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의 현상학 강해 중 [현상의 세계] 발췌 독서

조광제씨의 저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2004) 중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정리해둔다:

(흄의 철저하고 엄밀한 요소주의적 '연상'개념과 달리), 메를로-퐁티의 게슈탈트 지각론 원용을 살펴보면, "어떤 바탕색 위의 붉음은 단적으로 내적인 붉음이라는 감각적 관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얼룩'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직접 주어진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23쪽). 전통적으로 감각, 예컨대 붉음은 흄의 말처럼 정신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여겨져왔습니다. 즉 전적으로 주관적인 것으로 여겨져온 것이지요. ... 선험성(혹은 초월성)은 본래 주관내부적인 구성물이 마치 주관외부에 나가서 저 바깥에 있는 것처럼 되는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칸트의 선험철학). 그런데 메를로-퐁티는 전통적인 이러한 시각에 대해, 어떤 바탕색위의 붉음이란 처음부터 나의 시선, 즉 나의 지각 작용과 혼동되지 않고 그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지향적인 대상으로서 나의 시선, 즉 나의 지각 작용에 의해 겨냥된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지요. (23쪽 참고의역).

메를로-퐁티: [ 지각된 것의 의미화는 연상의 결과가 결코 아니다. 그 반대다. 연상이 이루어지려면 현전하는 모양에 대한 요강 (시놉시스)이 선결되어야 하고, 지난 경험들을 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각된 것의 의미화는 바로 이러한 모든 연상 속에 전제되어 있다]. 즉 경험주의자들이 흔히 말하는 순수인상들간의 연상이란 본래 저기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흔히 연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의미를 띠고서 지각된 것들'사이에서 일어난 다는 것이지요. (주: 바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각되지 않은 개념간의 연상이란 실질적으로 불가하다).

메를로-퐁티의 입론은 이렇습니다. 감각들과 기억들이 결합되어 지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기하는데 있어서 지각이 먼저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즉 '지각되는 것(만)'이 제 스스로 과거의 지평을 끌고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 즉, 상기는 지각의 지평성을 토대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지각되는 것을 먼저보고 그 다음에 상기한다는 것이지요. (27-28쪽).

이제 감각함은 다음과 같이 새롭게 규정됩니다.
1) 감각함은 세계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나 우리의 실존에 있어서 이미 의미를 띠고 있다.
2) 감각함은 항상 우리 몸에 대한 지시성을 갖는다.
3) 감각함은 세계를 우리의 삶에 친숙한 장소로 만든다.
4) 감각함은 우리의 삶에 친숙한 장소인 세계와 더불어 수행하는 생생한 의사소통이다.

메를로-퐁티는 객관화된 대상 세계의 존재론적인 근원성을 비판하긴 했지만, 대상 세계를 통째로 날려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 객관세계가 아니면 순수 내면세계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발상을 인정할 수 없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객관세계만을 주장하니 구체적인 주체성이 상실되어버리고, 순수 내면세계만을 주장하니 구체적인 대상성이 상실되어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는 구체적인 주체성과 구체적인 대상성이 동시에 솟아오르는 근원적인 장을 찾으려 한 것이고, 그것이 현상의 장이라는 것입니다. 내부와 외부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 그러면서 둘이 근본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를 상호 규정하는 세계입니다 (물리학과 심리학의 이분법을 지양합니다)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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