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부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뿔달린 도깨비 설화들 (밀양 할배토째비, 함안 도깨비, 거창 돚재비, 하동, 거창 도깨비 ) 설화 야담 지괴류


의령 도깨비숲에 누워있는 도깨비(사진출처)

경상남도 밀양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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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수수께기 내기

경상남도/밀양군/무안면 [무안면 설화 37] T. 무안 4 뒤 무안리 무안 1981.1.22. 정상박, 최미호, 박상복, 유순지, 박수열 조사 최영규 * 저녁 8시 30분경 부인 경로당에서 나와 어제 경로당에서 이야기를 잘 하던 최영규씨 댁을 찾아갔다. 마침 5명의 노인들이 화투를 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청했더니, 이 설화를 구술하였다. 물론, 청중도 끝 부분에 가서는 웃었다. *

어떤 사람이 떡 아주 심신산골에 가서 나무로 해 가지고 집에 와서 떡보니 도치로(도끼를) 일어뿌고(잊어버리고) 왔거든, 도끼.

그래서 그 도끼를 찾으러 갈라고 보이, 이놈의 해는 저물고 구름은 [강조하며] 꽉 찌이(끼여) 가 있고 이렇는데, 도끼로 아무래도 찾아 가 와야 되겠는데, 그래 거 나무 한 자리(한 곳) 떡 도끼 찾으러 가이, 떡 어둡살이가(저녁 그늘이) 들고, [놀라는 투로] 아이, 이거 토째비가(도깨비가) 짜드라

(많이) 나옸는데, 이놈의 할배 토째비는 뿔따구가(뿔이) 세 개가 돋아 가 있고, 아부지 토째비는 뿔따구가 두 개고, 마 이래 인자 이놈의 토째비들이 어글어글(우굴우굴) 하이께네,

“아이구, 아재(아저씨) 올라옵니꺼? 그란해도(그렇지 아니하여도) 아재 올라올 줄 알고 이랬는데, 도끼는 우리가 찾아 낳았는데, 도끼로 가져 갈라 카만 우리가 수수꺼끼로 해야 됩니다. 그래 인자 수수꺼끼를 해야 되는데, 우리가 이기마 아재가 우리 밥이 되야 되고.”

옛날에 실개지끔(수수께끼)이거든, 그기. [앞말을 설명하여] 즉 말하자마 잡아먹는다 이기거든.

“우리가 못 이기거든 도끼로 내 줄 끼고, 그런 수수꺼기로 합시다.”
이리 되거든. 이놈의 안 하고는 도치를 안 주겄고.

“수수꺼끼로 해 봐라. 누가 먼저 할 끼고?”
이리 카거든.

“너가 먼지(먼저) 해라.”
이카거든.

“그래 아재, 동쪽에서 돌아 가지고 서쪽에꺼정(서쪽에까지) 가는 해, 저거 가는 기 몇 만 리나 되는고?”
일카거든, 토째비들이.

“몇 만 리는 뭐 몇 만 리, 한 뼘밲에 안 되는데.”

“우째 한 뼘밲에 안 되는교(되는가요)?”

“아, 내 눈 우에서 재 봐야 한 뻠 밲에 안 된다.”
일카거든. [앞말을 보충 설명하여][눈 위로 엄지와 인지를 펴 보이면서] 서쪽에서 동쪽꺼정 한 뻠 밲에 안 되거든.

“그럼 우리가 또 인자 바다물이 많는데 그 몇 섬이나 되겠읍니꺼?”
일카거든. 그래 인자 이 노인이, 나뭇꾼이,

“그 뭐 그저 다 들어가거러 말 하나, 큰 거 하나 맨들모 한 섬밲에 더 되나?”
일카거든.

“아, 그럼 고거는 졌는데….”
“그럼 인자는 내가 수수께끼를 할 모양인께네, 내 말로 들어 봐라.”
일카거든.

“아, 그럼 고거는 졌느데….”
“그럼 인자는 내가 수수꺼끼를 할 모양인께네, 내 말로 들어 봐라.”
일카거든.

