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시대미상 민화- 현무의 다양한 생김새 (활용방안) 역사전통마

작년에 해외옥션사이트에서 발견한 한국의 고민화입니다. Unkown era라고 되어있어 어느시대의 그림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국내의 많은 '현무'그림과 달리 그 채색이 굉장히 화려해서 항상 마음에 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림이 좀 이상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무와 좀 다르죠? (고지라 상대역으로 나와도 무방한 모습입니다).

각 그림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해외 떠도는 시대미상 현무 민화 (뱀은 목에 노란색으로 감겨있음)- 그림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우리 인식에 현무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보통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현무는 중앙박물관에도 모사도로 전시중인 강서대묘 고구려 현무죠. 그래서 '현무'하면 이런 모습들을 보통 많이 생각하실 겁니다. 뱀과 거북이 얽혀있고 다리 역시 늘씬하고 긴 생명체.
강서대묘는 6세기후반-7세기초반

그런데 7세기중엽 역시 고구려의 강서중묘에서의 현무는 이런 모습입니다. 이건 거의 네발짐승에 거북등딱지와 뱀이 얽혀있는 모습이죠. 전대의 '유려한 파충류 현무' 이미지보다는 뭔가 강한 네발짐승의 느낌입니다.
강서중묘 현무 (7세기중반)

그래서 이런 설명이 붙었군요. 문화컨텐츠 닷컴측의 설명. "등에는 귀갑무늬가 있지만, 다리는 네발달린 짐승이라 어색한 감을 준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보시면 알겠지만, 이게 결코 어색한 Outlier격 모습은 아닙니다. 네발 짐승형태 현무는 꽤 많이 있습니다). 현무의 뜻은 현(玄)은 검은색을 뜻하고 무(武)는 거북의 딱딱한 갑의(甲衣)와 뱀의 날카로운 이를 뜻합니다.

현무는 중국의 '하왕조' (기원전 21-17세기?)에서 탄생한 것으로 중국에선 여기더군요. 그럼 중국의 오래된 현무의 모습을 한번 볼까요? 고대 중국의 와당에 새겨져 있는 현무입니다. 
다리가 매우 짧고, 파충류형태에 가까워 보입니다 (거의 거북이 +뱀). 요놈을 더 선명하게 중국인들이 만든 그림이 다음입니다. 
따라서 고구려벽화들에 나오는 현무는 원래의 현무에서 조금더 예술적으로 혹은 개성을 살려 그린 녀석들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강서대묘 (7세기)이전에는 고구려에서도 저런 형식의 원초적 현무가 있거든요. 5세기말의 호남리 사신무덤에 등장하는 현무입니다.
호남리 고구려고분벽화- 현무도 (5세기말~6세기초)

중국집안시의 통구사신총에 나오는 현무는 채색과 보존면에서 최고수준입니다. 여기도 비슷한 현무가 나오죠. 이 무덤은 6세기초보다는 이후로 추정합니다. 마치 조선시대 불화와 같이 생생합니다.

통구사신총 고구려벽화- 현무도 (6세기이후)

그런데 시대별로 다양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은 호남리고분과 같은 시기의 덕화리 1호분에서도 '네발 짐승'류 현무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마치 들개같은 모습에 커다란 뱀이 앞뒤로 얽혀있는 모습이죠.
덕화리 1호분 현무

더 앞선 시기 (5세기초)로 추정되는 약수리벽화고분에서도 네발짐승추정 현무가 나옵니다.
약수리벽화고분- 주인옆을 지키는 현무 (5세기초)

그럼 고려시대의 현무도 있었을까요? 분명 있을 터인데 확인할 수 가 없는 대신, 고려가 문을 닫고 약 50년후 사망한, 강릉 원주의 15세기 (1435년사망) 노회신 묘에 현무가 한점 있습니다. 뱀이 안보이죠. 대신 입에서 나오는 꽃송이 형태의 무엇이 인상적. 개인적으로 고려대의 현무는 아마 북한지역에 있을 것 같습니다.

