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고급화는 철학적인 문제 음식전통마

한국의 대중문화가 알려지고 있고, 한식 역시 예전보다 그래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국외는 물론, 아직 국내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어두운 부분이 있습니다.

'고급한식및 식당'의 부재가 그것이지요. 이에 대해 작년에 다룬 글이 있습니다.

(해외 이미지가 그런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부재상태지요. 그리고 '국가적 지원체계'로 되는 것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급화'하자고 구호성으로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꺼이 국내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진짜 고급음식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걸음입니다)

이 글은 나름 완결된 결론을 가진 것이었지만, 조금 더 깊은 보충설명을 해보고 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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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 포스팅에서 고급식기류인 광주요 회장이자, (구) 고급한식당 가온의 주인이었던 조태권 씨의 이야기를 다시 보지요.

"비싼 스파게티는 한 그릇에 3만원도 하지만, 비빔밥은 1만원만 넘어도 큰 욕을 먹는 게 우리 문화다. 재료 값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고, 손도 많이 가는 게 우리 음식이다. 한식을 세계화하겠다며 꿈을 키우던 요리사들이 결국 중식이나 일식, 양식으로 전공을 바꾸는 건 흔한 일이다. 한식당 주인들은 "국민들이 한식 가격에 대해선 유난히 따진다"고 입을 모은다. '싸고 푸짐하게'는 한식당을 평가하는 '거의 절대적' 기준이다. 

조 회장은 "구미의 고급 식당 음식값은 1인당 500달러도 하지만, 한식은 100달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한국에도 지점을 낸 프랑스의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가 운영하는 파리 레스토랑은 저녁이 1인당 359유로(약 67만원)다.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은 몇 달 전 예약하고 기다린다."

이와 같이 그는 고급한식의 실패이유를 우리 국민들의 한식에 대한 편견을 기본으로 전제합니다. 그리고 그 벽을 깨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듭니다. '식재료자체의 품질향상'과 '고급 식기류'에서 그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언뜻 정답에 가까워 보이는 이 시도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가온과 낙낙의 주방장들은 작년 초 중국에서 열린 음식 경연대회에서 만두를 소재로 우승을 이끌어냈고, 우리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지난해 11월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체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식 만찬에서도 고급 한식 요리를 선보여 브라질 고위 인사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가온과 낙낙은 한식 세계화의 전초 기지라는 기치가 무색할 만큼 내국인들로부터는 관심을 받지 못했고 오픈 3년 만에 결국 폐업 위기에 몰렸다. 가온과 낙낙에서 선보인 10만원 안팎의 한식 코스는 ‘사치’라는 냉담한 인식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자, 해외 대회에서는 호평일색이던 만두가 국내에서 고급식당에서 비싸게 내놓자 냉담한 인식. 왜일까요? 한가지 예를 더 보죠. 역시 같은 맥락으로 가장 최근의 뉴욕 고급한식당인 '가온누리'의 메뉴에 대한 방법론과 결과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뉴욕의 중심가에 있는 한 건물의 39층. 뉴욕의 야경이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이곳에 최근 정통 한식을 표방하는 한식당이 문을 열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 에서는 한국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뉴욕의 야경을 배경삼은 매장은 여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다. 그 속에서 잘 갖춰입은 뉴요커들이 정통 한식을 먹는다. 이제 한식은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값싸고 새로운 아시아 음식이 아니라 비싼 돈을 지불하고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뉴요커들을 매료시킨것은 물론 한식의 맛이다. 이 곳의 메뉴는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과 전혀 다르지 않다. 갈비와 냉면, 비빔밥과 파전, 만두 같은 음식들이다

가온누리는 현재도 미국 음식평가사이트에서 꽤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온누리는 현지 한국인들에게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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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위의 포스팅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을 쓴 바 있습니다.

