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남편을 죽인 아내의 목을 톱질하던 형벌에 대한 추가정보 (하멜표류기외) 역사

하멜표류기에는 우리의 상식에는 벗어나는 조금 이상하고 잔인한 구절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이부분이죠.

남편을 죽인 여자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가에 머리만 나오게 한채 묻힌다. 그 여자 옆에는 나무로 만든 톱이 있어서 여자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양반을 제외하고 죽을때까지 한번씩 톱질을 해야한다. 살인이 일어난 도시는 수년간 지방관이 부임할 권한이 상실된다. 이 기간동안 그 도시는 왕을 대신해서 이웃한 도시의 지방관이나 귀족에 의해 통치된다. 

만약 남편이 아내의 직분을 다하지 못했거나 간통 등의 충분한 이유로 아내를 죽인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면 풀려나게 된다. 남자가 여자 하인을 살해했을 경우 그 세 배 가치에 해당하는 것을 그 여자 하인의 주인에게 지불해야 한다. 주인을 살해한 하인은 죽을 때까지 고문당하게 된다. 한편, 주인은 사소한 잘못으로도 하인을 죽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살인을 범한 사람도 똑같이 죽게 되지만 그전에 발이 아플 정도로 여러차례 맞게된다.
-하멜표류기중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얼마전에 이 부분을 다루었는데, 설민석씨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과연 조선의 모습일까 의심하고 있지요. 4분 06초경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분 06초부터 조금 보시길


영상에서도 짧게 언급하지만 에도시대 일본의 "노코기리비키"와 조선을 하멜이 혼동한 것이 아닐까 말하고 있습니다.

나무위키의 본 항목을 잠깐 볼까요?
이런 처형 방식은 에도시대의 6가지 처형 방식 중 하나인 노코기리비키(鋸挽き)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하멜이 일본에서 목격한 것을 조선으로 착각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다. 노코기리비키는 그 특유의 잔혹성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행된 최고 형벌이다. 다이묘의 시녀와 간통한 사람이나 강도, 기독교인들을 이 방식으로 처형하기도 했다. 참고로, 조선은 대명률에 따라 처벌했는데 아내가 남편을 죽인 경우 참형, 남편이 아내를 죽인 경우 교형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하멜이 17세기 조선의 지방에서 본 간통한 여자에게 내린 저 잔혹한 형벌에 대한 명확한 답(본것이냐 아니냐)는 아직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블로그이웃이신 [이선생님]의 "지하국대적 설화"를 다룬 글 중 매우 흥미로운 부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배신을 한 아내는 남편에게 처벌받게 되는데, 위 이야기처럼 남편이 직접 죽이는 경우도 있지만 형틀에 묶어두거나 궤짝에 넣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번씩 톱질을 하고 지나가게 하는 식으로 아내를 응징하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설화장르중 하나인 지하국대적설화는 지하국의 괴물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자가 이를 빼앗아 오는 구조인데, 그 결말부분이 여러 변형이 있습니다. 그 중 남편을 배반하고 괴물과 간통하는 아내가 나오는데 이 아내를 응징하는 여러 유형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궤짝에 넣어서 땅에 묻고 목만 내놓게 한 다음, 배반한 아내를 지나가는 행인들이 톱으로 응징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이는 정확히 하멜표류기의 기록과 일치합니다. 죄목도, 응징방법도 완전히 일치하지요.

지하국대적 이야기중 저 가혹한 형벌의 설화가 실려있는 저서는 1940년에 나온 [조선전래동화집]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인 박영만선생 (1914~1981년)은 가장 이른 시기에 전국 구석구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듣고 채록하는 데에 힘을 썼다고 합니다.

아쉬운 것은 자료부족으로 현재까지는 여기까지밖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만약 저 설화의 연대가 17세기로 밝혀진다면 당대 조선의 형벌중 분명 조사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기록에서 이런 식의 표현이 우연히 나오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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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견을 첨부하자면, 이런 '당대인의 목격담'은 될 수 있으면 있는 현재나 어떠한 잣대로 필터링하지말고 그대로 '새로운 정보'로 연구하는 자세가 옳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덧글

  • 남중생 2020/03/30 13:00 #

    오, 저도 마지막 말씀에 동의하는 바가 큽니다.
    동시대인의 목격담인데도 현지 사정을 잘 모를법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간과되는 경우를 더러 봤어요...
  • 역사관심 2020/04/01 05:44 #

    오히려 외국인이라 더 '객관적'으로 보았을 가능성도 큰데 말입니다...
  • 천하귀남 2020/03/30 15:54 #

    이 건은 조선시대 형벌을 법전에 근거하려 했고 사형실행시 임금에게 까지 보고되던 부분과 상충됩니다. XX임금때 간통으로 교수형을 했다 등의 기록이 실록에 남아 있는데 조선시대 법전에 없는 공개 톱질형이라니 의문스럽군요.