15세기 조선극초기 현무

그러한 시대별 현무의 모습에서 전통문화라는 것의 변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선중기이후로 가면 이런 모습도 나옵니다.
쥐인지 토끼인지 얼굴을 가진 현무.

후기로 갈수록 더 다양성(엉망)이 살아나는데, 조선후기 1915년추정 정읍 진산재 영모재 저택의 대문에 그려진 현무는 아예 뱀이 없고 거북에 대놓고 용머리입니다.
영무재 대문 현무

사실 이런 모습의 현무를 (용머리) '신구(퇴마견 신구한자가 아니라 '귀'짜)라고도 한다는데, 확실한 분류가 있는건지 대충들 부르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런 모습들이죠.
그럼 '공식적인 조선시대' 현무의 모습이 있었을까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식문서인 경종의 1731년 선의왕후의릉산릉도감의궤에 사신도가 그려져 있어 그 모습을 유추케 합니다. 역시 중국의 현무와 비슷한 모양이죠. 참고로 백호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은 예전에 소개한 17세기 어유봉의 삽살이 그림과 매우 비슷한 패턴이라 눈이 갑니다 (신구와 삽살개)
이러한 형태가 조선중기의 꽤 오랜기간 공식 현무모습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같은 녀석이 다른 의궤인 장릉봉릉도감의궤(莊陵奉陵都監儀軌) 에서도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1699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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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민화제작자로 유명한 '송창수화백'의 민화에 바로 필자가 발견한 현무와 똑같은 버젼이 있다는 점입니다. 맨 앞 그림과 비교해 보시죠 (정확히 같은 그림이죠).

송창수화백 현무

이 그림을 송화백이 그렸다면 처음에 소개한 필자가 찾은 해외 옥션사이트의 저 그림을 보았던 걸까요? 아니면 이 그림도 보존상태가 좋은 민화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이런 형태의 민화가 당대에 유행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그럼 이 '민화'의 시대는 언제일까요? 나름대로 찾은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홍릉천봉산릉주감의궤(洪陵遷奉山陵主監儀軌)에 등장하는 녀석입니다. 뱀의 모습이 거의 똑같고 이 녀석이 한발을 들고 서면 민화의 현무와 거의 같아보입니다. 좀 다르긴 하지만 꼬리가 세갈래도 이 두 녀석밖에 없죠. 그럼 이건 언제 그림이냐, 1919년입니다. 따라서 필자가 발견한 민화는 19세기말-20세기초의 민화가 아닐까요? 그리고 조선말기의 많은 현무는 이런 형태임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까 보신것처럼 비슷한 시기의 영무재 대문 현무같은 변형도 있지만요).
홍릉천봉산릉주감의궤 (1919)

21세기의 현무는? 이렇군요 (물론 여러 모습중 하나). 각 시대별 현무를 잘 조합한 모습입니다. 
(출처- http://showgus.egloos.com/v/4551526)

현무만 해도 시대별로, 그리고 동시대에도 여러 모습이 공존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서 가시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서라든가 DB가 제작되면 좋겠네요.

그럼 창작자들도 더 쉽게 시대별 상상수들을 각 시대별로 그 시대물을 그릴 때 가져다 쓸수도 있고, 시대와 관계없이 구미에 맞는 모델을 (개인적으론 강서중묘의 네발느낌 현무를 보고 싶은) 가져다 쓸 수도 있겠지요.

