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존재는 귀납적 접근이 필요. 독서

모든 형이상학은 연역적 원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참인 원리를 바탕으로 현실을 설명해나간다. 허나 연역은 대단히 공허하다. 이미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대전제 속에 소크라테스가 죽는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 연역법은 현실에서 아무런 새로운 정보도 제공해주지 못한다. 다만 논리적 근거만을 밝혀줄 뿐이다. 따라서 연역은 새로운 정보가 아닌 논리적 과정을 중시한다. 

또한 연역은 대단히 폭력적일 수 있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비롯해 모든 연역적 철학은 자신들의 철학이 내세우는 대전제로서의 원리를 자명한 진리라고 주장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자명한 진리인 것처럼 이데아가 참된 존재라는 것도 자명한 원리라는 것이다. 허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하기 위해선 별다른 증명없이 자명한 진리인 '공리'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연역적 진리체계인 기하학은 이처럼 자명한 공리를 토대로 구축된 것이다. 모든 연역적 철학은 기하학처럼 자명한 공리를 토대로 구축된다. 이데아, 형상, 신, 절대정신이 모두 자명한 공리에 해당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대전제도 실상 따지고 보면 완벽히 그 진실성이 확보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연역체계에선 그것을 자명한 원리라고 인정한 후 논리를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연역체계는 매우 정밀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 그 자명한 진리로서의 공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체계자체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연역의 반대입장인 귀납은 이처럼 별다른 증명없이 자명한 것으로 내세우는 원리로서의 공리를 부정한다. 일체의 지식을 모두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이론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역법이 형이상학의 방법론이라면 귀납은 과학의 방법론이다. 그러나 현대과학에서 연역과 귀납은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 과학은 연역과 귀납이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으로 인해 구축되는 것이다. 가령 아이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제안한 과정은 대단히 연역적이다. 그는 수학적 이론을 토대로 상대성이론을 주장했고, 그것을 추후 검증과정을 통해 입증해냈다. 물리학은 대체적으로 연역을 중심으로 하면서 귀납적 실험을 통해 이론을 확증한다. 

반면 현대의학은 주로 귀납적 방법을 중심으로 하면서 연역적 비약을 수행한다. 일단 사람부터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연역적 이론구축은 나중의 일이다. 대체적으로 이론적 성향이 강한 학문은 연역법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실용적 성격이 강한 학문은 귀납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회과학은 귀납법을 근간으로 한다.

-채석용 (철학개념어사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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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하듯, 문화적 연구에 대한 방법론도 역시 귀납법이 맞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도깨비담론이 그 대표적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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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역체계는 매우 정밀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 그 자명한 진리로서의 공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체계자체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link) "다시 말해서, 한국인은 한국적인 것을 만드는 주체이지만 무엇인가 만들어진 후라면 주체인 한국인이 없어도 한국적인 것은 존속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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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트 2015/12/23 13:03 #

    대전제를 세우고 그것으로 만든 틀에 억지로 끼워맞추기만큼 사회과학 연구에서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것도 없지요.
  • 역사관심 2015/12/23 13:33 #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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