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명부도의 조선 요괴들 그림과 도록 및 문화컨텐츠 가능성 역사전통마

"해상명부도"에 관한 설명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림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구도 시원찮고 특히나 국민들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있지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조선시대의 일반적 민화나 화풍에서 벗어나 있는 독특한 그림인지라 아웃사이더 격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모르죠). 

<해상명부도 중 거북요괴 확대>
아마도 처음으로 제대로 전시된 것이 올해 (2013) 계사년 특집 경복궁 고궁박물관 뱀특별전시회였을 겁니다. 해상명부도는 전시회에서도 단순히 '작자미상, 조선후기, 민화' '12지동물과 각종 바다요괴들의 사후세계'라고만 써있을 뿐 아무런 출처도 정보도 없었습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그림을 이 사회는 이렇게 모르고 있다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이름만 알고 있던 그림인데 직접보고 거의 컬쳐쇼크를 느낄 만큼 멋진 그림이었습니다 (사실 '뱀'전시회를 따로 보기로 한건 이 그림이 나온다는 이야기때문이었지요). 결론부터 말해 어떤 느낌에 가까웠느냐하면 조선시대의 그림이라기보다 통일신라-고려시대 회화가 남아있다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감상이라고 할까요 (근거는 일본의 '헤이안시대' 그림들과 소재나 분위기가 오히려 비슷한 것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런 분위기말입니다 (헤이안시대 지옥도 중, 12세기)
이 그림이 매력적인 것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1) 민화임에도 왕립회화 못지 않은 퀄리티, 2) 조선후기는 물론 한국회화에서 텍스트로만 구현되던 '요괴' '괴물'에 가까운 다양한 소재의 등장, 그리고 3) 그냥 마구잡이 요괴들이 아니라, 제목답게 '해상' 즉 '바닷속'의 생물들을 근거로 만든 요괴그림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이 해상명부도가 단원이나 혜원의 그림들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다면, 그야말로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쓰일수 있는 소재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게렉터님의 한국의 전통요괴들에 대한 삽화를 앞으로 그리더라도 해상명부도의 화체를 본따 그려도 좋을 것입니다- 게렉터 블로그 괴물백과). 그만큼 매력적인 그림입니다. 

그럼 차근차근 그림을 살펴보죠- 사진 용량이 크더라도 참아주시길. 직접 (2013년 뱀띠기념 전시특별전, 경복궁 고궁박물관) 찍었는데 화질이 그다지 좋지 못해 원래크기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작은 사진부터 (뱀요괴)
각 그림은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더 자세히 볼수 있습니다). 사실 자세히 보시면 괴수들뿐 아니라, 각종 무기류도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관심을 가질 만 합니다.

도깨비, 매력적인 토끼요괴, 아마도 가오리귀신, (이름은 필자가 임의로)
아마도 (도깨비)요괴대장과 머리에서 나무가 자라는 요괴호위병.

돼지인지 뭔지 모를 윗쪽 요괴, 개 요괴 (창을 든), 문어귀신, 각종 물고기 요괴 (가운데 노인같은 놈은 문어과인지 해마과인지). 아랫쪽은 희미한데 확대해서 보면 두꺼비요괴를 등에 업은 도깨비도 보입니다.

용을 닮은 해수 (왼쪽), 뭔지모를 도깨비들 (오른편 밑 녀석은 흥미롭게도 오방색의 호리병 다섯개를 짊어졌습니다, 뭔가 마법을 부리는 녀석같기도), 그리고 아랫쪽의 뱀장어 혹은 물뱀 요괴와 소라 혹은 고둥 요괴.

윗쪽의 물뱀귀신과 아랫쪽의 비늘요괴들 (요괴들이 들고 있는 기다란 가지끝의 동그란 하얀 원안의 동자승 그림은 뭔지 모르겠군요).

가장 좋아하는 녀석이 나왔습니다. 왼쪽위에 주먹을 휘두르는 거북귀신 (이대로 헤비메틀 앨범커버로 써도 될 정도의 박진감), 그 위의 두꺼비형 요괴, 아랫쪽 소라요괴형, 바다도깨비들, 그리고 아랫쪽의 너구리요괴, 강아지요괴, 잉어요괴 (큰놈), 특히나 멋진 토끼요괴 (거의 이집트 조각과 흡사), 그리고 앞에도 등장했던 나무가 머리에서 자란 요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지라 고화질로 찍고 싶었는데 어느것이 나은지 모르겠습니다.

해수뿐 아니라 비수도 등장합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비요괴 (입이 무서버)와 아마도 학요괴, 중간 바다쪽에는 맹렬히 대쉬중인 개요괴와 뭔지모를 하얀색 도깨비 (도끼를 든 놈으로 염소같기도), 그리고 하단부에는 왼쪽에 이리종류 요괴 (창을 움켜쥐고 방패를 들었는데, 자세히 보면 방패에 도깨비 문양도 보입니다), 쥐요괴, 토끼요괴, 그리고 이리인지 뭔지모를 주둥이가 긴 요괴, 오른쪽에는 작은 생선요괴가 등장합니다.

