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그머티즘 中 (제임스, 퍼스, 로티 (이유선 2006))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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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가 우리 경험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관념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경험의 다른 부분과 만족할 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한에서만 참이 된다.
- 윌리엄 제임스, 프래그머티즘

제임스가 이 구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다. 우리가 어떤 관념을 가지게 되면 그 관념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기대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험을 하게 만들 때만이 그 관념은 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이아몬드가 단단하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념을 가지고 유리를 자르기 위해 다이아몬드 칼을 대고 그었을 때 유리가 생각대로 잘라진다면, 우리는 다이아 몬드에 대한 참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퍼스가 진리를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반면, 제임스는 우리의 경험들 속에서 진리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제임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참된 신념이 우리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는가 하는 점이다. ... 제임스는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로 실생활에서 어떤 식으로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입증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가지고 있는 현금가치가 돈을 만드는데 들어간 값어치와 상관없듯이, 어떤 지식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지식이냐 아니냐는 것은 그 지식이 객관적인 세계의 진리를 말해주느냐 아니냐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즉 현금가치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다.

퍼스는 "어떤 것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그것의 감각 가능한 결과들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강아지가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감각 가능한 어떤 결과들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픈 하나하나의 개별현상) 사실들에 대한 관념을 떠나서 강아지가 아프다는 것에 대한 관념을 가질 방법은 없다.

퍼스가 말하는 과학적 방법은 이렇게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관념을 갖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퍼스가 참된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은 실재하는 사물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계없이 존재하는 객관적인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참된 믿음을 갖게 한다.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믿음은 탐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잘못되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로티는 언어에 어떤 고정된 의미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언어를 신비화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카르납의 생각은 어떤 언어는 대상에 의해서 그 의미가 정해지고 어떤 언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로티는 대상에 의해서 그 의미가 정해지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 눈 앞에 컵이 놓여 있다고 하자. 우리는 그것을 컵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그것을 컵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컵이 우리에게 컵이라고 부르라고 시켰을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처음에 컵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고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면서 그것은 컵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정서적인 표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이 그 표현을 공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아름답다는 표현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이렇게 언어란 사람들이 사용함으로써 그 의미가 정해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것은 로티가 언어를 철저하게 역사적인 산물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즉 다윈주의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언어라는 도구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언어는 철저히 역사적인 인간의 창작물이며, 다른 모든것과 마찬가지로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언어가 어떤 대상을 특별히 지시한다는 설정은 그와 같은 언어의 역사적인 우연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언어에 대한 로티의 이런 관점은 언어를 넘어선 사실, 곧 언어를 초월한 진리에 대해서 우리가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언어에 갖혀있기 때문에 결코 언어를 뛰어넘어 사실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관념론적 주장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로티는 세계가 우리의 인식이나 언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로티가 부정하는 것은 그렇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진리가 우리의 인식이나 언어와 무관하게 주장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로티는 진리와 세계를 분리시키고 있다. 세계는 저 바깥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진리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객관적으로, 궁극적으로 서술될 수 있는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들은 끊임없이 재서술됨으로써 좋게 보이기도 하고 나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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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
이유선, 2006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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