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심야식당과 시티헌터 사이 (한국판 각색에 대해) 음식전통마


좋아하는 작품이었던 심야식당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사실 농담처럼 저기 나오는 일식을 한식으로 바꿔도 재밌겠군이라는 생각을 방영당시에도 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런 시도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방영후 꽤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있어 주절거려본다. 크게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으로 구별해본다.


좋았던 점

*이런 드라마와 주제를 기다렸다
포스팅 처음에 링크기사 제목과 같다. 각설하고 예전에 원작을 보고 끄적였던 단상을 옮기면 그대로.

"우리는 언제쯤 짜증-분노-절망-질투-욕망-잔인성으로 뒤범벅된 드라마(혹은 영화)가 아닌, 인간내음이 나는 잔잔하면서도 무언가 보고 나면 오래남는 작품을 만날수 있을까....언제부턴가 TV를 켜면 문득 나오는 한국드라마 주인공들의 표정은, 위에 열거한 감정중 하나가 대부분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꽤나 당황스러웠다. 물론 국민정서- 특히 화끈함의 차이-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면을 인정한다 해도, 볼때만 재밌는 감정기복(스토리보다) 과 배신, 불륜, 반전에 매달리는 드라마도 일부 필요하겠지만, 깊은 밤 무언가 생각케 해주는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등장하는 어른의 이야기나, 위안과 희망을 주는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도 이젠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혹은 언급했듯 무언가 스케일이 큰 스토리도...(작년 뿌리깊은 나무가 약간 그러하긴 했지만)."

사실 한국판이 나온다고 했을때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이부분이다. 원작의 주제였던 위의 굵은 체 부분을 훼손할까봐...우리드라마 특유의 (막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플롯의 극적오버라든가 감정과잉등이 들어가서 이도 저도 아닌 혼합물이 나올까봐 말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망작'이 바로 80년대의 대표만화 '시티헌터'를 리메이크한 2011년의 한드판 시티헌터였다. 거꾸로 말하면 시티헌터처럼 "원작내의 세계(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이름만 따온 드라마가 될까바...라는 것이 가장 큰 우려였는데,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씻어줬다. 역시 당시 글에서 발췌한 부분이 모든걸 설명해준다.


"포스팅 후 많은 원작팬들의 반발을 봤고, 드라마도 1회를 봤다. 예상대로 실망스럽다 (드라마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런 반발이 왜 일어나는가는 간단하다. 어느 시리즈고 (장르에 관계없이) 역대로 클래식으로 명작으로 인정받아온 작품들은 하나의 그 작품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시티헌터 원작도 그렇다. 사에바 료 (한국명 방의표)가 쓰던 콜트 파이슨(총), 그리고 미니 쿠퍼 (차), 카오리의 100톤 망치, XYZ 사건의뢰게시판, 까마귀, 그리고 대도시의 어두운면과 낭만 (80년대 도쿄특유의 분위기지만), 거기에 온갖 마이너적이면서도 실력파 주변인물들이 어우러져서 하나의 걸출한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거기에 때론 팝, 때론 락, 때론 재지한 OST까지 배경음악 또한 도시적이었다. 드라마화가 되면 앞에서 썼듯 각색은 피할수 없다. 다만, 그러한 최소한의 세계의 틀은 잡아주었어야 리메이크로 인정받을수 있는 것이다. 원작팬들에게 그 세계는 그만큼 흡입력있고 좋았던 세계인것이다 (순풍산부인과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 '세계'라는 것). 그래서 그런 명작들은 또다시 소장하고 생각날때 틀어보고 하는 것이다- 즉, 그 세계를 가끔씩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이고 일회성 인기 드라마나 만화와는 다른게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런 측면에서만 보자면 한국판 심야식당은 일단 시티헌터보다는 성공적 리메이크로 꼽히는 '꽃보다 남자'에 가까운 분위기인지라 우선은 만족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원작의 [세계]를 엉망으로 하진 않았다.
원작 심야식당중 식당내부

아쉬운 점
플롯과 주제를 나름 잘 살려서 좋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사실 = 어색한 점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듯. 즉, 연출상에서의 오류와 단점인데, 이게 필자가 평소이야기하던 부분과 맞닿아 있어서 써본다 (사실 이 점때문에 이 포스팅을 작성하려 마음 먹기도 했고...). 첫번째는 역시 예전부터 이야기하던 '한국미의 하드웨어'의 구체성 부재다.

