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초 조선 원숭이 요괴 설화 야담 지괴류

18세기 저서인 [성호사설]에는 원숭이 요괴가 하나 등장합니다.


성호사설 인사문(人事門) 
지료은닉(智料隱匿)

주(周) 나라 속담에 이르기를 “연못 속의 고기를 밝게 살피는 자는 상서롭지 못하고, 숨겨진 것을 헤아리는 슬기를 지닌 자는 재앙을 당한다.” 하였다.

대개 천지는 지극히 크고 넓으므로 사특한 기운과 괴이한 생물이 그 사이에 끼게 되지만, 천지는 다같이 기르기만 하고 막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도 이와 같은 것이 있어서 다 착할 수가 없으므로, 때로 흉악하고 착하지 못한 자가 나오게 되면 성인이라 할지라도 교화시켜 올바른 길로 들어가게 할 수 없다. 이러한 자에게는 위엄을 보여 죄를 적게 지도록 하면 족하니, 이른바 혁면(革面)이라는 것이 이것이다. 만약 끝까지 추궁하여 용서하지 않는다면 난을 만드는 중개(仲介)가 되므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따지면 동류(同類)가 없어지며, 물이 맑으면 깊지 않고 사람이 살피면 좁아지는 흠이 있게 된다.

대저 천지 사이에는 괴이한 모양을 한 이상한 동물이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있는데, 사람이 혹 찾아내어 건드리게 되면 그 괴물이 노하여 뛰어일어나 사람을 해칠 것이 분명하니, 연서(燃犀)의 일(1)에서 증험할 수 있다.

나는 일찍이 어떤 사람에게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깊은 산골짜기 절벽 위에 늙은 소나무가 있었는데 그 소나무는 중(中) 정도 되는 재목감이었으며, 그 밑에는 매우 깊은 못이 하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사다리를 가지고 나무를 베었는데 나무가 쓰러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골짜기를 울리자, 갑자기 원숭이와 비슷한 괴물이 놀라 바위 위로 뛰어 올라왔다. 

물속에서만 사는 동물이라 햇빛에 부시어 눈을 갑자기 뜨지 못하였으므로, 그 사람은 숲속으로 달아났다. 숨어서 엿보니, 광채가 흐르는 눈을 번뜩이며 죽 돌아보다가 아무도 없자, 곧 도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날 밤에 세찬 바람에 천둥과 번개가 일어, 산의 나무가 다 부러지고 곡식이 모두 결딴났다 하였다. 나는 이것이 무지기(無支祁)의 종류라고 생각되는데, 그 사람이 죽임을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못 속을 살피는 것이 상서롭지 못하다는 것은 바로 이를 이르는구나!

인정(人情)도 그러하니, 타고난 성품이 도척(盜跖)과 같아 통제를 받지 않는 자를, 경중을 헤아리지 않고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면, 재난을 일으키지 않는 자 드물다. 그러므로 짐승은 궁하면 할퀴고, 새는 궁하면 쪼고, 사람은 궁하면 난을 일으킨다. 보통 사람도 이러하거든, 하물며 높은 벼슬에 나아가 백성을 어루만짐에랴!


[주(1)] 연서(燃犀)의 일 : 
사무(事務)를 밝게 살피고 유미(幽微)한 것을 통촉(洞燭)함을 말한다. 《진서(晉書)》 온교전(溫嶠傳)에 “교(嶠)가 무창(武昌)을 돌아 우저기(牛潴磯)에 이르니 물이 매우 깊은데, 세인들이 그 속에는 괴물이 많다고 하였다. 그가 물소뿔에 불을 붙여 비추니 곧 물 속의 괴물이 나와서 불을 끄는데, 수레를 타기도 했고 붉은 옷을 입은 것도 있었다. 그날 밤 꿈에 괴물이 ‘그대와 나는 유명(幽明)이 다른데, 무슨 마음으로 비추었는가?’ 하였는데, 진(鎭)에 이르러서 얼마 안 되어 죽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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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이 기담은 이익선생이 누군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아마도 나뭇꾼), 그가 깊은 산중에서 커다란 나무를 베자 (사다리를 타고 베야할 정도), 그 나무가 쓰러지며 소리를 냅니다. 그러자 물속에서 원숭이같은 무언가가 뛰쳐나온 것.

有異物類猴驚跳出在岩石上  갑자기 원숭이류 괴물이 놀라 바위 위로 뛰어 올라왔다. 
類猴 무리 류, 원숭이 후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익 역시 이 동물에 대해 마치 아는 듯 이런 기술을 합니다.

水族覩陽目不能猝開氓竄入林 항시 물속 동물이라 햇빛에 부시어 눈을 갑자기 뜨지 못하였으므로, 그 백성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무지기(無支祁)의 종류일 것이라는 추정을 합니다. "무지기"란 원래 중국상고시대인 우임금대에 등장하는 괴수로 장강 (*현 양자강)에 사는 키가 15미터에 달하는 원숭이요괴입니다. 이 요괴를 강소성(江蘇省)의 균산(龜山), 혹은 군산(軍山) 아래에 가뒀다는 설에서 '서유기'의 모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설로는 회수강바닥에 쇠사슬을 묶어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무지기는 당나라대에 다시 발견되는데 8세기 회수 인근의 초주(楚州)에서 어부가 낚시를 하다가 무언가 거대한 것이 걸린 것을 보고, 50마리의 소로 끌어올리자 거대한 원숭이요괴가 쇠사슬과 함께 끌려나왔다는 기록이 전합니다. 그 요괴는 눈을 감고 있다 떴는데 그 인광이 번개처럼 번쩍여서 모두 놀랐다는 이야기. 이 부분은 오늘 소개한 성호사설의 원숭이요괴와도 일맥상통하지요.

"광채가 흐르는 눈을 번뜩이며 죽 돌아보다가 아무도 없자, 곧 도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 외에도 중국고대기담에는 여러 원숭이요괴가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촉나라시대의 가국이 있습니다. 가국은  산에 살며 키는 7척에 직립보행을 합니다. 특이점은 인간여인을 유괴, 종족을 번식시키는데 쓸모가 없으면 동굴에 가둬두게 되는데, 그런 여성은 점점 가국처럼 바뀌어 가게 된다는 것. 

이러한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던 성호 이익이었기에 이 조선에서 발견된 물속 요괴이야기를 듣고 '무지기'를 떠올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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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으로 조선시대에는 원숭이를 잘 모르거나 없었다는 편견을 가진 이가 많을 텐데, 실은 원숭이 관련 기담도 회화도 꽤 전합니다.

안하이갑도(眼下二甲圖, 조선후기 작가미상)

마지막으로 일본쪽이야 워낙 원숭이 설화, 요괴가 당연히 많이 전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원숭이 요괴 사토리(覺).

에도 후기 [금석화도속백귀]중 사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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