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주(Image)와 한국미 문제 단상 독서

이마주 단상.

헤겔은 인식능력을 키운다면 어떤 세계든 전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을 감아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그 컵은 내 앞의 테이블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념론의 입장에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관념론의 입장에서 볼 때, 확실한 것은 관념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앞에서 베르그송은 실재론과 관념론의 함정을 피해 상식으로 돌아간다. 즉,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것을 대상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대상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습을 '이마주(image)'라고 부르면서, 지각된 상과 대상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지각은 대상으로부터 행동에 필요한 정보만을 받아들인다. 행동에 필요한 부분만으로 세계를 한정, 축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해서 컵을 볼 때, 나는 물을 마시는 행동에 필요한 부분을 컵으로부터 끌어낸다. 그것이 컵의 이마주다. 즉 인간은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필요한 부분만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결코 관념으로서의 모습이 아니고 대상 그 자체의 일부이다. 대상 그 자체와 부분과의 차이는, 예를 들면, 눈앞에 있는 컵을 언뜻 본 것과 주목해서 본 것과 현미경으로 본 것과의 차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동일한 하나의 컵이 드러내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실재와 관념이라고 하는 질적인 단절은 없다. 

이마주는 보는 사람에 의한 심적 영상이 아니라 물질을 필요한 부분만으로 축소한 것이며, 세계는 무수한 이마주의 총체다. 이마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한다. 인간의 기억도 이마주이고 원소기호도 이마주이며, 우주의 역사도 이 컵도 이마주이다. 즉 우리는 이마주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발리스 듀스 [현대사상] 중

"이마주는 심적영상도 관념적인 대상도 아니다".

곧 이마주는 변치않는 관념이 아닌, 물질로 (최소 물질로 인식되는) 존재하는 실재다. 그리고 그 '실재하는 Object'가 있을때 비로소 이마주는 존재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인식의 일방통행이 아닌, 인터엑션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실제로 존재해야 이 관계자체가 성립한다.

그렇기에 대상으로부터 보이는 혹은 보고 싶은 부분(이마주)은 개개인이 다를 것이다. 이런 이마주들을 '이렇게 봐라' '봐야한다'라고 강요할 순 없다. '공부하고 보면 더 잘 보인다'라고 할 수도 없다. 그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일 뿐더러 (자국민제외), Voluntary한 과정이 아니기에 자연스럽지도 않다. 이마주는 끊임없이 개인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떠한 대상의 '총합적 이마주'는 이런 무수한 다양하게 다른 개개인들이 느낀 무수한 이마주의 총합의 평균일 것이다. 그 총합의 평균이 높을 수록 결국 매력있는 대상이다. 그리고 그 총합평균은 시대에 따라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 개개인의 시선을 어떤 욕망으로 억지로 바꾸는 것은 옳은 일도 아니며 현실적으로도 요원하다.

문화유산이나 관광지로 보자면, 결국, 이 노력하지 않아도 '보이는 또한 보고싶은 부분이' 다시 말해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문화가 결국 속칭 세계에서 인기있는 문화강국이고 관광지가 된다. 

"우리문화 유산은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런 류의 한국미를 설명하는 책도. 그리고 이런 '담론'들의 좁은 세계안에서의 사이클링은 결국 통시적이고 다양한 다른 한국미의 재생산이나 창조를 억압하는 기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아니 현재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류의 노력에 '게을러지는' 면죄부를 스스로 주게 되기 쉽다.


덧글

  • 레이오트 2017/01/05 08:33 #

    저런 주장을 도그마화시킨건 다름아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이지요.
  • 역사관심 2017/01/05 02:29 #

    분명 훌륭한 저서들이지만 분명 저 문장이 구호적으로 퍼뜨려진 일등공신이라는 점에서 말씀에 공감합니다. 부인할 수 없겠죠. 또 유홍준청장의 이 주제는 많은 선배 미학론자들의 이론들을 수렴한 것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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