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왕궁, 수정으로 만든 수정성(水晶城)- 많이 활용되길. 역사전통마

아마도 애니메이션이나 여러 소설등에 그야말로 활발하게 쓰일 수 있는 상상력 자극 만점의 소재가 임하필기 11권 문헌지장편(文獻指掌編)에 중국 고문헌인 양사공기에 실린 신기한 이야기로 전합니다. 다음입니다.

수정성(水晶城)
《양사공기(梁四公記)》에 이르기를, “고구려 왕궁 내에 수정성이 있어서 하늘이 아직 밝아 오기 전에도 밝기가 대낮과 같다. 성이 문득 보이지 않으면 바로 월식이 일어난다.” 하였다.

조선후기의 풍속사 문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텍스트인 임하필기 자체는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의 저서이므로 19세기의 편찬서지만, 기록에 등장하는 [양사공기(梁四公記)]는 고구려 당대인 7세기의 책입니다. 

이 양사공기를 지은 저자는 장열(張說)이란 사람인데, 당나라 낙양(洛陽) 사람으로 자(字)가 도제(道濟), 열지(悅之)이며, 연국공(燕國公)에 봉해졌다고 합니다. 당 현종(玄宗) 때 당시의 권신인 요숭(姚崇)의 모함을 받아 악주(岳州)로 쫓겨나기도 한 인물로 문장에 뛰어나 양사공기(梁四公記), 규염객전(虯髥客傳)등을 지은 사람입니다. 이 분의 생몰년도는 667년~730년으로 명확합니다. 공교롭게도 장렬이 태어난 직후인 668년 고구려는 잘 알다시피 멸망합니다.

그럼 양사공기는 어떤 책일까요? 중국측 기록을 찾아보지 못해 확실한 평가는 보류하지만, 양사공기는 (아마도) 괴이한 이야기등을 실어낸 설화문학집에 가까운 책이라 생각됩니다- 즉, 신라의 [수이전]같은 텍스트입니다 (그렇다고 '지괴류'라고 아직 단정짓진 못합니다. 설화집의 일종이긴 하지만, 설화문화집과 지괴류는 괄호가 다르니까요). 이는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중국서적 분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것은 천지 고금에 변동할 수 없는 이치인데, 이전의 기록들을 보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예가 흔히 보인다. 중략. 역대 이래 괴이한 일에 대해 기록한 선비가 자주 배출되어, 거기에 관한 글들이 너무도 많으니, 이 또한 괴이한 일이라 하겠다. 즉, 중략, 연국공(燕國公 당(唐)의 장열(張說))의《양사공기(梁四公記)》, 당(唐)의《임명록(臨冥錄)》, 왕도(王度)의《고경기(古鏡記)》, 공신언(孔愼言)의《신괴지(神怪志)》, 조자근(趙自勤)의《정명록(定命錄)》, 대씨(戴氏 당(唐)의 대부(戴孚))의《광이기(廣異記)》와,《태평광기(太平廣記)》ㆍ《우초신지(虞初新志)》ㆍ《신제해(新齊諧)》ㆍ《패해(稗海)》등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또한 이 장열이라는 문인이 쓴 다른 현전하는 책인 [규염객전]을 들여다보면 이 분의 글이 어떤 성격인지 조금 더 명료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규염객전은 동아시아 무협장르의 거의 원초적인 텍스트입니다. 흥미롭게도 (고구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여국'에 대한 이야기가 줄거리이기도 합니다. 잠시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수나라 때의 지사 이정(李靖)과 홍불(紅拂)이 객점(여관)에서 우연히 규염객을 만나게 됩니다. 이 규염객이란 사람과 둘은 객점에서 즉시 의형제를 맺게 됩니다. 규염객은 이정과 홍불을 온갖 모험끝에 위험을 벗어나게 해주고, 훗날 당나라를 세우게 되는 이연을 만나게 한 후, 배를 타고 나라 밖으로 떠나 자신이 부여국왕(扶餘國王)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야기죠).

