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일본 여자아이돌 4대천왕 음악


위의 영상은 일명 [80년대말 일본 여자아이돌 4대천왕]으로 불리던  네 명의 히트곡 시리즈입니다 (마치 홍콩의 80년대 남자뮤지션 4대천왕처럼). 

일본의 80년대말은 그들의 대중문화의 황금기로 불립니다. 흔히 말하는 버블경제의 정점이 이 시기였고, 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해서 좋은 대중문화의 성과물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지요. 이는 우리의 90년대 대중문화계나 한류가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해 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80년대는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일본문화에 대한 묘한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하나는 적대감, 또 하나는 부러움이었지요.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엄격한 통제를 했고, 그 물밑에서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나 문물의 교환이 용이하던 부산등을 중심으로 해적판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음악시디나 테잎등이 들어오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대중음악영역에서 City Pop (AOR), 락을 비롯한 수준높은 뮤지션도 많았지만, 사실 이 시대를 총괄해서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아이돌 시대'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21세기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을 표현하는 것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수많은 아이돌스타가 명멸하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보통 93-94년을 중심으로 끝을 맺습니다. 버블의 꺼짐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80년대의 일본대중음악계를 접한 당시 일부의 (그러나 꽤 많은 숫자의) 한국 청소년들은 사실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은 이가 많았는데, 이미 세계경제의 중심에 도달해 있던 시기의 음악시장의 수준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입니다. '안전지대'점퍼가 무엇인지 모르고 입은 이도 많았지만, 음악에 빠져들어 있던 이도 많았지요. 그리고, 남자청소년들 중에서는 이미 시스템적으로 완비되어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제공하던 일본 여자아이돌가수들에게 (마치 현재의 한류 아이돌들이 환상을 제공하듯) 빠져들어간 이가 많았습니다. 

엄밀히 말해 그 빠져듦의 이유는 일본이라는 정치적으로는 먼 국가의 이미지라기보다는 당시 한국의 음악계가 제공하지 못하고 있던 (그리고 동시에 서구 팝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던) 청소년기에 필요한 '환상'을 채워준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언가 세련되고도 이국적인 느낌 (유럽, 하와이등의 뮤비 로케등, 당시 우리 가요계는 상상할 수 없던)의 이미지와 거기에 확실히 다른 밝은 느낌의 팝송이면서도 훨씬 친근한 동아시아적인 곡들을 당시 쏟아내 주었기 때문이죠 (그 당시, 우리에게는 이지연같은 아이돌격 가수가 있었지만, 아직도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주먹구구식의 단발성이었고, 음악적인 성숙도도 아직 접근하기엔 먼 감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윤시내나 나미같은 20대이상을 타켓으로 한 여성가수가 대부분이었지요. 사실 당시 배우로만 활동했던 이상아, 최수지등이 아이돌로 활동했다면 달랐겠지만 그런 구조가 아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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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영상을 소개하기 위해 간단히 배경설명을 했는데, 간단히 일본 여자아이돌의 황금기의 계보는 이렇게 보면 무리가 없습니다.

80년~84년
마츠다 세이코, 카와이 나오코
나카모리 아키나, 고이즈미 교코 (특히 유명했던 82년 데뷔가수들)
80년대초중반 나카모리 아키나

84~86년 키쿠치 모모코, 故 오카다 유키고, 사이토 유키, 오기노메 요코 등.
(그 외 故 혼다 미나코, 현재 모든 집단아이돌그룹의 원조였던 '오냥코 클럽'등 많은 인물들)
80년대 중반- 키쿠치 모모코

87~89년
80년대말 아이돌 4대천왕이라 불리던 시즈카 쿠도, 미나미노 요코, 나카야마 미호, 아사카 유이. 그리고 Duo 윙크, 모리타카 치사토, 사카이 노리코, 시마다 나미, 그리고 와타나베 마리나, 닛타 에리등 '오냥코 클럽'출신 아이돌들, 가수로선 애매한 미야자와 리에 등의 수없이 많은 가수가 존재한 그야말로 폭발기.
80년대말 사카이 노리코

이 중 세이코, 아키나, 교코는 흔히 80년대를 통틀어 판매량과 인기에서 여타 가수가 따라잡기 힘든 3대 가수로 보면 무리가 없습니다. 1984년 정도부터 아이돌시스템의 완성기에 접어들고, 더 춘추전국시대가 되고 그러다가 오늘 소개하는 87년~89년의 정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90년부터 (마치 태평양건너 미국에서도 3M시대를 끝내고 시애틀 사운드가 터져나오듯) 아이돌시대는 빙하기에 접어듭니다 (이미 나무로 아미에나 스피드의 시대는 아이돌시대가 아니었지요).

