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기 왕실내 다림질 수준 (태종대 기록) 역사전통마

조선시대 드라마를 보면 왕실의 사람들이 이렇게 빤질빤질하게 다림질 잘 된 의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정말로 이렇게 다려 입었을까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태종실록에 주목할 만한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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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려실기술 별집
천문전고(天文典故) 

태종
○ 15년 을미 여름 4월에 감로가 또 함주군(咸州郡)에 내렸다.

경기도에 가뭄이 심하였다. 호조 판서 윤향(尹嚮)에게 명하여 경원(慶源) 창고에 쌀 5천 석을 운반하여 구제하게 하고, 또 이르기를, “듣건대, 상의원(尙衣院)에서 1개월 동안 쓰는 다리미 숯이 여덟 섬이 된다 한다. 이것도 역시 백성들한테서 나오는 것인데, 어찌 함부로 소비하겠느냐. 마땅히 그 양을 반으로 감할 것이며, 또 경기 안의 백성들이 겨울에는 땔나무와 숯을 바치고,여름이면 말에게 먹일 풀을 베어 바치느라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내구(內廐 궁중의 거마에 관한 것을 맡은 관청)의 말도 다만 40필만을 두게 할 것이며, 궁중에서 바치어 쓰는 것을 이미 헤아려 감하게 하였으니, 그 지방으로부터 진상하는 모든 물품도 역시 참작해서 감하게 하여 혜택이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하라.” 하였다.
일단 상의원(尙衣院)이란 곳은 조선시대 임금의 의복을 진상하고, 대궐 안의 재물과 보물 일체의 간수를 맡아보던 관서입니다. 즉, 궁궐내 최상위계층의 의복을 담당한 곳이지요. 2014년 영화도 나왔습니다.
이 태종실록 기록은 15년, 즉 1415년 기록입니다. 

여기 보면 '상의원'에서 한달동안 쓰는 다림질에 쓰는 숯의 양이 나옵니다. 8섬. 섬은 석(石)과 같은 단위로, 1말의 10배입니다. 신라대에는 15말이었는데 조선초기에는 현재와 같은 10말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조선초기의 1섬(1석)이 몇킬로였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후기계량으로 추산해보면 (함부르거님 도움), 숯 1섬이 약 37kg이 됩니다. 따라서 8섬이면 약 300kg. 한달에 쓰는 다리미용 숯의 무게가 말이지요. 보통 이런 화덕하나에 들어가는 숯의 무게가 3킬로정도라고 친다면 이 양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알수 있지요.
아래는 전통다리미입니다. 불을 피워서 숯을 달구어 대접처럼 생긴 윗부분 안에 담지요. 이런 다리미 하나에 들어가는 숯의 양이라봐야 얼마안되는 양일 것입니다.
300킬로그램, 즉 하루에 10킬로그램을 쓴 셈이 됩니다. 즉, 이런 다리미 10개 이상을 매일 쓴 셈입니다. 물론 이 기록을 보면 이 양이 너무 많아 이것을 반으로 줄이라, 즉 하루 5킬로 정도로 줄이라는 내용입니다만, 당시 궁궐 의복의 다림질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유추할 수 있는 귀한 기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최소 드라마의 궁궐에 나오는 인물들의 의복이 빤질거리더라도 에이 저랬을까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나저나 이 외에는 의외로 궁실과 다림질에 관한 기록은 찾기가 꽤 힘들군요.


덧글

  • 함부르거 2019/03/18 12:30 #

    한 섬은 부피 단위입니다. 계산이 좀 달라져야 할 거 같습니다. 같은 가마니를 쓴다고 했을 때 숯이 곡식보다 훨씬 가벼우니 무게 추정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현재 도량형 기준으로 보면 한 섬은 180리터이고, 무게로 치면 쌀 약 144kg 정도 됩니다. 숯의 비중이 대충 0.208kg/L 입니다. 한 섬은 180L x 0.208 kg/L = 37kg 정도 되네요. 그러니까 8 섬이면 한 300kg 될 거 같습니다.

