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자동기계산 만불산 중국측 교차기록 (그리고 광경을 지켜보았을 혜초대사) 역사전통마

예전에 소개한 [삼국유사]의 고대 한국 첨단 기계류기록인 '만불산(萬佛山)'이라는 오파츠(엄밀히는 현전하지 않으므로 아니지만)가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중국에 전해졌다던 기계이니 당대 중국측 기록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는데 기록이 있더군요 (!).

이 기록으로 만불산은 좀 더 그 실체가 신빙성을 가지게 되는 듯 합니다. 사실 만불산정도면 경주박물관에 재현해서 전시해도 훌륭한 컨텐츠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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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악(蘇鄂, 9세기 생몰년미상)이라는 당나라 인이 876년에 완성한 [두양잡편]이라는 3권짜리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소악(蘇鶚)은 字를 덕상(德祥)이라 하고 북경 (京兆 武功(今屬陝西))의 사람입니다. 작가에 대한 간략한 중국측 (중국문학대백과, 2000)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好學했으며 늙어서도 忘倦하니 더욱 前代故實을 좋아했다. 咸通 연간에 進士가 되었으나 열번이나 도전했다가 登第에 실패했다. 건부(乾符) 3年(876)에 《杜陽雜編》을 撰成했다. 光啓 2年(886)에 이르러 비로소 登進士第했다. 그 뒤 사적은 不詳이다. 《新唐書ㆍ藝文志》에는 그의 저서로 《연의(演義)》10卷ㆍ《杜陽雜編》三卷이 기록됐다. 《전당문(全唐文)》권813에 그의 글 1편이 실려 있다.

[두양잡편]에 대한 설명입니다.

《杜陽雜編》은 唐 蘇鶚 찬이며 전 3卷이다. 작자가 사는 곳이 武功 杜陽川이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대종(代宗) 광덕(廣德) 원년(763) 이후 의종(懿宗) 함통(咸通) 14年(873)에 이르는 十朝 시기의 이물잡사(異物雜事)를 기록한 이른바 필기소설 중 하나로 傳聞之事가 많다. 하지만 개중에는 史實을 언급한 일도 있으니 宦官 魚朝恩과 仇士良이 擅權하여 跋扈했다든가, 懿宗朝에서 佛骨을 맞이할 때 거국적으로 미친 듯 했다는 기술 등은 史家에서 주목하는 내용이다. 文辭가 華美해 後世가 추숭하는 책이다. 《四庫全書總目》에서 평하기를 “鋪陳縟艷, 詞賦恆所取材, 固小說家之以文釆勝者”라고 했다. 《新唐書ㆍ藝文志》ㆍ《郡齋讀書志》ㆍ《直齋書錄解題》에는 모두 3卷이라 저록했다. 지금은 《稗海》ㆍ《學津討原》ㆍ《叢書集成初編》諸本에 들어 있다. (이상은 《中國文學大辭典》, 上海辭書出版社, 2000年及《中國文學家大辭典ㆍ唐五代卷》, 中華書局, 1992年에 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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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만불산'이 따로 하나의 챕터로 구성되어 전하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지요.

두양잡편(杜陽雜編)
만불산(萬佛山)

○ 대력(大曆 766~779) 연간에 신라국에서 만불산(萬佛山)을 바쳤는데, 높이가 1장가량 되며, 침단목(沈檀木)에다 주옥(珠玉)으로 조각을 하여 만들었다. 부처의 형상이 큰 것은 1촌이 넘고 작은 것은 7, 8푼 된다. 부처의 머리는 크기가 좁쌀만 한 것도 있고 콩 반쪽만 한 것도 있는데, 이목구비와 나계(螺髻), 머리털 모양이 모두 다 갖추어져 있다. 

거기에다 다시 금(金), 옥(玉), 수정(水精)으로 아로새겨, 번개(幡蓋), 유소(流蘇), 엄라수(菴蘿樹), 첨복수(簷葍樹) 등을 만들었으며, 백요(百瑤)를 얽어서 누각(樓閣)과 대전(臺殿)을 만들었는데, 그 모양새가 비록 작지만 형세는 날아오를 것만 같다. 또 앞에는 길을 가는 승도가 1천 명도 넘게 있으며, 아래에는 자금종(紫金鍾)이 있는데, 지름이 3촌가량 되며, 위에는 거북머리가 그것을 물고 있게 하였다. 

매번 그 종을 치면 길을 가는 승도들이 머리가 땅에 닿도록 예불(禮佛)하며, 그 속에서 은은한 소리가 들리는데, 이를 범음(梵音)이라고 한다. 대개 그렇게 되는 이유는 종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 산의 이름을 비록 만불(萬佛)로 이름하였지만,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위에는 바위로 된 산봉우리 사이에 구광선(九光扇)을 놓아두었다. 