마치 가온이 국내에서 한국인들에게 다가서지 못한 것 처럼 말입니다. 분명히 인테리어도 최고급에 고급그릇에 최고의 식재료로 만든 비빔밥과 잡채입니다. 그럼 왜 선뜻 발걸음이 안 떨어질까요? 위 기사 (가온의 폐업)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자는 의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한식당과 요리사들이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실패한 걸까, 아니면 손님들이 '한식은 싼 음식'이라는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일까. 그 해답을 찾아야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할 듯싶다."

맞습니다. 한국인들에게 한식은 '싸고 많이 주면 좋은 음식점'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대중한식에 대한 이미지는 대중이 먼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생활식으로만 접근해서 팔아오던 한식 요식업계가 그동안 비싼 값을 치를 만한 한식을 제공하는 데 게을렀던 것던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요). 조태권 회장을 비롯 많은 고급 한식업을 생각하는 주인들은 이 점에 불만이 있죠. 그리고, 조 회장의 경우 이러한 의식을 타파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본인이 총대를 매는 심정으로 30만원짜리 홍게탕을 메뉴에 걸고 장렬하게 산화하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 어느나라 음식도 30만원 홍게탕이나 20만원짜리 고급불고기로 성공한 예는 없습니다. 바꿔 말씀드려 10만원짜리 라멘이나 20만원짜리 스파게티로 그 나라의 '고급식당 메뉴'가 채워진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부분에서 벌써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기자가 말한 '가치있는 음식'이라는 개념은 이 문제에서 '핵심'입니다. 가치의 매우 큰 파이는 '희소성'에서 발생함은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쉽게 한식에 대입해서 설명해보면, '평소에 먹기 힘든 음식'이 됩니다.

오늘은 해외인이 저 대회들에서 고급한식을 '인정'한 가치와 우리가 생각하는 고급한식의 '가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더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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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고급음식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 걸까

오늘 본 포스팅에서는 간단히 이 '가치'라는 개념, 특히 '문화산업'에 밀접한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는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산업에서 그 희소성은 크게 두가지 "시공에 따른 재료의 희소성"과 "레시피의 난이도"로 보았지요. 그래서 요즘 방영된 한식대첩의 음식들은 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이 '희소성' 가치가 포함되는 가치개념은 아는 분들은 주지하시다시피 '교환가치'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지요.

어떤 상품이 유용한가 유용하지 않은가의 가치기준을 '사용가치', 다른 것과의 교환이 가능한가 하지 않은가의 가치기준을 '교환가치'라고 불렀다. 사용가치는, 의자가 앉는다는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처럼 그 성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교환가치는 직접 보거나 접촉하는 것이 불가능한 초감각적인 것이다. 

사용가치는 상품 그 자체에 속한 것으로서, 서로 다른 상품을 사용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가치는 사용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교환가치는 어떤 특정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사용가치 자체는 변하지 않아도 그 가치(가격)는 변동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교환가치로 매겨진) 상품 자체에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크스는 상품이 가진 이러한 성격을 '물신적 성격'이라 불렀다. 어떤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관계의 결과인데, 우리는 자주 상품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한다. 이런 '혼동'을 물신화라 부른다. 

이런 혼동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의식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사회가 존재하는 한 완고한 실재성을 가진다. 
(현대사상, 빌리스 듀스 저, 2003)

즉, 사람들이 물건자체의 '사용가치'보다 사회적 관계에 의해 (쉽게 말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물신화'를 하게 되는 물건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고급 브랜드'로 여겨집니다. 이를 음식업에 대입하면 '고급음식'이 되겠지요. 우선 '맛'이라는 '사용가치'는 고급음식다운 레벨로 완성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혹은 '더' 중요할 수 있는 교환가치는 대게 다음과 같이 결정될 겁니다.

