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예전이 좋았어"라고 말하는 건 고대이집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중음악계라는 한정된 영역으로만 놓고 보자면 역시 90년대는 특별했다 (물론 어느 세대나 그런 말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락'의 역사에서 60년대와 90년대는 특별하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 음악적으로만 보자면 70년대도).

시애틀의 주변부 에버딘에서 탄생한 이 시골밴드는 정말 '말 그대로' 90년대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체험하지 못한 비틀즈이래 이런 생생한 음악혁명은 그 전후로 느껴본 일이 없다. 무려 3천만장이 팔려나간 90년대를 그대로 상징하는 1991년[네버마인드] (상관마)앨범은 인디 레이블 '서브 팝(Sub Pop)'과 고작 600달러로 계약한 작품이었다. 2017년의 음악팬들은 그건 91년이니까 가능했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부분적으로만 설득력 있는 말이다. 91년에도 이미 대중음악 시장은 충분히 비즈니스화되었고, 지겹게 상업화되어있던 시장이었다. 이 '얼터너티브 혁명'이 일어난 90년대초반은그래서 비틀즈시대보다 더 힘든, 개인적으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너바나- 첫 연습 영상 (1988년, 집에서 연습모습)- "School" & "Mr. Mustache"
커트가 죽은 94년 이래, 수년간 4월이 되면 너바나의 앨범들을 시디플레이어에 꼭 걸곤 했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고 바빠지면서 그들이 2년전 락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것도 모르고 지낸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다.
아래 2년전 명예의 전당 입성식 영상에서 이렇게 나이 먹은 크리스와 데이브를 보니 2000년대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또 가고 있는지) 새삼 아연하다.
엊그제는 (살아 있었다면) Kirt의 50번째 생일이었다. 벌써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고작이라고 할만한 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만큼 그는 이른 나이에 가 버렸다. 이렇게 하나의 '외국뮤지션'이 전 세계의 수많은 한 세대를 대표하고 동질감을 느끼고 추억을 공유하게 만든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팬덤은 많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그가 꿈꾸던 (아니 상관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음악세계는 90년대를 관통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시애틀 무브먼트가 없었다면 결코 브릿팝도 테크노도 빅비트도 홍대도 시부야케이도 없었을거라 지금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열어젖힌 그 시대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눈 녹듯 사라져 버리고, 2000년대는 지금까지도 80년대보다도 한층 더 상업적인 세계가 되어버렸다. 아마 그래서 세번째 영상에서 베이시스트 크리스 노보셀릭이 2년전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지금의 대중음악계를 보면 뭐라고 말할지 상상이 안갑니다. 아마 펀치날리기를 주저하지 않았겠죠."
VH1 특집- 90년대 그런지 락
커트가 남긴 수많은 에피소드를 보나 여타 시애틀 그런지혁명의 주역들의 당시 모습을 보면, 친구를 하라면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거다. 하지만, 그들이 열어젖힌 새로운 시대덕분에 90년대 음악팬들은 각자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영국이든 일본이든) 그 양분으로 말 그대로 '다양한 창작이 매일 피어나는' 10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는 될 수 없어도 음악팬으로써 지금도 고마울 따름이다.
VH1 특집- 90년대 그런지 락
커트가 남긴 수많은 에피소드를 보나 여타 시애틀 그런지혁명의 주역들의 당시 모습을 보면, 친구를 하라면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거다. 하지만, 그들이 열어젖힌 새로운 시대덕분에 90년대 음악팬들은 각자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영국이든 일본이든) 그 양분으로 말 그대로 '다양한 창작이 매일 피어나는' 10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는 될 수 없어도 음악팬으로써 지금도 고마울 따름이다.
1988년 첫 데모테잎
그에게나, 90년대에게나.
가끔 참으로 그립다. 그 시대도 커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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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와 90년대 최고의 곡, 그리고 10년의 의미 (VH1)
X세대와 너바나 (VH1)- 중간에 나오는 잠깐 스페인어는 스킵
너바나 베이스 크리스 노보셀릭 & 롤링스톤지 데이빗 프리크 인터뷰- on 커트 그리고 2010년대 음악에 대해
커트 코베인 생전 마지막 인터뷰 (1993년)
2014년, 너바나 락 명예의 전당식- REM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 소개
우린 메인스트림을 몰아냈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너바나는 메인스트림에 다가가지 않았고 메인스트림이 너바나에게 다가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저희에겐 큰 위기였죠.
ㅡ 크리스 노보셀릭, 2014년 록큰롤 명예의 전당 헌정식에서
메인스트림이 이렇게 각 지역의 창작자들을 '찾아다니는 것' (혹은 데모를 들고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것), 그 반면 지금처럼 매주 자신을 TV 무대에서 몇몇이 요구하는 대로 편집해가는 것. 개인적 취향이 있겠지만, 아이돌을 제외하면 절대로 전자가 건강한 음악계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