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귀신쫓는/부리는 부적발견 (조선고적도보) 역사

삼국시대에도 이미 부적기록이 많이 나오지만, 불교의 전성기이자 전쟁의 시대였던 고려시대에는 특히 부적이 흥했습니다. 

예를 들어 호국불교를 바탕으로 한 팔만대장경에도 부적이 수록되어 있고 용주사탑에서 나온 부적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쇄물의 발달로 오늘날 널리 알려진 종이부적이 이시기 최초로 만들어져서 융성하게 됩니다.

고려대 종이 부적

불가살이(不可殺伊) 부적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는 격변기에 출현했고, 고려 18대 의종(재위: 1146~1170년) 대에는 닭 그림 부적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고려사(高麗史)]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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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쫓는 부적, 벽사부적

그런데 1933년 제작된 [조선고적도보]를 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의 사진.

조선고적도보중, 고려 부적부분

이 사진은 고려시대의 부적들을 모아서 찍은 것입니다. 글자가운데에 밑에서 두번째 줄이 그림부적이지요. 그런데 이 중에서 왼쪽에서 두번째 부적이 눈에 띄어 살펴보았습니다.
고려 벽사부적 (부분)

글자를 한번 살펴보면:

眷 돌볼 권 베풀 권
諸 모두 제
鬼 귀신 귀
符 부호 부 부적(符籍) 부 

인데, 아마도 이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할 듯 합니다.

모든 귀신을 부리는 부적

'귀'자가 눈에 띄는 이 그림부적은 고려대의 '벽사부적' (악귀퇴치용)으로 보입니다. 고려대의 부적은 앞서 이야기한 호국불교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부적은 귀해보여서 한번 나누어봅니다.

아래 그림은 악귀퇴치부(惡鬼退治符)라고 되어 있는 20세기중반의 부적입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악귀가 몸에 들어 온다는 것은 "마음의 성"에 틈이 생긴 것이다. 이 부적을 지니고 잡스런 생각을 털어버리며 정정당당하게 바르게 살다 사불범정(邪不犯正)이다. 악귀가 감히 어디로 들어오랴."

그런데 위의 고려 벽사부적과 이 부적, 어쩐지 그림의 구성이 비슷해 보이지 않습니까?


우선 머리부분에 '귀신 귀'자가 써져 있고, 그 아래 몸통부분은 사각을 닮은 형태가 겹쳐진 것인데, 두 그림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예컨데 이런 다른 부분과는 확연히 다르지요.
어쩌면 벽사기능의 부적은 고려대부터 조선대에 어떤 특정한 형식을 이어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그림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절대 무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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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부적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맨 왼쪽의 부적입니다. '피구설(수)부적'이라고 되어 있지요.
避 피할 피
口舌 입 구 혀 설
符 부호 부 부적(符籍) 부 
 
즉, 구설수를 피하게 해주는 부적입니다. 고려대에도 '구설수'라는 단어를 썼고, 이를 회피하고자 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군요. 이런 모습은 윤기(尹愭, 1741~1826년)의 [무명자집]에도 등장해 고려대~조선후기까지 꾸준히 회피하는 일순위 중 하나였습니다.

무명자집
術家所謂口舌數終有不可逃者耶。
어디에 가도 죄를 받게 되니, 술수가들이 말한 구설수를 끝내 피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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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악령퇴치'는 여러 스토리로 쓰이는 주제이고, 고려대를 배경으로 한 컨텐츠에도 쓰일 수 있는 '벽사부적'같아 한번 소개해 봅니다. 참고로 이 고려부적들은 현재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한국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덧글

  • 바람뫼 2017/04/07 10:40 #

    악귀, 남의 뒷소리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역시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게 두려운 건 어떤 시대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PS : 구설수부적을 보고 떠오른 말이... "까방권"
  • 역사관심 2017/04/09 00:33 #

    그러네요. 암흑이 두려운 이유이기도...
    까방권은 강력한 한시적 AT필드...
  • 남중생 2017/04/09 19:06 #

    나머지 부적들과 마찬가지로 첫번째 부적도 권제귀부(符)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문 해석도 그쪽이 더 자연스럽고요.
  • 역사관심 2017/04/11 03:00 #

    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 '모든 귀신을 부리는 부적'정도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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