    물론 이 추정치는 조선 초기의 한 섬이 몇 리터인지, 어떤 숯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숯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거든요. 숯의 비중은 아래 사이트에서 참고했습니다.

    https://www.simetric.co.uk/si_materials.htm
  • 역사관심 2019/03/18 12:40 #

    감사합니다. 사실 좀 더 정확한 단위량을 알고 싶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수정하겠습니다.
  • 함부르거 2019/03/18 12:42 #

    감사는 뭘요. 공돌이 출신이라 계산 이상한 거 보면 못 참는 못된 버릇이 있어서... ㅎㅎㅎ 다리미에 들어가는 양도 부피로 계산하시는 게 이해하기 편할 거 같아요.
  • 역사관심 2019/03/18 13:29 #

    아닙니다 ㅎㅎ 못된버릇이 아니라 좋은버릇입니다 ^^
  • 홍차도둑 2019/03/18 15:53 #

    숯 말고도 이전의 다림질에는 풀먹이고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런 부자재 관련 기록은 없을까요?

    얼마나 많이 했을까? 를 놓고 그 작업에 들어가는 여러 자원(인적자원. 자재자원)을 보는간 분명 타당한 계량화입니다. 자원이 많이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작업이 있었다는 이야기니까요.
  • 역사관심 2019/03/19 03:58 #

    동감입니다. 이런 쪽의 연구가 미시사나 생태학쪽에서도 활발해지고 있어 좋습니다.

    풀에 대한 것은 생각치 못했는데 갑자기 흥미가 생깁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나인테일 2019/03/18 16:44 #

    빨래 다림질 이런거에만 해도 어마어마한 인력이 갈려나갔겠군요. 요즘의 호텔이나 리조트의 몇 배나 되는 관리인력이 필요했겠네요.
  • 역사관심 2019/03/19 03:58 #

    네, 모든 걸 인력으로 하던 시절이니...진짜 고생들 하셨을거 같아요.
  • 천하귀남 2019/03/18 18:40 #

    그나저나 저 다리미로 특히 비단옷 종류를 다리다 보면 여차했다가는 구멍내는 경우도 나올 것인데... 그저 당대 임금님의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

    헌데 영조시절에 각종 의기를 만들어 내던 최천약 이라는 사람의 일화에 어떤 기기를 만들어 올리는데 숯이 몇 섬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왕이 했다고 합니다. 거의 40섬쯤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에 필요한 연료로 보기에는 너무 많더군요. 이것등으로 보면 숯을 연료로도 사용하지만 환금물자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합니다.

    조선시대 관료의 급여나 이러저런 비용의 물목을 보면 분명 다른 물자도 더 필요한데 쌀이나 피륙등만 언급되는 경우도 제법 되니 어느정도의 물물교환이나 대금지급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지는 않을 듯 합니다.
  • 천하귀남 2019/03/18 18:44 #

    참고로 영조 시대에는 국가의 통화공급이 부족해 돈의 가치가 매우 올랐습니다. 그래서 세금을 다시 면포로 내는 물납도 시도됬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지나 정조대의 만기요람에는 진찬에 올라가는 수많은 물자들의 가격이 명시될만큼 화폐위주 거래가 정착된 모습도 보입니다.

    태종대에는 화폐자체가 제대로 정막된 시가가 아니긴 하군요. 상의원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조달하기위한 교환 수단이 필요하긴 할듯 합니다.
  • 역사관심 2019/03/19 04:00 #

    숯을 환금용으로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흥미가 생깁니다.^^ 말씀하신 토픽도 생각해 두었다가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함부르거 2019/03/20 15:32 #

    천하귀남님 말씀 보고 생각난 건데 제가 계산한 양으로 봐도 한달 사용량으로는 좀 과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루에 10kg씩 숯을 쓴다는 건데 현대에는 고기집이나 이렇게 쓸 겁니다. ^^

    아마 빼돌려서 다른데 쓰는 걸 알면서도 왕이 '니들 이번에는 봐줄테니 적당히 해라'는 뉘앙스가 있는 거 같아요. ^^; 어디선가 조선시대에 숯이 물물교환용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를 읽은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 역사관심 2019/03/21 02:54 #

    호오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이래서 실록도 실록이지만 승정원일기를 조선초부터 썼어야...;
  • 이글루스 알리미 2019/03/22 08:06 #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03월 22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역사관심 2019/03/22 08:41 #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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