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사케라고 이름 붙이죠? (해외판매 우리술 표기문제) 음식전통마

2-3년전 미국의 대형 한인마트에 들렀다가 찍은 한국의 전통주 사진들입니다. 

산사춘, 명작, 매화수, 대포등 사실 진짜 전통주들 (한산소곡주, 문배주, 홍주 등)이 아닌 21세기판 새로운 '한국술'이라 해야겠지요. 그런데, 한가지 못마땅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었더랍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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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의 좌측은 일본술입니다. 니고리 사케라는 유명한 탁주 전통주이죠. 일본술이니 당연히 영문표기도 'Ohyama NIGORI Sake"라고 분명하게 크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우측에는 우리 술인 배상면주가의 산사춘이 있습니다. 다행히 'Sansachun'이라고 발음그대로 표기했습니다 (Mountain 어쩌고...가 아니라). 작은 글씨로 "Rice Wine"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사실 와인이라고 보기엔 (우리 눈엔) 이상하지만 현재의 와인정의에 따르면 맞나봅니다 (참고글).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한국마트에서 표기하는 영문 (술병말고 아래 태그)을 보실까요? 니고리사케는 "Ohyama Nigori"라고 되어 있고, 산사춘은 "Sansa Berry Sake"라고 되어 있군요.
그럼 일관성이라도 있던지... 역시 과일류 와인계열로 분류되는 국순당의 '명작'은 사케가 없이 역시 'Raspberry Wine"라고 되어 있지요. 그냥 중구난방입니다.
분류에 따른 억지 와인네이밍이 아니라 아예 상품명 자체에 Plum Wine이라고 영문명을 커다랗게 적고 있는 '매화수'입니다. 회사측에서 확실히 구분해 준 덕인지 여기에는 'Plum Wine'이라고 태그에 적혀 있습니다. 다만, 동아시아의 과실주를 유럽의 와인계에 넣어야 하는가는 좀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같습니다.  

과연 이런 술들을 서양인들이 마시고 으음...와인맛이야 라고 할까요? 뭐 이런 이상한 혼종이 다있어 취급받을 가능성에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동아시아 주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고 색다름에 눈뜨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지요.
정말 문제는 '사케'라는 일본전통주의 대표명칭을 아무데나 남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위의 산사춘에서 보았지만 아래 배상면주가의 '대포'는 더 합니다. 국내에는 저 표기가 없는데, 해외판매용에는 자신들이 떡하니 'Sake'라는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중간병 맨 아래를 봐주세요. 본인들이 저렇게 선전하는데 마트측에선 손쉽게 Daepo Sake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붙이는건 당연할지도. 

배상면주가는 국순당과 함께 한국전통주를 복원하고 개발하는 곳입니다. 추정하자면 대포가 '청주'계열이라고 사케라고 붙였을 수도 있을텐데, 우리청주는 사케와 구분하고 있고 보통 Rice wine이라고 붙입니다 (웃긴 건 위의 같은 회사제품인 산사춘에는 또 Rice wine이라고 붙였다는 것). 이런 행태는 꽤나 실망스럽군요.
사케라는 명칭은 일본술이라는 큰 외연을 통칭하는 단어가 되어 있습니다 (酒(술 주)라는 걸 그냥 훈독으로 읽은 것이고 더 이상 청주만이 아니죠). 한국의 새로운 전통주계열 상품들에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사케라는 이름을 자의건 타의건 입히는 건, 해외판매 초기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만의 표기법을 만들던가, 아니면 그냥 상품명을 태그에는 영어로 풀어써주던가 여러 방식이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아래는 '주류 상표표기법'입니다.

주류의 상표사용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시행 2015. 7. 1.] [국세청고시 제2015-27호, 2015. 7. 1., 일부개정]

제6조(표시 금지사항)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은 주류의 상표에 기재하거나 표시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외국으로 수출하는 면세용 주류 및 관광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2015. 7. 1. 개정)

1. 주류의 상표명에 「주세법」제4조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주류의 종류 및 「상표법」제7조(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에 저촉되는 것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가 주류 구분에 혼동할 우려가 있는 것
2. 과대선전문구로서 내용물과 다르거나 기타 소비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것
3. 판매자의 명칭 등을 표시함으로써 주류제조자 이외의 자가 제조에 관여하거나 특정업체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우려가 있는 것. 다만, 전통주 판매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국세청장이 승인한 희석식소주·맥주 제조자가 판매하는 전통주에 판매자의 명칭을 표시하되 전통주를 OEM 방식으로 제조·판매할 수 없다.

