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양뿔도깨비와 야차들의 재발견 (미국 소재) 역사전통마

한국의 도깨비의 모습이 어떠했는가하는 것은 아직 정립이 안된 문제입니다. 예컨대 조선시대의 도깨비조차 뿔이 있다 없다 (일본의 야차인 오니만 뿔이 있다는 설등)등등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논쟁입니다. 다만 도깨비의 어원이 과연 두두리인지 돗가비인지, 혹은 그냥 고유의 이름이고, 야차와 한국특유의 야차인 두억시니등이 다른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아직 연구중입니다. 두억시니는 고대 한국의 장수나 장사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아무튼 여러가지 입니다. 

현재 '한국의 전통신'에 대한 책은 몇권 나와있습니다만, 별개로 누군가가 '한국의 귀신, 요괴, 괴수, 야차, 도깨비'등을 한번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물론 이 작업에는 무엇보다 '삽화'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작업으로 정립되고 나면 인식론적으로 '한국적'인 괴수상이 각인되게 될테니까요- (사실 엄밀히 말해 문화재청같은 곳에서 이런 작업은 지원을 해주는것이 좋다고 봅니다, 적어도 펀드를 대주는 식으로라도 말이지요). 

이게 일본의 야차격인 '오니'입니다. 한때 우리의 전통동화에 이 오니가 실려서 지금의 30-40대들은 이 모습이 각인된 분이 많을겁니다. 고쳐야죠. 참고로 한국의 도깨비는 '붉은 색'(팥등)을 싫어합니다. 따라서 붉은 피부색의 오니가 한국의 도깨비일리는 만부당한거죠- 외모부터 에러. 

사실 이렇게 길거리에 오니가 서있는 모습자체는 부럽...

각설하고, 한국의 고대 도깨비 혹은 야차 모습들을 서너가지 발견, 소개합니다. 아마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그림인데, 12-3세기 고려의 불화로, 현재 미국의 하버드대와 개인소장중인 '시왕도'시리즈라는 작품입니다 (즉 8-900년 전 그림들이지요).시왕도는 불교에서 지옥의 10대왕을 묘사한 것이죠. 이 작품들은 2000년대 한국에서도 일본의 고려불화들을 모아서 전시한 '고려불화전'에서도 소개된바가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미국소장이니).

그림을 보시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점은 불화라고 하지만, 각국의 불화는 당대의 그 나라 특유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인도출신의 부처와 그 수행자들을 제외하고는 그외 인물들의 복식, 건축, 문화는 그대로 그 불화가 제작된 국가 (혹은 화가)의 그것을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작품들입니다.

우선 제1시왕- 진광왕편 (12세기, 미국 하버드대학 아서 쉐클러 박물관)
제 5시왕- 염마왕 (미국 개인소장)
제 4시왕- 오광왕 (미국 개인소장)

제10시왕- 오도전륜대왕 (미국 개인소장)
각 작품에서 야차 혹은 고려의 도깨비모습만 확대해 봅시다.

진광왕편의 고려도깨비- 뿔이 없고 헤어가 휘날립니다. 뾰족한 철퇴가 인상적, 그리고 송곳니.
역시 헤어가 인상적인 염라대왕편에 등장하는 긴창의 고려 도깨비 (비죽 솟은 송곳니와 범가죽을 상의와 다리감싸개로)
오광왕편- 역시 헤어가 인상적인 도끼를 든 고려 도깨비 (역시 송곳니도 보입니다). 
매우 인상적인 녀석으로 양각(양뿔)도깨비입니다. 벌거숭이에 천만 두른 다른 놈들과 달리 의복을 입고 있습니다- 손에는 붉은 색 막대기(인지 몽둥이인지, 아래로 가면 두꺼워집니다).
확대해 보죠- 희미하지만 짧은 두 뿔이 분명히 보입니다.
오광왕편의 인간형 요괴 (헤어와 팔근육은 야차스러운데 얼굴은 인간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도전륜대왕편의 고려 도깨비 (역시헤어와 송곳니는 꾸준합니다).

