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변상도는 그저 종교화일까?- 다른나라의 변상도에 나오는 건축과 문화. 한국의 사라진 건축

고려시대의 멋진 유산인 [변상도]는 그동안 건축에 관한 글을 쓰면서 가끔 부분적으로 고려건축을 이야기하면서 가져다 쓴 적이 있습니다. 사실 고려시대 당대에 그려진 건축그림은 기위도를 제외하면 전무합니다 (그 이전에 고려시대에 그려진 순수회화자체가 기위도와 불화외에는 제로). 따라서 현재 넷상에서 고려건축이라고 검색을 하면 거의 뜨는 그림이 기위도 아니면 바로 [고려변상도]의 일부가 뜹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저게 고려시대 건축인가보다 화려하네...정도로 생각할테고 건축에 대해 관심이 조금 있는 분들은 저건 그냥 불화고 상상화야, 의미 없음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이 장르의 그림들이 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더 치밀한 연구가 필요한지 그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한 면을 짚어드릴까 합니다.

우선 '변상도'라는 것은 불교를 믿었던 아시아 각국에 존재하는 '장르'입니다. 변상도(變相圖)는 경전과 교리 내용 그림으로 간단하게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부처님 일대기 또는 불교설화에 관한 여러가지 내용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한 그림이라는 것이 '정의'입니다. 즉 각종 변상도에 나오는 배경은 인도이며 불교에 나오는 인물들이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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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변상도는 그냥 '인도의 건축과 인도의 의상'일까?

그렇다면 변상도는 그저 불화, 즉 종교화일뿐 그 안의 내용은 우리 문화사에 별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2006년 대한토목학회지에 실렸던 진중현 선생의 논문 [예술과 공학의 만남 - 계화(界畵) (Ruled-line Painting : The Point of Contact between Painting and Architecture)]중 고려 관경변상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살펴볼까요.

불화 중에서는 특히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에 정교한 건축물 표현이 나타난다. <관경변상도>는 불교 중 아미타신앙의 중요 경전인 관무량수경을 도해한 것인데, 건축물이 많이 그려진 까닭은 경전 설화의 내용이 인도 마가다 왕국의 궁중(宮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불화의 주요 소재인 <관경변상도>에 그려진 건축물들은 인도의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의 궁중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불화들에 그려진 건축물을 통해 이미 없어진 고려시대의 화려한 궁중 건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계화는 지금은 없어진 고대의 건축의 모습을 추정, 복원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당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꽤나 흥미로웠는데 아쉽게도 더이상 이 연구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필자가 많은 '왜'중 한 부분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바로 각국의 변상도를 한번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변상도'는 말씀드렸듯 특정회화제목이 아니라 '장르'입니다. 천주교에서 성모마리아를 여러 곳에서 그리듯, 변상도는 불교가 퍼진 여러 국가에서 시대를 걸쳐 그려온 것이지요. 그 모습은 어떨까요?


고려

우선 고려변상도입니다. 
이것은 일본 서복사에 소장되어 있는 1300년대의 고려관경변상도입니다. 특히 아래부분은 고려건축이라고 종종 소개되는 건축물이지요. 주칠을 한 기둥과 송나라풍의 지붕양식이 인상적입니다.
서복사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 14세기)

그럼 같은 '한반도국가'였던 조선시대의 변상도는 어떨까요? 위와 비슷한 상상의 모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시대 건축풍의 건물들이 보입니다. 아래의 작품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중인 18세기 조선 변상도입니다.
18세기 조선관경변상도
 
대영박물관측의 설명을 보면 "이 그림은 한국사찰인 송광사, 용문사, 그리고 쌍계사의 18세기모습에 비유될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This painting can be compared to similar ones in the Korean temples of Songgwang-sa, Yongmun-sa and Ssangye-sa, all dating to the early 18th century." 

확대해보면 확실히 조선건축양식이 고려변상도에 비해 훨씬 강한 것을 느낄 수 있지요.