“내가 이래 안 서 가 있나 그쟈(그지)? 서 가 있는데, 내가 오데로 자빠지겄노?”
일카거든. [청중 : 웃음] 앞으로 자빠지겠다 쿠모 뒤로 자빠질 끼고, 옆으떼기로 자빠지겠고 쿠모 또 이쪽도 자빠지겠고, 아무래도 저거가 졌거든.

“아이그, 어르신네, 내가 졌소. 우리가 졌읍니다. 도치 가 가이소.”
그래 인자 한 놈이 호위병을 인자 호위로 해 주고는, 해줌서는,
“그래 어저꺼정 산지슭꺼정 모셔다 드려라.”
일캄서(이렇게 하면서) 그래 인자 도치를 찾아 가 왔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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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담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있는 도깨비 민담으로 이야기의 내용은 조선시대의 오성 (네 오성과 한음의 그 이항복입니다)선생이 겪은 도깨비기담과 같은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밤중에 만난 도깨비떼와 퀴즈내기를 해서 이긴다는 내용으로 거의 구조가 같지요. 그런데 굵은 체를 보시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도깨비가 많이) 나왔는데, 이놈의 할배 토째비는 뿔따구가(뿔이) 세 개가 돋아 가 있고, 아부지 토째비는 뿔따구가 두 개고, 마 이래 인자 이놈의 토째비들이 어글어글(우굴우굴) 하이께네,

삼각과 양각 도깨비 (밀양사투리로 토째비)가 등장하지요. 밀양은 부산시 북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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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는 경상남도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에서 도깨비와 관려하여 전해 내려오는 민담으로 내용은 이러합니다.

[채록/수집 상황]
2005년 함안 문화원에서 간행한 [함안의 구전 설화]의 259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2005년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 주민 윤태환이 제보하여 정리한 것이다.

옛날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악양에는 박 생원이 살았다. 어느 날 장에 갔다가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산고개 고샅길을 걸어오는데, 여러 사람이 춤추며 놀고 있었다. 박 생원도 그 속에 끼어 함께 춤추고 놀았다. 술에 취해 동작이 느리고 장단도 틀리는 박 생원을 구박하는데, 박 생원이 가만히 보니 머리에 뿔이 하나씩 달린 도깨비였다. 한 놈이 대뜸 다가와 박 생원의 멱살을 잡더니 길가 나무에 매달아 놓고 저희끼리 놀았다.

아침이 되어 나그네가 지나다 보니 박 생원이 나무에 기대선 채 뒷짐을 지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물으니, 어젯밤에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아무 데도 묶인 데가 없어 의구심이 일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그네는 오늘 밤 다시 여기 와서 도깨비와 놀아보자고 하였다. 저녁이 되어 다시 그곳에 오니 역시 도깨비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박 생원은 멀리 숨어서 구경하고, 나그네는 그 속에 들어가 함께 놀았다. 그런데 나그네가 멋지게 장단을 맞추고 춤을 잘 추니 도깨비들은 저희보다 잘한다고 모두 도망가 버리는 것이었다.

경남 함안지방에 내려오는 민담으로 [함안의 구전설화]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2005년 채록). 여기서도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하나씩 달린'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그런데 함안에는 '도깨비산'이라 불리는 야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굴산이 그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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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도깨비 숲, 함안 도깨비 산

아래의 사진이 바로 자굴산(일명 도깨비산)입니다. 휴양지로 개발되고 있을만큼 아름다운 풍광이지요.
함안군 도깨비 산 (자굴산)

그런데 말이지요. 이곳에서 바로 이웃인 의령군에도 도깨비 이야기가 전합니다. 바로 '한우산 응봉낭자와 도깨비 쇠목'설화입니다. 설화내용은 인간남자, 여성과 도깨비의 삼각관계의 로맨스로 구체적인 도깨비의 생김새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21세기들어 경남 의령군은 이 설화를 적극적으로 지자체 마케팅에 훌륭하게 접목중입니다. 아래는 의령 한우산의 안내도인데 이 한우산속의 한 숲을 '도깨비숲'이라 부릅니다.
의령 도깨비숲의 지도 (사진출처

의령군은 최근들어 이 곳을 여행 명소로 개발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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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밀양', '함안', 그리고 '의령'의 도깨비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세 군데의 위치가 꽤나 흥미롭습니다. 바로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웃마을들이거든요.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사실 의령의 이 도깨비 숲이 있는 '한우산'과 앞서 소개한 함안의 도깨비산이라 불리는 자굴산은 바로 이웃산입니다. 그냥 연결되어 있는 형제산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붙어 있습니다.
함안 도깨비산과 의령 도깨비숲

이 중 밀양과 함안의 구전설화에는 '뿔달린 도깨비'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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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하동까지...

