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라진 대건축물 (11)-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거대목탑, 미륵사 목탑 한국의 사라진 거대건축

사람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웅장한 목탑이죠.

그런데 사진을 보시고 이것이 어떤 목탑인지 바로 아시는 분이 있을런지요. 힌트, 황룡사 9층목탑이 아닙니다.
정답은 미륵사 9층목탑의 재현모형입니다. 

우리에게는 목탑하면 '황룡사 목탑'이 대표적으로 머리에 떠오르지만 이는 문화재의 우수성을 떠나 역시 수많은 매체 (언론과 블로그등)에 가장 많이 공개된 재현모형과 그림들덕에 친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은 우리에게는 황룡사 대목탑 (대목탑은 50미터 이상급만 붙여본 칭호) 외에도 이미 시리즈를 통해 다룬 바 있는 실상사 대목탑, 고구려 금강사 팔각 대목탑, 정릉사 팔각 대목탑, 연복사 대목탑, 그리고 아직 다루지 않은 제석사 대목탑, 상오리사지 대목탑등이 존재했습니다.

그중에서 북한지역의 문화재와 아직 그 실체를 연구중인 탑들을 제외하면 모형이나마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목탑은 바로 이 '미륵사 대목탑'이 유이합니다. 이 미륵사 대목탑은 현재 미륵사하면 상징이 되어 있는 서쪽 석탑과 동쪽 석탑사이에 있던, 말하자면 미륵사의 전성기의 '중심'건축물이었습니다. 현재 미륵사하면 대부분 유일하게 머리에 떠오르는 '석탑'이 주인공이 아니었고, 당시 좌우의 석탑들은 대목탑을 보조하는 느낌이었겠지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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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목탑은 황룡사와 달리 층수나 높이에 대한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황룡사 목탑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바로 옆에 현전하고 있는 석탑이 목조탑을 석재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각면이 3칸인 석탑을 5칸인 목탑으로 비례확대시킨 것이 현재 모형의 모습입니다. 높이 역시 그래서 50미터이상이 되는 것이지요 (복원된 동쪽 석탑이 약 28미터입니다). 미륵사 목탑의 하층기단부는 18.56미터, 상층은 16.83미터 (어떤 논문에서는 19.4미터, 17.6미터로 표기)입니다. 기단부가 약 28미터인 황룡사나 실상사보다는 작고 제석사지 목탑터와 거의 비슷합니다 (제석사 목탑기단이 좀 더 큽니다).

또한 올라가는 구조인 고구려 팔각대목탑들(추정)과 황룡사 목탑, 연복사 목탑과 달리 백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법륭사 목탑등의 구조를 고려, 현재로써는 미륵사 목탑등 백제계 목탑은 겉은 복층이지만 올라가는 구조는 아닌 모델로 추정해 보고 있습니다. 황룡사나 연복사와 달리 사람이 올라간 기록이 없기도 합니다. 다만 황룡사 9층목탑을 지은 아비지(阿非知)가 백제인이기에 그렇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재밌는 것은 거꾸로 미륵사를 건설할 때 신라 진평왕이 백공등을 보내 건설을 돕기도 했지요.

삼국유사
그곳에 彌勒三會(미륵삼회)의 殿(전)·塔(탑)·廊 (낭무)를 세곳에 두고 미륵사라 하였는데 진평왕도 百工(백공)을 보내 도왔다고 한다.
백제의 대표 고대사찰인 미륵사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한국의 사라진 대사찰]시리즈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미륵사 '목탑'을 다시 들춰 본 것은 황룡사 9층목탑에 비해, 아직까지 그 위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외려 남아있는 석탑때문에 더 주목받지 못하는 감이 있는) 미륵사 9층목탑을 단독으로 한번 더 조명하고 싶어서 입니다. 또한 황룡사 목탑에 비해 그리고 미륵사 석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연구가 미진한 감이 있는데 미륵사 목탑에 대한 더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면 하는 바램입니다.
미륵사 9층목탑

석탑과 목탑의 나라
예전에도 썼듯이 한국은 현재 남아있는 유구의 한계로 인해 목탑은 일본, 한국은 석탑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는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중들 역시 접근성의 한계로 인해 이런 Bias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쪼록 현재의 상황보다 언젠가 석탑뿐이 아닌 목탑의 나라로도 알려지길 바랍니다.

최근 재건된 부여 능사 5층목탑의 건설진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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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낙으네 2015/08/27 09:05 # 삭제

    거대한 목탑은 당시 삼국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겠지요. 이 대목탑들의 손실은 지금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부여 능사 5층 목탑이 재건되었고(고증에 대한 지적은 둘째치더라도) 황룡사 9층 목탑도 복원이 계획중이라니까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 역사관심 2015/08/28 05:04 #

    동감입니다. 차근차근 노하우를 쌓아가면 합니다.
  • 니쿠레이무 2015/08/27 20:25 # 삭제

    저러다 또 조선시대 단청을 칠하진 않겠죠'~'
  • 역사관심 2015/08/28 05:05 #

    시행착오는 어쩔수 없지만,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게 공개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전문집단중 일부만의 판단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시행하는 행태나 지자체의 돈과 시간압력에 굴복하는 행태는 절대 없어져야 하겠지요.
  • 이 감 2015/08/27 23:16 # 삭제

    제 체감으로는 인지도에서 큰 차이는 안난다고 느끼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목탑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미륵사 목탑을 삼국시대 양(삼)대목탑 중 하나로 알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유일하게 목제조립모형으로 출시되어있는 삼국시대 고건축물이지요. ^^;
  • 역사관심 2015/08/28 05:07 #

    이 감님이야 뭐 ^^;;; 당연히 인지도차이가...