덧글

  • Nocchii 2014/08/12 09:04 #

    현대의 현무도 나름 매력있네요
    게임 케릭터로 바로 튀어나와도 될 듯 합니다 ^^
  • 역사관심 2014/08/12 09:21 #

    동감입니다 :)
  • 존다리안 2014/08/12 09:32 #

    21세기판 현무는 몬스터 헌터에 나올 법한 모습이군요.
  • 역사관심 2014/08/12 09:41 #

    그대로 써도 되겠습니다. ㅎㅎ
  • 迪倫 2014/08/12 09:34 #

    프랑스 괴수 타라스크와 왠지 비슷한 느낌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Tarasque
    타라스크는 머리가 약간 사자에 더 가깝게 묘사되지만 원래 오리지널 중세 버전은 파충류형이어서.... 전통 괴수 재미있습니다!
  • 역사관심 2014/08/12 09:43 #

    이거 진짜 흥미롭네요. 프랑스에도 거북등딱지 상상수가 있었다는건 전혀 몰랐습니다!
  • Cheese_fry 2014/08/12 10:37 #

    강서대묘 현무는 정말 볼 때마다 그 기운에 오싹해요.
    조선 중기-후기로 올수록 점점 머리가 용머리 비슷하게 되어가네요. 전 어쩐지 거북선 생각이 났습니다.
  • 역사관심 2014/08/12 10:38 #

    ㅎㅎ 그러네요. 강서대묘는 주작도 정말이지 날아갈 것 같죠. 최고급 예술들...
  • ㅇㅇ 2014/08/12 11:39 # 삭제

    한국 현무의 경우 후대로 갈수록 민화 혹은 만화 스럽게 변했네요

    저런 경향이 단지 현무만 그런게 아니고

    전반적인 그림이나 조형물 기타 부조, 조각 , 대형건축물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걸두고 한쪽에서는 조형미의 퇴보 혹은 외국유행의 유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형태 변화등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 같은데

    갠적으로는 민화 혹은 만화스럽게 한국 전통 예술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한거

    특히 조선시대 후기에 그닥 맘에 들지는 않더군요

    단순히 불상만 봐도 조선후기 스타일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4/08/12 13:35 #

    사실 저도 후기민화를 좋아하는 편은 솔직히 아닙니다. 다만, 종교적인 색채가 많이 빠지면서, 산수화위주의 그림으로 흐르고, 또한 조선대에는 그림보다 글이라는 매체를 더 위에 놓던 분위기에서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나타날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도 합니다.
    다만, 강서묘들의 경우는 당시 분위기에서 총력을 다해 그린 그림들인 반면 조선중기 이후의 민화는 말그대로 일반인들이 그린 그림이란 점도 참고해야겠지요..
  • ㅇㅇ 2014/08/12 14:17 # 삭제

    한국이 먼저고 중국이 변용한 걸 수 있죠 ^^
  • 역사관심 2014/08/14 01:02 #

    그럴수도 있겠네요. 사실 이주제는 예전부터 마음에 있던 것인데 잊고 지냈습니다 ㅎㅎ
  • Esperos 2014/08/12 14:33 #

    예전에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현무에서 '무' 자가 정확히 왜 붙었는지는 상당히 의견이 갈리더군요. 현무 7수에 속하는 별자리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고대에는 다른 이름이었는데 비슷한, 혹은 같은 발음인 武로 기록돼 전해졌다는 설도 있고, 혹은 거북이의 등껍질이 장수를 연상케 해서 붙였다는 설도 있고. 사신 중에서도 유독 현무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더군요. ㅎㅎ
  • 역사관심 2014/08/14 01:04 #

    오 그런가요.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현무란 녀석이 유일하게 다른 사신과 달리 좀 복잡한 녀석이죠 ^^
  • K I T V S 2014/08/14 12:00 #

    영무재 대문의 현무는 완전 노없고 등가시 없는 거북선이네요;; ㅋㅋㅋ
  • 역사관심 2014/08/14 12:05 #

    ㅎㅎ 그렇네요 정말.
  • 잭설차 2015/04/01 00:34 # 삭제

    신구와 현무
    신구에 가까운 현무라 할수있을듯 합니다..
    꼬리가 세갈래인것도있고, 붙처럼생긴것도있고,
    머리가 용처럼생긴것도있ㄱᆢ..
  • 역사관심 2015/08/21 13:05 #

    다양하죠. 워낙 오래된 놈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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