따라서 양사공기의 기록이 정사가 아닌, 흥미위주의 설화나 전해지는 이야기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저서중 이 수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저서가 한편 더 있습니다. 바로 유명한 18세기의 실학자 한치윤의 [해동역사]가 그것입니다. 다음의 기록입니다:
고구려의 왕궁 안에는 수정성이 있는데, 사방이 1리 가량 되며, 날씨가 좋지 않아도 밝기가 대낮과 같다. 갑자기 성이 보이지 않으면 문득 월식(月食)이 일어난 것이다. - 《해동역사》

이 기록은 앞서 양사공기를 인용한 임하필기보다 연대에서 앞섭니다. 한치윤이 1765년에 태어나 1814년에 사망한 사람이고 기록자체도 세부적으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기록 역시 양사공기가 원전입니다. 번역된 두 본이 다른지라 원문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양사공기의 원문입니다.
句麗王宮內有水晶城可方一里 
天未曉而明如晝 
城忽不見月便蝕 
(梁四公記)

어떤 구절은 해동역사가, 다른 구절은 임하필기가  더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구절은 해동역사가 정확히 성의 규모를 사방 1리로 표기했으므로 더 정확하고, 두번째 문단은 '새벽이 되기도 전, 어두울 때에도 능히 밝아 대낮과 같다'라는 구절은 임하필기 버전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수정성의 색감에 대한 단서) 마지막 문단은 '성이 홀연히 보이지 않게 되면 바로 월식이 되었다는 것', 즉 해동역사가 올바로 인용한 듯 합니다. 

그럼 재미로 이 수정성의 크기라는 1리는 얼마나 되는 걸까요? 당나라대 (양사공기가 씌여진)의 1리는 당대척 5척 x 300보, 즉 1500척, 약 443.87미터가 됩니다 (참조: 민족문화대백과사전). 꽤 큰 성이죠.

또 하나의 수정성 기록- 송대 태평광기 (太平廣記)

그럼 중국측의 기록에 다른 '고구려 수정성'에 대한 기록은 없을까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10세기말 송대의 '태평광기'입니다. 같은 수정성이 기록된 텍스트인데 그간 이상하게 국내에는 양사공기 편만 일부 알려졌을 뿐 태평광기의 기록은 번역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았습니다. 다음의 부분입니다 (태평광기 2권 중).

傑公曾經跟儒生們談到周圍四方的地理情況道:「東方到扶桑。扶桑的蠶有七八尺長,七寸粗,金黃色,一年四季不死。五月八日吐黃色絲,蠶絲分佈在枝條上,而不結繭。蠶絲像帽子上的裝飾物那樣脆弱,用扶桑木燃燒後的灰和在水裡煮過後,蠶絲就變得堅韌了,用四根細絲辮成的細繩,足能提動一鈞重的東西。蠶的卵像燕省卵那樣大,產在扶桑樹下面。把這樣的蠶卵帶到句麗國去,生出的蠶就變小了,就像中國的蠶那麼大。扶桑國的王宮裡有座水晶城方圓一里,天不亮水晶城就像白天一樣明亮,如果水晶城偶爾不見了,就會出現月蝕。向西而至西海,海中有島,方圓二百里,上面有大片的樹林,樹林裡生長的全是寶貴的樹木。島上住着萬餘戶人家,那裡的人都很手巧,能夠製造寶器,這就是所說的拂林國。海島的西北部有個大坑,大坑曲曲彎彎地有一千多尺深,扔下一塊肉去,就有鳥銜着寶石飛出來,大的寶石有五斤重,那個地方的人說這是色界天王的寶藏。중략 (원문출처- 링크).

