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수면부족 한국사회, 그리고 창조성에 시사하는 뇌연구 정보와 인지심리

21세기는 '창조성'의 시대다. 기업들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창조적인 결과를 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몇년 들어 아주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다. 또한 한국인들은 왜 '창조성'이 서구인들보다 부족한지에 대한 여러 설명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010년들어 나오는 '한국의 위계질서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바로 창조성과 상충된다는 기사였다. 

다시 같은 기사를 찾기가 힘든데, 당시 이것은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심리학 연구결과'를 근거로 창의성(창의력)과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상충된다는 논리적인 결과를 보여줬었다.필자는 그 결과를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동의가 됐었던 기억이 난다 (기사를 찾으면 발췌해서 내용을 올리고 싶다).

그런데, 이 내용은 실무적인 일처리라든가 프로젝트등에서의 활용할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웠고,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좀 더 근본적인 창의력의 근본적 배경을 의미하고 있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작년에도 꽤 화제가 되었던 '왜 우리는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하는가'같은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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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자 (2015.4.13) 기사다. 한국사회의 '수면장애'의 급격한 증가에 관한 이야기로 일부를 발췌해 본다.

함씨는 “예민한 성격 때문에 생긴 일시적 문제일 뿐이지 병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치료를 받아보니 잠이 정말 중요한 것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며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 자고, 잠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었는데 치료로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면서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질병코드 G47)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8만9500명에서 지난해 45만5900명으로 5년 만에 57.5%(16만6400명) 늘었다. 수면장애 환자는 2011년 처음 30만명을 돌파한 뒤 3년 만인 2014년에는 4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연평균 8.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신과 관련 치료를 꺼리는 사회분위기 등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면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증가율은 젊은층에서 오히려 가팔랐다. 30대는 10만명당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591명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2012∼2014년 연평균 환자 증가율은 9.3%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40대 6.9% △20대 6.5% △10대 5.0% 순이었다. 70대와 80대 진료인원이 같은 기간 각각 3.5%, 1.1%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늘자 기사 전문.


사실 이것은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의 증가율에 관한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야근과 회식, 그리고 특히 한창 때의 학생들의 야습과 학원으로 이어지는 (그것도 저연령까지) '밤이 없는 사회구조'라 생각한다. 즉 '야근, 야자공화국'인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소식. 오늘의 주제를 아이러니하게 간략하게 보여주는 기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 전체적으로 지식 정보화 그리고 창조성을 강조합니다. 지식과 정보가 모든 사회를 이끌어 가고 이를 바탕으로 한 창조성이 개인과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논리가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잠이 부족한 사회, 피곤이 넘치는 사회를 의미하는 지도 모릅니다. 밤에 시간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밤늦게 까지 술집이나 거리를 배회하기도 합니다. 막상 잠자리에 들어서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 얕은 잠을잡니다. 숙면을 취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이 밤이 없는 사회의 문제는 비단 창의력뿐 아니라 사회적인 매우 근원적인 여러 수많은 문제와 연결되지만 일단 오늘의 주제에만 집중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밤이 짧고 서너시간밖에 못자는 사회구조는 바로 '창의성'을 근본적으로 차단시켜버린다는 결과가 21세기초반부터 최근까지 속속 '뇌과학'분야에서 발견되고 있다.

다음은 뇌과학자인 이케가야 유지의 최신저서 (2013)인 [뇌는 왜 내편이 아닌가] 나오는 이야기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이 중 오늘의 주제인 '창의성'(창의력)과 수면의 상관관계 부분의 핵심만 발췌해 본다.


