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물 창작과 고증 단상- 빈란드 사가 19권 작가의 말중 역사전통마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과정을 거친 작품이 좋습니다. 결국 이런 작품을 보고 있자면, "아 진짜 이런 분위기였겠구나..."싶거든요.

일부 사극들처럼 '말도 안돼, 저럴리가 있어 저 시대에?"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작품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화악 떨어집니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아진다는 (물론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같은 예외도 있긴 합니다만, 아주 예외적이고...).

실제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들. 결국은 작가의 그 '고증에 대한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은 좋아하는 작품인, 11세기 바이킹의 이야기를 다룬 [빈란드 사가]의 19권중, 뒷표지에 적혀 있는 작가 마코토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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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드의 노궁이나 가름의 창은 제가 창작한 무기입니다.
힐드의 노궁

가름의 창

이것에는 스토리상 필요한 장치가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구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천 년 전의 이야기라서 제약이 많습니다.

우선 나사가 없어요. 스프링도 없죠. 기아도 없습니다. 가름의 창이 분리되는 부분은 나사로 탈착하면 간단한데 그런 설정은 불가능합니다.

당시 기술수준으로 제작이 가능한 물건을 생각해야 합니다. 

바이킹의 삶을 그리다 보면, 
"뭐 천 년전에 이것도 없었어?! 야단났네.'라는 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합니다. 

숟가락은 있지만 포크가 없죠. 식재료 중에 감자나 옥수수도 없고, 난로가 있지만 굴뚝이 없고,
신발에는 굽이 없고, 다들 팬티를 입고 있지 않습니다.

참 바지나 상의에 주머니가 없어서 극을 구성할 때 곤란합니다. "이 녀석, 방금 은화를 꺼냈는데 어디에 넣고 있었지?" 등등.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악보가 없다는 점이에요.
당시 사람들이 어떤 멜로디로 악기를 연주하고, 어떤 리듬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완전히 잃어버린 정보입니다.
궁금하네요. 천 년 전의 북유럽에는 어떤 노래가 있었는지.
유행가도 있었을까요?"

- 19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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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or 그래서) 필자가 이야기한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 시대적 맥락과 원인을 밝히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지, 왜 "생활사를 의식주나 일상생활 같은 아주 좁은 의미에서 이해해서는 안" 되는지, 왜 "생활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떤 생각과 인식 속에서 시대정신이 움직여왔는가를 밝히는 데 두는 것'이 되어야 하는지, "생활속의 구체성이 역사적 원인을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강하게 반문하고 싶다."





덧글

  • 홍차도둑 2018/08/03 09:26 #

    프랑스에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복원할 때 이야기를 쓰고 싶군요 ㅎㅎ 언제 이 포스팅의 트랙백으로 하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8/08/03 09:27 #

    오 기다리겠습니다~.
  • 홍차도둑 2018/08/03 09:48 #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부분이 많아서 자세한 연도 등은 쓰기 어렵습니다. 기다려 주신다니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죠.
    이게 보면 음악에서의 로제타 비문 발견급의 사건도 있는지라 ㅎㅎ
  • 역사관심 2018/08/06 03:14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Fedaykin 2018/08/03 11:38 #

    일본에서 저런 작가들이 등장 할 수 있는것도, 역사비전공 작가들 입장에서 비교적 자료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사료적 기반(책, 인터넷 등의 번역 자료)이 튼튼한게 한몫 하지 싶습니다.
    한국인이면서도 영어, 일본어, 한자어를 읽는것이 가능해서 원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능력자 작가님들이라면 모르겠지만...ㅠ
    위키피디아의 일본어 항목과 한국어 항목을 비교해 볼때 느끼는 점이나... 뭔가 궁금한걸 인터넷으로 검색할때 느끼는 한계를 직접 겪어 보면 사극 작가들에게 무조건 노오력해라 라고 말하기도 쉽지가 않더군요.
    편집부가 붙어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취재여행까지 보내주는 일본 만화쪽을 보면 더더욱 격차가..ㅠ

    그래도 한국 만화계에서 기본적인 사료중심의 사극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이 없진 않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포천의 유승진 작가님이나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님
    칼의 땅의 성주삼 작가님
    돌아갈 귀 의 송동근 작가님 등등
    (이름을 말할수 없는 본X비담의 XX도...ㅠ)

    근데 또 이런 분들을 보면 대부분의 돈이 웹툰에 쏠려서 그런가
    진지한 작품이 아닌 경우엔 학습만화로 명맥만 유지하시는 경우도 많더군요. ㅠㅠ

    참 여러모로..안타까운 상황이 많지만 그래도 희망을 꾸준히 갖고 응원 해야지 싶습니다.
  • 아빠늑대 2018/08/03 13:39 #

    오호~ 덕분에 고증있는 만화 작가를 알아갑니다 ㅎㅎ
  • 천하귀남 2018/08/03 16:42 #

    뭐 일본도 하루아침에 저렇게 된것이 아니라는 부분은 있습니다. 저쪽도 원전이 뭔지도 모른 상황에 출처불명의 외국서적 번역해 이상한 내용 쓰여진 책이 많았고 그거 한국에서 수입해 다시 내는 경우 많았는데요.

    오히려 인터넷 시절이 되면서 노력 여하에 따라 원본이나 신뢰 가능한 정보를 찾을 수 있어 점점 개선되는것 아닌가 합니다.
  • 역사관심 2018/08/06 03:15 #

    하긴 일본의 경우 취재여행이란게 일상화되어있죠.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애니계에서도 극장애니쪽은 거의 이렇게 했었고. [호랑이형님]외에도 이렇게 고증을 중시하는 사료중심 작가가 많다니 기대가 큽니다.
  • 존다리안 2018/08/03 21:36 #

    바이킹이 노를 쓴다라.... 서양에서 발리스타 계열은 로마제국 이전 그리스 때부터 썼는데 (중국 기
    원이라는 주장도 많지만) 만약 로마나 그리스기술이 어떤 식으로든 유입되었다면 저런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저런 스타일의 노는중세 한창때 쓰였다는 게 함정)

    근거도 아주 없어 보이지는 않는 게 바이킹은 무역도 많이 하던 민족이라 아직 유럽 혹은 사라센 등
    에 남아 있던 선진기술을 도입했을지도 모르지요.
  • 역사관심 2018/08/06 03:16 #

    사실 저 힐드는 바이킹은 아니고 바이킹에게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는 인물입니다만, 동시대인이니 말씀하신 경우도 해당될 수도 있겠네요...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지만 힐드의 배경에 로마, 그리스인 쪽 이야기가 있다면 진짜 고증제대로인 작가라고 또한번 경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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