언젠가 전문을 번역해보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후일로 미루고, 일단 중요한 부분을 조금만 보면, 굵은체로 표기한 부분이 '구려국(고구려)'그리고 '수정성'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扶桑國的王宮裡有座水晶城 이라는 부분으로, 이 구절을 보면 '부상국 (扶桑國)'의 왕궁내에 이 수정성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부상국'의 왕궁같은 모양의 수정성이란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양사공기의 단순히 1리라고 표기한 것과 달리 '方圓一里' 즉, 方圓이란 표현은 보통 각진 모양과 원형, 즉 모든 것을 뜻하는 바, 즉 이 건축의 전체면적이 1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성이 '매우 밝았음'은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구절로 '就會出現月蝕'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양사공기와 약간 다른 것이 '월식에 성이 출현한다'라는 뜻 같아, 뉘앙스의 차이가 보입니다.

부상국이라는 것은 (필자가 파악하는 바로는) 고대 중국에서 동쪽바닷속에 있다는 전설의 나라라고 합니다. 이 부상국을 한반도의 국가들 혹은 일본으로 보는 설이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앞의 '구려국(고구려)'라는 단어와 엮어서 표현하고 있는 부상국은 동급이 될 것 같습니다 (*고전번역을 잘하시는 분이 더 정확하게 알려주시면 수정합니다. 굵은체가 포함된 두줄을 모두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부상국에 대해 조금만 덧붙여보자면 양서(24사(史) 중의 하나로서 남조(南朝) 양나라의 사적(事蹟)을 기록한 사서)에 이런 기록이 있군요. '부상'이라는 열매가 많이 나서 부상국이라고 합니다.
東夷諸戎
동이제융  
東夷之國,朝鮮爲大,得箕子之化,其器物猶有禮樂雲。魏時,朝鮮以東馬韓、辰韓之屬,世通中國。自晉過江,泛海東使,有高句驪、百濟,而宋、齊間常通職貢。梁興,又有加焉。扶桑國,在昔未聞也。普通中,有道人稱自彼而至,其言元本尤悉,故並錄焉。
東夷의 [여러] 나라 중에서 朝鮮이 제일 강대하였는데, 箕子의 교화를 입어 그 文物이 禮樂에 합당하였다고 한다. 魏나라 때는 조선 동쪽의 馬韓·辰韓 등이 대대로 중국과 왕래하였다. 晋나라가 揚子江을 건너 간 후부터 바다를 건너온 동방의 사신으로는 高句驪·百濟 등이 있었는데, 宋·齊 시대에도 항시 직공(職貢)하였으며 梁나라가 흥기하자 더욱 빈번히 내왕하였다. 扶桑國이란 옛날에는 듣지 못하던 나라이다. 普通 연간(A.D.520~526; 高句麗 安藏王 2~8)에 그곳에서 왔다는 道人이 있었는데, 그의 말이 사리에 매우 합당하므로 함께 기록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태평광기의 11권에 다시 수정성의 기록이 나옵니다.

句麗國 蠶變小如中國蠶耳 其王宫内有水精城可方一里 天未曉而明如晝 城忽不見其月便蝕 

太平廣記 卷八十一

이 기록은 앞서 소개한 '양사공기'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句麗王宮內有水晶城可方一里 天未曉而明如晝 城忽不見月便蝕). 또한 부상국이란 단어가 빠집니다. 특히 '天未曉而明如晝城忽不見其月便蝕' 이 후반부 부분은 완벽히 일치합니다. 태평광기가 10세기에 당나라까지 떠돌던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설화집임을 생각해보면 7세기 양사공기의 기록이 이 11권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훨씬 자세한 2권의 내용은 다르지만). 중국측에서 이미 연구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만, 2권과 11권의 원문출전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로운 작업이 되겠습니다. 특히 2권의 출전이 매우 궁금합니다.


