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2년 거리의 점포 닫는 모습 역사전통마


윤기(尹愭, 1741~1826년)의 [무명자집]중 그가 52세 즉 1792년에 지은 아래 싯구를 보면 당시 흥미로운 조선 점포의 모습이 나옵니다.

무명자집  시(詩)
성안의 저녁 풍경 5수〔城中暮景 五首〕

거리에 행인 줄고 점포도 닫았는데 / 人稀街路市垂簾
안개는 짙게 끼어 여염에 자욱하네 / 煙霧深籠撲地閻
멀리서도 술집만은 분별할 수 있으니 / 惟有酒家遙可辨
문 앞에 홍등 걸린 곳이 주막이라오 / 紅燈揭戶是靑帘

기방에서 술 데울 기약 그 몇 곳이며 / 華堂幾處煖鑪期
백마 타고 청루 가는 이 또 몇이랴만 / 繡戶何人白馬馳
가장 좋은 이 맛을 그 뉘 알리오 / 最是整襟明燭地
단정히 등촉 켜고 글 읽는 재미 / 咿唔滋味有誰知

1792년의 한양의 저녁모습을 담은 시입니다. 이중 첫줄을 상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人稀街路市垂簾 인적이 드문 거리, 시장의 발은 내려지고 (늘어져 있고)

여기서 簾(발)은 이런 뜻이 있습니다: 
1. 발(햇빛 등을 가리는 물건) 2. 주렴(珠簾: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 3. 주막기(주막의 표지로 세우는 기)

그리고 垂簾 은 늘어진 발의 모습을 가리킵니다. 이 단어로 검색을 하면 이런 이미지가 뜨지요 (수렴청정할때 그 수렴으로 가운데는 그런 이미지같습니다).

이보다 전대인 김상헌(金尙憲, 1570년 ~ 1652년)의 [청음집]에도 비슷한 표현이 보입니다.

청음집 제11권 / 설교집(雪窖集) 289수(二百八十九首)
동행한 사람의 운을 차운하다

해 넘도록 고향 소식 금미 저편 격하였고 / 經年鄕信隔金微
춘분 시절 돼도 옷을 갈아입지 못하였네 / 節近春分未換衣
시장통에 가서 점집 찾아 묻고 싶거니와 / 欲向市簾尋卜肆
천애 밖에 체류한 객 어느 때나 돌아가나 / 天涯滯客幾時歸

시장통에 간다고 되어 있는데 원문을 볼까요?

欲向市簾尋卜肆 시장의 렴(市簾- 즉 이런 식의 렴을 내린 시장판)으로 가서 점짐(卜肆)을 찾고 싶다

市簾 시렴이란 표현이 보이듯, 이런식의 '발'을 친 상점들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요. 비슷한 시기의 이문재(李文載) 1615年(光海君7)~1689년)의 [석동유고](미번역)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石洞先生遺稿卷之一 / 詩
題黃友書堂
頭流爲後白雲前。一道淸川殷奏絃。幾處雲巒供遠睡。長時煙霧鎖平阡。
是非已自忘人世。榮辱何曾到石泉。惆悵市簾垂不得。幽居從此念常懸。

이 중 이 부분입니다.
惆悵市簾垂不得 상심하고 원망하여 시장점포 발을 내리질 못하다 (가게문을 닫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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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조선시대의 가게를 그린 회화가 없어서 사실 이 표현들이 수사적인 것인지 실제로 그런 발을 드린 것이었는지 아직까지 확신할 단계는 아닙니다.

한가지 참고자료로 18세기 그러니까 처음 소개한 [무명자집]의 시대에 그려진 [경기감영도]에 쌀가게와 신발가게가 나오는데 확대해도 화질이 떨어져 자세한 구조를 보기는 어렵군요 (혹 더 고화질 자료가 있으면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18세기 경기감영도 중 확대


'발'이 실제로 가게에 걸려 있었다면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저 발로 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주막은 주등을 켜고 끄는 것으로 표현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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