티벳

다음은 18세기 티벳의 변상도입니다.
18세기 티벳 변상도 (샌 안토니오 박물관 소장)

건축물을 확대해보면 확실히 티벳풍이 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당대

훨씬 옛날로 돌아가보지요. 다음은 9세기의 고식 당나라시대의 변상도입니다.
당나라 9세기 변상도

역시 고려와는 완전히 풍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 

다음은 14세기 무로마치시대의 관경변상도입니다.
14세기 무로마치시대 변상도

건축풍이 역시 다르지요.
현재 16세기에 재건되고 몇번 증축된 것이긴 하지만 무로마치시대의 건축양식을 가지고 있는 이누야마성등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이보다 이전인 가마쿠라시대의 변상도는 더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대가 12세기~14세기로 우리가 흔히 보는 고려변상도의 시대와 동시대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래의 작품이 가마쿠라 막부시대의 관경변상도입니다.

가마쿠라 변상도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건축풍이 동시대의 고려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14세기 고려변상도와 가마쿠라 변상도

뿐만 아니라 또다른 가마쿠라변상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아래는 다른 동시대 변상도로 목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마쿠라시대 변상도

그런데 이 작품을 확대하면 매우 중요한 점이 보입니다. 아래 확대그림을 보시면 인물들이 완전히 일본풍의 의상을 입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이는 불화에 당대의 자국문화가 로컬라이징되어 있었다는 좋은 예입니다.

태국

마지막으로 태국의 18세기 변상도입니다. 1776년의 작품으로 독일 베를린의 Museum fuer Asiatische Kunst에 소장중입니다.
태국의 18세기 변상도

역시 굉장히 강한 태국문화가 반영되어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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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아쉬운 점은 현재 이 장르에서 대중과 전문가영역의 온도차가 너무 극심하게 크다는 것입니다. 

우선 대중들의 경우 변상도를 고려건축을 언급하면서 꼭 집어넣는 (그러나 연구부족) 반면, 우리나라 전통건축학계에서는 주로 불화라는 이유만으로 이 많은 자료들을 종교화로 치부한 탓에, 이 변상도를 건축학적으로 연구하는 양자체가 너무 적습니다. 따라서 현재 문화컨텐츠를 소개하는 공식적 한국학 페이지들을 가보면 거의 종교적인 설명밖에 없고 건축이나 의상에 대한 실증적 활용내용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늘 살펴보았듯 불화라는 장르는 고려시대에서 꽃핀 화려한 문화유산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그 양'으로도 고려시대의 모든 회화중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단 두 채의 (그것도 작은 규모의) 고려건축물이 남아있는 한국건축학계에서 현재처럼 그냥 놔두는 장르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아주 피상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이런 시대별-공간별 비교연구를 통해서도 고려건축의 연구에 이 변상도가 좀 더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덧글

  • 함부르거 2018/10/12 09:19 #

    그림이야 말로 그려질 당시의 복식이나 건축을 연구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자료라고 생각하는데 변상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점은 의외네요. 서양에서도 종교화에 나온 인물 초상이나 복식 같은 자료를 중요하게 보는 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 역사관심 2018/10/12 09:31 #

    23년전인 1995년에 김도경, 주남철 교수의 연구가 있었고 그 후에는 파편적으로 나올뿐 거의 흐름이란게 없는 분야입니다. 원래도 우리 문화컨텐츠닷컴등에서 연구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굉장히 느리긴 하지만 이 분야의 관련컨텐츠를 살펴보면 거의 '전무'라고 해도 좋을만큼 건축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반면에 의복부분은 가져다 쓰곤 합니다). 그냥 불화로서의 주제와 스토리만 적어둔 레벨. 사료의 일천함을 볼때 가끔 한국전통건축학계의 관심 자료분야가 너무 협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불령사 전탑부조등등).
  • 응가 2018/10/12 18:38 #

    원류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당대의 건축의 모습의 영향을 안 받았을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관경서분변상도는 다른불화와 다르게 회화적 특성이 강한거 같네요.
  • 역사관심 2018/10/13 07:14 #

    좀 더 많은 타국작품들을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써는 고려변상도가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더 건축학적인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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