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판 조선 비스트 출현 (23 아이덴티티 중) 설화 야담 지괴류

다음은 18세기초 저서로 추정되는 [학산학언]에 실려있는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출현하는 존재는 마치 영화 "23아이덴티티 (2016년)"에서 출현한 '비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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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본(辛敦復)도 신이한 일 한 가지가 있다. 
시골 있는 한 친구가 이상한 병에 걸려 고생했기에 방문했다. 
집에 가니 친구 아들이 반갑게 맞고 안으로 안내했다. 
앉아서 친구 얘기를 들으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하루는 감기몸살 증세가 생기더니 갈비뼈 근처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났다. 
이것이 차차 올라와 가슴 부근에 와서는 어린아이 목소리같이 들렸고, 
얼마 후 목구멍에 이르러 큰 장부같이 거센소리가 나고, 
어떤 사람이 붙은 것 같았다. 

워낙 거칠어 행패를 부리면 몸이 높이 뛰는데 천장에 닿을 정도였고, 
진정하려고 힘을 쓰면 더 맹렬해졌다. 
그 목소리로 나와의 대화를 했고, 
온갖 행패를 부리는데 말로써 모두 형언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거해 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내 생각하기를 친구 중에 이놈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친구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이놈과 대화하니 전혀 무서운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자네(辛敦復) 이름을 들먹이니 이놈이 움츠려들고 두려워했다. 
그래서 자네 이름을 연속으로 외우며 위협하니 마침내 그 귀매가 사라지고 병이 나았으니, 

자네를 만나려고 고대하고 있는 중이었다네.
이렇게 얘기하며 기뻐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함께 있다가 돌아왔다. 
나는 성품이 옹졸해서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데, 
귀매가 그렇게 나를 두려워했다니 참 기이한 일이로다.

-학산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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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쪽에서 무언가 존재가 올라와서 장부같은 인간이 거센소리를 내면서, 몸에 근육이 붙은 것처럼 행패를 부리는데 점프력이 천장에 닿을 정도"였고, 그런 거센 목소리로 이 기이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친구과 대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이 이 (가칭) 비스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 존재와 직접 대화를 하는 신박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그런데 이 존재에게 특정인물의 이름을 말하자,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 등장하는 그는 누구인가. 처음에 나오지요. 신돈복.

신돈복(辛敦復, 1692~1779년)은 이 기담이 실린 야담집 [학산한언]의 작자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미 성리학의 조교화시대인 18세기의 선비임에도 단학(丹學)에도 조예가 깊었던 분이었다는 점이지요. [단학지남 (丹學指南)]이란 저서까지 썼습니다. 단학은 도교의 수련법으로 방중술은 물론 귀신을 몰아내는 법도 알 수 있지요.

아마 그래서 이 비스트는 신돈복의 이름을 듣고 놀라서 친구의 몸에서 나간 것일 겁니다. 물론 이 경우는 비스트 한 명만이 존재했던 경우겠지만...




덧글

  • 냥이 2019/07/08 10:27 #

    어? 조선판 지킬&하이드 인건가요? 아니면 조선판 헐크 인건가요?
  • 역사관심 2019/07/08 11:14 #

    조선판 비스트인듯요 ㅎㅎㅎ 문맥상 아들친구가 장성한 느낌이니 벌써 중년의 나이였을 것 같은데...
  • 꼬장꼬장한 북극토끼 2019/07/08 14:48 #

    문헌 이외에도 지역 향토 설화 중엔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꽤 많더군요.
  • 역사관심 2019/07/08 20:15 #

    오, 그렇군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 꼬장꼬장한 북극토끼 2019/07/08 22:20 #

    각 지역의 문화원, 시, 군청에서 발간한 향토설화집이나 역사지 등에 설화가 수록된 부분을 찾아보시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역사관심 2019/07/08 22:33 #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자료들 한번 추후 찾아봐야겠네요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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