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한 DJ, 명복을 빕니다. 음악

DJ 김광한씨의 약력중 흔히들 빼먹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80년중후반 FM이 아닌 AM (KBS)에서 아메리칸 탑 40 (빌보드 Hot Chart Top 40)를 매주 토요일 새벽 (12시부터 2시 반까지 무려 두시간 반) 진행했었다는 사실이다.

김광한씨와 아메리칸 탑 40하면 요즘 기사들을 보면 KBS FM를 통해 접하던 팝스다이얼과 비디오자키에서 매주 몇곡씩만을 선별해서 틀어주던 것만을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시간제약상 사실 매주 나오는 Top 40의 40곡중 극히 일부, 즉 약 10곡정도만을 다루던 프로였다.

진짜 당시 황금기를 구가하던 빌보드 Top 40를 국내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던 프로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AM 방송의 케이시 케이슴의 목소리를 오버랩해가면서 무려 40곡중 18-20곡정도를 틀어주던 새벽방송이었다. AM방송 특유의 지직거림과 먼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해외의 팝송을 귀하게 접할 수 있던 느낌이 더 살아있던 비밀스런 창구였다랄까 (특히 거의 모든 곡을 틀어주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당시 팝 흐름의 파악이 가능했다). 아마도 그 AM방송은 FM의 '팝스 다이얼'을 편집하지 않고 통째로 내보낸 버젼이었을 것이다. 김광한씨가 AM방송을 접고, 몇 년후 '얼굴을 TV'에 비추면서 비디오자키라는 가벼운 방송에 출연했을때, 뭔가 생경하다는 느낌이었다- 진짜 하고 싶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아닌 이제는 TV로 넘어가는 시대에 맞춰야 하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바로 그가 편집해서 한국판으로 방송하던 당시의 케이시 케이슴의 아메리칸 탑 40였다 (빌보드 전성기인 1984년 20위에서 1위까지 두시간 방송중 노래만 앞부분만 따고 30분으로 축약한 버젼. 매주 40곡을 트는 무려 네시간짜리 방송). 들어보면 재밌는 분도 많을 듯 (1위가 누구였을까). 이 방송이 바로 한국및 일본, 세계에 당시 서구팝을 전파하던 일등공신이었다. 우리가 김광한씨를 추모하듯 미국인들은 이 분을 추모하고 있음을 댓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KBS는 김광한씨와 황인용씨 (황인용의 영팝스)의 강세로 인해, 팝송의 제대로 된 창구였던 느낌이라면, 고 이종환씨와 이문세로 대변되던 별밤이 타이틀이던 MBC는 가요를 위주로 좀 더 청소년 친화적인 느낌이었다 (흔히 김광한씨의 라이벌로 대표되던 김기덕씨의 경우 많은 팝매니아들에게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고- 트는 노래 역시 원고장의 메인스트림보다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위주였다).

한 시대가 조금씩 멀어진다는 느낌은 다름 아닌 그 시대의 아이콘들의 사라짐 소식에서 느끼게 된다- 그건 어떤 세대나 마찬가지일 것 (역사적으로도 그러했을 테고). 그 아이콘들이 하나하나 사라져서 마침내 모두 사라지면 텍스트로 남는 역사가 된다. 하지만, 그가 활약했던 국내의 80년대는 라디오의 전성시대. 

텍스트가 아닌, 목소리로 그는 계속 언제든 불러내질 것 같다. 그리고 뭐든지 빨리빨리 물결에 사라지고 새것만이 살아남는 한국사회가 그의 목소리를 화석화시키지 않고, 자주 불러낼 수 있는 분위기의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위의 케이슴처럼). 그리고 이럴때만 말로만 80년대를 대표하는 DJ라는 글들을 쓰지 말고, 그의 자세한 약력 정도는 (즉, 소개한 방송정도는 제대로 연도와 표기를 하는) 기리는 자세한 리스트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Archive가 습관화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현재 어느 온라인 DB에서도 이 방송을 적어둔 그의 소개를 본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추모글을 쓰고 있어 더 이상 길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족으로 그가 방송으로 소개하던 아메리칸 Top 40의 명진행자 Casey Kasem (케이시 케이슴) 역시 작년에 돌아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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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홍차도둑 2015/07/13 08:47 #

    그래서일까요. 이종환씨가 별밤 이후 하신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에서는 몇가지 요일 원칙에 따른 방송이었지요. 그게 전 더 좋아서 별밤보다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를 더 들었습니다.

    김광환이라는 분이야 저도 잘 모르다가 '쇼!비디오자키'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각자 그들만의 목소리와 분야가 있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지금은 그들에 비한다면...아이고...
  • 역사관심 2015/07/13 12:50 #

    친근함의 왕이었죠 이종환씨는. 김광한씨는 좀 더 외국자키같은 느낌이었고.
  • 역성혁명 2015/07/13 09:42 #

    부디 다른 세상에서도 음악을 그리워하는 영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쟈키로 남아주셨으면 합니다.
  • 역사관심 2015/07/13 11:50 #

    동감입니다. 너무 빨리 떠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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