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초 청나라 마술수준 역사

[마술의 역사]라는 네이버지식백과를 보면 동양의 마술편에 중국쪽 마술역사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마술도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는 여러 가지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흥미를 끄는 것은 공중을 나는 접시라든지, 작은 항아리에 사람을 넣는 마술 등이다.

인도나 중국의 마술은 고대에는 상당한 수준과 발전을 이루고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중세와 근세를 거치는 동안 더 발전된 내용은 없고, 단지 명맥만 잇는 정도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술의 역사 (지니의 매직업, 2011.07.25, 진한엠앤비)

과연 그럴까요? 

이의현(李宜顯)이 숙종(肅宗) 46년(1720년)에 쓴 청나라 기행기인 [경자연행잡지]라는 글을 보면 당시 청나라 마술의 기가 막힌 수준이 나옵니다. 요즘 마술에 못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냥 문단씩 읽어보시면 됩니다. 각기 마술의 숫자는 필자가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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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연행잡지(庚子燕行雜識)

1.
아문(衙門)에서 요술 잘하는 사람을 들여보내어 그 재주를 시험해 보였다. 먼저 뜰 가운데에 다리가 높고 붉은 상을 마련해 놓고, 그 상 위에 평평하게 붉은 전(氈)을 깐다. 거기에 백지(白紙) 한 장, 주석돈 3개, 붉고 뾰족한 가는 나무 1개, 푸른 사기 대접 1개, 부채 한 자루, 조그만 목동자(木童子) 1개, 언월단도(偃月短刀) 세 자루, 자루에 용 머리를 새긴 작은 활 1개, 비단으로 만든 두건(頭巾)을 쓰고 소매 넓은 옷을 입은 목인(木人) 1개, 세주목(細朱木)으로 중심을 꿰뚫은 목마(木馬) 1개, 용의 머리를 새긴 자루에 가운데가 비고 스스로 도는 방패(防牌) 1개, 용 머리를 새긴 자루에 붉은 실을 매달은 금붕어 1개, 용 머리를 새긴 자루가 있는 목연로(木煙爐) 1개, 놋쇠로 만든 작은 접시 1개를 놓는다. 그런 뒤에 차례로 각각 그 재주를 부린다.

2.
두 손으로 돈 3개를 나누어 쥐고 공중으로 들어올리더니 주문 두어 마디를 왼다. 그러고 나서 이 돈 3개를 모두 왼쪽 콧구멍 속에 집어넣는다. 다시 주먹으로 코 옆을 두드리면서 콧김을 내어 콧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게 한 뒤에 오른손으로 검은 항라(杭羅) 보자기를 공중에 들면서 또 두어 마디 주문을 외면서 그 보자기를 펴 보이니, 콧속에 있던 돈 3개가 졸지에 검은 보자기 속으로부터 땅으로 떨어진다.

3. 
또 푸른 사기 대접을 가는 나무 위에 올려 놓고 계속하여 공중에서 그 대접을 한참 동안 돌리다가 가는 나무로 대접을 공중으로 차 올리니 거의 몇 길이나 올라간다. 다시 나무 끝으로 받으니 대접은 계속하여 돌고 있다. 이렇게 하기를 두세 차례나 하고, 나무를 비스듬히 뉘어서 대여섯 차례 한 뒤에 다시 이 가느다란 나무를 엄지손가락 끝에 세우고 그 접시를 돌린다. 얼마 있다가 이번에는 나무를 코 밑 인중(人中) 가운데에 옮겨 세우고 그 접시를 돌린다. 이렇게 얼마를 하더니 이번에는 나무를 양미간 사이에 옮겨 세우고 역시 그 접시를 돌린다. 얼마 있더니 도로 손으로 나무를 쥐고서 처음과 같이 대접을 계속해서 돌린다.

이정도는 300년전에도 했다구... (중국 천지서커스단)

4.
또 부채를 펴서 상 위에 있는 모전(毛氈, 짐승의 털로 짠 담요)과 종이 위에 펴더니, 흰 당지(唐紙) 가는 가닥 한 묶음을 부채 위에 놓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사를 불러서 상 곁에 세운다. 그러더니 한편으로는 주문을 외고 또 한편으로는 종이 가닥을 찢어서 자기 입속에 가닥가닥 말아 넣고 삼킨다. 또 군사의 입에도 말아 넣고 삼키게 하더니 목동자(木童子)를 가져다가 그 귓가에 대고 주문을 왼다. 얼마 있다가 목동자를 다시 상 위에 놓고, 두 손으로 번갈아 공중을 가리키며 하늘을 우러러 주문을 왼다. 

