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오류 (황교익씨 '고 김윤겸'선생 언급부분) 역사

얼마전 쓰다보니 황교익씨의 주장에 (소고기, 간장) 반발하는 포스팅 두 편을 쓴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쓰고 있는 글이 있는데 바로 그가 주장하는 "불고기의 조어특성"에 대한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그 글에 포함시키려다가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또한 글의 주제가 좀 달라 따로 짧게 소개하고 넘어가는 부분으로 이해해주시면 합니다.

황교익씨가 주장하는 야키니쿠 논리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중하나가 이것이지요.

"불고기라는 이름이 등장한 시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의 일이다. 일본에 우리의 불고기와 조리법 및 그 음식명의 구조가 유사한 음식이 있다. 야키니쿠, 즉 불에 구운 고기, 소육燒肉이다. 불(燒)+고기(肉). 불고기는 소육燒肉의 한글 번역일 수 있다. 일제시대 조선어운동을 하였던 원로 국어학자 고 김윤경 선생이 1965년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생소하고 듣기 어색했지만 벤또 대신에 도시락이, 돔부리 대신에 덮밥이, 야키니쿠 대신에 불고기라는 말이 성공한 것은 얼마나 좋은 예냐"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저 문단의 전반부 (조어방식에 대한 주제)에 해당합니다. 오늘은 후반부인 굵은 체를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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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윤겸선생과 순수우리말 지키기

황교익씨가 말하는 문맥은 이것입니다. 돌아가신 김윤경선생 (일제강점기 국어학자)가 설명하시길 처음에는 생소한 말이었지만 벤또 대신에 도시락, 돔부리대신에 덮밥, 그리고 야키니쿠 대신 불고기라고 새로운 말을 만드니 좋더라. 이 부분을 황교익씨는 즉, 저 세 단어가 '일본어'를 한국어단어로 만든 예들에 야키니쿠-> 불고기라는 예가 있으니 이게 빼도박도 못하는 불고기가 원래 야키니쿠라는 단어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습니다.

그런데 이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일차원적입니다.

우선 고 김윤겸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우리순수어를 지키시려 노력한 민족주의자에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를만큼 조선어를 사랑하고 지키려 했던 분이시지요. 이런 분들은 외래어를 싫어하시기 마련.

이런 식의 변형은 지금 21세기에도 많죠. 즉 KBS 우리말 지키기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식으로 '쓸데없는 외래어'를 순수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인데 이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1) 원래 있는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거나 외래어만큼 빈번하게 쓰지 않는 존재하는 '순수한국어'를 쓰자는 식이거나,  2) 아예 없으면 만들어서 우리식으로 쓰자는 식의 시도가 있습니다.

여기서 황교익씨가 주장하는 것은 물론 2번에 가깝습니다 (불고기라는 말 자체가 없는데, 야키니쿠를 가져다 쓴 것이다). 그런데, 김윤겸선생님의 말씀은 1)번에 가까울 가능성도 아주 큽니다. 그 근거는 우선 '도시락'의 원어인 '도슭'입니다. 최소 1728년의 문헌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이 단어를 일제강점기에 얼마나 쓰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도시락의 또다른 근대어였던 반짓고리나 동고리도 함께 쓰였을 것 같군요 (1647년 승정원일기중- "동고리(東古里)에 담은 물건을 과연 부인이 한번 들여보냈습니다.東古里所裹之物乙"). 아무튼, 일제시대이니 자꾸 일본어가 외래어 혹은 유행어로 밀려오는 상황에서 벤또라는 말을 쓰자, 예전 순우리말인 도슭을 다시 쓰자는 식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 김윤겸 선생님이 말씀하신 뜻은 아무리 봐도 '이미 우리 조상들이 문헌등으로 쓰던 '도슭'이나 정말 자주 쓰이던 (중-근세 일본보다 훨씬 자주 쓰던) '소육'같은 말을 그대로 직역한 도시락, 불고기가 좋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런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한 채, '야키니쿠에서 불고기가' 왔다고 해석한 것이 바로 황교익씨의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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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또--> 도시락 (=) 돔부리--> 덮밥 (=) 야키니쿠--> 불고기

그리고, 황교익씨처럼 주장할 경우 논리의 일관성이 이상해집니다. 저 문장 "처음에는 생소하고 듣기 어색했지만 벤또 대신에 도시락이, 돔부리 대신에 덮밥이, 야키니쿠 대신에 불고기라는 말이 성공한 것은 얼마나 좋은 예냐"라는 것은 '한 문장'입니다. 즉,

벤또 대신 도시락
돔부리 대신 덮밥
야키니쿠 대신 불고기

이 세가지 예는 '동등한 위치'입니다. 즉, 야키니쿠에서 불고기가 왔다면, 최소 벤또에서 도시락이, 돔부리에서 덮밥이라는 말이 나왔다라는 주장 역시 해야 말이 맞습니다. 당연하지요, 저 문장의 세 가지예에서 한가지만 쏙 빼서 다른 경우로 설명하는 건 문맥상 오류니까요. 그런데 이미 이 논리는 도시락 (원어- 도슭)에서 깨집니다.

거기다 더해 황교익씨의 논지가 맞으려면 야키니쿠(소육(燒肉)--> 불(燒)고기(肉))처럼 1:1 직역대응이 가능해야 저런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벤또'라는 말자체의 한자가 '도시락'으로 대응이 되어야하고, 돔부리라는 글자의 한자가 역시 1:1로 덮밥이 되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 과연 그럴까요? 아니, 비슷하기는 할까요?

