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당사주의 뿔달린 도깨비-요괴들 (2) 역사전통마

어제 당사주(당사쥬)에 등장하는 양각 도깨비로 추정되는 괴물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인상적인 녀석이라 먼저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은 또다른 당사주의 뿔 달린 요괴 (귀신 혹은 도깨비)를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가장 인상적인 녀석으로 근대화된 남자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도깨비 혹은 요괴입니다. 
양각도깨비-귀신
이 당사주의 연대를 파악해 볼수 있는 근거는 역시 두 가지. 앞선 포스팅처럼 '한글의 형태'와 '등장하는 인물'일 것입니다. 우선, 한글의 형태는 이전 포스팅의 그것보다 더 예전 형태로 보입니다. 우선 '아래 아'자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고전한글인 '아래 아 (점 찍는 형태)'는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발표하면서, 고유어의 아래아는 표기상으로도 폐지되었고, 한자어의 아래아는 그대로 남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저서에서는 한자어가 아니라 고유어에 이 글자가 자주 보입니다.

아래 그림은 '이사람은 배암과 개를 조심하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하고파', 하리다' 등에 아래 아자가 많이 쓰입니다.
다음으로는 여기 등장하는 '근대화'된 모습의 학생같은 인물들입니다. 

우선 머리모양은 단정한 단발이며, 옷 역시 서구화되어 있습니다. 단발령이 1895년과 1900년에 걸쳐 공포되었으므로 이 그림은 당연히 1900년이후의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저런 교복을 입는 것은 1910년대이후부터로 추정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대한민보'시절, 즉 1908-1909년의 것과 비슷합니다 (가르마도 비슷하죠). 또한 한글의 글자체도 당시 유행하던 체입니다.
1909년 6월 20일 (대한민보 삽화, 고만자고 어서깨라)
위 양각귀신 그림이 들어있는 당사주 표지
현재의 판단으로는 이 당사주는 1910년에서 1920년대초사이의 것이 아닐까 우선 추정해 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인 요괴이외에도 또하나의 뿔 달린 괴물이 나옵니다. 아래의 그림입니다.
잘 안보이죠. 확대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잘 보면 위의 표지에 가까운 그림의 도깨비와 유사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 머리'위에 손을 얹고 있다는 형태입니다. 앞선 그림에서는 '육교'라는 한자가 써있고, 아래는 '단명살' 즉, 저 요괴에 의해 단명할 수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악귀'입니다. 사실 처음 그림의 설명부분에 '귀신'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사람은 자손수는 있으나 악한 귀신이 잡아가니 불전에 유공하고 매년 생일에 제살독경한 즉 길하리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저서의 그림들이 설사 1910년부터의 일제강점기의 그림들이라 해도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극초기의 '조선 대중'들의 책, 즉 일본인들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펴낸 교과서나 대중교화서가 아니라, 조선 후기 내내 전해지던 서민문화 저서인 '매우 자발적'인 점치는 책인 당사주에 이러한 요괴 모습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일제가 문화교화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1919년부터라 해도, 예를 들어 '오니'의 뿔달린 모습이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도 아니고 일반대중들의 뇌리에 고착되는 것은 지금 생각보다 오래 걸렸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그리 무리한 추측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당사주에 나오는 양각도깨비의 모습은 찬찬히 연대를 추정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가지 문득 떠오르는 가능성은 '오니'의 모습을 일제가 주입시켰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우리 민간에 전해오는 한 형태의 '양각'도깨비류 인식과 맞아떨어진 오니의 모습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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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된 또 다른 뿔 달린 도깨비류

그런데 말입니다. 저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형태'의 뿔 요괴/도깨비류가 더 오래되 보이는 당사주에서도 나옵니다. 두 가지인데, 첫 그림은 서지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그러나 그 형태로 보아 꽤 오래되어 보이는 당사주의 그림입니다. 역시 사람의 머리를 잡고 방망이같은 것으로 치려는 뿔 (혹은 귀)가 달린 이물이 보입니다.
다음은 한글혼용이 전혀 없는 '한문 당사주', 즉 더 오래된 (즉 최소 19세기정도로 보이는) 저서일 가능성이 높은 당사주입니다. 표지입니다.
그런데 이 당사주에서도 '육교'라고 써있는 그림아래 이상한 녀석이 보입니다. 
확대해 보면 뿔달린 요괴가 역시 사람의 머리에 손을 얹고 (혹은 잡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서지학적 정보에 도움이 될까 가장 뒷장으로 보이는 쪽을 첨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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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 바와 같이 어제 소개해드린 뿔달린 도깨비(요괴)류의 요물이 그 전대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당사주들에서도 꽤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적어도 오늘 본 모습들은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불가나 도가에서 등장하는 야차에서 응용된 것인지, 혹은 민간의 '인식'이 시각적으로 자연스레 구현된 것인지 연구해 볼만한 주제같습니다.

한국도깨비, 혹은 요괴의 머리에 뿔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하는 문제는 전에도 주장했듯이 '연역법적'인 접근으로 '정의'를 내리고 꿰맞추는 식이 되선 곤란한 듯 합니다. 그보다는 이런 토속문화 저서, 조각, 그리고 문헌정보등을 통해 시대별 이물들의 모습과 정의를 하나하나 조각맞춰나가 듯 구성해나가는 작업이 이젠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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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존다리안 2014/09/04 11:52 #

    뿔달린 괴물이 서양 악마같은 느낌도 주네요.
    듣자하니 조선 후기로 가서 기독교 전래의 영향으로 서양의 천사나 악마 등도
    그런게 있다 카드라...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돌았던데 그 영향일까요?
  • 역사관심 2014/09/05 13:20 #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지라 ^^; 그런데, 아래 소개한 머리에 손을 얹고 있는 형상의 괴물 모습이 발전한 것으로 저는 보입니다. '육교'라는 제목도 같은 그림이구요. 더군다나 첫 그림의 설명부분에 '악한귀신이 자바가니 '불젼'에 가서 공양하라'는 식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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