밖에 없다. 

그 뿐 아니라, 이 장은 뇌과학자 유지가 말하는 뇌의 활성화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듯 하다. 예컨대 뇌는 '몸의 복잡성'의 증가도에 따라 후천적으로 발전해간다는 부분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즉, 뇌(철학적으로 선험적인 이데아라 하자)가 몸(경험, 감각-운동적 선험까지 포함)에 우선한다라는 고전적 방식의 자세는 이미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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