혹시 이 부근에 뿔달린 도깨비에 대한 민담이 더 전하지는 않을까...? 문득 이 주변의 고장들, 즉 진주시나 하동군등의 도깨비설화의 존재여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 연구인 2013년 진주대 박기용교수님의 [대장경 간행 이후 불교 도깨비 수용 양상]이란 논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한자락에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

구전설화 자료인 한국구비문학대계에도 야차나 나찰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 그것은 세 가지인데, 예쁜 여자가 나타나서 남자를 홀려 죽게 한다는 내용77), 머리에 뿔이 돋은 도깨비78), 이빨이 가시처럼 돋았고 무섭게 생긴 도깨비 이야기79) 등이다.

78) 뿔 달린 도깨비 구전설화로는,
정문연, 대계 8-5 경남 거창군편 <도깨비 이야기>, 644쪽.
정문연, 대계 8-7 경남 밀양군편 <도깨비와 수수께끼 내기>, 552쪽.
정문연, 대계 8-14 경남 하동군편 <도깨비덕에 벼슬 얻은 이야기>, 521쪽.

즉, 오늘 필자가 소개한 경남 의령과 경남 함안, 그리고 밀양외에 '거창'과 '하동'이 더 있다는 것입니다. 지도를 다시 볼까요?
뿔도깨비 설화 지역

작은 지도로 보니 이렇게 보이지, 큰 지도로 보면 꽤나 밀집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기용선생이 논고에는 직접 원문을 실지 않아 필자가 찾아낸 아래의 기담이 언급한 설화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다음의 '거창', 그리고 '하동'의 뿔도깨비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내용은 중요부분만 발췌).

도깨비 이야기
경상남도/거창군/웅양면 [웅양면 설화 17] T. 웅양 4 뒤 동호리 동편 1980. 5. 24. 최정여, 박종섭 조사 이채화 * 구연 상황 없음 *
1980 경남 거창군 웅양면

옛날에 한 골에 참 일찍 조실부모하고 불쌍한 머시매가 하나 크는데, 도저히 남가 둘 데가 없는 그런 참 불쌍한 고, 고아라. 고안데, 있다 캐야 제 오촌 아재비가 하나 있어. 그 아재비 집에서 쪼매씩이라도 머 지도를 해 주고 남의 꼴머슴도 더가기 어렵은 그런 형편이라. 그러나 이기, 야가 잠자리를 잘 적에 장 지 친구한테 가 안자고, 언제던지 나많은 노인들 노는 데 와서, 그래 인자, 그 노인들이 심, 물심바람(물심부름)하는, 다 시기고 참 고마 공이라, 고마 놀림감이라, 고만. 이런데, 그래 한 번은 질 가는 과객이 잘 데가 없어서 그 노인들 자는데 같이 자고 갈라고 더갔단 말이라. 
중략

그래 난자 이래 있는 거보담 둥구나무를 본게, 둥구나무 막 큰 고목나무 둥구나무는 속이 비거던. 아이 둥구나무에 구녕이 뻑꾸마이 있는데, 사람 둘은 더가 있어도 있거던. 그래, 둥구나무에 떡 더가 앉아서 이래 가만 인자 밤을 새운다. 

