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환상수- 머리 다섯, 오두귀 五頭鬼 설화 야담 지괴류

한국의 귀신, 요괴, 괴수류 담론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스의 순서를 따져본다면 아마도 가장 그 활용도가 미비한 것이 '회화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설화와 기담류 역시 그래도 유교적 프레임에 맞는 순으로라도 가져다 아이들용 동화라든가 설화등으로 퍼져있는 반면, 그러한 '교훈'위주의 이야기가 아닌 '기담'류의 소스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져다 활용하는 예는 매우 미비한 것이 현대한국의 모습이지요.

설화류도 그러하지만, 회화류는 정말 활용이 미비합니다. 괴력난신으로 대표되는 16세기이후 성리학적 사회분위기에서 그러한 소스를 담은 '회화류'자체도 흔치 않을 뿐더러, 혹 사찰의 벽화나 불화로 전하는 야차류나 도깨비류에 대한 활용 역시 체계적인 정리는 물론 (그래서랄까) 활용 역시 매우 미비합니다. 예전에 다룬 뇌공신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존재들에 대한 가시적인 정리를 담은 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뇌공신- 통도사 팔상도 (보물 1401호)
통도사 양각야차

아귀 (1759년 제작 감로탱, 봉서암 -호암미술관)

불교쪽 소스외에 회화류중 등한시되는 그러나 민간에 널리 퍼졌던 소스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인들이 흔히 사용하던 점괘류 책자인 '당사쥬(당사주)'입니다. 당사주에는 온갖 잡귀와 악귀가 글과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사쥬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부적에 흔히 나오던 활용가능한 좋은 소스로는 예전에 소개한 머리 셋달린 '삼두매'나 귀신쫓는 센눈박이 개인 '신구'가 있습니다.


삼두매와 신구

오늘 소개하는 녀석은 또 다른 머리 다섯 달린 전통귀신입니다.


당사주의 오두귀 五頭鬼

당사주라는 책에 대해서는 예전에 몇번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주로 '벽사적 성격'을 띠는 조선후기 크게 유행되었던 당사주책에서 가끔 등장하는 특이한 녀석이 바로 '오두귀'라는 것입니다.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당사쥬책의 그림 (칼의 굵기가 다르죠, 어떤 기사에서는 이걸 10왕중 제2소간왕이라고 추측했는데 틀렸습니다. 오두귀입니다)

말 그대로 머리가 다섯 달린 오두귀신(五頭鬼神)으로 이놈은 사람 형상의 붉은 몸뚱이에 다섯개의 머리가 달려 있으며, 양손에 청룡도(靑龍刀) 부여 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등에는 두개의 날개가 있으며 엉덩이에 소의 꼬리가 달려있습니다. 즉, 새, 인간, 그리고 소를 결합시켜 만든 상상수로, 당사주에서 이 녀석은 보통 귀신의 다섯배의 신통력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벽사수인지라 생긴 것은 기괴하고 무섭지만, 오두귀를 도우면 인간의 소원이 이뤄집니다.

오두귀의 형태로는 위의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필자가 찾아낸 당사주의 이형은 이런 흉측한 모습도 있습니다. 얼굴안에 작은 소면이 다섯개 있고, 입이 하나죠.
오두귀는 현재까지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삼두매'와 같이 순수한 조선시대 상상수로 보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다만, 태국과 미얀마 국경의 한 사찰에서 '오두귀'라는 이름의 작은 상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에게 소원을 빌고 공양을 받고 있더군요. 

성격 역시 유사해서 꽤 흥미롭긴 했습니다.
태국사찰의 오두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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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연의 일치로 보이긴 합니다만, 이 다섯머리의 귀신은 자연스런 죽음이 아닌 '전쟁, 역병, 홍수, 지진, 그리고 사고사'를 다스리는 귀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재해를 피하는 벽사기능을 하는 것이겠지요. 삼두매도 그렇거니와 신구나 이런 오두귀같은 존재가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아는데, 한번 파고들어볼 부분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의 오두귀는 여러 문화적 매체에서 활발하게 쓸 수 있는 좋은 소재라 생각됩니다. 널리 알려지면 좋겠군요.


덧글

  • 이선생 2015/12/01 10:26 #

    윤열수 선생님의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이라는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녀석이네요...
    신통력이 보통 귀신의다섯배라니 머리가 다섯이라 그런걸까요?^^
    태국에서 유사한 녀석이 있는 줄을 몰랐는데 잘 알아갑니다...

    저번에 물어보신 식인귀의 원전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중국 기담집인 <요재지이>더군요....
    <요재지이>의 내용이 한국으로 넘어와 구전 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원전을 찾은 건 좋지만 조금 김이 빠지더군요...
  • 역사관심 2015/12/01 01:07 #

    결국 요재지이였군요. 감사합니다.

    태국의 저 녀석은 오래된 것인지 요즘 만들어진 돈벌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생긴건 꽤 비슷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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