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비행요괴, 박쥐형 뇌공신추정 (17~18세기초) 설화 야담 지괴류

이 놈을 한 번 보시지요. 예전에 만난 녀석인데 그동안 정체를 알지 못해 그저 묵혀둔 조선의 요괴입니다. 

윤덕희(尹德熙: 1685∼1776년)이 윤덕희가 1719년 아버지 윤두서의 작품을 화첩으로 꾸민 [가전보회(家傳寶繪)]라는 책이 있습니다. 윤두서(尹斗緖, 1668년 ∼ 1715년)는 그 유명한 초상화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가전보회 (1719년)

이 책에는 윤두서가 그린 [격호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다음의 작품입니다.
윤두서 격호도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 이질적인 박쥐같은 괴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낙서인줄 알았지요. 그런데 확대해 보니...
이런 완전한 '괴수'가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학계에서는 거의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한국학의 요괴류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한 느낌을 이런 곳에서 만나곤 합니다). 격호도에 대한 공식 설명은 이렇습니다.

"맨발의 한 인물이 칼을 들고 호랑이와 싸우며 공중에서 망치와 정을 든 날개달린 괴수가 날아 내려오고 있는 장면을 그린 작품."

처음에 언급한 대로 이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뭘까, 혹시 후대에 낙서로 그린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그림을 다시 보는 중 번뜩 떠오르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녀석입니다.
이 놈은 2년전 잊혀진 우리의 천둥신, 뇌공신雷公神이라는 글에서 소개한 정체불명의 조선민화였습니다. 당시에도 '추정 조선민화 뇌공신'이라고만 적어둔 녀석인데, 비교해 보면 새같은 부리와 망치를 든 모습, 그리고 박쥐날개와 날카로운 발톱까지 거의 일치합니다.

따라서 윤두서가 그린 이 괴수는 '뇌공신'이라 추정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간 조선의 뇌공신은 인간형이 많았습니다만, 위의 예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통도사 뇌공신'과 저 출처불명의 박쥐형 뇌공신, 그리고 오늘 소개한 윤두서의 뇌공신까지 적어도 세 가지 케이스의 비슷한 유형이 발견됩니다.

오늘 소개한 추정 뇌공신은 망치와 정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망치 두개일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중국측 뇌공신과 비슷합니다. 아래가 중국의 뇌공신인데 새같은 모습에 망치와 정을 들고 있지요.
뇌공신 (중국)

하지만, 필자가 발견한 이 세가지 경우의 조선 뇌공신들은 '새 날개'가 아닌 '박쥐날개'라는 특이한 형태를 공통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조선의 뇌공신의 특징으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추정) 조선민화 & 통도사 뇌공신 (날개가 모두 박쥐형)


앞으로 이런 전통적인 요괴의 경우, 자주 이러한 매력적인 형태를 응용해서 쓰면 좋겠습니다. 또한 윤두서의 연대로 최소 17세기말에는 이런 형태의 뇌공신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정도의 본격적인 모습은 참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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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7/02/08 10:38 #

    흐음, 제가 본 일본 1920년대 애니메이션의 괴수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실은 혹부리 영감의 원전같은 설화인데, 한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ShzmzcJM7QI?list=FLfueoXoeEZ1KZxrzivtptKg
  • 남중생 2017/02/08 17:32 #

    아마 일본 쪽의 괴수는 일본인들이 자체적으로 텐구(天狗)라고 부르는 괴물일겁니다. 코가 큰 것을 오오텐구(大天狗) 코(혹은 부리)가 뾰족한 것을 쇼텐구(小天狗) 혹은 카라스텐구라고 부르죠. 이 서열 관계가 애니메이션에서도 드러나네요.
    텐구(https://ko.wikipedia.org/wiki/%ED%85%90%EA%B5%AC)
    카라스텐구 (https://ko.wikipedia.org/wiki/%EA%B0%80%EB%9D%BC%EC%8A%A4%ED%85%90%EA%B5%AC)
    타치바나 난케이도 잠깐 언급합니다. (http://inuitshut.egloos.com/1853379)
  • 역사관심 2017/02/09 23:45 #

    오 그러네요! 텐구는 저도 확 알아보겠는데, 저도 소텐구라는 놈은 남중생님 덕으로 처음 알았습니다.http://bit.ly/2kSJCUn

    생긴걸 보면 중국측 뇌공신이 변형된 느낌이 강하군요. 남중생님이 걸어주신 링크는 댓글을 달만큼 흥미로웠던 녀석으로 기억합니다. 산속에 털난 인간이라는 부류는 각국마다 다 있었던 것 같아요.
  • Nocchi 2017/02/08 12:00 #

    매력적인 괴물 잘 보고 갑니다
  • 역사관심 2017/02/09 23:45 #

    언제나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7/02/08 17:38 #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의 구도가 흥미롭네요. 일본의 텐구가 장난기 있게 그려지는 경우는 많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처럼 혹을 잡아당겨 뗀다던가, 이 그림에서 처럼 코끼리 코를 잡아당겨 늘린다던가...(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lephant_catching_a_flying_tengu.jpg#/media/File:Elephant_catching_a_flying_tengu.jpg)
    그런데, 윤두서 그림 속의 "뇌공"(추정)도 호랑이 꼬리를 잡아 당겨보려는 듯한 장난기가 보이네요. 일본 쪽의 영향도 생각해볼 만 합니다.
  • 역사관심 2017/02/09 23:46 #

    저는 호랑이를 두고 신선과 다투는 느낌으로 봤습니다 ㅎㅎ. 확실히 일본은 별 그림이 다 있네요 (후손들 컨텐츠면에서 너무 편합니다...)
  • 남중생 2017/02/10 01:03 #

    뇌공을 다루는/부리는 뇌법술사라는 컨셉은 어떨까요? 강력한 천둥신을 소환해서 호랑이와 싸우는 겁니다.
  • 역사관심 2017/02/10 03:03 #

    오오 그거 멋집니다. 소환술!
  • 존다리안 2017/02/08 18:55 #

    배트맨+호크맨
  • 역사관심 2017/02/09 23:47 #

    맨이 너무 많아서 호크맨은 처음 또 찾아봤습니다. 덕분에 한 분 더 알게 되었습니다. 꾸벅.
  • rumic71 2017/02/08 19:02 #

    아프리카에도 포포바와라는 박쥐형 요괴가 있죠. 이놈은 외눈이지만...
    http://3.bp.blogspot.com/-lyrUKoYRwt0/U1cdAMJDxUI/AAAAAAAAAhI/p0dXLE2pWgE/s1600/Popobawa.jpg
  • 역사관심 2017/02/09 23:50 #

    오오 이건 본격악귀네요. 알아보니 1972년 나온 최근 탄자니아 괴물로 이름의 뜻이 '박쥐와 날개'. 장산범정도 되는 포지션같습니다.
  • 2017/02/25 00: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2/26 04: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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