사월 초파일에 양중(兩衆)의 승도들을 내도량(內道場)으로 불러들여서 만불산에 예배하게 하였는데, 이때 보는 자들이 사람의 솜씨로 만든 것이 아님에 탄복하였으며, 전(殿) 안에 아홉 가지 색깔의 광채가 퍼지는 것을 보고서는 그것을 일러 불광(佛光)이라고도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구광선이다.

上崇奉釋氏,每舂百品香,和銀粉以涂佛室。遇新羅國獻五彩氍毹,制度巧麗,亦冠絕一時。每方寸之內,即有歌舞伎樂、列國山川之象。忽微風入室,其上復有蜂蝶動搖,燕雀飛舞。俯而視之,莫辨真假。又獻萬佛山,可高一丈,因置山於佛室,以氍毹藉其地焉。萬佛山則雕沉檀珠玉以成之。其佛之形,大者或逾寸,小者七八分。其佛之首,有如黍米者,有如半菽者。其眉目口耳螺髻毫相無不悉具。而更鏤金玉水精為幡蓋流蘇,菴羅薝卜等樹,搆百寶為樓閣台殿。其狀雖微,而勢若飛動。又前有行道僧徒,不啻千數。下有紫金鐘,徑闊三寸,上以龜口銜之。每撃其鐘,則行道之僧禮首至地,其中隱隱謂之梵音,蓋關戾在乎鐘也。其山雖以萬佛為名,其數則不可勝紀。上因置九光扇於岩巘間,四月八日召雨眾僧徒入內道場禮萬佛山。是時觀者歎非人工,及睹九色光於殿中,咸謂之佛光,即九光扇也。由是上令三藏僧不空念天竺密語於口而退。傳之於僧惟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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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흥미로운 점은 [삼국유사]에서 말하는 경덕왕(景德王, 재위 742~ 765년)대에 보냈다는 기록과, 여기 중국측의 기록의 차이입니다. 이 기록은 약간의 논쟁거리를 낳을 수 있는데 바로 경덕왕의 사망년도에 대한 것이지요.

[두양잡편]에 나오는 만불산의 도착시기는 대력연간, 즉 경덕왕의 사망직후인 766년~779년입니다. '대력'이란 것은 당(唐)의 8대 황제인 대종(代宗)의 연호(年號) 중 766 ~ 779년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삼국사기]측의 기록을 따르자면 죽은 사람이 (아무리 빨라도) 이듬해에 '만불산'을 당황제에게 선물로 보낸 것이 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삼국사기]에 각주로 "옛 기록(古記)에는 765년에 죽었다고 되어 있으며 [구당서]와 [자치통감]에는 767년에 죽었다고 기록 되어 있는데 중국쪽 기록이 잘못 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는 글이 있다는 점이지요. 만약 그가 767년에 사망했다면 (그래도 아직 이른나이로 44세에서 46세정도), 사망하기 직전의 해나 당해에 이 신박한 기계를 보낸 것이 들어 맞습니다.

만불산의 구조는 양쪽의 저서에서 모두 공통적입니다. 기초재료로 '침단목'을 쓴 것이나, 주옥으로 장식했고, 금과 수정등이 많이 쓰였으며 무려 1천명의 작은 스님들이 자동적으로 돌아다니며 움직이며, 범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불경외는 소리가 나는 기계구조등 모두 일치합니다.  

참고로 침단목(침향목이라고도 불리는)은 이런 모양입니다. 
침단목 조각

또한 말미에 나오는 부분은 흥미로운데, 내용이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데 굵은 체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四月八日兩街僧徒於內道場禮萬佛山, 命三藏不空念讚密部眞詮千遍以慶之, 觀者皆嘆伏其巧
4월 8일에 대종은 두 거리의 승도(僧徒)들에게 명하여 내도량(內道場)에서 만불산에 예배하고, 삼장불공(三藏不空)에게 명하여 밀부(密部)의 진리(眞理)를 1,000번이나 외어서 경축(慶祝)하게 하니, 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 교묘한 솜씨에 탄복했다.
- 삼국사기
四月八日召雨眾僧徒入內道場禮萬佛山。是時觀者歎非人工,...
사월 초파일에 양중(兩衆)의 승도들을 내도량(內道場)으로 불러들여서 만불산에 예배하게 하였는데, 이때 보는 자들이 사람의 솜씨로 만든 것이 아님에 탄복하였으며... 
-두양잡편