*한국적 식당분위기의 부재 (한국 대중식당들의 정체성 문제).

필자가 항시 주장하는 부분인데, 현재의 한국학은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개별적이고 실용적인 구체성보다 강한 경향을 띤다 (이는 요괴류 담론만 보아도 명확하다). 2012년에 '한국의 전통, 신한류를 열다'라는 다큐를 보고 쓴 소감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다. 크게 보자면 '한글, 장구춤, 시조'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을 주로 다루었지만, '건축, 간판, 도시'등 하드웨어적인 접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즉,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한식당'이라는 구체적인 그림의 이미지가 모호하다. 고급한식당은 그나마 한옥창호의 문양이라든가 도자기라든가 정도는 구비하지만 (그 역시 아직 부족하고), 지역별 레스토랑이나 대중식당은 이런 저런 물건들과 장식이면 한식당의 분위기라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홍대앞 2층의 일식대중식당과 1층의 한식대중식당

예를 들면 아크릴총천연색 간판 (무국적이다- 이것을 한국적이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말이 없다. 이건 아무런 고민없는 그냥 싸다는 이유로 팔리고 사용되는 물건이므로)이나 식탁, 카운터, 장식품, 창문, 그리고 전반적인 색감등에서 이렇게 하면 한국적이라는 구체성이 없다. 그래도 현재 가장 일반적인 '한국대중식당'의 분위기를 잘 살린 예는 위의 아무 쇠의자나 가져다 놓는 곳보다는 아래사진의 이런 분위기의 좌식과 목재를 쓴 고깃집분위기의 식당들이다 (굳이 찾아보자면 아마도 백종원씨가 몇년전 성공시킨 프랜차이즈 '새마을 식당'정도가 목재분위기가 물씬 나는 대중식당들이랄까). 그런데 이런 곳들은 그 성격상 심야식당의 동네어귀 아지트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아마도) 이 지점을 어찌할 수 없어 한국판 심야식당에서도 원작의 '마을의 작은 일식당'분위기로 따라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아쉬운대로 국내의 삼겹살집 분위기정도로 각색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쨌든 저런 차분한 색감의 나무를 주로 쓴 동네 어귀의 오래된 목로주점식 한식 대중식당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곳이 일본에는 실제로 있지만
국내에 이런 곳은 한식당이 아닐뿐더러 존재하지도 않는다
어디 있을 것 같으면서도 사라진지 오래된-혹은 애초에 우리 것이 아닌-식당과 사람들인 것이다. 21세기 일본의 골목에는 존재해도 21세기 한국에는 저런 분위기의 식당은 없다. 즉, 국내시청자들에게는 '비현실'적인 곳이다 (괘종시계가 벽에 존재하는, 포렴이 앞에 붙어있고 나무로 만들어진 대중식당은 한식당이 아닌 것이다. 있다면 국내에 최근 많이 생긴 동네 소규모 일식당일 것이다). 

