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中-小 통신사선박은 각기 어떤 모양일까, 일본그림들의 진위보충기록 한국의 사라진 거대건축

며칠간 통신사선들에 대해 천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중-소 각각 2척씩 총 6척이었던 통신사선들의 모델들에 대한 기록과, 이에 따른 앞서 살펴본 일본측 그림들 (특히 9~11차 통신사선단)이 실경을 다룬 그림일 것일 가능성에 대해 조금 파고 들어봅니다.

1763년의 기록으로 11차 통신사 조엄(趙曮,1719~77)이 직접 쓴 [해사일기(海槎日記)]가 있는데, 흥미로운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대-중-소선들의 '모양'에 관한 것이지요.

해사일기(海槎日記) 9월 13일(정묘)
맑음. 부산에 머물렀다.
오늘은 곧 우리 성상(聖上)께서 탄생하신 날이다. 새벽에 망궐례(望闕禮)를 행하였다. 식사한 뒤에 국서를 모시고 위의(威儀)를 갖추고 일행이 동시에 배를 탔으니 배에 오르라고 한 날이기 때문이다. 모든 절차를 한결같이 바다를 건너는 예(例)와 같이 하여 닻을 올리고 배를 띄워 바다 어귀 10여 리까지 나왔다가 바람이 순조롭지 않으므로 정박하여 육지에 내렸는데, 의장(儀仗) 등 모든 것이 성대하게 갖추어 졌다고 할 만하였다. 여섯 척의 배 모양이 같아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등촉(燈燭)의 수 및 초롱의 빛깔과 쏘는 포(砲) 및 쏘는 화전(火箭) 숫자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기선(騎船)ㆍ복선(卜船)을 분별하려고 새로 조목(條目)을 정했었는데, 이날 시험해 보니 역시 모두 명령대로 하였다.

이 구절은 크기만 다를뿐, 세가지 배가 모양이 모두 같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아래 그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맨 처음 그림인 1719년 9차 통신사선의 일본그림, 그리고 1748년의 10차 통신사선, 그리고 여기 1764년의 11차 통신선까지 배들의 규모만 다를뿐, 모두 같은 모델임이 드러납니다. 

바로 아래 9차통신선도를 보면. 누각덮개나 선수에 치장한 색깔만 다를뿐 같은 모델의 배들이지요). 또한 두번째-세번째그림인 10차 통신사 [통신사선예인도] 역시 정사가 타는 대선과, 부사가 타는 중선이 똑같은 모델로 그려져 있습니다.

1719년 9차 조선통신사 선단도 병풍중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 간나베 역사민속자료관 소장) 클릭하면 커짐
1748년 10차 통신사선 정사와 부사 타는 각각 대선과 중선 (클릭하면 커짐)

역시 (대마도와 규슈사이의) 이키섬의 11차 통신사선이라고 일본측에 전하는 다음 아래그림이 실제로 당해 (1763-4년) 조엄의 통신사 선박을 보고 그린 그림임을 뒷받침해주는 나름 중요한 기록이 두가지 전합니다. 우선 첫 기록입니다.
1764년 10월 19일
맑고 서북풍이 불다가 늦게야 서풍으로 돌았다. 서박포(西泊浦)에 닿았다.
진시(辰時)에 배를 띄워 6척의 배가 일제히 포구를 나왔다. 멀리 풍기(豐崎)를 바라보니, 파도가 거세게 넘실거려 흰 눈처럼 솟아오르고 바위 모서리가 불쑥 솟아나 성곽바위처럼 둘러서서, 바라보니 참으로 두려웠다. 대개 듣건대, 바위 맥(脈)이 바다속에 있어 우리나라의 장기(長鬐) 지방까지 연결되어 풍기에서 바다로 수십 리를 들어가면, 노출되기도 하고 안 보이게 깔려 있기도 하여, 물이 솟구치고 파도가 뒤집혀 부딪쳐서 남아나지 못하므로, 배를 운행하는데 익숙한 저 사람들도 오히려 반드시 바람을 타고 조수에 맞추어 왕래한다 한다.
왜의 작은 배 3척이 ‘천(川)’자 모양으로 기(旗)를 세우고 암석의 모서리 사이에 나누어 서 있어, 마치 문(門) 모양과 같았다. 재판왜가 탄 배가 앞에서 인도하여 지나가고, 부복선(副卜船)과 삼복선(三卜船)이 다음에 가고 내가 뒤따라 가는데, 배의 격군들이 일제히 모두 분주하게 힘을 다하여 순조롭게 건널 수 있었다. 타루(柁樓)에 나가 기대서서 뒤따라 오는 배들을 돌아보니 역시 모두 잘 건너서, 그 다행함이 바다를 건너올 때와 다름이 없었다.

굵은 체를 보시면 작은 왜선들이 통신사선을 인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기록은 세척뿐이지만 내천자모양으로 11차 통신사선의 왜선정렬 그림 모양과 같습니다.