밤을 새운게, 한밤중 되간께, 뭣이 막 입이 삐딱뚜럼한 것조차 뿔따구난 거조차 이런 기 막 시퍼런 불을 들고, 한 여나뭇 돼. 이런 기 그 둥구나무 외민서, 삥 막 뭣이 하나 휘각을 휙 부는 거겉이 이러싼게, 막 여서 나오고 저서 나오고, 말하자면 그기 바로 토깨비라. 막 쌔리모아 가지고 그래 인자, 제일 애수(애숭이) 토깨비가 하는 소리가 뭐라 카는 기 아이라,...
중략

딸 자는 방에 거게 사람 눈에 비도 안 하는 지붕 기와 한 대마리 밑에 큰 지네가 있는데 큰 지네가 있는데, 지네 그 놈이 지금 그 처녀를 지금 지기를 빼 묵는 기라. 빼묵는 긴데, 그걸 모르고 머 무당 데리다, 머, 천한 원제 고지지경이 니 머이니, 머 쌔리 불러 쌓고, 머 궂하고, 떡시루 갖다 내삘고 머 이지랄 해 쌓제.” 칸께, 또 외수 토깨비가 하는 말이,

“그래, 인데, 그라만, 그 오째야 되꼬?”

“머 오째야 되, 그까짓 거 머 할라 카마 쉽지 머.”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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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밤중에 '뿔이 난 도깨비'가 나오고 있지요. 다음은 거창군에서 바로 남쪽에 이어진 하동군의 설화.
도깨비 덕에 벼슬 얻은 이야기
경상남도/하동군/악양면 [악양면 설화 28] T. 악양 3 뒤 정서리 원정리, 1984.7.20. 김승찬, 강덕희 조사 박대열 * 
조사자가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하자 이 이야기를 구연했다. 구연하는 도중에 노봉현 할아버지가 자리를 떠나고 두 분의 할아버지가 와서 이야기를 조용히 들었다. *

이전에 한 마을에 선부가 글도 잘 허고 허는, 그런 선부가 하나 살었는디. 살기는 대단히 곤란했어. 그래서 국가에서 과거를 보이준다 해서 과거보러 갔는디. 가서 과거만 보믄 낙뱅이라. 안 돼. 그런디 자기헌티 배운 사람은 가서 과거를 허고, 자기는 안 되거든. 이 참 탄복을 헐 일이지. 중략.

그래서 어둡어서 그걸 오째 볼 도리도 없고 자기집으로 가져왔어. 본이께 쇠통자물쇠.이 잠기가 있거든, 거기에. 그래 이놈을 억지로 이놈을 제찌리고 열어 보니께로, 책이 한 권이 속에 들었다 말이라. 그래 글은 유식헌 기고 책을 펴놓고 그만 일은다(읽는다). 한 대문 일은께 배겉에서,

“예.”
허고, 또 한 대문 일은께,

“예.”
허고, 자꾸 이러거든. 뭐이 대답을 헌다 말이지. ‘아하 이 무신 알아볼조구나’ 싶어서 그래 싹 다 일으고 나닌께로,

“예, 예.”
허고. 문을 탁 염(열면서) 쳐다보니께로. 하 이놈 도깨비가 이놈이 떼들이 한 놈도 아니고 군인매이로, 뿔도 나고 막 굉장타는 그런 놈들이, 줄허니 군인매이로 늘어 서가 있거든.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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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동군에는 한가지 더 뿔달린 도깨비 설화가 전합니다. 아래 나오는 '석순 설화'가 그것으로 역시 같은 하동군 악양면에 전하는 도깨비설화입니다. 

석순이 부자된 연유
경상남도/하동군/악양면 [악양면 설화 7] T. 악양 1 뒤 정서리 원정리, 1984.7.19. 김승찬, 강덕희 조사 박대열 * 
이종기 제보자가 한음과 오성 대감 이야기를 끝내고 나자, 본 제보자가 자청해서 이 이야기를 구연했다. *

그전에 부모님들이 어린아이들을 키을 때, 명은 동방삭이 명을 점지허고, 복은 석순이 복을 마련하자고 이리 말을 허싰다 말이지. 그리면 석순이가 어째 가지고 부자가 됐냐. 부자된 조건 그걸 내가 이얘길 허고 싶은디. 중국 땅에 순 부자만 사는 큰 부랙이 있는디, 그 부락에 하리 저녁 자고 나믄 한 집안 식구가 몰락(전부) 죽어삐리고, 또 하리 저녁 자고 나믄 한 집안 식구가 다 죽고. 차근차근 그 집안 식구가 다 죽어서 마지막 집이꺼장 올라 왔는디, 마지막 집이는 어떠한 사램이 사는고이는 부모도 다 죽고 아주 과년 찬 처녀 한 분이 살아가 있는데, 그 날 저녁에 자기가 죽을 차례라 말이라.

