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c에도 미친놈은 미친놈... 역사

몇 년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우리말 발음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놀랍게도 11-12세기의 고려어가 현재 통할 수 있을정도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걸 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맺었었습니다.

이 정도만 살펴보아도 대강 느낌이 옵니다. 잘하면 17세기 가서 몇 달만에 이야기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최근 도깨비에 관한 발음체계를 참고하다가 이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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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어유해보 譯語類解補

[역어유해]는 1682년에 민상국(閔相國)이 사역원 역관인 신이행·김경준(金敬俊), 김지남(金指南) 등에게 명하여 편찬하게 한 것으로 1690년에 역시 사역원의 정창주(鄭昌周)·윤지흥(尹之興)·조득현(趙得賢)으로 하여금 간행한 저서입니다.

이 책은 1653년 표류, 1666년까지 조선에 머문 하멜의 표류기에 등장하는 17세기중반 조선어와 거의 같은 시기로 당시의 표준발음이 빼곡이 들어간 17세기 조선어의 보물창고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몇몇 흥미로운 발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晩霞"(만하)라는 단어는 현재 뜻은 저녁노을이라는 뜻입니다. 400년 전에는 뭐라고 발음했을까요?
 

晩霞 져녁 노올


네 '저녁 노을'입니다. 이외에도 아래 보시면 '소나기'를 '쇠나기', 비오다는 '비오다' 번개는 '번게'등으로 요즘과 거의 같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도 마찬가지 대로를 '큰 길', 소로는 '져근 길', 지름길은 '즈름길'등...

大路 큰 길. 官路 큰 길. 小路 져근 길. 抄路 즈름길. 弓弦路 즈름길. 彎路 에옴길.

변소는 '뒷간', 외양간은 '쇠우리', 양을 기르는 곳은 '양의 우리', 비둘기집은 '비돌긔집'...

茅房 뒷간. 後桶 馬유 @ . 茅紙 밋 슷 죠희. 草紙 밋 슷 죠희. 揩屁棍 뒷나모. 馬房  오향. 馬槽  구유. 牛欄 쇠 우리. 羊圈 羊의 우리. 羊牢 羊의 우리. 猪圈 돗희 우리. 狗窩 개자리. 鷄窩 의 자리. 鷄栖 의 자리. 鵝欄 거유 우리. 鴨欄 올희 우리. 鴿子窩兒 비돌긔 집. 鷰窩兒 졉의 집. 鐵匠爐 대쟝의 플무. 放砂爐 쇠 블리 플무.


농아는 '귀 먹은 놈', 벙어리는 '벙어린', 무엇보다 '미친 놈'이란 단어가 보입니다.

風漢子 (풍한자)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풍환자'를 말하는 것인지, 정신이상자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어쨋든 '미친 놈'이라는 단어가 당시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말...


糟鼻子 쥬복코. 齇鼻子 쥬복코. 齙牙子 니 버든 놈. 豁脣子 엇텽이. 타 @ 子 곱댱이. 龜腰子 등 구븐 놈. 蹶子 저 놈. 地不平的 저 놈. 수 @ 子 목 업슨 놈. 齁子 흘근리 놈. 歪嘴子 부리 기온 놈. 歪발 @ 子 목 기온 놈. 癭발 @ 子 목에 혹 도든 놈. 疣子 혹 도든 놈. 聾子 귀 먹은 놈. 粧聾的 귀 먹은 톄  이. 推啞的 벙어린 톄  이. 風漢子 미친 놈. 太監 고쟈 위 말. 內相 고쟈 위 말.

다음은 신체각부위입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지금과 말이 똑같습니다.  踝子骨 복숭아뼈를 '복쇼아뼈', 사마귀는 '샤마괴'까지...

腿頂骨 다리ㅅ. 臁樑骨 다리ㅅ. 脚腕子 발목. 脚子 발. 脚後跟 발 뒷측. 脚背 발ㅅ등. 脚心 발ㅅ바당. 脚掌 발ㅅ바당. 內踝 발 안머리. 外踝 발 밧머리. 踝子骨 복쇼아뼈. 脚指頭 발가락. 痣子 김의. 黶子 샤마괴. 黑子 샤마괴. 黃子 므샤마괴. 紅子 므샤마괴. 喜身 산 사의 진영. 大便 큰. 屎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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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연대기에 나온 단어들을 정리할 때도 그랬지만, 이 문헌을 읽고 나서는 진짜 타임머신타고가도 한달이면 거의 통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12세기는 일년정도...




덧글

  • 까마귀옹 2019/05/18 11:46 #

    '미친놈'이라고 해서 당시의 막장 인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미친놈'이란 말의 이야기였네요 ㅎㅎ
  • 역사관심 2019/05/19 03:08 #

    네, 말 그대로 단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ㅎㅎ
  • Nocchi 2019/05/18 12:50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 지론 입니다 : " 인간사 변화없다 ... "
  • 역사관심 2019/05/19 03:08 #

    ㅎㅎ 무슨 말씀인지 공감합니다.
  • 바람불어 2019/05/18 16:46 #

    조선시대 한글편지도 현대인이 읽기에 외국어같다고 하지만요. 사실 마침표 찍고 소리내어 읽어보고, 당시의 표현 (가을바람을 상풍이라 한다든가)을 익히면 익숙해지더군요.
  • 역사관심 2019/05/19 03:09 #

    아, 그걸 직접 시도해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용감무쌍한 얼음요새 2019/05/18 19:16 #

    간질병을 지랄병이라고 하니까요
    풍환자라면 중풍을 말할까요 통풍을 말할까요?
  • 역사관심 2019/05/19 03:10 #

    바람 풍자는 보통 중풍을 뜻한다고는 사전에 나옵니다만,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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