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요괴담- 고관대면과 홍난삼녀 (용천담적기 중) 설화 야담 지괴류

김안로(金安老,1481~1537)가 쓴 [용천담적기]에 같은 시대의 인물 성현(成俔, 1439년∼1504년)의 경험담으로 이런 이야기가 전합니다 (즉 조선 전기의 이야기입니다).

고관대면 高冠大面
내 외삼촌 안공(安公)은 성질이 엄하고 굳세었다. 남의 것을 범하는 법이 없어 관리들은 두려워하고 백성들은 따랐다. 는 도깨비의 형상을 잘 보았는데 임천 군수로 있을 때 관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데, 사냥개가 울안의 큰 나무를 보고 돌연 짖어댔다. 

공이 돌아보니 어떤 괴물이 문득 있는데 고관대면(高冠大面)의 형상으로 나무에 기대 서 있다가 안공이 뚫어져라 노려보니 점점 사라져 버렸다.

홍난삼녀 紅襴衫
흐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아이종에게 촛불을 들게 하고 변소로 가는데, 대나무 숲속에 한 여자가 붉은 난삼(襴衫)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앉아 있었다. 이를 괴이하게 여겨 공이 곧장 다가갔다. 그러자 여자는 담을 훌쩍 넘어 달아났다. 

고을 사람들이 그 숲을 도깨비 숲이라고 버려두었다. 공은 민간의 음사를 모두 헐고 귀신이 있다는 우물도 메워버렸는데, 우물속에서 소 우는 소리같은 것이 사흘동안이나 들렸다.


짚을 점들
'고관대면'은 이미 게렉터님의 블로그등에서 몇 번 다룬 바가 있지만, 원문을 본 일은 처음이었고, 또한 붉은 난삼의 여자귀신 이야기는 처음 보는 이야기인지라 소개합니다. 성현은 공식적으로는 '악학궤범'의 저자로 유명하고, 문화컨텐츠로는 역시 '용재총화'로 유명한 중요한 문인입니다. 이분은 참고로 개성으로 유호인과 같이 여행을 떠나 연복사 5층탑에 오른 시를 남겨 여러 방면으로 한국의 문화사에 업적이 큰 분입니다.

예전에 성현이 직접 본 산골짜기의 '거대 귀신'도 소개한 바 있지요 (용재총화 중)
귀신과 대면한 경험 (성현, 용재총화)

우선 '고관대면'이란 뜻은 한자로 높은 관을 쓴 큰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즉 저 요괴는 얼굴만 둥둥 떠있는 존재인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셋트로 붙어 있습니다 (사실 하나가 더 붙어있지만 문맥상 다음에 소개). 

我外舅安公。性正直嚴毅。歷任十二州縣。秋毫莫犯。吏畏民懷。又能善視鬼形。嘗守林川。一日與隣官飮宴。有獵狗向苑中大樹吠不已。公顧視之。有怪物高冠大面倚樹而立。熟視之。漸漸而滅。

又一日天陰雨濕。公如廁。小僮奉燭前導。竹林中有。荷紅襴袗被髮而坐。公直向前去。女踰墻走。又其俗尙鬼。入住公衙者相繼死。州人棄爲鬼藪。公始至欲入。州人垂泣止之。公不聽。凡民間淫祠。皆焚而毀之。衙南有古井。州人謂神物在其中。爭聚祈福。公命塞之。井如牛吼者三日

고관대면이 '倚樹而立' 즉, 나무에 기대고 서 있었다 라는 뜻이지요. 따라서 얼굴이 큰 귀신이긴 하지만 몸체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성현의 외삼촌 안공'이라는 사람의 존재입니다. 이 분은 나중기회에 소개하겠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도깨비 불'로 돌진해 퇴치한 경력도 있는 분으로, 실존인물입니다. 이름은 안 부윤(安府尹)으로 이분은 고려중기~후기 대학자 안향(安珦)의 후예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참 흥미로운 것이 지괴류를 엄청 혐오하던 '유학, 주자학'의 선구자였던 안향의 후예가 이러한 귀신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란 것이지요. 또한 엊그제 소개한 '임방'의 '두억신(두억시니)' (머리를 누르는 귀신)의 그 임방 역시 철저한 정주학 유학자였습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괴랄한 이야기를 엄격히 규제하고 혐오하던 주자학자들 역시 공식적인 문맥과 상관없을 시에는 이렇게 지괴류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즐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두번째 이야기인 홍난삼녀에 나오는 '난삼'이란 옷은 어떤 옷일까요. "난삼(襴衫, 幱衫)은 삼가(三加)에서 관자(冠者)가 입는 겉옷이다. 원래 난삼이란 생원(生員)이나 진사(進士)에 합격한 사람이 입던 예복이다. 녹색이나 검은 빛의 단령(團領)에 각기 같은 색의 선을 둘렀다. 삼가례(三加禮)에서 난삼을 입는 것은 어른의 예복을 입어 예(禮)를 깨닫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출처-유교넷)"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전형적인 '남자 유생관리' 의복으로 색깔도 녹색이나 검은빛의 단령 (관복)입니다. 색감도 녹색 기본에 검은 색 띠를 두릅니다.

이러하니 왜 성현선생의 외삼촌인 안부윤선생이 저 '붉은 난삼'의 '여자'를 보고 괴이하게 여겨 다가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상한 모습인거죠. 또한 우물을 메워버리자 사흘동안 소가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는 대목은 오싹합니다.

이런 글을 볼때면 여러 매체에서 잘 활용되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핑백

덧글

  • ㅇㅇ 2014/04/07 11:46 # 삭제

    안향이라면 고려 말기라기 보다는 고려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이제현이나 이색이 고려 말기와 시대적으로 맞죠
  • 역사관심 2014/04/07 12:02 #

    하긴 그렇군요. 13세기후반이니...^^
  • 아빠늑대 2014/04/07 18:52 #

    얼라? 사진의 저 의복은 뭐죠? 어디서 찍은건지 알고 싶어요. 직접 보고 싶네요.
  • 2014/04/07 22:4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9 대표이글루_음악

2018 대표이글루_history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2014 대표이글루

마우스오른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