황인뢰 PD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필자에겐 보였다) 이 부분은 그래서, 대중적인 부분으로 더욱 파고들고 개선해 나갈 '한국학의 숙제'중 하나다. 이런 고민은 해외의 한식당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항상 이야기하듯 국내에서 정립되지 않는 정체성이 해외에서 드러날 리 없다. 아래 사진은 2012년 새로 문을 연 맨하튼 최고급 한식레스토랑 '가온누리' (메뉴등 사진모음)- 역시 한국적인 느낌은 느끼기 힘들다.
맨하탄 가온누리 내부
같은 맨하탄의 고급 일식당 사카쿠라 (세장 모두 동일식당 인테리어)
또 한 가지. 심야식당 방영이후 생겨나고 있는 여러 패러디 중, 이런 것이 있다.
1화 
만원 밑으론 카드 안돼
...
10화 식당, 그 5년이라는 시한부 

이 지점에서 바로 한국 식당문화의 한계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요식업자체가 전반적으로 문화가 아니라 치고 빠지는 단순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풍토에 건물주들이 좀 잘되는 식당은 임대료를 수년만에 올려버리는 바람에, 오랫동안 꾸준히 대를 이어가는 식당자체가 드물다 (식신로드등에 소개되는 드문 예를 제외하면).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오래된 동네식당자체가 우리 인식에 매우 어색한 것이다.

*1화에 나오는 친근한 야쿠자아저씨 개념부재.

라고 썼지만, 그는 일부이고 전반적으로 '한국형 인물'의 부재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즉, 최재성과 같은 종류의 '조폭'은 한국에 없다 (아니 적어도 사람들의 뇌리에 없다). 필자가 파악하는 한, '조폭미화'가 있어왔긴 했지만, 그건 조폭들 간의 우정이나 의리로 미화시킨 영화류였지,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조폭을 다룬 작품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사람들은 우리 현실에 없다. 
원작에 나오는 이런 야쿠자의 이미지는 일본인들에게는 사실 친숙한 소재다 (실제로 있건 없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에 나오는 야쿠자아저씨를 비롯, 하루키 수필등 심심찮게 보이는 소재가 이런 무뚝뚝하고 무서워 보이고 피해도 주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인에게 잘 대해주는 인물류다.
기사에 나오는 Lemonaid라는 유저의 평가가 사실 매우 적확하다.
"심야식당에서 게이 캐릭터가 '한국적 정서'에 안 맞는다고 배제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그 작품에 "한국정서"에 맞는 캐릭터가 하나라도 등장하긴 하나?"

사전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여부와 직결되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좀 씁쓸하지만) 이 심야식당에 모여있는 '공동체문화'의 분위기가 사실 20년전만 해도 아주 자연스러웠을 것 같은데, 이젠 마치 화석화된 문화를 보는 어색한 이질감이 든다는 점.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런 곳과 분위기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이 지점이 사실 꽤 씁쓸하다. 어쨌든 전반적으로는 워낙에 망작들(시티헌터등)을 많이 봐와서 인지, 아니면 비판적 기사를 먼저 읽어서 인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원래 희미한 상태의 식당 인테리어라든가 하는 점은 이번 작품에서는 어쩔수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부분들은 개선해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한국형 캐릭터'와 '한국의 대중음식중 소울푸드'라는 두 지점만 제대로 공략해도 지금보다 평은 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최재성에게 구운김에 싼 가래떡이 왜 소울푸드인지가 전혀 와 닿지 않았다).


덧글

  • 레이오트 2015/07/06 10:25 #

    심야식당의 매력은 그 요리를 주문하는 손님들의 사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판 심야식당은 그런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 역사관심 2015/07/06 12:20 #

    그렇죠. 3화부터는 좀 더 한국적인 사연이 와닿는 인물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 블루제이 2015/07/06 20:26 # 삭제

    황교익씨가 페이스북에 <심야식당>에 대한 짧은 평을 남기셨더군요.

