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않은 조선중기 용과 호랑이 감상 역사전통마

한국인들에게 보통 '호랑이나 용그림'하면 까치가 그려져서 함께 나오는 호작도나 조선후기의 풍자가 담긴 민화그림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아래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까치가 호랑이와 묶여서 나오는 시점은 17세기이후입니다. 본격적으로 호작도가 그려진 것은 18세기이후의 일입니다. 그 이전인 17세기까지는 단독으로 등장하는 것이 많고 16세기이전에는 같이 나오는 것이 필자가 아는 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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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다른 느낌의 호랑이와 용그림을 소개합니다. 바로 조선중기에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이런 그림들은 조선후기 민화와는 물론 다르며, 후기의 전문화원들에게 유했했던 섬세한 남종화법과도 구별되는 힘찬 화풍을 보여줍니다. 즉 흑백의 대비가 강한 중기특유의 절파계화법이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중세'적이고 신비롭다는 느낌을 주는지라 매우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

우선 임진왜란시기라는 불운한 시기에 활동을 한  이정 (李楨, 1578~1607년)의 용호도입니다. 고작 30세에 죽었는데 전쟁이 아니라 '술...'로 가셨습니다. 호랑이도 그렇지만, 특히 이정의 용그림은 '웅혼'하다는 느낌마져 듭니다. 이 그림들은 현재 일본 교토의 고려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정 용호도 (16세기말 일본고려미술관)

다음은 조선전기의 화가인 신잠(申潛, 1491∼1554년)의 용그림입니다. 역시 일본에 있다가 90년대말 김용두 선생에 의해 진주박물관으로 이송됩니다.
신잠-용도 (16세기초 국립진주박물관)

신령스럽다는 느낌이 딱 들어맞는 것이 신잠의 용그림입니다. 다음은 뭔가 음흉하고 '흑룡'스러운 느낌의 그림. 그런데 '청룡'입니다.

석경- 운룡도 (15세기 혹은 16세기)

조선전기의 화가인 석경(石璟, 14세기~15세기, 혹은 16세기추정)의 그림으로 바다위에 운룡이 발톱을 세운 채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다음은 유명한 [몽유도원도]의 안견(安堅)선생의 운룡도입니다.
안견- 운룡도 (15세기)

이 작품 역시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 소재해 있는데 안견(安堅, 1400?~?) 선생의 경우 조선전기를 대표하는 작가임에도 주요작품이 일본-북한등에 흩어져 있어 어찌보면 현재 우리사회가 이 시대(임란이전)의 많은 부분을 망각하는 것을 마치 메타포로 보여주는 듯한 인상입니다.

다음은 하천 고운(髙雲, 1479~1530년)의 15세기말, 16세기초의 맹호도입니다. 
하천 고운- 맹호도 (16세기초)

뭔가 비슷하면서도 김홍도의 유명한 송하맹호도보다 더 거친 느낌이 살아 있지요. 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한국 호랑이 그림의 최고(最古)그림은 이상좌(李上佐, 15세기 후반~16세기 중엽)의 우중맹호도입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포효하는 역동적인 맹호를 그려놓았지요. 한때 북한에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도쿄소재 오구라 콜렉션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상좌- 우중맹호 (15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오구라컬렉션)

아쉬운 것은 고려불화를 비롯한 조선전기의 대표화가 안견의 작품등 많은 수가 일본에 산재해 있어서, 정작 더 많이 즐기고 느껴야 할 우리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작품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홍도나 신윤복만큼이나 이 시기 특유의 감성을 우리대중들이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나 도록출간들이 활발하면 합니다.

이런 화풍은 개인적으로 고려시대와도 맥락이 어느정도 닿는 느낌마져 들게 하는지라, 더 신비롭습니다. 고려시대의 용호도는 우리에게 전하지 않고 있지만, 같은 시기인 남송대 (1127-1279)의 화가 목계 (牧谿, 1225~1265년)의 용호도를 보면 대략 어떤 느낌이었을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13세기작품이죠. 매우 험상궂은 느낌입니다.
牧谿의 용호도 (13세기)


조선 전기 혹은 임진왜란 당시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종류의 그림이나 당시 유행한 금니화등도 활발하게 쓰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의 KBS 3부작 [임진왜란 1592]등에서도 외려 일본측 당시문화는 그런데로 고증을 해서 회화등도 장식하곤 하는데 조선쪽의 회화등은 이런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참고로 이런 그림을 금니화라 합니다. 다음은 조선중기작가인 허주 이징(虛舟 李澄, 1581~?)의 작품들입니다.
21세기 들어 북한에서 이 금니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다는 뉴스가 뜬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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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작자미상의 2미터 대작 운룡도 (조선후기 추정).
사족 2:  단원의 맹호도 일부 (섬세한 질감의 끝판왕인 작품)- 이 녀석과 이상좌의 맹호도는 기아 타이거즈 역사관 입구나 구장에 장식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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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대형말벌 2017/01/26 14:14 #

    그림들의 호랑이나 용이나 왠지 모르게 요즘 만화의 캐릭터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 역사관심 2017/01/29 01:43 #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대로 가져다 써도 무방할 만큼 ㅎㅎ
  • 신병훈련행성알바리움 2017/01/26 15:56 #

    키야 우리나라에 저런 퀄리티의 그림들이 존재했었
    다니!!! 집안이라 바람한점 없음에도 가슴속에 뭔가가
    마구 펄럭이는구만 기려.
  • 역사관심 2017/01/29 01:43 #

    저 역시 펄럭였습니다 ㅎㅎㅎ
  • 解明 2017/01/26 17:11 #

    여러 그림 잘 봤습니다. ^-^
  • 역사관심 2017/01/29 01:43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7/01/26 21:00 #

    이정과 신잠의 용들은, 큰 눈이 달마도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들창코가 종규 그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네요.
  • 역사관심 2017/01/29 01:44 #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 존다리안 2017/01/26 22:52 #

    운룡도는 MBC 청룡의 후신인 LG에게 줘야
    할 것 같아요.

    뭐 SK도 있지만 그쪽은 서양 용의 일종인 와이번인지라...
  • 역사관심 2017/01/29 01:45 #

    청룡은 정말 석경선생의 운룡도가 딱! 와이번스가 서양용이긴 해도 뜻 자체가 '비룡이니' 이놈으로...
    http://luckcrow.egloos.com/2603409
  • 최강로봇 도라에몽 2017/01/27 22:19 #

    제발.... 좋은 문화재들이.다시.한국으로.... 돌아올일이 있음.좋겠어요 이반 판례를.계기로 일본에서 문화재좀 환수.가능하지.않을까란 생각하는데 과연 어떨지...
  • 역사관심 2017/01/29 01:46 #

    저런 작품들은 유출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한 돈주고 사와야 하는데,... 사실 문화재청이나 문화재관련 예산만 좀 늘려도 가능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다른 뻘짓하는 눈먼 수많은 돈 아껴서 확실하게 아웃풋나오는 이런 프로젝트에 좀 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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