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현재 국내에 (국외포함) 알려진 고려시대 그림은 대부분이 '불화'입니다 (그나마 대부분이 일본에 있죠). 그외 수묵화는 말그대로 '전무'합니다. 상황이 이러해서 작년 3월에 이동천박사가 공개한 '독화로사도'가 큰 관심을 끈 바 있습니다 (링크뉴스- 고려시대 수묵화 첫발견). 참고로 이 그림의 시대검증은 아직 결정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고서옥션사이트에서 꽤 흥미로운 그림들을 발견했습니다. 아래의 그림들입니다.

이 그림은 일본에서 제작된 古高麗美苑, 즉 고고려미원이란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1900년에 간행된 것으로 책 제목은 '옛 고려의 아름다운 동산'이란 뜻 정도가 되는데, 책의 대부분은 아마도 고려시대의 도자기들을 정리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1900년이면 19세기의 마지막 해로 아직 을사조약(1905)도 5년이나 남은 시기입니다 (* 수정: 추가정보로 이 책의 원래 편찬연대는 1897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서옥션측의 오류거나 추가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록 표지 [고고려미원]

책 서문 (추정)

말씀드린 것과 같이 대부분 고려시대의 자기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해외반출 문화재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향로는 중앙박물관의 국보 65호, 12세기 기린장식 청자향로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것이 국보 65호 기린청자향로입니다. 이것 역시 1911년에 국내에서 구입한 것으로 시기가 이 책의 출간년도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턱수염이나 머리위 촉수등의 생김새가 미묘하게 차이나죠.

특이한 형태의 고려청자도 보입니다 (연화문표형주자의 본체만 떼어 놓은 것 같은).

1900년에 발간된 책치고는 (많은 일본고서적이 그렇듯)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고화에 관심이 많습니다만, 전문가적 소양이 부족한 관계로 오늘 발견한 그림들이 고려시대의 그림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도록의 성격자체가 '고 고려'라는 제목을 담고 있으며, 내용 역시 고려시대의 문화재들을 담고 있으므로 이 세점의 그림들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고려시대의 수묵화가 우리에겐 한점이라도 너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첫 그림은 추정 남녀로 보이는 인물화. 의복이 명확히 표현되어 있어 시대추정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그림은 인물화로 얼굴표정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의복역시 화려합니다. 칼을 잡고 있는 모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허리춤에 무언가를 차고 있고 배부분에 문양도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그림은 새가 휘어진 나무가지에 사뿐하게 앉아 노래하는 모습의 회화로, 이러한 양식을 토대로 시대추정이 가능해 보입니다.

미술사 (특히 동양고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고견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한 그림과 사진은 도록의 극히 일부소개입니다. 따라서 필자도 전체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이 책에 대한 문화재청등의 면밀한 전반적 검토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덧글
http://m.blog.daum.net/booheum/208 19세기말 한성의 일본 공사관에 3년 근무했다는 山吉米溪라는 사람이 수집해서 가져간 후 도록을 만든 것이군요. 일단 도자기는 고려청자들인데 그림에 대한 자료는 더 찾기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八大山人의 그림은 명, 청 시대에 그려진 위작도 많으므로 진작인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유명화가의 그림을 소장한 수집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 조선에서 발견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8C%94%EB%8C%80%EC%82%B0%EC%9D%B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