고급브랜드의 교환가치는= 희소성(복합적 의미= 원료구입 + 제작과정) + 고급의 이미지 프레이밍(배경가치)의 공식으로 결정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즉 예를 들어 "구찌의 고급가방"= 최고의 디자이너가 귀한 천이나 가죽으로 힘들게 만들었다는 '희소성', + 매장과 직원등의 고급프레임으로 이뤄진 이미지마켓팅과 역사성등이 합쳐진 결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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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요식업에 대입시켜 볼까요.
고급프랑스음식= 희소성 (최고의 요리사+ 레시피+ 귀한 식재료(시공간적 희소성))+ 이미지 (고급 인테리어및 식기류 그리고 역사성/스토리텔링).

프랑스요리도 일본요리도 중국요리도 이 세부요소에서 모두 성공적인 작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소비되는 겁니다).

그럼 속칭 실패한 최근의 고급한식 시도는 어디에서 가장 부족했을까를 한번 분석해 보았습니다.
고급한식= 희소성 (최고의 요리사(O)+ 레시피 (X)+ 귀한 식재료 (시간적 희소성X, 공간적 희소성 X)+ 이미지 (고급식당 인테리어 및 식기류 (시도중, But 명확한 이미지 메이킹 부재), 그리고 역사성/스토리텔링 (아직 부재중)).

현재 국내외적으로 많은 한국의 대중음식은 '사용가치'적인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줘도 된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즉, 싸고도 맛있는 음식이라는 개념은 어찌 보면 '사용가치'면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음식이라는 말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가격으로 왠만한 '실질적' 만족을 주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음식의 '사용가치'는 맛있고 배부른 것입니다). 그래서 한식의 많은 메뉴는 '음식'으로서의 기능면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큰 음식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고급음식들은 우선 기본적으로 그 '사용가치의 레벨'에서 확실한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낼만한) 차이를 냅니다. 즉, 비싼 프랑스식과 싼 프랑스식은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먹어봐도 '정확히' 싸면 싼만큼 비싸면 비싼만큼 그 '가격값'을 한다는 겁니다. 과연 '가온누리'의 음식이 한인들에게 그런 레벨의 사용가치를 제공하고 있을까요? 비싼 잡채는 내가 만든 잡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할만한 물건일까요?

여기에 더해 고급음식은 '사용가치'만큼이나 '교환가치'가 중요한 몫을 담당합니다. 즉 실질적인 '음식 맛'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합의'가 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희소성'과 '이미지'라는 놈들은 바로 위의 경제학 이론에서 나오는 '교환가치'에 들어가는 동물들입니다. 

사실 희소하건 이미지가 좋건, 본연의 음식맛과는 강력한 직접적 관련은 없습니다. 희소하고 매끈해서 비싸도 먹어보면 그다지인 외국 음식도 얼마든 있지요. 위의 저서 글에서 보이듯 '사용가치'는 사용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지우지되는지라 얼마든 변하니까요 (앞서 설명했듯 그렇다고 음식 맛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고급음식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든 음식은 '대다수의 세계인'에게 높은 '사용가치'를 기본으로 제공합니다. 다만, 교환가치와 사용가치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예 교환가치에 대해 모르는 요식업계 전문가도 수두룩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했던 해외에서 고급이미지 포장을 한 비싼 가격의 잡채을 파는 외국소재 고급한식점에서의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만족도'가 선명하게 차이나곤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용가치는 왠만큼 만족시키는 음식이고 외국인들에게 (특히 한국문화가 생소한- 바꿔 말하면 '희소성'이 있는) 이런 음식들은 '대중적인 음식'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사용가치는 물론, 포장에 따라서는 '교환가치'도 발생하겠지요. 하지만, 이미 잡채를 많이 접하고 이 음식을 잘 아는 한인들에게 비싼 가격의 '사용가치'는 물론, 포장만 그럴싸한 '교환가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고급화의 문제는 그 '가격'만큼 정확히 제공되어야 하는 당연한 만족스러운 사용가치에 더해, 앞선 포스팅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희소성'과 '이미지 메이킹' 두가지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입니다. 그 중 '희소성'은 역시 언급했듯 한식대첩등에 나오는 음식등이 현재의 고급불고기, 고급잡채 개념을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빔밥과 불고기와 잡채가 지금처럼 어디서나 비슷한 맛이 아닌 정확하게 값을 하는 고급화가 된다면 이 역시 국내인들에게도 고급음식화가 가능할 겁니다. 

