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당사주(唐四柱) 양각도깨비 (추가발견) 설화 야담 지괴류

오랜만에 뿔도깨비 담론입니다. 

이 주제에 관련된 글들은  [한국 도깨비는 뿔과 몽둥이가 없었을까?] 포스팅의 말미를 보시면 관련 글들이 거의 모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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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당사주 그림

조선중기 이래 서민들과 함께 해온 그림책인 당사주(당사쥬)에 관한 설명은 [이 글]에서 소개한바 있지만 오랜만이니 다음의 소개부분을 다시 인용합니다.

당사쥬라는 것은 현대어로는 '당사주'로 부르며 중국 당(唐)나라 이허중(李虛中)의 점서(占書)에 그림을 넣어 도해(圖解)하고 한글로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을 만든 이래 적어도 조선조 내내 많은 수가 편찬됩니다. 그런데, 이 당나라대의 당사주가 조선시대에 널리 퍼진 한국의 당사주의 근본소스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된 바가 없습니다 (김시덕, 2011). 다만 조선후기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본다는 설만 존재합니다.

이 당사주가 서민 생활에 널리 애용된 것은, 그 내용이 일생을 초년·중년·말년으로 구분하고 일상생활과 직결된 궁금증을 없애 주었기 때문인데, 이 그림들에 대한 본격적인 학구적인 분석이 행해진 것은 필자가 아는 한 3년전, 블로그 이웃이신 '김시덕'선생의 2011년 연구 '당사주의 문헌학적 접근'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많은 수의 당사주들이 연대파악조차 힘든 상태로 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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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포스팅과 더불어 [또다른 당사주에서 뿔달린 도깨비형태의 그림]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한 점을 더 발견해서 오늘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필자가 옥션에서 찾아낸 당사주입니다.

보시다시피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는 당사주인데, 이 경우 앞서 소개했던 책들과 달리 아래 아자 (1912년 전후구분)으로 시대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자를 쓰는 것이 그리 보기 힘든 시대는 물론 아니지만, 당사주의 경우 일반 대중들이 쓰고 읽던 책이므로 완전한자로 된 당사주는 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필자의 추정으로는 완전 한문은 아마도 완전 한글당사주보다는 확실히 오래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대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한가지 발견했습니다. 아래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진은 바로 윗 그림의 왼쪽을 확대한 것입니다. 걸어둔 태극기가 보이지요. 그런데 태극기의 태극문양이 현재의 것과 다릅니다. 언제 모델일까요?
대한제국 시대 태극기 (1897~1910년)

네, 이 태극기는 대한제국시절의 것을 빼닮았습니다. 아래의 모델이지요. 태극이 흔히 말하는 삼태극 부채처럼 서로 엉기면서 혼합되어 있는 것입니다.
만약 태극기의 변천사가 궁금하시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참조하시길.

국가기록원의 태극기 변천사를 보면 이런 식의 태극기 (혹은 아직 정식국기가 아닌 시절이니 태극무늬기)는 대부분 1880년대~1890년대에 발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00년대후반만 되어도 잘 보이지 않지요. 이중 필자가 판단하기로는 가장 유사한 형태는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중이라는 태극기로 1882년의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

(좌) 당사주 태극기, (우) 1882년 태극기

물론 이 한가지 단서만으로 이 당사주의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체 한자를 쓴 내용과 더불어 태극기 문양의 모습으로 이 당사주가 1880년대에서 1900년대초반의 것임을 유추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가장 논리에 맞는 추론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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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도깨비

이상으로 이 당사주의 연혁에 대해 추론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리 긴 서두를 연대파악에 주력했느냐. 이는 바로 아래의 존재때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금새 눈에 띄는 존재가 있습니다. 험상궂은 얼굴에 호피무늬 가죽을 허리에 두르고 창을 내지르는 녀석이지요. 머리에 양 뿔이 달려있음을 잘 볼 수 있습니다. 확대해볼까요.