일단 화풍이 조선시대의 불화라든가 민화와는 크게 다르지요. 색채라든가 느낌이 훨씬 Raw하고 그로테스크합니다. 참고로, 양각 (두뿔) 도깨비는 고려와 일본의 오니에서만 나오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지옥의 열분의 시왕十王중 42일만에 앞에 서게 되는 제6 '변성대왕'에 대한 남송의 불화입니다. 

남송불화- 시왕도 변성대왕 (13세기)
참고로 올해 영화화 될 예정인 웹툰 '신과 함께'에서는 변성대왕님이 이렇게 멋지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유독 졸개 두마리가 눈에 띕니다. 

 확대
그럼 더 확대해봅시다. 분명 양갈래의 뿔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각귀신은 남송시기에 고려에 들어온 것이냐.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와 가장 비슷한 뿔이 이미 신라 (7-8세기추정)의 귀면와등에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양갈래 뿔을 달고 있지요.  외려 뿔하나짜리가 찾기 힘듭니다.

이 사진은 한국문화컨텐츠에서 가져온 것인데 참 아쉬운 점이 한국학에서 우리의 고대-중세 문화를 들여다보면서 우리도 모르게 '조선후기'의 틀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귀면와의 설명에 '우리의 귀면와는 무서운 중국과 달리 해학적이고 친근한 면이 있다' 라고 덧붙입니다. 항상 우리의 도깨비라든가 귀신을 설명할때 이런 종류의 관념을 가지고 대하는 느낌이 듭니다- 필자의 생각에 이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삼국시대의 귀면와들이라든가, 고려시대의 불화라든가 치미, 잡상등의 귀신형태를 보면 말 그대로 '그로테스크'합니다. 당최 아래의 귀면와의 어디에서 '해학미'를 느낀다는 것인지 솔직히 전혀 공감가지 않는 설명입니다.


아무튼 흥미로운 부분이라 일단 나누고자 밸리로. 후일 여력이 된다면 한번 파고들어볼 만한 부분같습니다. 현재까지의 필자생각에는 여러형태의 도깨비/야차/귀신이 함께 존재한 것 같습니다만 (즉 같은 도깨비라도 뿔이 있는 놈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문화에서 '시원성'을 따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야차의 기원이 인도이건, 독각귀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건, 한국에서 혹은 일본에서 성행하고 그것을 자국의 색으로 만들어가면 그것이 그나라의 전통문화가 되는 것이지요 (일본의 다도가 그러하듯). 저 유명한 '오니'도 결국 이러한 불교적 야차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기원이 저 양각소머리 야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시원성을 떠나 저 작품이 고려에서 제작된, 당대 고려인의 입김이 들어간 당대의 도깨비 혹은 야차의 모습 그 자체라는 점에 있습니다. 저 도깨비와 야차들은 분명 '고려의 도깨비' 모습들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등장하는 무기류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여러 모로 한국의 전통프레임은 세워나갈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항시 이야기지만 여러가지 펀드라든가 투자가 공적으로 활기를 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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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구둥지 : 한국 도깨비는 뿔과 금은방망이가 없었을까? 2014-05-29 08:14:51 #

    ... sp; 마지막으로 예전에 필자가 소개한 고려시대의 야차그림에도 분명히 뿔이 달린 모습이 나옵니다: 고려시대 양뿔도깨비와 야차들의 재발견 고려시대 불화 중 금방망이 은방망이또한 흥부전의 원전중 하나로 꼽히는 '방이설화(이전 포스팅링크)' ... more

덧글

  • ㅇㅇ 2013/10/08 07:22 # 삭제

    http://blog.daum.net/marubo/8550668 일본의 귀면와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해학적인 느낌이 강한 것도 사실이죠.
  • 역사관심 2013/10/08 08:43 #

    확실히 일본쪽이 더 '귀기'스럽긴 합니다. 다만, 저런 삼국시대의 귀면와들에게서 해학미를 개인적으로 느끼긴 어렵더군요. 일본과 또다른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것이 해학적인가 하는점도 명확히 규정내리기 어려운것이고- 올려주신 링크의 몇 장식에서도 역시확실히 해학미가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
  • 앞서나가는 황제펭귄 2013/10/08 10:45 #