1763~4년 11차 통신사선- 왜선들이 인도하는 모습
물론 서박포는 저 그림이 그려졌다는 '이키섬' (풍본포(風本浦))는 아닙니다. 이 곳은 이키섬이 아니라 '니시도마리우라'라는 곳으로 '대마도'의 항구입니다. 이곳을 떠나서 이키섬으로 간 것이지요. 11차 통신사는 해사일기에 따르면 11월 13일에 이키섬에 도착했다가, 12월 3일에 남도로 떠납니다. 이 때 그려졌다는 그림이 저 그림입니다. 따라서 내 천자가 나오는 구절은 한달 먼저 서박포에서의 모습입니다.

해사일기(海槎日記)
1764년 계미년 11월 20일(계유)
맑음. 서풍이 불었다. 일기도(주:이키섬)에 머물렀다.
이 섬은 일명 풍본포(風本浦)라고도 한다. 바닷바람이 예사롭지 않음이 대마도보다 갑절이나 더하여 바람이 불지 않으면 비가 내려 갠 날이 늘 적었다. 오늘은 날씨가 봄날처럼 따뜻하므로 세 사신의 군막(軍幕)과 각방(各房)의 칸막이를 활짝 열어젖히니, 환하게 트여 수십 칸이 됨직하였다. 비장과 원역을 모아 각기 상을 가지고 앉게 하여 사슴고기를 나누어 주고 즉석에서 석쇠에 구워 먹으니, 또한 나그네 길의 한 재미였다.

그런데 이키섬에 도착하던 당일 (11.13) 통신사선에게 큰일이 닥칩니다. 풍랑으로 치목이 부러지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11월 13일
나는 밤부터 두통이 제법 심하여 타루(柁樓 배의 키를 조종하는 선실(船室)의 높은 곳)에 나앉을 수 없어 부산(釜山) 통인(通引)으로 하여금 일기도를 바라보게 하였더니, 남은 길이 40~50리에 불과한데, 부산에서 절영도(絶影島)까지의 거리보다 조금 멀다고 한다. 내가 듣고 입속으로 뇌이기를, ‘대해(大海)는 비록 거의 다 건넜을지라도 경계하는 마음은 오히려 늦출 수 없다.’고 하였더니, 통인이 황급히 와서 고하기를,
“치목(鴟木)이 부러졌습니다.”
하므로, 병중에 놀라 일어나서 선창에 기대어 보니, 뱃머리가 이미 가로 놓였다. 왼편으로 기우뚱 오른편으로 기우뚱, 앞이 낮았다가 뒤가 높았다 하고, 흰 물결이 용솟음쳐서 산더미처럼 몰려오며, 물이 뱃바닥으로 새어 들어 작은 배를 띄울 만하고, 물결이 타루를 쳐 사람들의 옷이 다 젖었다. 곁에 따르는 배가 한 채도 없어 일이 아주 위급한 지경에 이르고 엎어질 염려가 호흡 사이에 닥쳤는데, 부기선(副騎船)이 20~30보의 사이를 두고 스쳐 지나가면서도 바람이 날쌔고 물결이 거슬리어 형세가 배를 돌려 구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포를 쏘고 기를 흔들었으나 각 배가 또한 뚫고 들어올 길이 없었다. 이 지경에 이르매 어찌할 수가 없고 죽음만 있을 따름이다. 

치목(鴟木)은 배의 설주, 즉 방향을 정해주는 '키'를 의미합니다. 이런 부분이죠. 이 그림은 판옥선의 키를 복원할 수 있는 1822년의 [헌성유고(軒聖遺稿)]의 치목식도(鴟木式圖)라는 그림입니다.
이게 고장나면, 당연히 배는 항해불능상태가 됩니다.
이건 혹시 치목(키)가 부러진 모습이 아닐까요?

일본측의 이 그림에 대한 기록에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키섬에서 백여척의 마중배가 통신사일행을 맞았다." 즉, 이 그림은 '도착당일 (11월 13일)"의 그림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치목(키)이 고장나버린 날입니다.

섬을 떠나는 12월 3일 출항할때도 폭풍이 거셌습니다. 수백척의 예선이 대기했지만 폭풍이 두려워 나오지 못해, 통신사 조엄이 꾸짖는 대목이 나옵니다. 직접 통신사선을 이끌고 가는 모습은 해사일기에 나오지 않지만, 풍랑으로 도착당일 치목이 부러지는 사건등을 볼 때, 예인선들이 치목 (즉 키)이 부러져 항해하지 못하는 통신사선을 끌고 포구내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흥미롭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중 일부는 맥락상 문체를 바꿔 앞선 포스팅에 첨가합니다.


현재의 서박포 (니시도마리우라) 모습
현재의 풍본포 (이키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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