수면시간이 짧은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인간은 생애의 30%정도를 잠으로 보낸다. 언뜻 무용해 보이는 많은 시간을 수면에 소모한다. 수면시간은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매일 5시간도 안자는 '숏슬리퍼'가 있는가 하면 9시간 이상 자는 '롱슬리퍼'도 있다. 근면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전 롱슬리퍼입니다'라고 고백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일까. 한창 일할 나이에는 수면시간을 줄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뇌과학자로서) 수면에 대해 이런 이미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수면시간이 짧다는 것은 아무런 자랑도 되지 못하며 하물며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수면이 생물학적 필수 프로세스라는 점이다. 중략.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업무에 필적하는, 아니 그 이상 중요한 행위이다. 적게 잔다고 강조하는 것은 영양실조나 거식증을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전하지 못하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숏슬리퍼와 롱슬리퍼가 갈리는 데 유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숏스릴퍼 가계가 여럿 알려져 있는데 인구의 5퍼센트 정도가 숏슬리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롱슬리퍼가 아니라 숏슬리퍼임을 자랑하는 것은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라거나 B형이 아니라 A형이라는 점을 자랑하는 것같은 어이없는 이야기가 된다.


빈둥거리기를 권함

이어서 수면의 효과를 살펴보자. 우선은 발상 능력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아이템을 떠올리거나 창의적인 착상을 얻기 위한 왕도가 있다고 한다. Graham Wallas에 따르면 발상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1. 과제에 직면한다
  2. 과제를 방치하기로 결단한다
  3. 휴지기를 갖는다
  4. 불현듯 해결책이 떠오른다 (주: 우리사회는 이 3, 4번을 용납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근원적인 창조'(특히 학문분야)는 이런 과정을 거쳤음을 우리는 아주 빈번하게 역사에서 볼 수 있다)
이중 특히 3단계가 중요하다. 빈둥거리며 숙성시키는 사고법이다. 당면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행위지만 창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숙성 시간이 필수적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유를 갖고 다가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처리할 서류가 있을 때 '마감이 한참 남았는데 뭐'하고 봉투를 뜯지도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 번 살펴본 후 방치하는 편이 생각이 떠오를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숙성이 왜 필요한 것일까? 

캘리포니아대학교의 Sarnoff Mednick 박사팀의 연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기억실험이 아닌 '연상 실험'- 연구방법은 생략). 해답을 생각할 긴 시간이 주어지는데, 계속 깨어있던 사람보다 잠을 자고 난 사람의 성적이 더 좋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럼 수면과 기억의 관계에 대한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자. 중략.

자고 있는 동안 신체는 쉬고 있지만 뇌 활동을 기록해보면 뉴런은 거의 전면 가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는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는다. 수면중에 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있으며 결정적인 해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수면의 역할중 적어도 하나는 '기억의 정리와 고정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수면이 기억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실험 데이터가 있다. 

바로 레미니선스 (Reminiscence) 현상이다. 시카도 대학의 티모시 브라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207명을 대상으로 한 게임실험에서 오전 9시에 한시간 게임연습을 시킨 후, 평상시와 같이 지낸 후 같은 날 밤 9시에 (즉 12시간후 같은 날, 수면없이) 게임을 시킨 경우 평균 점수는 오전에 비해 거의 50퍼센트 하강했다. 이것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시 훈련없이 그 후 바로 잠을 재워서 7시간의 수면후 다음날 아침 9시에 같은 게임을 다시 시켰더니 거의 전날 오전의 훈련 직후 레벨까지 성적이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별도의 훈련없이 수면만으로 성적이 향상된 것이다. 중략.

수면과 성적 (혹은 작업능률)의 관계는 작업을 하고 있는 낮시간뿐 아니라 수면 중에도 성공 여부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억, 그리고 창의성 부분에서는 적어도 지금껏 수면이란 것이 그저 몸과 뇌의 휴식이라는 관점에서만 의미를 주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시점이 왔는지도 모른다 (241~252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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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르키메데스'의 욕조에서 갑자기 외친 '유레카!'사건이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사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최근의 것이 아니다. 이미 지금부터 12년 전인 독일의 연구도 이미 우리 언론에서 소개된 바 있다. 2004년 과학동아의 기사인 '우리는 왜 잠을 자야만 할까'중 이런 연구결과가 소개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수면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아침형 인간’ 이 사회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아침 6시 이전에 일어나 하루일과를 시작해 인생을 2배로 산다는 생활패턴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과연 잠을 적게 잘수록 성공한 사람이 많을까. 왜 우리는 잠을 자며, 얼마만큼 자는 것이 가장 좋을까. 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중략.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충분한 잠이 꼭 필요하다. 최근 독일 뤼벡대 얀 보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충분한 잠이 창의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8시간 잔 그룹이 적게 잔 그룹에 비해 수학문제를 풀어낼 가능성이 3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뇌에 기억을 저장하기 전에 재구성하는 기능이 자는 동안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적절한 시간동안 숙면을 취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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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침형 인간'이란 말이 열풍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단어이다. 아침형인간은 A형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절대수면시간의 필요한 만큼의 증가와 '숙성된 사고'를 기다릴 줄 아는 문화의 변화다 (대기업에서도 학교에서도 온통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는 프로젝트'와 '펀딩'만이 존재할 뿐, 장기적인 안목의 연구나 프로젝트를 기다리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KBS 2011년 다큐 "야근권하는 사회" 중 (영상을 보시고 싶은 분은 클릭)