또 한가지, 뒤에 등장할 '불교'이야기와 관련해서 이 태평광기의 11권은 매우 중요한 단초를 던져줍니다. 바로 이 11권에만 등장하는 '수정성'의 다른 한자입니다. 水晶城이 아닌 水精城 이 단어를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어찌되었건, 이 태평광기에도 수정성이 등장하는데 그럼 이 텍스트의 성격이 역시 중요하겠죠. 태평광기 역시 설화문화집에 가까운 텍스트입니다. 이미 위에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책분류에 굵은체로 등장합니다. 앞문단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태평광기(太平廣記)는 송나라 태종(재위: 976년~997년)의 명으로 당나라대까지 중국 각지에 퍼져 있던 소설, 설화, 전기, 야사를 총 500권으로 엮어 편찬한 잡저입니다. 따라서 양사공기(7세기)가 약 300년정도 앞선 기록이 되겠지요.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성격이 다른 사료가 나와주거나 고고학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에는, 따라서 고구려의 수정성 기록은 (당연히) '야사'에 가까운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다만, 한가지 '가능성'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정성(水晶城)의 가능성

바로 '불교'와의 관련성입니다. 불교 경전인 증일아함경(增一阿含)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수정성은 환열천이요. 금성과 수정성 사이에 비루파차천왕이 귀신들을 거느리고 있고 수정성과 유리성사이에 비루륵천왕이 모든 가위귀신들을 거느리고 있고. 중략

증일아함경은 동진(東晉, 317년 ~ 420년)원년인 317년, 계빈국의 삼장(三藏) 상가데바가 최초로 번역한 불경입니다. '아함경'은 불교 초기의 경전들입니다. 

그럼 여기서 불교의 수정성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한번 살펴봅시다. 이전에 소개한 [오산설림초고]의 저자 오산 차천로의 오산집(五山集)은 정조대인 1791년 왕명에 의해 편찬된 시문집입니다. 차천로가 1556년에서 1615년 사람이니, 정조대에 그의 시문을 모아서 다시 간행한 것이지요. 이 차천로의 정토사(淨土寺) 중건을 위한 권선문이란 글에 '수정성'이 나옵니다. 다만, 이 수정성은 한자가 다릅니다 (水精城). 양사공기와 태평광기 2권의 수정성이 水晶城임에 반해 이 불교관련 수정성은 정할 정, 훌륭한 정자를 씁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보석 '수정'은 水晶으로 쓰지만, 불교에서는 이 같은 물질을 水精으로 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불경의 수정은 자주 이 한자를 씁니다. 아래 소개하는 수정도 모두 水精입니다.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바로 태평광기 11권의 기록에 이 한자를 쓰는 수정성水精城이 소개됩니다 (곤란하게도 필자가 관련지은 양사공기와 다른 한자라 이 두 텍스트의 연관관계가 혼란스럽게 되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권선문입니다:

대체로 들은 바에 의하면 백마(白馬)의 사찰은 중국에서 불경을 전하는 곳으로 알려졌고 청련(淸蓮)의 세계는 상방(上方)에서 불법을 연역하는 구역으로 열렸다. 범우(梵宇)와 임궁(琳宮)은 부처가 가르치는 힘이 나오고 금승(金繩)과 보벌(寶筏)은 널리 구제하는 방법을 계도하였다. 기수림(祇樹林)과 고독원(孤獨園)은 팔만 억만이고 유리경(琉璃境)과 수정성(水精城)은 삼천(三千)과 대천(大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 가운데 머무르지 않고 이 지역과 저 언덕으로 나눈 것이고 세상에서 떠나면 후과(後果)와 전인(前因)을 깨닫게 된다. 고해(苦海)를 건너 주는 자항(慈航)이 제세(濟世)가 아님이 없고 어두운 거리를 비춰 주는 지촉(智燭)이 모두 다 안선(安禪)이다. 36개 동천(洞天)에 금선(金仙)이 현신(現身)하고 72개 복지(福地)에 옥탑(玉塔)이 우뚝 섰다.

