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디미방보다 앞선 칼국수 최초의 기록 발견 음식전통마

2017년 최근 기사인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칼로 숭덩숭덩… 투박한 여름나기 국수"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칼국수의 유래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한글 요리책인 '음식디미방'(1670년경)에는 칼국수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나, 칼로 썰어 국수 만드는 방법인 착면법(着麵法)과 별착면법(別着麵法)이 나온다. 착면법은 녹두, 별착면법은 밀가루를 재료로 만든다.

칼국수란 한글 단어는 고려 말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朴通事)를 한글로 풀어쓴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1677년)에 처음 나온다. '도면(刀麵)' '절면(切麵)' '칼싹두기' '칼제비'로도 불렀다. 미식가로 유명했던 실학자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칼국수(切麪)도 고기에 비길 만하다'고 예찬했다.

여기보면 칼국수의 내용은 17세기중반의 요리문헌인 [음식디미방], 그리고 한글로 '칼국수'라고 쓴 단어는 1677년 한글판 [박통사언해]에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걸 고려대의 원전에서는 뭐라고 썼는지 궁금합니다).

공교롭게 같은해 다른 기사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칼국수는 조선시대 최초의 한글 요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1670)에 소개되어 있는 음식이다.
=======

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안동 장씨가 쓴 조리서로,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로 된 조선시대 요리전문서적이지요. 기사내용을 보면 이 문헌중 '착면법'과 '별착면법'에 칼국수의 뉘앙스가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원문번역문을 보지요.

착면법
녹두를 맷돌로 적당히 갈아 물에 담가 불린다. 충분히 불으면 껍질을 벗기고 또 맷돌에 갈아 물에 거르되, 가장 고운 체로 거른 후 모시베로 다시 걸러 둔다. 뿌연 빛이 없을 정도로 가라앚으면 웃물은 따라 낸다. 남은 뿌연 물으 그릇에 담아 두어 가라앚으면 또 웃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가루를 식지에 얇게 넌다. 마르면 다시 찧고 체로 쳐서 가루로 만들어 둔다. 국수를 만들 때는 가루 1홉 정도에 물을 타되, 반죽이 너무 걸지않게 한다. 양품에 1숟가락씩 떠 넣고, 뜨거운 솥뚜껑의 물에 그 양푼을 띄워 골고루 저으면 금방 익는다. 그러면 찬물에 담갔다가 썰되, 편편이 겹쳐서 썰어 오미자차에 얼음을 둘러서 쓴다. 오미자 대신 참깨를 볶아 찧어 체로 걸러 그 국에 만 것은 토장국이라 한다. 녹두 1말에 가루 3되가 나온다.

보시다시피 착면법은 현재 우리가 먹는 칼국수는 아니고, 다만 '(칼로) 썬다'라는 굵은 체부분이 나올 뿐입니다. 원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에ᄃᆞ*갓다가싸ᄒᆞᄃᆡ편편이지어싸ᄒᆞ라오미ᄌᆞ차의어ᄅᆞᆷ둘러쓰라 

별착면법도 볼까요.

번역본입니다.

별착면법
밀가루를 깨끗이 쳐서 녹두가루와 반씩 섞어 
물로 반죽하고 안반으로 아주 얇게 밀어 토장처럼 가늘게 썬다. 
면을 삶아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 아주 차가워지면 
깻국이나 오미자국에 말아 낸다.

여기서도 "썬다"라는 표현이 나오지요. 하지만, 착면법도 그러하듯 이 면역시 뜨거운 국수가 아니라 '찬 국수'입니다. 착면법으로 국수를 만들면 이런 모양이 나옵니다.
복원된 착면법

=======

더 앞선 그리고 더 현재 칼국수에 가까운 기록

이 음식디미방의 기록들은 보시다시피 '칼로 썬다'라는 기본적인 의미는 있지만, 현재의 칼국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찬물에 말아먹는 국수의 조리법입니다.

그런데, 좀 더 앞선 시기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다음의 기록입니다.

麵 밀국수

何人作麵食 어느 누가 국수를 만들었나
佳味最深長 그 맛이 무엇보다 매우 좋네 
按罷千絲細 반죽을 눌러 천 가락을 뽑고
刀成萬縷香 식칼로 썰어 만 가닥을 만든다
剩飽佳賓腹 손님 대접해 배를 실컷 채우니
能爲君子腸 능히 군자의 배를 헤아릴 수 있어라 
不待三人食 세 사람이 먹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其言信不妨 그 말이 참으로 무방하다 하겠네 

우선 麵이라는 글자는 '밀가루 혹은 국수'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이런 구절이 나오지요.

何人作麵食 누가 국수(라는 음식)을 만들었나
按罷千絲細 반죽을 눌러 천 가락을 뽑고
刀成萬縷香 칼로 만가닥을 만든다

보시다시피 문맥상으로뿐만 아니라 '칼'로 만가닥을 만든다라는 직접적인 조리방법이 씌여 있습니다.
이 기록은 이응희(李應禧, 1579∼1651년)선생이 쓰신 [옥담사집(玉潭私集)]에 씌여 있는 것입니다. 보통 옥담사집은 이응희선생이 40대이후 쓴 시를 모아놓은 것이라 보니, 1620년대~30년대정도의 기록으로 추정가능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기록은 1670년의 음식디미방보다 40~50년정도 더 앞서는 칼국수기록이라 추정됩니다.



덧글

  • 고지식한 북극여우 2019/04/27 13:41 #

    저 오미자물에 만 국수는 능소화라는 소설에서도 등장하죠 처음 읽었을때는 충격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면 여름에 먹기에 딱 좋은 음식인거 같아요
  • 역사관심 2019/04/28 03:16 #

    그렇군요. 마치 우무가사리같은 음식이라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콩물에 말아먹는 이것보다 더 여름에 어울리는 음식인지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ㅎㅎ.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4 대표이글루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2018 대표이글루_history

마우스오른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