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에 대한 단상- “모던-”의 진의의(眞意義)를 읽고 독서

한양대 한동수교수가 직접 일부번역한 모던인, 즉 현대인에 대한 1930년대의 사설이다. 1931년 8월(1권 1호) 獎産社라는 잡지사에서 간행한  <實生活>에 수록된 글이다.

이 글을 보면 개화기말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라고 하면 근대의 말미)인 30년대초, 우리나라의 전통과 현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굳어져가고 있는지 잘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라 지금도 꽤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귀한 자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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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의 진의의(眞意義)
구연갑(具然甲)
近來 우리 사회에는 “모던-(Modern)”이라는 말이 많이 유행한다. “모던-이”, “모던-”, “모더-이스트”, 또 “모던-” 무엇-하야 “모던-”이란 말이 한 류행어가 되어 잇다.
 
그런데 그 “모던-”이란 말이 대개는 그리 조치 못한 意味로 使用된다. 가령 “모던-이”, “모던-” 하면 철업이 시테 것만 좋와하는 淺薄한 男女들을 意味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모던-”이란 말을 “못된”이라고 고처서 “못된 이”, “못된 ”이라고까지 빈정거리게 되어 잇다. (주: 모던이란 단어가 31년 당시 '못된'이란 단어로 빈정되는 뜻으로 왜곡되어 사용될 만큼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당시 기성세대에게만 그렇게 불리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던-(Modern)”이라는 영어를 辭典에서는 近代, 近世, 現代, 現代風이라는 글자를 쓴다. 그러면 그 本意味는 결단코 낫분 의미가 않이니 만약 “모던-이”, “모던-”을 飜譯한다면 “現代의 男子”, “現代의 女子” 또는 “現代風의 男子”, “現代風의 女子”가 될 것이요 決斷코 “모던-이”, “모던-”은 되지 않이 할 것이다. (주: 조선인들을 계몽하는 내용으로 '모던'이 즉 '현대적'이라는 뜻이므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내용)
 
그러면 어째서 사람들이 “모던-”이란 말을 낫분 意味로 쓰느냐? 그것은 못지 않이 하여도 所謂 “시테 신식남녀”들의 表面生活이 넘우나 着實치 못한 浮華輕兆한 것이기 때문에 그 浮華輕兆한 生活態度에 對한 세상 사람들의 反感이 마츰내는 “모던-이”, “모던-”이란 말을 지어 부루게 된 것이라할 것이다. (주: 여기서 세상사람들이란 보수적 기성세대가 아마도 주체일듯).
 
그러나 우리는 생각한다. 眞實한 意味의 “모던-”은 결단코 낫분 것이 않이다. 現代에 사는 以上 現代의 사람이 되지 않이 하면 않이 된다. 勿論 現代의 낫분 것(短處)만을 取하는 본는 것은 不可 하지만은 現代의 조흔 것은 얼마든지 배우고 본고 利用하고 그리고 生活에까지 받어 드려와야 할 것이다.
 
“現代의 男女”, “現代風의 男女”는 현대를 理解하지 안이하면 않이 된다. 最新式 流行의 분 옷을 입고 怪常한 帽子를 쓰고 굽 높은 구두을 신는 것이 現代을 理解하는 것은 안이다. 옷은 어떻튼 모쟈는 어떻튼 그리고 또 구두는 어떻튼 그 사람의 眞實한 生活感情이 現代的이 안이면 안이 된다. 모든 낡은 因襲과 올치 못한 制度에 對하야는 그것을 徹底히 批判할 聰明한 머리를 가저야 할 것이오 그 生活과 그 實踐에 잇어서는 그 聰明한 머리가 가르키는 바에 조처서 勇敢하게 업새고 또 세우는 生活力을 가지지 안이하면 안이 될 것이다. (주: 주제부분으로 시사할 점이 많다. 즉, 외양만 신식-현대식으로 꾸민다고 현대인이 아니라, 마음속 뼛속까지 현대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현대인이란 뜻이다. 또한 '전통'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이미 엿볼수 있다. 즉 밸런스를 맞춘 시각이라기보다는 이분법적인 현대는 옳고 전통은 그르다라는 식의 현대한국의 인식론틀을 살필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좋은 意味의 “現代의 男子”, “現代의 女子”가 되지 안이 하면 안이 되며 좋은 意味의 “現代人”이 되지 안이 하면 안이 된다.
 
