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 여성 문맹률 Tip 역사

조선시대 문맹률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가 아직 미진한 것 같습니다. 시대별로 정리도 아직 안되있고, 대략 500년을 뭉뚱그린 개략적 설이나 조선말기의 문맹률에 대한 연구 (그것도 계급별로 정리도 안된)도 아직 확실한 정설이 잡히지 않은 느낌인데요.

오늘은 문헌을 읽다 발견한 두가지 단서를 나눕니다.

해동역사
○ 강희(康煕) 임술년(1682, 숙종8) 정월 초하루에 시반(侍班)이 먼저 오문(午門) 밖에서 문안하였는데, 조선의 사신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희롱 삼아 묻기를, “그 나라의 여사(女士)들은 대부분 글을 안다고 하던데, 과연 그런가?” 하니, 답하기를, “그렇다. 어찌 여사들만 글을 알겠는가. 일찍이 한 기생이 있었는데, 화장한 얼굴을 씻은 볼이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로 하여금 시로 읊게 하니, 그 자리에서 소리 내어 읊기를, ‘성긴 비는 가을이라 햇살과 함께 날고, 드는 밀물 저녁이라 석양빛을 띠고 있네.[疎雨秋兼漏日飛 回潮晩帶夕陽色]’ 하였다. 그러니 어찌 아름다운 시가 아니겠는가.” 하였다. 《서하집(西河集)》

진서(鎭書)가 삼가 살펴보건대, 이해는 바로 원효대왕(元孝大王) 8년으로, 동원군(東原君) 이집(李潗) 등이 연경(燕京)에 사신으로 갔을 때이다. 이른바 한 기생은 바로 평양부(平壤府)의 기생 운혜(雲慧)로 시로써 당시에 이름이 났는데, 동원군 이집이 사랑하던 기생이었다.
=====

이 글은 [해동역사]에 실려있는 것으로 1682년 당시 조선사신에게 물은 내용으로 '귀국(조선)의 여사(즉 지식 혹은 기품있는 여자)들은 다들 글을 안다는데 진짜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비단 여사들뿐 아니라 일부 학식있는 기생들도 문자를 안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적은 것입니다. 
윤덕희(尹德熙,1685년 ~?), 책 읽는 여인, 18세기

그런데, 동시대에 의미있는 기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송자대전
김씨 집에 출가한 우리 고모는 서사(書史)에 통하고 의리(義理)를 알아서 여러 아들을 잘 가르쳤고 딸에게도 문자(文字)를 가르쳤으므로 큰딸 또한 글을 안다.

이것은 송시열(宋時烈, 1607~1689년)의 [송자대전]에서 발견되는 구절로 '송시열의 고모가 글을 잘 알아, 여러 자식을 가르치는데 비단 아들 뿐 아니라 큰딸에게도 글을 가르쳐 잘 안다'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시대 한글의 보급과 실용에 관한 연구 (2000)]를 보면 17세기초문헌인 [곽씨언간]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즉, 최소 사대부집안 여성들은 한글을 알고, 무엇보다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단서들이지만, 조선중기/후기, 특히 여성의 문맹률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기록이길 바랍니다.


덧글

  • 까마귀옹 2018/03/30 08:33 #

    게다가 문자 해독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죠. 당시의 '한문'과 '언문'의 차이도 있지 않습니까?
  • 역사관심 2018/03/30 08:56 #

    그렇지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두 경우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상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포스21 2018/03/30 15:32 #

    예전 사극 등을 보면 "글을 안다" 라는 표현은 단순히 문맹이 아니라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중국 고전 - 사서 나 삼경을 읽었다거나 하는 경우를 의미할 때도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정도면 완전 지식인... 저들이 어떤의미로 사용했는지는 문맥전체로 판단할 수 밖에 없겠네요
  • 역사관심 2018/03/31 11:21 #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여사들이 많았다는 건 사실 대단한 건데 말이지요...
  • 응가 2018/03/30 18:41 #

    조선 중기까지 율곡선생보다 사임당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하더라구요. 후에 남존여비사상때문에 율곡선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양반가 여성이 자식들에게 언문, 한글을 배웠다는 기록도 있습니다.(원이 엄마 편지)
    한글이 천했다고 하는데 왕실에서도 불천위인 세종의 업적인지라 남녀노소를 비롯하고 전부 사용이 됬다는건 수많은 편지를 보면 사실이 아니겠죠.
    기생들에 대해서는 '지식인'이라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는데 일단 당장 수많은 한시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지역에 따라 대학, 용비어천가, 출사표, 관동별곡을 공부하고 읊었어야 했는데 기본적으로 기악을 둘째치고 한시에 그림, 시조를 할 줄아는 인물이었으니 말입니다.
  • 역사관심 2018/03/31 11:22 #

    아 그건 몰랐네요. 편지들을 제대로 분석하면 적어도 기득층의 여성 문맹률은 어느정도 감이 잡힐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응가 2018/03/31 19:43 #

    제가 잘못적었네요ㅎㅎ 양반가 여성이 자식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게 원이엄마 편지인지 가물가물 하네요. 조선시대 회곽묘에서 한글편지가 출토된 예가 수도 없이 많아서 어느건지 모르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8/04/01 01:02 #

    찾아보니 원이엄마편지내용에는 없는 듯 하고 다른 편지내용같습니다.
    이런 정보도 재미있네요 ^^. https://bit.ly/2E95pwZ

    그리고 다른 정보도 발견해서 추가했습니다 (곽씨언간).

  • 아빠늑대 2018/03/30 19:43 #

    여성이 집필한 음식 조리서들까지도 생각해 봐야겠지요. 문맹이라면 과연 가능했을지라는...
  • 역사관심 2018/03/31 11:23 #

    생각못했는데 말씀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 남중생 2018/03/31 14:25 #

    한편으로는 조선시대 남자들 한글 문맹이 얼마나 됐을지도 궁금한게,
    연암 박지원은 평생 한글을 못 배워서 아내한테 편지 한 통도 못썼다고 한탄을 했지요.

    또 아래와 같은 조선 후기 재판 증언 기록도...
    "그리고 덕산 홍지영의 일은 삼가 전날의 하교대로 잡아 와 조사하였더니 그의 공초에, '저의 어미와 처는 과연 서양학 언문 책자에 종사하였으나 저는 문자를 알지 못하는 까닭에 애당초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였습니다."
  • 역사관심 2018/04/01 00:50 #

    오 또 거꾸로 그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재판기록은 진짜 재밌네요.
  • 남중생 2018/04/25 02:07 #

    이런 기사도 찾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lord2345/220792885789
  • 역사관심 2018/04/25 03:01 #

    오오, 노비가 쓴 한글이네요. 또 이런 문서내용은 '민족국가의식'의 틀같은 것을 이미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감사합니다!
  • 解明 2018/04/01 19:53 #

    『오륜전전(五倫全傳)』이라는 소설집에 낙서거사(洛西居士)라는 이가 쓴 서문에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내가 보니 여항의 무식쟁이들이 언문을 배워 노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베껴 밤낮으로 떠들고 있는데, 이석서나 취취 이야기 같은 것은 허탄하고 음탕함이 심하여 도무지 볼 것이 없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16세기 중반에 중국 소설을 국문으로 번역하여 하층민을 독자로 삼은 사정이 엿보입니다.
  • 역사관심 2018/04/03 03:47 #

    오오, 흥미로운 기록입니다. 이런 소설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 解明 2018/04/03 22:24 #

    저도 소설집 전체를 본 게 아니라 서문 일부만 봤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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