유명한 아래 기사와 같은 이런 헛소리 뻘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잠과 휴식'을 바라보는 '시각'자체를 새로 짜야 할 것같다. 이와 더불어 글 서두에서 언급한 수직/경직 분위기의 특유의 근무환경도, '자율을 가지고 편안한 근무환경'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노벨상이라든가 애플의 창의성은 (닌텐도 헛소리로 대변되는 우리의 많은 문화사업을 바라보는 착오가 그러하듯) '떡고물'만 바라보고 다가서서는 결코 얻어낼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니, 이 모든 것 이전에 사람은 쉬어야 그리고 자유로워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덧글

  • 레이오트 2016/04/16 19:55 #

    1. 그리고 한국 특유의 소모적이고 투쟁적인 경쟁상황은 잠을 낭비로 여기는 풍조를 낳았지요. 그 예 중 하나가 나폴레옹은 4시간만 자서 유럽을 석권했다며 잠을 죄악시하는 것이지요.

    2. 사실 이건 대한민국 사회도 좀 억울한게 대한민국은 결국 선진국을 맹추격하는 입장이라 그들의 기술을 최대한 빨리 익혀 같은 품질에 가격은 싼 카피캣 제품을 최대한 빨리 출시해서 팔아야 살 수 있었기 때문이죠.

    3. 닥치고 야근을 부르짖는 한국 기업문화와 달리 일본 대기업에서는 월 일정 시간 이상 야근을 하면 사유서를 내야한다고 하며 그게 아니라도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과제를 끝마친다는 문화가 있어 야근이 생각외로 흔치않다고 합니다.
  • 역사관심 2016/04/18 02:59 #

    사실 2번이 가장 큰 이유가 되는데, 이는 90년대중반까지는 유효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다만, 이 패러다임을 21세기까지 끌고 가는데 모자라, 더 심화시키고 있어서 시대의 요구와 반대로 가는 사회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목적지는 현재 선진국들과 같은 지점(결과물만) 바라고 있으니...
  • 시안레비 2016/04/16 17:16 #

    학생때 박터지게 경쟁해서 바늘구멍을 겨우 통과해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그 대기업에서조차 피나는 경쟁을 하다가 밀리면 잘리는 현실..

    그냥 경쟁만 하면 몰라 야근이랑 회식자리는 덤.. ㅋ

    그럴바엔 자기 수준을 알고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게 행복할것 같더라구요 굳이 열등감같은거 가질 필요도 없구요 ㅎㅎ
  • 레이오트 2016/04/16 19:55 #

    그런 생활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게 호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다운시프트 라이프 스타일이지요.
  • 역사관심 2016/04/18 03:01 #

    사실 이 경쟁이라는 구도를 어떻게 잘 풀어낼지가 우리 사회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갈 수 있느냐 주저앉느냐의 아주 중요한 포인트겠죠. 현재는 스트레스를 양산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선보다는 악영향이 더 많은 단어... 개개인이 행복한 사회가 결국 가장 건강하고 경쟁력있는 사회가 되는데, 반대로 가고 있으니.
  • 아이카츠 아재 2016/04/16 22:45 #

    아직도 충분한 수면 = 게으름으로 아는 사람들 많지요..
  • 역사관심 2016/04/18 03:01 #

    적어도 이 부분은 저런 과학계의 최근 연구들로 다 깨부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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