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9층탑 오른 또 다른 기록 발견 한국의 사라진 거대건축

황룡사 9층목탑을 직접 오른 기록은 잘 알려진 것이 두 건 있습니다. 

12세기 고려대 인물인 김극기(金克己, ? ~ ?)와 12-13세기 고려중기 승려인 혜심(慧諶, 1178~ 1234년)의 기록이 그것입니다. 

황룡사 목탑을 올라

層梯繞欲飛空
萬水千山一望通
俯視東都何限戶
蜂窠蟻穴轉溟

층계 사다리 빙빙 둘러 허공에 나는 듯
수많은 하천과 산들이 한눈에 보이네.
굽어보니 옛 도읍지의 수많은 집들이
벌집과 개미집 같이 아득하게 보이네.

一層看了一層看
步步登高望漸寬
地面坦然平似削
殘民破戶平堪觀

한 층 다 둘러보고, 또 한 층을 보면서
걸음걸음 올라서 점점 더 멀리 바라보니
지면은 깎은 듯이 평평하게만 보이는데
가난한 백성들의 부서진 집을 차마 볼수 없구나.

레고로 구현된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인 현대의 복원된 황룡사 목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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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려사] 기록에서 같은 12세기의 인물인 이의민(李義旼, ? ~ 1196년)이 특이하게도 꿈에서 황룡사 9층목탑을 오르는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고려사 > 권128 > 열전 권제41 > 반역(叛逆) > 이의민
이의민이 수박희를 잘하여 의종의 총애를 받다

이의민(李義旼)은 경주(慶州)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이선(李善)은 소금과 체(篩)를 팔아 생업으로 삼았으며, 어머니는 영일현(延日縣) 옥령사(玉靈寺)의 비(婢)였다. 이의민이 어렸을 때, 이선이 꿈에서 이의민이 푸른 옷을 입고 황룡사(黃龍寺) 9층탑을 올라가는 것을 보고서 생각하기를, “이 아이는 반드시 귀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의민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소금장수 이선(李善)이 꾼 꿈에 그의 어린 아들이 황룡사 목탑을 오르는 것을 보는 장면이지요.

善夢見義旼衣靑衣, (이)선이 꿈에 의민이 푸른 옷을 입고
登黃龍寺九層塔, 황룡사 구층탑을 오르는 것을 보다.

이 장면은 꿈에 본 것이지만, 당시 고려인들에게 황룡사 9층탑은 '오르는 구조'였으며, 또한 그 높은 곳에 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권력, 부등)를 가지는 것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기록이 더 의미있는 것은 '이의민은 경주사람이다'라고 서두에 나오듯, 개경에 살던 고려사람이 그저 '들어서 상상한' 것이 아니라, 경주에서 직접 황룡사 목탑을 계속 보고 자란 이선이 꾼 꿈이므로 당시 '올라가는 구조'를 생생하게 알고 꾼 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지요.

참고로 황룡사 목탑을 오른 기록보다 동시대 개경에 있던 연복사 5층 전각을 오른 기록이 더 많음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실 겁니다.


덧글

  • 제비실 2019/09/04 21:01 #

    궁금합니다 황룡사 9층탑에 올랐다는 김극기와 혜심의 기록 고려사에 나오나요
  • 역사관심 2019/09/05 08:07 #

    김극기의 시는 그의 문집인 '김거사집金居士集'에 수록 아마도 동문선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전하고 있을 겁니다. 혜심의 시는 역시 본인의 시집인 무의자 시집(無衣子詩集)에 실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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