이 오산집이 인용하고 있는 [대루탄경]은 위에 소개한 '증일아함경'보다도 더 오래된 경서입니다. 서진(西晋)시대에 법립(法立)과 법거(法炬)가 290년에서 307년 사이에 낙양(洛陽)에서 번역한 정말 불교의 고대텍스트로 세계의 성립을 다루고 있어 일명 불교의 천지창조서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기록에 '수정'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도리천궁(忉利天宮)은 수미산 위에 있고, 도리천을 지나서 위에는 염천(焰天)이 있고, 염천을 지나서 도솔천(兜率天)이 있고, 도솔천을 지나서 위에는 니마라천(尼摩羅天)이 있고, 니마라천을 지나서 위에는 바라니밀화야월치천(波羅尼蜜和耶越致天)이 있고, 그것을 지나면 위에 범가이천(梵迦夷天)이 있다. 이 하늘을 지나서 위에 마천(魔天)이 있는데, 그 궁전의 너비와 길이는 24만 리이다. 궁의 벽은 일곱 겹이고, 난간도 일곱 겹이며, 교로[交露]도 일곱 겹이다. 일곱 겹의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둘레는 모두 7보인 금·은· 수정·유리·마노·붉은 진주와 차거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미묘하고 좋다.

금으로 만들어진 벽에는 은으로 만든 문이 있고, 은의 벽에는 금 문이 있고, 유리 벽에는 수정水精 문이 있고, 수정 벽에는 유리 문이 있다. 붉은 진주 벽에는 마노 문이 있고, 마노 벽에는 붉은 진주의 문이 있으며, 차거의 벽에는 온갖 보배로 만들어진 문이 달려 있는데, 무늬와 그림이 미묘하고 보기 좋다.
모두가 7보로 만들어졌으니, 금 난간과 금 기둥과 들보에는 은 도리가 있고, 은 난간과 은 기둥과 들보에는 금 도리가 있으며, 유리 난간과 유리 기둥과 들보에는 수정 도리가 있고, 수정 난간과 수정 기둥과 들보에는 유리 도리가 있다. 붉은 진주 난간과 붉은 진주 기둥과 들보에는 마노 도리가 있고, 마노 난간과 마노 기둥과 들보에는 붉은 진주 도리가 있으며, 차거 난간과 차거 기둥과 들보에는 온갖 미묘한 보배의 도리가 만들어져 있다. 금교로에는 은이 드리워졌고, 은 교로에는 금이 드리워졌으며, 유리 교로에는 수정이 드리워졌고, 수정 교로에는 유리가 드리워졌고, 붉은 진주 교로에는 마노가 드리워졌고, 마노 교로에는 붉은 진주 교로가 드리워졌고, 차거 교로에는 온갖 보배가 드리워져 있다.

금 나무에는 금 뿌리와 금 줄기에 은으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고, 은 나무에는 은 뿌리와 은 줄기에 금으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다. 유리 나무에는 유리 뿌리와 유리 줄기에 수정으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고, 수정 나무에는 수정 뿌리와 수정 줄기에 유리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다. 붉은 진주 나무에는 붉은 진주 뿌리와 줄기에 마노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고, 마노 나무에는 마노 뿌리와 줄기에 붉은 진주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다. 차거 나무에는 차거 뿌리와 줄기에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가 달려 있으니, 색깔과 그림이 아름답고 좋으며, 모두가 금·은·유리·수정·붉은 진주·차거와 마노의 7보로 이루어져 있다. 중략.

따라서 이 수정성의 기록은 고구려때 불교의 전성기를 비유하는 텍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도 두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1) 말 그대로 불교가 왕성했던 고구려 왕성에 대한 비유, 2) 혹은 정말 불국을 꿈꾸던 당대 고구려에서 수정성을 건축으로 (예컨대 마천궁) 만들어 '종교적'상징으로 삼은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리는 안되겠지만). 그리고 만약 이렇게 건물을 지었다면 그 모양은 위의 모습을 담고 있을지도...