그리고 주먹으로 자기의 목을 두세 차례 두드리고 또 두 볼을 두세 차례 두드리더니 입을 벌리고 찢어서 넣은 종이 가닥을 끄집어내니 푸르고 붉고 누르고 파랗고 흰 갖가지 색종이 가닥 두 자가 넘는 것들이 일고여덟 가닥이나 나오는데 낱낱이 꿰어져 그 크기가 젓가락만 하였다. 그것을 상 위에 놓더니 이번에는 계속하여 희고 가느다란 10여 척 되는 종이 가닥을 끄집어내어 상 위에 펴서 쌓아 놓는데, 조금도 젖은 기운이 없다. 계속하여 오색 종이 가닥과 군인의 입속에 넣었던 종이 부스러기를 꺼내어 한데 섞어 뭉쳐서 종이 덩어리 하나를 만들더니, 두 손으로 들어다가 입술 위에 놓고 주문을 한 번 왼다. 그리고 두 손을 떼면서 종이 부스러기를 불자 새 한 마리가 종이 부스러기 속에서 나와 깍깍 울면서 날아간다.

5.
이번에는 붉은 모전(毛氈)을 땅 위에 평평하게 깔더니 손으로 그 모전을 들어서 높이 한 자쯤 올리고는, 한바탕 주문을 왼 뒤에 그 모전을 놓는다. 손으로 공중을 가리키면서 몸을 굽히고 하늘을 우러러 두어 마디 주문을 외고는 다시 두 손을 번갈아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마치 물건을 잡아 올리는 시늉을 한다. 그러고 나서 붉은 모전이 있는 곳을 향해 한번 소리를 지르고 그 모전을 젖히니, 크기가 되만한 검은 사기 항아리 하나가 돌연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맑은 물이 가득 차 있으며, 항아리 속에는 푸른 이끼와 푸른 마름이 물 위에 떠 있다. 사기대접으로 그 물을 떠서 보니 금붕어 네 마리와 검은 붕어 한 마리가 대접 속에 떠서 태연스럽게 노닐고 있다.

6.
또 두 손으로 3개의 언월도(偃月刀)를 가지고 일시에 모두 공중에 던져 거의 1, 2장(丈)이나 되게 높이 올라가게 하고서 몸을 움직여 얼굴은 하늘을 보며 사방으로 거닐면서 칼을 번갈아 잡는다. 그리고 도로 공중에 던지기를 마치 격구(擊毬)하는 것처럼 하는데 끝내 칼이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7. 
또 백지(白紙) 한 장을 뜰에 깔고 부채를 펴서 그 종이 위에 깔더니 5개 색주머니를 꺼내어 홍색, 황색, 녹색, 백색, 청색의 가는 모래를 그 주머니 빛에 따라 담아서 종이 위에 놓는다. 그러고는 그 주머니를 열고서 색토(色土)를 꺼내어 부채 위에 뿌리고, 도로 그 뿌린 흙들을 쓸어서 본래 있던 주머니 속에 넣어 먼저 있던 곳에 놓는다. 그리고 물통 하나를 찾아다가 땅 위에 놓더니, 거기에 맑은 물을 가득히 채우고서 푸른 보자기를 통 위에 덮어 놓는다. 자기 스스로 허리띠를 풀더니 옷을 털어 아무 물건도 숨긴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드디어 주머니 속의 색토(色土)를 쥐어다가 반쯤 통 위의 푸른 보자기에 놓고서 주문을 외고 아울러 통 속에 넣고서 10여 차례나 물을 저어서 물이 흐려지게 한다. 조금 있더니 도로 물속에 있던 것을 꺼내어 부채 위에 놓고 쓸어서 주머니 속에 넣으니 흙의 오색이 하나하나 따로 갈라져서 끝내 서로 섞이지도 않고 또 습기도 없으며, 통 속의 물도 깨끗하게 맑아 조금도 찌꺼기가 없다.

8.
이번에는 또 조그만 놋접시를 가져다 가느다란 나무 끝에 놓고서, 공중에서 한참을 돌리다가 이 나무를 엄지손가락 위에 놓고서 접시를 돌린다. 다시 코 밑 인중에 옮겨 세우고 그 접시를 돌리고 다시 입술 위에 옮겨 놓고 그 접시를 돌린다. 이번에는 이마 위에 옮겨 세우고 그 접시를 돌리다가 다시 입으로 화로 자루를 물고 그 나무를 화로 가장자리에 꽂고서 그 접시를 돌린다. 이번에는 그 가느다란 나무는 놓아 두고 관마목(貫馬木)을 가져다가 화로 끝에 세우고, 접시를 관마목 끝에 놓는다. 그리고 말을 나뭇가지 중앙에 꿰어서 일시에 말과 접시를 모두 돌리면서 때때로 주문을 왼다. 그러면 접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도는데, 말은 그 주문을 따라서 정지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있다가 목마를 떼어 버리고 이번에는 금붕어 자루를 가져다가 바꾸어 물리고서 먼저 놀리던 가느다란 나무를 붕어 등에 세우고 전과 같이 그 접시를 돌리는데 붕어는 좌우로 놀지만 접시는 비뚤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는다. 계속하여 스스로 도는 방패(方牌) 자루를 물리고 가느다란 나무를 방패 가에 세우고서 그 접시를 돌린다. 대개 그 방패의 모양은 마치 상여의 양옆에 세우고 가는 삽(翣)처럼 생겨서 자루에서 저절로 놀게 되어 있는데, 한 자 남짓한 장대와 놋쇠 접시의 무게를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고 계속하여 돈다.