    문외한 이긴 합니다만
    도깨비가 붉은 색을 싫어하는 것은 귀신 등등이 붉은 색을 싫어한다는 믿음이 도깨비로도 확대되서 그렇게 인식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니가 도깨비의 시원격이다 라는 것은 여러모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요.
    오니는 구체화된 시점이 어느정도인가요? 도깨비 연구가 거의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악귀라던가 귀면이라던가 도깨비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대상은 한반도에서도 고대부터는 나오는게 아닌지..

  • 역사관심 2013/10/08 11:16 #

    그럴것 같습니다. 오니가 도깨비의 시원은 당연히 아닌데, 이는 아마도 일제시대에 많은 부분이 뒤섞인 것 같습니다 (더 공부해봐야 하지만). 예컨대 세종때의 '석보상절'에 보면 '돗가비'라는 어원도 등장합니다. 사실 오니는 야차에서 발전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한국의 도깨비는 야차뿐 아니라 반신적 주술적 존재들의 혼합에서 여러 성격이 뒤섞인 것으로 연구하기가 더 여러운듯 해요.
  • ㅇㅇ 2013/10/08 11:03 # 삭제

    일단

    조선 후기 그것도 일제 강점기와 해방후 격동기를 거치면서 왜곡된 부분이

    마치 전통 문화 전체인 것 처럼 한국 사회에 인식되는게 가장 큰 문제겠죠

    .. 우리나라는 일단 거시사 정립도 제대로 안된게 너무 많아서 ㅠㅜ

  • 역사관심 2013/10/08 11:10 #

    바로 지적해주셨습니다. ㅜㅜ
  • 앞서나가는 황제펭귄 2013/10/08 11:31 #

    도깨비 연구라는게 결국은 민속학적인 관점과 도상학적인 관점 두 개가 따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겠네요.
    민속학적인 연구는 아무래도 민속학 자체의 역사가 미술사보다는 짧아서 (물론 국내 학계 얘기, 미술사도 뭐 엄청 긴건 아닙니다만) 도상학적인 연구보다는 미진하겠군요.
    그렇지만 민속학도 재미있는 듯..
  • 역사관심 2013/10/08 12:06 #

    민속학이라는 것이 회화와 조각의 영역에서는 도상학적 해석에 큰 도움을 받는 구조인지라, 굳이 생각해보자면 교집합 (다이어그램)이 있는 다른 두원정도가 될 듯합니다. 다만, 말씀처럼 도깨비의 설화라든가 역사적배경이라든가 쪽의 내용으로 가면 민속학의 영역으로 들어갈테고, 도깨비문양이라든가 뿔의 의미라든가, 어떤 형태들이 있었고 그 의미나 기원, 혹은 종교적 색채를 찾아들어가자면 도상학에 가까운 영역이 되겠지요. (물론 종교적의미에 충실한 오리지널 도상학이 아닌, 미첼이 말하는 이미지도상학에 가깝습니다).

    다만, 도상학이 개입될 여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오늘과 같은 그림이나 여러 형태가 체계적으로 살아나야 하겠지요. ^^

    도상학과 관계는없지만, 후세를 위해서라도 빨리 제대로 된 한국 전통요괴 대백과가 나오면 합니다. ㅎㅎ 원형이 없는 것도 삽화를 내용에 힘입어 만들어 내고 말이지요.
  • 2014/02/13 15:31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역사관심 2014/02/13 15:54 #

    반갑습니다. 네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링크를 주시면 보고싶어요. :)
  • 안녕하세요 2014/02/13 16:04 # 삭제

    감사합니다. ^^

    영감놀이 링크 주소 입니다.

    http://webtoon.olleh.com/main/times_list.kt?webtoonSeq=43
  • 역사관심 2014/02/13 16:27 #

    잘 보겠습니다.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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