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문을 닫는 [언니네 이발관] 마지막 앨범 출시. 음악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팀을 알게 된건 데뷔후 얼마후인 1998년부터 시작해서 어언 19년째이다. 

당시 한국의 음악씬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건모등으로 대표되는 가요계의 풍성한 전성기의 밑바탕 아래 바야흐로 1997년초 H.O.T와 S.E.S.의 등장으로 바야흐로 K-Pop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시작되려 하던 시기였다.

그러니까...

언니네 이발관은 다시말해 그만큼 오래된 팀이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된 팀이 창작을 게을리 한것도 아닌데 고작 6개의 앨범을 낸 (그리고 하나하나 한국락의 명반인) 드문 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1998년말 12월경에 이들의 데뷔앨범인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뭔가 당시 드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홍대언더그라운드의 센 음악들과는 다른 감성적이면서도 영롱한 기타리프, 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아마추어적 느낌이 들면서도 한국적인 그 느낌이 결코 싫지 않던 아주 매력적인 신생밴드라는 느낌이었다.

당시 홍대의 주류였던 많은 밴드의 흐름은 (이미 태평양건너에선 한물가고 있던) 그런지에 바탕을 두거나 펑크락, 혹은 브릿팝의 흉내를 내던 겉멋든 아류가 많았다. 이런 밴드들의 음악은 뭔가 그 당시의 공기를 담아내곤 있지만 확 잡아끄는 그들만의 매력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언니네는 바로 이 '그들만의 느낌'을 주던 정말 얼마안되는 대표적 언더밴드였다. 당시 또다른 매력적인 밴드는 같은 시기, 역시 명반이자 유일한 데뷔앨범인 [Drifting](1998)을 남기고 사라진 루시드 폴의 전신 [미선이 밴드]. 

그래서 개인적으로 언니네 이발관의 강렬했던 데뷔작 [비둘기는 하늘의 쥐]를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이 무렵 나온 미선이밴드의 데뷔앨범과 또 한장, 주류에서 뛰면서도 당시 가요계에선 상상도 못했던 강렬한 그로테스크함을 선보였던 패닉의 2집 [밑]이 묶여서 기억에 떠오른다.

[비둘기는 하늘의 쥐]와 [밑]을 당시 레코드점에서 1998년 같은 겨울날 구입, 이토록 발전하는 한국대중음악에 대해 뿌듯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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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언니네 이발관]이 이제 문을 닫는다... 

리더 이석원이 이미 8년전 5집때부터 공공연히 밝혀온 창작의 고통에서의 탈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공연은 계속하고 팀은 유지해도 신보는 내지 않는다. 오랜 팬으로 아쉽지만 이해도 간다 (하지만 언젠가 에너지가 차오르면 언제든 2집과 3집사이의 '멤버각자의 회사원생활'에서 다시 돌아왔듯 자신의 공언을 깨고 돌아와 주길...)

은퇴는 아니지만, 이번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출시를 계기로 1~5집까지의 곡들을 두 곡씩만 돌아본다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색감은 달라도 어느 곡이든 언니네 이발관 특유의 감성과 한국적이면서도 멜랑콜리한 기타코드가 살아 숨쉰다.

순서는 거꾸로 6, 5, 4, 3, 2, 1. 

아주 짧게 소개하자면 한국100대명반에 오른 (34, 68위, 2008년 선정)1-2집은 언더그라운드 특유의 풋풋함과 감수성이 돋보이고, 인디사상 초유의 판매고를 세운 3-4집은 세련미와 락적인 사운드의 폭발 (개인적으로는 가장 손이 자주 가던 시절),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5-6집은 완벽미를 추구한 성숙한 절정.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애도 (2017년)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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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아름다운 것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수상)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의외의 사실 (2009년)


4집 [순간을 믿어요]- 깊은 한숨 (2004년)


4집 [순간을 믿어요]- 천국의 나날들 (2004년)


3집 [꿈의 팝송]- 울면서 달리기 (2003년)


3집 [꿈의 팝송]- 나를 잊었나요 (2003년)


2집 [후일담]- 실락원 (1999년)


2집 [후일담]- 어떤날 (1999년)


1집 [언니네 이발관]- 보여줄 순 없겠지 (1996년)


1집 [언니네 이발관]- 산책 끝 추격전 (1996년)


그동안 수고많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오랫동안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욕심이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오길.


* 1집의 가위를 든 소녀의 키치적인 커버는 90년대말 압구정동 카페로고로도 쓰였다.

*실은 며칠전 타계한 시애틀 4인방 중 하나 [사운드가든]의 리더 크리스코넬의 비극적 죽음에 관한 글을 쓰려했다가 언니네 소식을 듣고 이 글부터 쓴다. 그만큼 [언니네 이발관]은 청춘의 한 구석을 확실히 차지한 소중한 존재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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