여기보면 1, 2, 3번의 주류상표법 항목자체가 이런 경우를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대선전문구'등의 주관적인 애매한 항목만 있고, 어떤 종류의 술 (예를 들어 전통주라면 명작이나 백세주같은 신상계열인지, 소곡주, 경주법주같은 진짜 전통주의 구분이라든지)의 표기법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한 세목은 전무합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굵은 체. '외국으로 수출하는 주류는 필요로 하는 경우 예외로'한다는 것. 즉 과대광고도 좋고 뭐 필요에 따라 팔릴 수 있게 한다면 뭘 붙여도 관여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케고 니고리고 이론적으로는 막 붙여도 아무 문제 없어요.

글을 쓰다보니 2010년에 이미 어떤 블로거께서 좋은 관련글을 작성하셨더군요. 소개합니다.

(포천 막거리를 '니고리 자케'로 수출하던 2010년)
 
문제는 2019년인 현재도 아무런 방안이 안나오고 저대로 팔고 있다는 것. 국가 브랜드 위원회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10여년전에 생겼었죠 (2009~2013).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세금만 축낸 곳이었습니다 (당시, 개인적으로 외국의 서적들에 대한 점검도 요청했었습니다만 아주 관행적인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답변 하나 오고 끝이었습니다. 물론, 1도 시행된 건 없었지요). 한국컨텐츠진흥원이건 주류법을 만드는 곳이건 해외수출되는 우리 술들에 대한 점검과 상표명 통일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졸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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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2010년 [전통주 수출시장 확대방안]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영문은 어떻게 될까요. 
[Export Promotion Policy for Traditional Wine] 입니다-논문링크 

전혀 와인계열이 아닌, 소곡주, 이강주, 홍주, 감흥로, 문배주, 각종 증류식 소주류가 한꺼번에 도매로 'Wine'이 되었습니다. 당장 쓸 말이 없으면 그냥 Korean Traditional Liquor라고 쓰시던가요.




덧글

  • 무명병사 2019/04/07 01:16 #

    누구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신이 한 짓이군요.
  • 역사관심 2019/04/08 02:40 #

    이렇게 대강 해놓고 인력도 없겠죠. 중요한 부분은 항상 소잃고 외양간식...
  • 고지식한 북극여우 2019/04/07 13:32 #

    아오 사케라고 표기한거 보고 뒷목 당겼습니다....
  • 역사관심 2019/04/08 02:40 #

    어딜가나 저렇더군요. 정말 답답..
  • 전진하는 미중년 2019/04/09 12:47 #

    그냥 일본이 술을 사케라고 하듯이 우리는 ''술'' 이라고 하면 좋겠네요. sool이라고 영문표기하구요. 영미권에서는 증류주를 spirit이라고 하자나요. sool이라는 말은 soul이라는 느낌도 연상되고 seoul이라는 말도 연상될거 같아요.
  • 역사관심 2019/04/09 20:52 #

    그것도 좋은 생각같습니다! 전통주에는 술이란 명칭.
  • 응가 2019/04/09 23:37 #

    소주는 soju로 잘 표기하면서 다른건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막걸리를 rice wine이라 하지 않나....
  • 역사관심 2019/04/10 01:57 #

    통일된 체계가 전혀 없더군요. 마트마다 같은 상품이 영문표기가 다르기까지;;
  • 쿠사누스 2019/05/29 22:57 #

    이렇게 명칭 문제에 있어서 계속 삽질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명칭과 관련된 체계적인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법을 가칭 '호부호형呼父呼兄'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막걸리를 막걸리라 부르지 못하고 Rice Wine이라고 부르거나, 도깨비를 도깨비라고 부르지 못하고 Goblin 이라고 부르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 과태료를 물리는 법입니다.
  • 역사관심 2019/05/30 03:29 #

    절묘한 법명칭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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