다만 이미 대중화된 생활식 레시피가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고 대중적 음식으로 이미지가 박힌 이 음식들로 그런 레벨의 상품을 만드려면 한식대첩의 음식들보다 훨씬 힘든 길이 되겠죠). 그리고, '역사성/스토리텔링'은 결국 이러한 음식들을 차근차근 대중들이 국내에서 소비해내는 앞으로의 역사가 쌓일 수록 자연스럽게 붙는 또 하나의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역사성은 삼계탕을 조선 8대왕이 먹었다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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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그런데, 갈 길은 생각보다 멀어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식업의 최전방에서 고급화를 이끄는 분들의 기본철학에 변화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보고 반성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갈 길이 멉니다.

위의 실패 경험에서 조태권 회장은 무엇을 깨우쳤을까요? 최근의 인터뷰입니다.

- 몇 년 전 레스토랑 사업이 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의 심정은 어떠했는가?
▲수 년 전에 <가온>이라는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다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결코 패배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홍게탕이라는 메뉴에 30만원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가격을 책정해 주위에서 미쳤다는 쓴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할 때 고급 한식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가장 먼저 실천한 좋은 선례였다고 본다. 이후 고급화된 한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그 시도로 한식의 고급화가 실현되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 앞선 시도였지만 나의 기여도 또한 높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윗 포스팅에서 비판한 바가 있으니 패스합니다. 아직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가치의 책정'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좀 더 밀도높고 치밀한 분석과 조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식업을 이야기했지만, 애니메이션 산업이나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칭 '대박' 혹은 '명품' 게임이나 애니가 탄생하는 과정은 결코 2차산업의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그 '가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애니나 게임 역시 그냥저냥한 작품과 세계적인 히트작 사이에는 '가치'의 문제가 깊이 들어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가치를 만드는 '희소성'이 여기서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컨텐츠'라는 이름으로 바뀔 뿐이겠지요. 

예컨대 '포켓몬 고'와 비슷한 내용과 기계만 있으면 비슷한 대박을 칠 거라 생각하는 국내 정치인들의 한숨나오는 얄팍한 분석수준은 '사용가치'만 비슷하면 모두 '명품 게임'이 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 혹은 비싼 재료와 그릇만 있으면 고급음식이 될 것이라는 한식업계의 착각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한국의 대부분의 '문화산업'에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산업은 2차산업처럼 투자만 쏟아넣으면 기계적으로 단기간에 '한 방'이 나오는 물건이 아닙니다. 빨리빨리 문화로 되는 물건도 아닙니다.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만들고 인지도를 높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완성도높은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 충성도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을 다시 조심스럽게 유지해야 하는 힘든 동물입니다.

조태권 회장의 '가온'이나, 이명박정권의 '닌텐도'를 하루빨리 만들라는 이야기나, 아래 허지웅씨글의 한 방에 미야자키 하야오 레벨의 작품을 (투자만 하면 나올 줄 아는) 바라는 애니계나 속을 들여다 보면 '모두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 실제로 좋은 소스임에도 지쳐 포기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젠 문화산업계의 '실수자체'를 그만해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덧글

  • 레이오트 2016/08/14 18:03 #

    당장 한식이 라이벌이라고 하는 일식만 봐도 각 지역의 환경, 역사, 문화가 담긴, 흔히 말하는 스토리가 있는데 한식은 그 음식이 나온 지역과의 연계가 좀 부족한 느낌을 주지요.
  • 역사관심 2016/08/15 01:32 #

    맞습니다. 무엇보다 선후가 뒤바뀐 것이 큰데, 비싸서 고급이 아니라, 고급이라 비싼거지요. 그리고 그 '고급'을 만드는 것은 경제적목적보다 말씀하신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스토리와 시스템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저렇게 뚱땅 그럴싸한 식당하나 만들어놓는다고 되는게 아니죠.
  • 무명병사 2016/08/14 12:18 #