[두양잡편]은 876년에 간행된 책이고 [삼국사기]는 1145년에 간행된 책이니 기록자체는 두양잡편쪽이 '당대의 기록'입니다. 따라서 삼국사기측의 기록은 당시까지 전하던 당조의 고서들과 신라의 역사서 내용이 첨부되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 대종이 감탄하는 부분'이라든가 '참새와 벌과 나비의 조각들', '인형들의 눈썹같은 생김새'등등 훨씬 자세한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위의 발췌한 기록을 보면 삼국사기측에는 '兩街僧徒' 양가승도, 즉 양 거리의 승도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두양잡편에는 '雨眾僧徒' 우중승도라고 되어 있어 차이가 보입니다 (두양잡편 해석도 '양중'이라고 되어 있는데 '우중'입니다). 보통 '雨眾' 우중이라고 하면 '다양한, 여러가지의'라고 해석을 할수 있어 '양쪽 거리의 승도'가 아니라 '여러 (혹은 여러 종파의) 승도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이 기록은 '삼국사기'가 혹시라도 만약 이 부분에 한해 '두양잡편'을 참고했다면 옮기는 중에 생김새만 비슷한 다른 글자를 썼을 가능성도 엿보이는군요.

또 눈여겨 볼 부분은 양측 모두 기록에는 '삼장불공'이라는 인물에게 당 황제가 직접 명해서 경축을 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삼장불공은 사실 '인도에서 온 승려'였습니다. 이 사람은 태어나서 13세가 되던 해인 718년 당으로 갑니다. 그리고 당시 도교를 믿던 현종을 꾸준하게 설득하여 '밀교'를 중국에서 정착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또한 이 분의 6대 제자중 신라에서 유학온 '혜초'대사 (704~ 787년)도 있었습니다. 그 '왕오천축국전'의 저자였지요. 또한 722년 인도로 구법여행을 떠난후 730년대에 다시 중국의 장안으로 돌아와 돌아가실 때까지 당에서 머무릅니다. 

인도승 불공삼장(不空三藏, 705~774년)의 생몰년을 보시면 766년 혹은 767년에 당에 도착한 만불산을 당에 수행온 인도의 60대 고승이 신라에서 온 신박한 기계인 '만불산'을 앞에 두고 당의 승려들앞에서 불공을 드리는 장면이 상상됩니다. 또한 이 것을 구경하던 수많은 장안의 '승려들'중 분명 고국에서 온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을 '혜초대사'가 있었을 것이라 거의 확신합니다. 불공삼장의 6대 핵심제자였던 그가 이 세레모니에 빠졌으리라고는 상상하기가 어렵지요.

또 재미있는 접점은 신라의 고승 '혜통대사 (7세기, 생몰년미상)'이 연 종파인 '진언종(眞言宗)'의 시조를 한 세기 후대의 인물인 이 '불공삼장 (8세기)'로 찾는 설도 존재한다는 점이지요. 이 경우 이 신라의 만불산을 경축하던 불공삼장의 이 기록은 꽤 흥미로운 것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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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레이오트 2016/05/01 09:11 #

    오죽하면 몇몇 학자들은 지금 인류의 기술은 고대의 기술을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정도이지요.
  • 역사관심 2016/05/03 05:54 #

    오파츠는 역시 신기하죠...
  • 신병훈련행성알바리움 2016/05/01 11:38 #

    와 신라시대에 그런 정신나간 기술력이... 그리스 시절에도 이미 증기기관이 만들어졌을 정도

    이니 우리도 딱히 밀리진 않겠군요 자체는 잊혀지고 실전되었을지언정 어디선가 희미하게나마

    언듯언듯 남아있던 개념들이 물시계도 만들어내고 한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좀 국수주의자 같다거나 과민방응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현 대세와 세태에 얽매이지 말고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으로서요. ^^
  • 역사관심 2016/05/03 05:55 #

    아웃오브 시대로 정신나간 기술력을 오파츠라고 하는데, 각국의 이런 기록들은 흥미롭습니다. ㅎㅎ
  • 신병훈련행성알바리움 2016/05/03 08:24 #

    갓오브워 에 나오는 말도 안되는 기믹의 스테이지들이 마냥 상상이 아니었을지도요, ^^

    애초에 베어링 이라는 놈도 로마시대에 만들어졌을만큼, 유서깊은(?) 물건이랍니다. ㅎㅎ
  • 최강로봇 도라에몽 2016/05/01 20:23 #

    만불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만 있지 이렇게 확실한.근거가.있는.물건인진 몰랐네요 재밌어요
  • 역사관심 2016/05/03 05:55 #

    재현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박물관에서도 인기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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