또다른 화폭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비수가 등장합니다- 오른쪽의 제비형 요괴가 들고 있는 검을 뭐라고 하더라...잊어버렸는데 매력적이군요. 아랫쪽에서는 게를 짊어진 작은 쌍칼요괴, 수탉요괴, 소머리형 강해보이는 쌍도끼요괴 & 여러 해수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순서가 진행되는데 마지막 화폭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부처님입니다. 그리고 4천왕중, 오른쪽에 탑을 들고다니는 북쪽 담당 '다문천왕'과 왼쪽의 '검'을 들고 있는 서쪽담당 '광목천왕'. 
다음의 두개는 전시회에서 본 또 다른 조선후기회화인 '오도전륜대왕' (지옥의 10대왕중 하나)입니다. 역시 매력적인 야차들이 가득해서 소개합니다. 

여러 야차들의 모습 (오른쪽에 앉아있는 얼굴두개짜리 야차가 팔대야차대장일지도). 한국 야차그림중 손꼽히게 기괴한 얼굴들입니다 (펑크형 붉은 머리와 하얀 얼굴). 야차는 원래 사천왕중 무신으로 꼽히는 '다문천왕'(위의 해상명부도에서 보탑을 들고 있는)의 졸개들이죠. 야차 한마리당 사람 한명씩을 움켜쥐고 갑니다. 왼쪽 아랫쪽 야차는 말머리. 가장 특이한건 아랫쪽에 가득한 채색 화려한 돼지떼.

추정 야차팔대대장 확대 (윗눈두개는 오른쪽, 아랫눈 두개는 왼쪽을 보고 있군요).

크...무서워요. 눈다섯개짜리 이놈이 야차팔대대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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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그림이 한국사회, 문화계에 대중적으로 다 많이 알려져서 여러 부분에서 쓰이길 바라는 심정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언뜻 보기에도 만화, 애니, 영화, 소설, 게임, 동화책으로 쓰일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앞서 언급했듯 삼국사기-삼국유사를 비롯한 여러 고서에 등장하는 한국의 전통요괴, 귀신류를 정리할때 본작의 요괴들은 물론, 이 '화풍'을 기본으로 도록을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도 생각해 볼만한 매력적인 작업같습니다.

예컨대 일본은 헤이안-에도시대의 여러 요괴그림을 바탕으로 시게루 미즈키의 현대식 해석을 입힌 요괴류 (게게로의 작풍)가 유명하죠. 시게루가 그린 조선시대 요괴삽화입니다. 이런식의 작업을 이 그림등을 바탕으로 해보면 합니다. 이런 우리 문화에 대한 작업을 일본에서 먼저 하고 있다니... (아래 링크가 있습니다).

몇개만 소개하자면:
도깨비 (오니처럼 뿔을 그리지 않았군요- 고증 제대로입니다)
물귀신
금시조
야광귀 (야광귀까지 소개하는 걸 보면 제대로입니다. 하긴 그보더 더한 지역요괴도 소개하고 있으니).

불가사리

링크를 따라가시면 여러 삽화와 한국어판 설명을 만날수 있습니다 (항상 생각하던 한국의 요괴들에 대한 작업을 시게루씨가 먼저 했다니, '역시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더 씁슬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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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heese_fry 2013/09/10 12:31 #

    굉장히 멋진 그림이예요. 실물을보면 오싹오싹 할 것 같은데요.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역사관심 2013/09/10 14:41 #

    고맙습니다.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
  • 솔까역사 2013/09/10 12:37 #

    이 재미있는 소재가 왜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안타깝군요.
    만화가, 소설가 등이 이걸 잘 활용하면 좋겠군요.
  • 역사관심 2013/09/10 15:31 #

    그러게 말입니다.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길 기대합니다.
  • 초록불 2013/09/10 14:32 #

    사실 제가 근 이십년 가까이 각종 설화나 옛날 문헌들에 나오는 괴물들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책으로 내야지, 내야지 하면서도 그림 문제가 해결이 잘 되지 않고 괴물에 대한 이야기도 지극히 단편 토막인 경우가 많아서 고민스럽기도 해서 아직 내지 못했습니다(또 조사하다보면 우리 고유의 이야기가 아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넘어온 경우도 많고). 사장님은 저만 보면 빨리 써내라고 독촉을...ㅠ.ㅠ

    일부 괴물들의 경우는 제 책(역사 속으로 숑숑)에 사용한 바 있기도 하고요. 이 자료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3/09/11 00:19 #

    그러셨군요~! 사실 우리의 경우, 삽화나 구체적인 느낌을 살리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었는데, 내용자체도 자체지만, 본 회화의 느낌을 살린 화풍으로 재해석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간 인터넷상의 자료라든가, 단행본들의 경우에도 삽화가 한국적인 분위기라든가 또한 임팩트 (강한 인상)의 면에서 확 끌어당길수 있는 정도의 그림들은 만난 적이 없었기에 기대를 더 걸수 있는 자료인듯 합니다.

    언젠가 초록불님의 자료가 결실을 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 리중사 2013/09/11 14:21 # 삭제

    트랙백 감사합니다.
    저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나마 요즘 웹툰 중에 한국신화를 현대적 해석을 한 '신과함께' 웹툰의 경우도 모르던 신화나 저승이야기 부분이 많아 매우 놀랐었습니다. 우리 신화와 이야기가 좀 많이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3/09/11 14:53 #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신과함께를 보면서 약간이나마 갈증이 풀리는 걸 느꼈습니다. 이번에 영화도 잘되서 더 큰 파장을 몰고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끔 저도 소개하는데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한 매력만점 우리 컨텐츠들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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