9.
또 화살을 잰 자루를 입에 물고 활시위를 반듯하게 한 뒤에 목인(木人)을 가져다 활 줄 위에 세우고 그 활을 돌리니, 목인은 한 줄 위에 서서 역시 움직이거나 떨어지지 않는다.

10.
또 오른손으로 큰 바늘 30여 개를 쥐고 위로 왼손을 펴더니 바늘 3개를 왼손 옆에 꽂아 놓고, 우리나라 마부를 불러다가 상 옆에 세운다. 다음에 두어 마디 주문을 외더니 먼저 오른손에 쥐었던 바늘을 모두 다 자기 입속에 넣는다. 다음으로 왼손 옆에 꽂았던 바늘을 뽑아서 입속에 섞어 넣고 삼키더니 입을 벌리고 혀를 내둘러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두 자 남짓한 길고 흰 가느다란 실을 가져다가 주문을 외면서 입속에 말아 넣는다. 조금 있다가 삼킨 바늘 30여 개를 꺼내는데 모두 그 실에 바늘이 꿰어져, 간들어지게 흔들리면서 아래로 매달린다. 실을 꿴 바늘 하나를 가져다가 마부의 오른쪽 볼에 꽂았다가 조금 있다 뽑으니, 바늘 꽂았던 곳에서 새빨간 피가 송송 솟는다.

11.
이번에는 붉은 모전(毛氈)을 뜰 가운데 펴고서 손으로 그 모전을 잡아 한 자 높이쯤 쳐든다. 그리고 모전의 네 귀가 땅에 닿게 하고 주문을 두세 번 외다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붉은 모전을 잡아 젖히니, 대추와 밤이 뜰 위에 떨어진다. 씹어 보니 평상시에 먹던 과일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모두 괴이하고 놀랄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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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후대인 18세기말 박지원의 [연암일기]나 19세기초의 기행문인 [부연일기]등에는 한층 더 깊이를 더한 북경마술이 나옵니다. 18세기초의 다른 북경 기행문인 김창업(金昌業, 1658 ~ 1722)의 [연행일기]를 보면 이런 마술사는 공연을 따로 저렇게 제대로 장소를 잡고 하는 것 외에도, 길거리에서도 아주 흔할 정도로 성행했습니다. 1713년의 기록입니다.

연행일기
계사년(1713, 숙종 39) 2월[9일-14일] 
중략.
그 집 문 앞에 이르렀는데, 노상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말을 멈추고 보았더니 마술사였다. 긴 줄에 돈을 수십 문을 꿰달아 두세 번 묶고 그 옷을 벗어 양쪽 소매에 줄을 꿰어 구경꾼에게 양 끝을 잡게 하더니 주문을 외웠다. 조금 있다가 돈을 헤아리니 낱낱이 빠져 나오고, 다시 옷깃을 흔드니 옷이 스스로 빠져 나왔는데 줄은 그대로 있었다. 구경꾼들이 일시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자기 종지 하나를 종이 위에 놓고 작은 쇠망치로 서너 조각이 되도록 깨고, 또 깨어진 조각을 부수니 종이 바깥으로 튀어나간 것이 1, 2개가 아니었는데, 일일이 주운 부스러기를 종이 위에 싸고, 땅의 방위에 따라 금ㆍ목ㆍ수ㆍ화ㆍ토 다섯 자를 써 놓았다. 

드디어 종이에 싼 것을 가운데에 놓고, 토(土) 자 위에 저고리를 벗어 덮어 놓고 구경꾼들을 향하여 무어라고 지껄이니, 사방에서 관객들이 돈을 비뿌리듯 던졌다. 그 사람이 돈을 모두 줍고 옷깃을 젖히고 보니 그 상태가 앞서와 같았다. 왼손으로 종지를 잡고 다시 옷으로 덮고 서쪽을 향해 서서 주문을 오랫동안 외며 옷 위를 더듬으니, 처음에는 덮어 씌운 모양이 낮고 평평하였는데 조금씩 높아 갔다. 한참만에 손으로 더듬으니 종지 모양이 옷 밑으로 드러나 보였다. 드디어 옷깃을 젖히고 싼 것을 여니 자기 종지는 그대로였다. 손가락으로 그것을 튕기니 그 소리가 쨍그렁쨍그렁하니, 보는 자들이 또 갈채를 하였다. 종지를 깰 때에는 상의를 벗고 바지만 입었었는데 종지를 깬 뒤에는 바지도 벗고 옷을 흔들어 관중에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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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술에 관련된 이야기지만, 좀 더 넓게 보자면 최근 여러 고문헌들에 대한 활발한 문헌번역작업은 한국의 지식사회의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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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트 2015/06/14 18:47 #

    역시 중국인에게는 곡마단 GENE이 존재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역사관심 2015/06/15 03:33 #

    요즘도 헐리웃의 테크놀러지 마술과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마술단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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