그러데 現代의 또는 近代의 가장 큰 特徵은 모든 것을 科學的으로 생각하는데 잇다. “生覺은 가장 科學的으로!”, “實踐은 가장 戰鬪的으로!” 이것이 “現代人”의 부르짓는 소리다. 이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야 眞實한 “現代人”이라 할 것이다.
(주: 생각은 '과학적'으로 실천은 '전투적'으로. 이것이 현대인의 부르짖는 소리다. 라는 이 구호는 현대한국이 어떠한 식으로 흘러왔는지를 보여준다. 분명 한편으로 옳은 이야기이나 이 구호에 밀려 사라진 수없이 많은 전통미학들 (예컨데 전통적 한국신들, 설화들, (전투적으로 밀려난) 건축들, 의복들, 생활사적 물건들)이 생겨나 버린 것이다.)
출전: 實生活, 獎産社, 1931년 8월(1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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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이분법적 사고를 피할 겨를도 없이, 차근차근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전투적'으로 단기간안에 일구어낸 현대한국사회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 '정체성을 잃어버린 단기기억상실증 환자가 말쑥한 차림새를 갖춘'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20세기초엽의 오래된 것은 낡고 타파해야할 대상, 새것은 좋은것이란 이분법적 태도는 21세기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 전통과 현대라 불러도 좋으리라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인식틀은 어떤 노력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없는한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기는 커녕 고착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엄밀히 전통에서 악습을 분리하여 견지하는 철학의 단계가 필요한 것인데 이를 해내지 못한 우리의 근대화과정이 그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Balance를 갖춘 인식과 태도를 '21세기의 현대한국인'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초가집과 한복, 그리고 모던걸에 대한 이중의 시선 (그돈이 어디서 생길까, 안석주 작,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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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으로 당대 일본의 근대화는 조금 다르게 진행되었다. 역시 급하게 진행되긴 했으나, 이미 '국학연구'로 19세기에 일본의 전통사상사뿐 아니라 건축과 생활사등에 대한 소프트웨어-하드웨적 체계를 근본적으로 갖추었고, 20세기초에는 야나기다로 대표되는 '민속학'이 이미 일본의 전통문화를 충실히 정리해내고 있었다. 특히, '고고학'이 아닌 일본의 고전과 현대를 아울러 연구하는 접목학인 '고현학 考現學'이 등장한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변해가는 당대의 현대화를 그대로 스케치해내고 정리하는 학문이다. 아래는 그 성과물들로, 1920년대의 의복패턴과 농촌의 전통가옥형태를 스케치하고 분석한 자료. 

和次郎라는 학자의 성과물들인데, 이 양반은 일본의 당시 농가를 모두 탐방해서 연구자료로 남겨두었고, 한반도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일본의 전통민가연구의 틀을 잡아놓은 학자로 유명하다.
일반 농가만이 아닌 산촌의 민가도 분석해 놓았다. 니가타 현 중 頸城 군 세키의 민가분석 (1917년).
도쿄 긴자 거리 풍속 기록 통계 도표 색인이라는 그림으로 1925년 당시 도쿄의 유행을 분석하고,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차근차근 분석하고 있다.



덧글

  • 零丁洋 2013/09/28 20:29 #

    우리의 특징이 유행에 쉽게 빠지고 쉽게 미련없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라도 전통을 잘 보전해 다양한 것이 공존했으면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 저것 설익은 상태로 기웃기웃하는 것 보다는 무언가에 푹 빠져 이를 충분히 익히고 즐기는 것도 우리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 역사관심 2013/09/29 01:42 #

    흥미롭고 생각할만한 의견이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스스로의 전통에 대한 태도가 원래부터 우리의 성정이라고 보기에는 워낙 근대시기에 뒤틀린 점이 있는지라 깊이 천착해 볼 주제같습니다. 또한, 이 성정이란 녀석도 워낙에 변화무쌍한 동물인지라... 깊이있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동글기자 2013/09/30 13:24 # 삭제

    오늘도 좋은자료 잘 보고 갑니다. 일본 친구들의 꼼꼼한 기록문화 전통에 대해선 계속해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네요. 막상 일본 사람들 만나보면 그런 꼼꼼한 분석의 틀에 메인 자신들을 '비하'하는 모습을 보는 역설도 있지만요..ㅎ
  • 역사관심 2013/09/30 15:06 #

    그러게 말입니다. 양국가는 사실 정치권만 정신차리면 서로 참 많은 걸 주고받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이웃인데, 참 한심스럽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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