    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도 미륵사하면 목탑을 떠올리는 분보다 무너져내린 석탑만 기억하는 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목탑자체의 존재를 모르는 분이 많더군요 (황룡사목탑밖에 모르는 분도 많고). 대중적으로 좀더 많이 알려지면 합니다.
  • 봉래거북 2015/08/28 18:44 # 삭제

    전 환경 보호 측면에서 현대 목탑은 유적 복원 등으로 전통 기술 연구/복원 목적이 아니면 그냥 철근 콘크리트로 정교하게 전통 한옥을 모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 봉래거북 2015/08/28 18:45 # 삭제

    아, 물론 골재 같은 것도 강이나 바다에서 퍼오지 말고 재생 골재 같은 걸 좀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5/08/31 00:21 #

    저는 해외에서 가져다 써도 좋으니 목재로 짓는 것을 일단 찬성합니다 (중국 일본에 비해 아직 복원철학자체가 원형=credibility라는 공식이 가장 강한 국가가 한국이라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는 철근골조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전통방식을 최대한 따르는 것도 괜찮다 봅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다만 건설과정과 그 당위성을 차근차근 담론화해서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 해요. 결국은 유네스코강령보다도 커뮤니티자체에서의 신뢰도와 Value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니. 다만, 우리사회는 너무 해외의 기준(예를 들면 유네스코)에만 기준을 맞춰서 권위성을 확보하는 것에서 온 사회가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니 딜레마이긴 하지만 그래도 과정공개와 담론을 통한 문화유산 철학바꾸기도 결국 한국학이나 문화계가 차근차근 해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 봉래거북 2015/08/31 13:51 # 삭제

    이미 국내의 대형 사찰들을 지을 때 수입목재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모 사찰의 경우 원융회통을 상징한다면서 초대형 목조 대웅전을 짓고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이 짓는(지붕이 좀 높은 걸로 보아 일본건축의 하네기 공법을 사용한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경우도 있어 수입목재 건축 자체는 이미 흔합니다.문제는 일본 장례불교의 무분별한 유입과 전술한 돈/환경 문제입니다. 일본불교 유입은 본문의 핵심문제가 아니니 다음으로 미루고, 돈/환경 문제를 짚자면 우리나라 불교에서 불사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지금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무단 방생이나 불사라는 명목으로 산을 깎아대고 나무들을 베어 좁은 산중에 대궐같은 절집을 짓고 골프장 짓는 게 도를 넘었습니다.

    정작 석가모니 본인은 승려들에게 자연을 소중히 할 것을 가르쳤죠. 초기불교 율장에는 초목을 헤치거나 땅을 파지도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대형 목조사찰 건축이 건전하게 사용된다면 모르지만, 그럴 거면 한국 전통문화 발전과 관광산업 발전, 재래 기술 연구복원에 도움이 되면서 도심지역 불교 포교 활성화와 더불어 사람들의 왕래가 편한 도심지 같은 곳에 지어야지 지금처럼 산중에 무리하게 산을 깎아대고 계곡을 파헤치면서 아름드리 수입목재로 건물을 세우는 모습은 부패한 땡초들의 뱃살 확장을 위한 것일 뿐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게 아니기에 차라리 도심 사찰을 지으면서 공그리로 짓는 게 낫다는 겁니다.
  • 역사관심 2015/08/31 23:02 #

    그렇군요. 일본불교가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산림자원에 대한 훨씬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이네요. 말씀대로 저런 식의 행태는 절대 용납되어선 안됩니다.. (언제 산림청등 관련기관에 제안이라도 올려봐야 겠습니다. 일단 상태부터 파악해야겠지만).
  • 봉래거북 2015/09/02 01:05 # 삭제

    제안 올려봤자 솔직히 별무소용입니다. 이전부터 언론도 탔음에도 불사란 명목으로 지금도 수시로 밀어붙이니 뭐...
    일본불교 유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수자천도가 있습니다. 원래 일본 불교에서 근현대 들어 낙태수술이 늘면서 수자령(水子靈)이라고 해서 낙태아들 천도해 주면서 빨간 턱받이와 모자를 갖춘 돌지장을 모시는 의례가 생겼는데 이게 1980년대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들어온 의도는 좋았지만 불교게에서 일본식 장례불교를 벤치마킹하면서 돈벌이 성격으로 갖은 제와 재를 늘리는 측면에서는 좋게만 볼 수 없죠. 뭐 이 과정에서 전통문화 하나가 부활하긴 했습니다. 고려부터 조선 중기까지는 집에서 제사지내는 대신 절에 위탁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 절들에서 이거 부활했습니다. 제사준비 귀찮은 며느리랑 제사는 지내야 한다고 보는 집안 어른들의 의견 충돌을 불교가 적절하게 파고들었죠.
    그외에는 사찰에 일본식 건축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 호수에서 보이는 기암괴석 배치라던가(전통 정원 호수에서는 네모낳게 자른 돌들을 끼워맞춰 깔끔하게 하죠.) 전에 서술한 일본식 건축기법(추정이긴 합니다만...)사용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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