모든 건 가정이고 상상이지만, 아무튼 매우 재미하고 기이한 기록임에도, 우리 사회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컨텐츠입니다. 모쪼록 더욱 많이 알려져서 여러 문화컨텐츠로 발전하면 좋겠군요.

======
사족:
개인적으로 이 수정성에 대해 알게 된것은 오래전 기이한 이야기를 잘 정리해두신 게렉터님의 블로그에서였습니다만, 임하필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조금더 실증적으로 다가가보려 했습니다. 이 좋은 소재가 여러 매체에서 활발하게 쓰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용만의 수정성에 대한 고찰: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jdals124&logNo=6012247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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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슈타인호프 2014/03/31 07:21 #

    부상국에 대해서는 멕시코라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역사관심 2014/03/31 08:42 #

    무려 멕시코..신기하네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진냥 2014/03/31 07:50 #

    불국사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삼국시대는 불교 세계를 지상에 구현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로망이 끓어오르는군요~!
  • 역사관심 2014/03/31 08:43 #

    물론 저 가정은 완전히 저의 개인적인 추정일뿐이지만, 님의 말씀대로 불교가 국교였던 시절은 이데올로기자체였으니 현대의 종교개념과는 완전히 달랐으리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로망이 끓습니다 이런 기록은..ㅎㅎ
  • bergi10 2014/03/31 08:46 #

    오... 신기하네요.
    태평광기 같은 책들은 언제나 번역이 되려나요....
  • 역사관심 2014/03/31 08:51 #

    무려 500권이라;;; 한국관련부분만 국내학자들이 파고들어서 한권으로라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 번역번역 2014/03/31 12:48 # 삭제

    왼역 되어있습니다! 20권이 넘는 거질로, 대사업이었을텐데 존재 자체를 몰라주시니 역자분은 슬프시겠어요~ ㅠㅠ 많이 구입해드리길.... 참고로 위에 인용하신 태평광기는 원문이 아니고 현대어역인듯 하네요
  • bergi10 2014/03/31 12:53 #

    아... 있군요!!

    헌데.... 2권과 11권은 절판.... ㅠㅠ

    좀 꼼꼼히 찾아서 구해봐야겠군요
  • 역사관심 2014/03/31 15:19 #

    오 그렇군요. -_-;; 설마 태평광기가 번역되어 있을줄은 생각도 못하고 찾아볼 생각도 안했군요. 2권은 한번 구입해봐야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bergi10님> 제가 태평광기 전질을 검색한 것은 아닌지라, 2-11권외에도 수정성 이야기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bergi10 2014/03/31 15:52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635600

    알라딘에서 2권 11권 판매하네요.
    저도 이번에 구입을 해봐야겠습니다.

    되게 흥미로운 소재네요 ㅎ
  • 역사관심 2014/03/31 15:58 #

    저도 찜해둬야겠습니다. 정보 고맙습니다.
  • ㅇㅇ 2014/03/31 10:07 # 삭제

    일단 부상이란 호칭은 시대별 그리고 누구를 중심으로 보느냐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동이란 호칭과도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중국에서 바라본 동이 그리고 고구려에서 바라본 동이 이런것처럼요. 그리고 규염객전은 이미 논란은 분분하지만 연개소문과의 관련성이 예전부터 많이 언급되어 있죠. 그리고 부여국 지칭한 것도 물론 부여와 고구려는 다른 나라이지만 북부여 동부여 고구려를 뭉뚱그려 표현하기도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연개소문 자체가 정치가나 무인 이미지 말고도 실제 학자적 이미지도 상당했다고 하니,, 유명한 병법서인 김해병서 저작자로도 유명하죠.고려말까지 장수들 필독서였다니 뭐,, 마지막으로 수정성(?) 같은 경우 그것이 실제 건물 크기이고 규모도 기록 그대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정이라면 표현 자체가 은유적인 것이 아니고 실제 그것일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긴 합니다. 적당한 비교가 될진 모르겠지만 어떤 조경장치 혹은 과학장치등으로 실제 자연의 모습 예를들어 거대한산이라던가 큰 숲 이런걸 오늘날로 치면 마치 디오라마 같은 걸로 재현한 게 이미 고구려 발해 그리고 근세조선전기까지도 이어져 왔지 않습니까? 수정성도 그렇게 이해하는게 개인적으론 맞는것 같네요. 크기 규모를 떠나서 실제 그런게 존재했다고 보는게..
  • 역사관심 2014/03/31 15:29 #