    ***

    한국에 '동네'라는 지역공동체는 깨졌다. 동네식당이 살아 있는 일본에서 심야식당은 친근한 공간이고 그 공간의 사람도 내 이웃으로 인식되나, 한국에서 심야식당은 현실감 제로의 공간이며 그러니 그 공간 안의 사람들도 낯설다. 심야식당의 한국적 번안은 심야배달식당이어야 했다.

    https://www.facebook.com/kyoik.hwang.7/posts/1653809774834602?pnref=story

    ***

    심야배달식당ㅎㅎㅎ 적절하네요.
  • 역사관심 2015/07/07 01:32 #

    적절합니다.ㅠㅜ 97년이후 깨졌죠. 그때까지만 해도 동네카페 동네술집등이 있었는데...
  • 역사관심 2015/07/08 02:07 #

    이제는 동네김밥천국, 동네치맥집은 있군요. 5년내 물갈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 oo 2015/07/07 10:21 # 삭제

    혹자는 한국식 포장마차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란 평을 내리더라구요..

    가만보면 술안주로 내는 음식들도 단품위주에 밤을 위주로 영업하는 것도 비슷하고.. 서민들의 공간이라는 점도 비슷하구요..
  • 역사관심 2015/07/07 10:54 #

    포장마차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나요? 그럼 정말 좋을텐데...
  • 응가 2015/07/08 01:18 # 삭제

    일본드라마를 들여와서 한국에서 찍는거는 좀......많이 아쉬운것 같습니다. 닥터진이니 심야식당이니 이런말 하기 좀 그렇지만 원작과 비교했을때는 그냥 졸작인것같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사극같은경우는 좀 일본사극은 지역별로 다른사투리를 쓰거나 하층민들은 좀 꼬질꼬질하게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 사극은 좀 이런 섬세한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은것같습니다.
  • 역사관심 2015/07/08 02:06 #

    꽃보다 남자같은 경우도 있긴한데, 노다메 칸타빌레나 시티헌터같은 망작이 더 많은 지라 -_-; 확실히 각색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으면 좀 힘든 것 같아요. 관건은 역시 '한국적'이냐 아니냐가 국내에선 어필할 수 있느냐 없느냐 같습니다 (일본원작이라는 걸 잊게 할만큼의 자연스러운 각색여부).

    사극의 경우 언제한번 쓰고 싶은데, 말씀하신 그부분. 정말이지 수십년간 이젠 나아지겠지라는 헛된 꿈만 가지고 봅니다 (다만, 영화쪽은 이제 제대로 하더군요. 군도같은 영화도 복장보면 튿어지고 바래고.... 예전에는 영화쪽도 정말 다들 모델피팅이었죠. 드라마쪽은 역시 돈이;)
  • 나토얀 2015/07/09 10:22 # 삭제

    심야식당 10분보다 껐습니다. 도대체 한국 어느 식당에서 주인보고 마스타 라고 부릅니까? 세트도 너무 인위적이고 배우들의 연기도 꼭 연극보는 기분이더군요. 한마디로 현실감 제로에 오글거리기까지. 그냥 쓰레기 일드카피라고 봅니다.
  • 역사관심 2015/07/10 02:46 #

    마스터대신 삼촌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대로 저도 연극보는 기분이더군요 -_-; (실제로 셋트장도 일본판에 비해 너무 '80년대 골목길 셋트장'같고, 인물들도 연극쪽에서 온 분이 많아보이기도). 회차가 지나가면 좀 나아지길 바라는데... 일단 설정자체가 2015년 한국에 없는 곳 (공동체)이라...포장마차정도나 가능했으려나요.
  • 난파 2015/08/04 14:18 #

    식당 공간에 대한 분석 잘 읽었습니다. 요즘 홍대 상권은 '일본 근대' 풍의 이자카야가 엄청 생겨나더라고요.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7623255
  • 역사관심 2015/08/06 22:44 #

    난파님 감사합니다. 굉장히 특이한 건축이 많이 들어서네요!
    한가지 흥미가 가는 것은 이러한 '목재'를 쓰는 일본특유의 식당들의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한국식당들의 정체성구현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한식을 논하면서 소프트웨어(음식)에만 관심들이 있지 아직 이러한 하드웨어의 정체성구현의 중요성을 깊게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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