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speed)의 신- 고려 위태천(韋駄天) (문수사리문보리경,1276) 역사전통마

윗 그림이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그림인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본 블로그를 꾸준히 찾아주신 분들은 아시는 분이 간혹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의 우리들은 아마 생소한 분들이 대부분이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의 토속신들은 20세기에 전반적으로 완전히 묻혀지내다가 21세기가 되어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과 함께"에 나왔던 조선시대의 토속신들과 불교의 신들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조금 더 보태 이건 빙상의 일각일 정도로 훨씬 매력적인 존재들이 우리의 도교-불교 전통에 묻혀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매력만점의 '신' 역시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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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快速)의 신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는 1276년 쓰여진 감지은자(紺紙銀字)라는 책이 현전하고 있습니다. 불교계외의 문화계에서는 이런 정보에 대해 가끔이라도 알려주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만...

바로 아래의 책입니다. 블루컬러의 바탕이 화려하지요. 감자은자라는 말자체가 '감색의 종이에 은색 글자'라는 뜻입니다.

다음은 교토 박물관 측의 한국어 설명: 

감지은자(紺紙銀字)는 고려 사경의 대표적인 유품이다. 경 뒷편의 기록에 의해서 1276년(忠烈王2)에 고려국 충렬왕(1275-1308년 재위)이 발원했던 은자대장경 한 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단히 건실한 필치로 경문이 서사되어 있으며 표지에는 금과 은니로 위태천(韋駄天)으로 여겨지는 신상(神像)이 그려져 있다. 각행 14자의 체재로 경문 처음의 글자 밑에는 천자문으로 함차표시를 하고 있지만 경문 말미 부분은 결실되어 있다. 또 사경을 접기 위해서 위와 아래가 잘려졌는지 위와 아래의 경계 부분이 작아져있다. 충렬왕은 여러번 은자대장경 서사를 발원하였으며 국왕의 발원인만큼 그 완성도는 실로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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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명을 보면 1276년 고려 충렬왕대에 만들어진 대장경중 한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그림에 '표지'임을 알 수 있지요. 표지에는 '위태천'이라는 신상이 그려져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예전에 이 그림을 여러 '고려의 신장도'중 한 종류라고만 소개한 바있는데 그 정체를 오늘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韋駄天(위태천)'이라는 불교의 신입니다.

그럼 위태천은 어떤 신일까요? [월간미술]에 따르면 위태천은 고대 인도의 전투신중 하나로 인도 서사시의 시기(기원전 600~서기 200년)에 성립한 천신(天神)으로, 가네샤*와 함께 시바*(혹은 아그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2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 《라마야나*》 이후 지위가 올라, 신군(神軍)을 지휘하여 마군(魔軍)을 퇴치하는 군신(軍神)으로 제석의 지위를 능가하게 되었다. 한역하면 ‘塞建陀’ 혹은 ‘違陀’이며, ‘위태천(韋駄天)’ ‘위장군(韋將軍)’ ‘위태보살(韋駄菩薩)’이라고 부르며, 조선시대에는 ‘동진보살(童眞菩薩)’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다른 부분을 더 발췌하면:
《도선율사감통록道宣律師感通錄》에서 위태천은 남방증장천왕의 8장군 중의 한 명이자 32장군의 우두머리이며,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출가인을 보호하고 불법을 보호하는 임무를 띠었다. 또한 여래입멸 후에 첩질귀가 돌연히 여래의 어금니를 훔쳐 달아나자 위태천이 되찾아오는데, 이후 탑의 도굴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남송대(南宋代) 이후 사경을 수호하는 천신으로 나오고, 원, 명대(元明代)에는 천왕전에 반드시 모셔진다. 형상은 새깃털장식이 있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있으며, 합장한 팔 위에 보봉(寶奉)이나 칼 혹은 금강저*를 가로질러 놓는 모습으로 중국에 들어와서 한화(漢化)된 형상이다. 한국에서도 고려시대의 목판화*인 1286년 〈소자본묘법연화경小字本妙法蓮花經〉등에서 사경을 수호하는 호법선신으로 등장하며, 조선시대 신중탱화에서 무장상들을 이끄는 대장격으로 나타난다.

여기 나오는 묘사가 그대로 보이는 것이 삼성 리움미술관에 소장중인 1286년 그려진 [영산회상변상도]에 나오는 위태천입니다. 새깃털장식의 투구, 갑옷, 합장한 팔팔위에 금강저가 보입니다.
영산묘법연화경에 나오는 위태천 (1286년)

그러나 확실히 한 수위의 정교함과 화려함으로 무장한 고려시대의 작품이 바로 교토박물관의 감지은자의 표지에 나오는 위태천입니다. 바로 이 분이죠. 시기는 1276년으로 위의 작품보다 정확히 10년전의 것이지요.
교토 박물관 소장 고려 감지은자 위태천 (1276년)

그런데 위태천은 사실 그냥 수호신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입니다. 바로 '스피드'입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일본쪽의 정보입니다.

鹿苑寺 木造韋駄天像

다음은 일본쪽의 위태천에 대한 설명입니다.

위태천은 주로 선종 사원에서 가람을 수호하는 부처님으로 모셔져 있습니다. "위태천 주행"라는 말이 있듯이, 다리의 속도는 諸天중 제일로 석존의 유골 분배시, 보배를 훔쳐 떠난 발 빠른 귀신을 쫓아 치유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중략.

현재 쾌속의 대명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이 신 위태천은 집이나 점포의 수호신으로 당신 님과 소중한 가족, 그리고 재산을 지켜 주시고 있습니다. 또한 강인 (광인)의 하반신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평생 지팡이 (지팡이) 필요없이 건강한 생활을 기원하는 것으로되어 있으며, 교토 부 ·萬福寺(万福寺)와 기후현乙津寺(우와 신지) 이름상은 인기를 얻어, 그 효험을 체험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습니다.

여기 보면 '쾌속의 대명사'로 그가 설명되고 있지요. 

고려의 13세기 위태천 (감지은자에 나오는)의 발 부분을 비롯 그의 옷자락이 휘날리는 묘사를 보면 왜 그가 쾌속의 신인지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굉장한 속도감을 내며 날아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위태천은 조선시대의 문집에도 나올 만큼 그 '능력'에 대한 존재감이 있는 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아직 국역이 안된 이옥(李沃, 1641∼1698년)의 문집인 [박천집(博泉集)]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如韋駄天王信法。위태천왕의 신법처럼
到處皆是 모든 곳에 이른다

즉, 위태천이 신법을 쓰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런 매력이 있는 이 신장은 일본에서는 아래처럼 적극적으로 현재에도 불상이 만들어져 장식품으로 쓰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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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불교, 도교 (그리고 유교 역시)의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그 깊이에 비해 사실 대중문화로 파고든 구체적인 존재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요. 

오늘 소개한 위태천은 "신과 함께"같은 류의 한국형 환타지류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같습니다.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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