처녀허고 같이 그 날 저녁에 촛불을 갖다 전부 써놓고 둘이서 앉아갖고, 가마이 앉아서 밤중 되도록만 기다린다 말이지.

이래 한 열두 시 넘어간께로 그만 뇌성허는 소리, 막 비행기 날아오는 소리가 난다 말이야. 그래 차라보인께로, 그 마당에 주루르 허니 이 님이 눈구녕이 삼호(계속) 크고 벌거런 온(옷) 입고 뿔둑 뿔도 나고 허는, 도깨비 겉은 이런 짐승들이, 사램이 주울 허니 군대매이로 늘어 섰거든. 서가지고,

“대관절 너그가 무엇이 소원이긴대 여 왔나?”

굵은 체를 보시면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1984년) 같은 동네에서 하루차로 채록한 다른 이야기에 뿔달린 도깨비가 모두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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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도깨비상 (강릉 관동대학교 박물관 소장)

마무리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대단한 성과인 [한국구비문학대계]는 한국학중 구비문학/설화의 뼈대를 제공할 만한 멋진 프로젝트였습니다. 고려-조선시대의 야담집 역시 당대 저자들이 자신의 주위에서 듣고 경험한 것을 기록한 것임을 생각하면 20세기판 전통야담집의 집대성이라 할만한 자료지요.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바로 20세기에 채록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일제강점기를 지난 시기의 정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오늘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뿔달린 도깨비'의 등장 역시 현재 뿔도깨비담론의 큰 축인 일본의 영향이라는 factor를 반드시 분석해보아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구비문학대계는 방대한 자료입니다. 따라서 뿔달린 도깨비의 존재는 (추후 소개하겠지만) 이 지역외에서도 나타납니다 (예: 강원도 속초). 그리고 필자가 예전에 소개한 전남 강진에도 뿔달린 도깨비의 조각이 있지요. 

하지만, 오늘 소개한 이 지역, 즉 경남서부지역의 '뿔달린 도깨비 설화' 밀집현상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라도 분명 흥미로운 현상이라 사료됩니다. 어떤 원인이 따로 있었느냐, 아니면 원래 근대이전부터 이 지역에 뿔달린 귀매에 대한 인식이 존재했는가하는 주제로 (힘들겠지만) 연구가 이뤄지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덧글

  • 이선생 2019/03/24 13:59 #

    구비문학대계에 나오는 자료들은 저도 봤는데 마지막에 말씀 하셨듯 일제강점기 이후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고문서나 고소설에서 뿔도깨비를 찾으면 좋은 증거자료가 될 것 같은데 좀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 역사관심 2019/03/25 02:37 #

    맞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자 꼭 살펴봐야하는 주요과제이지요. 이 부분의 결과에 따라 저 정보들은 금의 가치도, *의 가치도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지역의 뿔도깨비 민담을 살펴보고 과연 그 분포가 어떻게 되는가를 살펴보려 합니다. 경남서부지역에 밀집하고 다른 곳은 드문드문 나타난다면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해 질 것 같습니다.
  • 응가 2019/03/26 00:26 #

    뿔있는 도깨비는 아니었지만 저희 어머니가 하동이 고향이신데 해주신 이야기 중에서 힘이 장사였던 동네어르신이 술에취해 왔다가 마을입구에서 정체모를 장정을 만나 씨름을 했는데 해도 해도 승부가 나지않고 결국 날이 밝았는데 당산나무와 씨름을 하고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구요
  • 역사관심 2019/03/26 03:01 #

    오 하동에 도깨비민담이 또 있었군요. 전형적인 씨름도깨비 이야기인데, 예전 분들은 나무나 빗자루를 사람으로 착각하고 (술...) 저런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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