    당대인의 목격담 이라는 것 중 실제 목격담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참고는 해야겠지만 그 안에 무었이 섞여 이렇게 변한것인지 의심은 당연히 필요하다 봅니다.
  • 역사관심 2020/04/01 05:46 #

    네, 물론 바로 그 부분때문에 일부학자들은 이런 형벌이 존재했을리 없다고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천하귀남님의 말씀처럼 당대인의 목격담이라고 무조건 맞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조심스런 접근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다만, 똑같은 논지에서 반대로. 그것의 저울추가 반대쪽으로 약간 치우친 감이 있는 것이 현재 우리 학계의 모습에서 종종 보이는 지라 그 추의 중심을 좀 맞출 필요가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
  • 제비실 2020/03/30 21:52 #

    실제 조선시대의 형벌 현실에서는 법률에도 없는 잔인한 형벌들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톱질형이 존재할 가능성도 없는게 아니지요 압슬 난장 낙형 주뢰 등 이런 일반적인 조선시대의 고문 형벌들은 법전에 규정되지 않은 무법적인 형벌에 불과하여 톱질형도 그런 무법적인 형벌 관행에서 행해질수가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하멜이 살았던 효종 이전인 인조대에 톱질 형벌과 비슷한 톱질식 칼날 고문으로
    품계를 받았던 관리가 있었지요 하멜이 목격한 부녀자에 대한 형벌도 인조대의 염원준이 행한 형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지요

    인조실록 49권, 인조 26년(무자) 6월 22일 (1648년 청 순치(順治) 5년)

    신시호(申時豪)·염원준(廉元俊)에게 통정의 품계를 가자했는데 도적을 체포한 공 때문이었다. 이때 원준이 음죽 현감(陰竹縣監)으로 있었다. 고을의 어떤 백성이 가을걷이 때 들판에서 자기의 노적가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밤에 강도가 행인을 겁박하여 노획한 재물을 가까운 곳에서 나누고 있었다. 그 백성이 이를 깨닫고 몇몇 사람들과 함께 몰래 그들의 전후로 달려나가면서 서로 호응하여 외치면서 마치 포위하여 체포할 것 같이 하자 강도들이 재물을 죄다 버리고 도주하였다. 백성들이 그것을 다 가지고 돌아와서는 관아에 고하지 않았는데, 그 백성과 원한을 가진 집에서 은밀히 염원준에게 그 백성을 강도라고 무고(誣告)하였다.

    원준이 그 백성 부자와 몇 사람을 체포하고 또 강도의 장물(贓物)을 찾아내 조사하였으나, 백성이 자복하지 않았다. 원준이 공을 세우기 위해 자복을 받아내고자 잔혹한 형신을 가하였으나, 백성은 원통하다고 하였다. 이에 칼날로 그의 양쪽 정강이를 뚫고 큰 새끼줄을 꿴 다음 두 군졸로 하여금 톱질하듯이 서로 잡아당기게 하니, 백성이 그 혹독함을 견뎌 내지 못하고 무복하였다. 이에 원준이 드디어 그 공으로 통정의 품계로 뛰어 오른 것이다.
  • 역사관심 2020/04/01 05:47 #

    아 이런 기록도 존재하는군요. 잔인;; 유교니 성리학이니가 주류로 있어도 사실 지방에서 어떤 고문들이 자행되었는지는 좀 더 꼼꼼히 살펴볼 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더 들게 하는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 백두 잊혀진 역사여행 2020/03/30 22:14 #

    하멜 표류기에는 광해군이 묵었던 집을 하멜일행이 머물렀다는 기록도 있으니 연구할 가치도 있어보입니다!
  • 역사관심 2020/04/01 05:48 #

    아, 맞습니다. 그 부분 책에서 접어두고는 잊고 있었네요. 다시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백두 잊혀진 역사여행 2020/04/01 08:25 #

    별말씀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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