    그렇군요. 부상국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는데 한번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 여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해병서도 어디서 언뜻 이름만 들었던 기억이 가물합니다. 말씀대로 의외로 디오라마같은게 전근대에 많이 쓰이긴 했더군요. 연산군대의 유배보낸 신하들 마네킹 (경회루 앞 수미산)부터 시작해서... 그러고보니 신라인가 백제의 아주 정교한 기계장치같은 불국토를 형상화한 조각기록이 생각나는군요..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
  • 역사관심 2014/03/31 15:30 #

    기억이 났습니다. 삼국유사의 '만불산' 기계장치입니다 (언제 한번 다뤄보려 했습니다만 말이 나온 김에 조만간 한번 소개해보고 싶군요) http://osj1952.com.ne.kr/interpretation/samgugusa/dl/075.htm
  • Real 2014/03/31 13:35 #

    수정성이 있었다라는 기준과 고구려 말기 약탈당하여 파괴되었다라는 기준으로 간다면..
    이런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 고구려의 경제력이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부강했을 가능성.

    수정같은 가공물질을 대량구매하여 활용할수 있었다면 이건 충분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니까요.

    2. 고구려의 금속및 화학공업 수준에 평가 상향평가.

    아시다시피 저런 물질가공을 하려면 고도의 기술필요가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 고구려의 기술인력이 대량확보되어있는점.

    수정궁을 지을정도면 일반 잡부가 아니라 당연히 숙련된 기술인력이 필요하다는 점..

    요 3가지에 대한 평가가 나올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역사관심 2014/03/31 15:32 #

    말씀 감사합니다. 언급한대로 양사공기나 태평광기가 모두 설화에 기반한 정사류가 아닌지라, 어디까지나 현재로썬 이야기에 불과한 기록입니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자체가 제가 짚어본 대로 불교의 융성이라든가 간접적으로 말씀하신 경제력과 관련된 하나의 비유는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런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었다는 것 나름의 의미를 찾아볼순 있겠죠. 우선 북한쪽 자료가 워낙 미흡한지라 연구가 더 필요해보이네요 (다른 사료의 발견이라든가 고고학적 성과라든가 혹은 이러한 기록자체에 대한 의미연구라든가).

    아무튼 문화컨텐츠로 우선 자주 쓰이면 좋겠습니다. =)
  • 2014/03/31 14:0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3/31 15: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은열공 2014/04/01 00:14 # 삭제

    고구려의 수정궁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 얼핏 들은것 같은데 제 개인 생각으로는, 수정이나 보석으로 외부를 치장하였고 그것을 좀 포장하여서 수정성으로 부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로 수정으로 빛을 발할 정도로, 그것도 큰 규모의 성을 쌓아야 한다면 당대 건축기술과 세공기술이 엄청난 수준이어야 하고 그 많은 수정을 조달하는 장소가 근처에 있었어야 합니다.
  • 역사관심 2014/04/01 01:38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야기일뿐이지만 '만약 실존했다면' 아마도 외벽만을 수정이나 유리등으로 장식했으리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 에레메스 2014/04/06 11:50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역사관심 2014/04/06 12:07 #

    에메레스님>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 행인 2015/04/30 03:37 # 삭제

    우연히 들렀는데 너무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역사관심 2015/04/30 11:11 #

    반갑습니다. 자주 들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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