19세기말 추정 뿔 도깨비 (혹은 양각야차)


예전 글에서도 설명드렸지만, 공식적인 일제강점기의 시작은 1910년입니다. 즉, 만약 위의 당사주그림들이 1880-90년대것이라면 이는 오니라든가 하는 일본측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조선인들의 인식체계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극초기의 '조선 대중'들의 책, 즉 일본인들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펴낸 교과서나 대중교화서가 아니라, 조선 후기 내내 전해지던 서민문화 저서인 '매우 자발적'인 점치는 책인 당사주에 이러한 요괴 모습이 등장한다는 점이 다시 말씀드리지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예전글에서 다시 발췌하자면 "일제가 문화교화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1919년부터라 해도, 예를 들어 '오니'의 뿔달린 모습이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도 아니고 일반대중들의 뇌리에 고착되는 것은 지금 생각보다 오래 걸렸으리라 추측하는 것은 그리 무리한 추측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당사주에 나오는 양각도깨비의 모습은 찬찬히 연대를 추정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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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 뿔도깨비외에도 또 다른 동시대책으로 생각되는 [평생사주론]이라는 구한말 저서에서도 양각도깨비류로 파악되는 귀물들 회화를 발견했습니다. 아래의 녀석들입니다.

평생사주론 (구한말 추정)

이 책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년월일시]중 '시'만 한글로 표기했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귀것들은 넷중 하나는 외뿔, 둘은 쌍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문을 해석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확실히 뿔달린 귀것으로 분류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한가지 가능성은 '오니'의 모습을 일제가 주입시켰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우리 민간에 전해오는 한 형태의 '양각'도깨비류 인식과 맞아떨어진 오니의 모습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는 설입니다 (오늘 소개한 녀석의 경우, 오니의 형식중 하나인 호피무늬 하의까지 착용하고 있지요). 좀 더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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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외세결탁 신라와 한국 2018/09/27 11:33 #

    중요한 발견을 하셨습니다.
    2층 누각도 보이고...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으니 호피무늬는 일본에서는 수입한 호피나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가능하겠죠.
    그런데 사자도 한국에 없으니 저것도 전해들은 이야기가 되겠군요.
  • 역사관심 2018/09/27 23:32 #

    네, 호피무늬가 언제 오니에게 정형화되어 나타났는지는 더 알아봐야 알겠지만 헤이안이전의 그림을 보면 기본적으로 천을 장착한 형태가 더 많았습니다. 호피가 장착된 것은 의외로 오래되었는데 이미 헤이안시대가 되면 나타납니다 (모두는 아니고). 일본내에서도 여러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음양도의 영향으로 동북 방향은 귀신이 출입하는 귀문이며, 음양도에 따라 동북방향의 동물인 소와 호랑이 (즉 뿔과 호피)가 입혀진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것도 설일 뿐 문헌기록등이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결과론적 적응주의). 이보다 유명한 설은 역시 불교의 야차의 외형을 빌어왔다는 것인데 어쩌면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 (호랑이도 없던 시대에 그대로 차용). 특히 이런 호피는 이미 고려시대 우리쪽 야차에도 정형화되어 있었구요 (그림은 남송의 야차 http://bit.ly/2zAk5pE)

    가마쿠라시대가 되면 이미 이런 전형적 야차유형의 오니가 보이지요.
    http://bit.ly/2N5WiRP
  • 이선생 2018/10/01 14:09 #

    오호! 굉장히 유의미한 자료들이군요!
    파도파도 계속 나오는 뿔도깨비의 자료들을 보면 전시대 도깨비 학자들이 뭔가 커다란 것을 놓쳤다는 생각만 드네요...이미 일반 인들중 한국 도깨비는 뿔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
  • 역사관심 2018/10/02 07:50 #

    감사합니다. 수년간의 작업결과 이제는 거의 확신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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