우선, 돔부리(돈부리)는 丼物라고 쓰고 '돈부리모노'라고 읽습니다. 이 한자는 '우물 정(丼)'자에 '물건 물(物)'로 덮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야키니쿠에서 불고기가 나왔다고 김윤경선생이 설명하시려 쓴 것이라면 일본어로 '덮밥'을 표현하는 한자어가 대응어가 되어야 합니다. 즉, '덮을 개'자에 '밥'을 붙여쓴 식의 조어가 있어야 되는데 (아니면 최소 조리방법+재료라는 식의 조어방식어), 돈부리는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돔부리라는 일본어대신 우리말인 덮밥을 쓰자는 말을 하신 겁니다. 거기다 황교익씨가 우리말에는 없다는 조어방식인 '덮는(조리방식)'+'밥'(재료)형식으로 말이지요.

다음으로, 벤또 역시 弁当라고 쓰며 한자로만 보자면 갖출 반(弁)에 마땅할 당(当)자로 순 우리말인 '도시락'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즉, 벤또에서 도시락이 나왔다고 쓴 것이 전혀 아니지요. 도슭이라는 원래 존재하는 우리말을 외래어이자 당시 '유행어'인 벤또대신 쓰자는 국어학자의 계몽운동적 발언인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황교익씨가 주장하는 '야키니쿠'를 직역해서 '불고기'로 쓴다는 논리는 저 두 가지 다른 예와는 완전히 딴판의 이종이 됩니다. 일본어와는 아무 관계없이 순우리말인 '도시락'과 '덮밥'을 주장하시던 김윤겸선생님이, 그리고,  '소육'(燒肉--> 불(燒)고기(肉))이라는 표현이 수없이 나오고 쓰고 있던 국가(조선)의 민족주의적 성향의 국어학자가 그 '소육'을 일본어로 야키니쿠로 쓴다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가져다가 번역해서 불고기로 했다라... 글쎄요, 저는 전혀 와닿지 않는군요.

그보다는 황교익씨가 문헌기록이 없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당시 평안도사투리 설과 개인적으로는 '소육'이라는 원래 쓰던 한자어(조선시대)를 가져다가 불고기로 쓴 것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조리방법+재료 조어방식) 서두에서 말씀드린 다른 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덧글

  • 남중생 2018/12/18 17:14 #

    자극적인 주장을 먼저 펼친 다음에 거기에 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 편협하고 허술한 논리를 덧붙이는 것으로 보이네요. "야키니쿠"만 봤을 때는 얼핏 그럴싸하다가 돈부리와 벤또에 가서는 찬찬히 검증해보면 되려 갸우뚱해지는 것이 그렇습니다.

    거짓말을 더많은 거짓말로 덮어야할 때 저렇게 되지요ㅠ
    궁지에 몰린 "알타이 어족" 운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역사관심 2018/12/19 11:03 #

    최소 불고기라는 주제에서는 논지가 마치 헤진 옷깁듯 여기저기 꿰맞추는 느낌입니다.
  • 초록불 2018/12/18 18:28 #

    1984년에 도시락과 도슭이라는 말에 대해서 처음 배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 역사관심 2018/12/19 07:41 #

    좋은 선생님이셨군요~ 저는 기억에 없었는데 이 소동덕에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항상 도시락이 한자인지 한글인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만...
  • Blackmailer 2018/12/19 07:59 #

    소육이란 말이 훨씬 예전부터 쓰였다는 걸 전혀 모르고 저러는 거죠. 1923년 동아일보 기사에 한식의 제수 음식을 논하면서 나온 소육을 두고 야키니쿠로 해석하는 게 황교익 수준이니... 사실 불고기가 야키니쿠의 번역어일 수 있다는 말은 일본에선 10년도 더 전부터 나왔던 소리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주장하는 학자들의 글을 보면 자료 조사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거죠. 불고기란 말의 최초 등장이 1940년대란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제가 보기엔 황교익 씨가 불고기 어원을 두고 하는 말도 절대로 스스로 생각해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일본이야 자주 다녀온 것 같으니, 일본 책을 보고 하는 소리겠죠. 그에 대한 반박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보니 계속 헛다리를 짚는 거고요.
  • 역사관심 2018/12/20 03:14 #

    가장 이상한 부분이 바로 말씀하신 '소육'에 대한 해석입니다. 우리 문헌에 수도 없이 '불고기'라는 의미로 등장하고, 말씀하신대로 20세기 근대문헌에 까지 종종 등장하고 쓰던 이 '소육'이란 단어를 같은 한자를 쓴다고 어떻게 야키니쿠라고 설명하는지.. 거기다가 비슷한 요리류는 야키니쿠도 아닌 전골요리(스키야키)를 갖다 대고...(야키니쿠는 아무리 봐도 벤또처럼 당대 잠시 유행하던 유행어에 가깝다는 것이 제 해석입니다).
  • 찬별 2018/12/25 21:57 #

    저도 한참 음식의 역사들을 파볼 때, 도시락이 고유어라기보다는 되살려낸 말이라는 걸 알고 참 신기했더랬네요. 그것을 살려낸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몰랐는데 잘 읽고 갑니다.
  • 역사관심 2018/12/26 11:21 #

    사실 저 부분을 좀 더 보충해야 하는데 도슭을 발굴해서 퍼뜨린 분은 김윤겸선생보다더 동세대 학자인 최현배 선생 (1894~1970)입니다. 두분은 동갑이고 돌아가신 해도 일년차지요 (김윤겸선생은 1969년).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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