이 마지막 가장 화려한 시기에 4대 여자 아이돌천왕으로 불리던 가수가 저 영상의 주인공들입니다. "시즈카 쿠도", "나카야마 미호", "미나미노 요코", 그리고 "아사카 유이" 이렇게 네 명입니다. 이 중 시즈카는 현재 유명한 최고의 남자배우이자 스맵의 멤버인 기무라 타쿠야의 연상의 아내가 되었고 (그녀의 전성기 시기에 기무라는 그저 애송이...), 미호는 그 유명한 1995년의 영화 '러브 레터'의 주인공이었기도 하지요. 요코는 특히 보사노바풍의 세련된 곡들이 국내에서도 인기였고, 유이하면 요즘은 애프터스쿨의 그녀가 떠오르지만 당시 아이돌을 듣던 청소년들에게는 무조건 아사카 유이가 떠올랐을 정도의 인기였습니다.
87~89년의 4대 아이돌 (왼쪽부터 시즈카, 요코, 유이, 미호)

총 12곡이 짧게 소개되는데, 순서를 보니 요코-유이-미호-시즈카 순서로 3곡씩이 메들리로 나옵니다. 모두 인기많았던 좋은 곡들입니다. 80년대의 일본아이돌음악은 90년대의 얼터너티브락과 대조적으로 연대별 좋은 그리움을 주는 음악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미 3-4년전 아이돌 여자가수의 숫자가 1천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사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뿌듯하게도 상전벽해처럼 이제는 완벽하게 앞서가는 우리의 주류 아이돌문화입니다만... 언젠가 한국의 아이돌 시대도 저들의 황금기처럼 끝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그때, 한국의 가요계도 이들이 남긴 유산을 잘 정리해두고 아카이빙해서 훗날 여러 기획을 통해 다시 발굴하고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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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백범 2016/08/15 08:00 #

    세번째 레몬든 이는 고아라를 연상시키는군요? ㅋ
  • 역사관심 2016/08/16 06:15 #

    그런가요, 저 사진이 특히 그럴수도 있겠지만, 유이와 고아라는 실상 전혀 다른 얼굴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 hima 2016/08/15 16:14 #

    http://stoo.asiae.co.kr/news/naver_view.htm?idxno=2016070612560224292
    국내에서도 아이돌에 관한 데이터를 모아 정리하려는 시도들이 있더군요. 아이돌 연감 발행이 1회성으로 그칠 것인지 꾸준히 발행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 생각됩니다.
  • 역사관심 2016/08/16 06:16 #

    아 좋은 시도네요. 다만 진짜 황금기였던 2008년경정도부터는 이런 정리가 좀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약간 황혼기에 접어들어서야 하는 느낌도 듭니다.

    아직 자료가 많이 남아있는 현재, 2000년대중반이후 적어도 원걸 폭발시기이후부터의 연도별 정리정도는 체계적으로 다시 들어가면 좋겠네요.
  • 함월 2016/08/15 23:40 #

    프린세스 프린세스라든가, 나카무라 아유미라든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좀 허세스럽기도 하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이미지의 곡들이 많더군요.

    꼭 음악 뿐만이 아니라 80년대 일본 대중문화는 저같이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 묘한 친근함이 있지요.
    겪어보지도 못한 시대의 이국 문화에 향수를 느끼는건 기묘한 경험입니다.
  • 역사관심 2016/08/16 06:17 #

    저 역시 제 세대보다 더 옛영화나 음악에 향수를 느낄 때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묘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
    확실히 80년대문화는 90년대와는 또다른 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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