    고급이라서 비싼 값을 받는 건데 비싸니까 고급이라고 생각하는 저딴 정신머리로 일을 추진하니까 이 사달이 나는거죠. 덧붙이면 여기에 들어오면 '외국음식'이라는 이유 하나로 값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가고...
  • 역사관심 2016/08/15 01:33 #

    아직도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치열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광주요 조태권회장님의 경우 가온이 망한것으로 타격이 별로 없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본업이 더 크고 가온은 실험장이었달까요.
  • 나인테일 2016/08/14 14:23 #

    왜 꼭 비싸야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태국 음식이 최고급이라 유명한건 아닌데 말이죠.
  • 역사관심 2016/08/15 01:35 #

    비싼게 '결과'가 된다면 수긍이 가고 기꺼이 돈을 모아서라도 가겠죠. 이런 저런 가격의 음식이 많아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고개가 끄덕여지는 '가격레벨'의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무식한 북극여우 2016/08/14 15:07 #

    부진의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면서 잘 되는 사업을 본 적이 없습니다
  • 나인테일 2016/08/14 16:48 #

    그럼 먹지마! 콰아아아아!
  • 역사관심 2016/08/15 01:35 #

    흔히 말하는 '애국심'마켓팅과 그다지 다른게 없는 논리지요. 저렇게는 절대 성공못합니다. 이 시대에.
  • 마가린 2016/08/14 17:34 #

    솔직히 한국요리보다는 영국요리가 낫습니다.
  • 역사관심 2016/08/15 01:35 #

    개인취향 존중합니다. 저는 별로.
  • ALT F4 2016/08/14 18:23 #

    사장이란 작자가 시도는 좋았다고 자찬하지만 정작 경험에서 얻은건없이 바닥깔아놓았으니 문제 ㄴㄴ 하며 자뻑하는데에서 답이 안보인다.

  • 역사관심 2016/08/15 01:55 #

    위의 답글에서 말씀드린 논리로 답을 대신합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들보다는 훌륭하다고 보지만 (그리고 결국 자신의 손실이니 할말도 없구요), 제대로 된 차근차근 접근이 아닌 '한 방'에 결과를 내려는 한국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런 문화산업에도 배어있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자꾸 저런 시도가 실패하면 쓸데없는 선입견 (고급한식은 실패한다)라는 사회적 손실이 생기기도 하구요.

    저런 2차산업식 접근으로는 얻으려는 열매를 결코 딸 수가 없는 영역이죠.
  • ALT F4 2016/08/14 18:26 #

    애초에 외국음식이 본토대비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폭증하는것도 문제인데 그걸 정상적 가격상승이라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겠다
  • santalinus 2016/08/15 00:31 #

    가온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맛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얻어먹은 음식 가운데 그렇게 실망스럽고 맛없던 음식은 처음이었습니다. 비싸게 판다고 맛없던 게 맛있어지진 않죠. 단언컨데, 그 돈이면 파인다이닝 가서 코스를 먹는 게 훨씬 낫습니다.
  • 역사관심 2016/08/15 01:39 #

    교환가치도 없는데, 기본적인 사용가치마져 없다면 망하는게 경제논리죠. 바로 윗답글처럼 '한 방'에 성과를 내려는 80년대식 경제마인드로는 절대 문화산업이라는 동물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없을 겁니다 (한방에 고급음식점을 만드려는 저런 시도나, 한방에 미야자키같은 애니감독의 작품을 바라는 영역이나 쌍둥이같은 것이지요).
  • santalinus 2016/08/15 02:09 #

    말씀하신 것처럼 컨텐츠에 대한 노력없이 돈으로 싸발라서 이윤 보려는 것이 너무 흔히 보입니다. 도둑놈 심보죠 이건.
  • 역사관심 2016/08/15 02:10 #

    동감입니다.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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